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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인터뷰

허준영 전 경찰청장 격정 토로

“임기제 청장 내쫓은 잘못된 정치, 내가 바로잡겠다”

  •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허준영 전 경찰청장 격정 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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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시절엔 경찰서장, 외교관, 검사 등을 염두에 뒀어요. 그런데 막연하게만 생각했지, 그 직업들의 ‘데일리 워크’에 대해선 전혀 몰랐어요. 어떤 통계를 보니 직장인 82%가 자신의 직장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더군요. 그건 개인의 불행이자 국가적인 불행이지요. 그런 점에서 경찰이나 외교관의 길은 이런 것이다, 내가 해보니 이런 점이 좋고 이런 애로점이 있더라 하는 생생한 정보를 주고 싶습니다.”

그간 언론 접촉을 피한 이유에 대해선 이렇게 설명했다.

“저의 갑작스러운 사퇴로 경찰이 큰 충격에 빠졌기 때문에 조직이 안정되기 전까지는 언론에 나오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신임 경찰청장에 대한 국회 청문회 절차도 남아 있었고.”

-한나라당에서 경북도지사 공천을 제의했다는 소문이 들리던데요.

“제의라기보다는 그런 논의가 있었는데 결정하진 못했습니다. 정치 자체에 대해 아직 고민하는 중이라…. 만약 순조롭게 (경찰청장직을) 끝마쳤다면 어찌됐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어요. 대학 강단에서 후배를 양성한다든지, 통일·외교에 대한 관심이 크니 외교관 생활을 한다든지 했겠지요.”



“한국 소도 웃고 외국 소도 웃을 일”

자연스럽게 화제가 그의 사퇴 얘기로 넘어갔다.

“그 사건(시위농민 사망)에 대해 책임이 없다는 게 아니라 경찰청장이 책임지고 물러날 사안은 아니었다고 보거든요. APEC 정상회담이 (지난해) 11월18일에 열렸는데, 3일 전인 15일에 서울에서 농민집회가 있었습니다. 경찰은 APEC을 정상적으로 치러야 하고 쌀 개방에 따른 농민들의 안타까운 심정도 달래야 하는 이중의 부담 속에 시위 진압에 나섰어요. 그날 경찰관 218명이 다쳤는데 그중 30명이 골절상 이상의 중상이었습니다. 농민은, 우리가 파악하기로는 30명가량 부상을 당했어요. 농민단체는 113명이라고 발표했지만. 그것을 인정하더라도 경찰관이 2배나 더 부상당하면서 불법 폭력시위를 관리하는 나라가 세상에 어디 있냐는 거죠. 경찰이 그만큼 농민의 안타까운 마음을 헤아려 인내로 대처했다는 증거가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시위농민들 중에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과 70대 노인이 돌아가셨습니다. 그것도 과거 이한열 사건처럼 경찰의 명백한 과실로 사망한 것도 아니고, 집회 도중 경찰에게 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부상의 후유증으로 돌아가신 상황이거든요. 이한열 사건 때는 현장 지휘관인 서장 선에서 문책을 받았어요. 그런데 그보다 책임이 덜한 상황에서, 그것도 정치적인 영향을 받지 말라는 취지로 임명한 임기제 청장을 내몬 것은 이 나라의 정치가 잘못된 탓이라고밖에 볼 수 없죠. 이것이 제가 정치를 바로잡아야겠다는 결단을 내리게 된 계기입니다.

제 인생의 1막은 마감했어요. 이제 2막이 시작되는데, 내가 만약 정치를 한다면 품위유지나 하는 그런 정치는 하지 않겠다, 그간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우리 정치가 좌도 우도 아닌 바른 길로 가도록 온몸을 던져야 하지 않겠나, 그런 쪽으로 생각이 기울고 있습니다. 다만 고위공직자를 지낸 사람이 정치를 한다는 게 쉽지는 않겠구나 하는 생각은 들어요. 제가 나름대로 의협심이나 정의감이 강한데, 소신대로 정치를 할 수 있으면 성공하는 것이고 기존 정치 풍토에 동화되면 실패하는 건데… 하여간 상당히 조심스럽습니다.”

-물러난 이유를 수긍할 수 없다는 거죠?

“소가 웃을 일이죠. 한국 소도 웃고 외국 소도 웃을 일이죠. 내가 아는 외국 사람들은 다 이해하지 못하더군요. 12월24일인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그 사건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인권위 발표에 내심 신경이 쓰이더군요. 국가기관은 현실에 바탕을 둔 이상을 추구해야 하는데, 인권위는 그렇지 않은 결정을 내릴 때가 많았거든요. 그런데 그날 발표를 보니 우리가 보기에 일부 지나친 면도 있지만, 실무자 선에서 과잉진압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쪽으로 결론이 나기에 대체로 수긍할 만했습니다. 이것으로 일단락되겠구나 싶었지요.

(12월)27일 11시에 사과 기자회견을 했지요. 경찰의 모든 허물은 청장의 책임이다, 지휘관으로서 늘 부하의 잘못에 대해 책임진다는 자세로 일해왔다, 그러나 이 사건으로 물러나는 건 옳지 않다, 이런 사건에 대해 국가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 사령탑에게 책임을 물으면 국가와 대통령의 권위가 떨어진다고. 경찰청장의 책임은 곧 대통령의 책임이 아니겠습니까. 최선의 대책은 실무자에게 책임을 묻고 청장은 평화적인 시위문화가 정착되도록 노력하는 것이고 유가족에게 사과하는 것이죠. 그 정도로 사태를 마무리하려고 했어요.”

그에 따르면 12월27일 아침 청와대 모 수석이 전화를 걸어와 사과 기자회견을 하지 말고 곧바로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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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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