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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항, 지반침하 우려 논란

법원 연약지반 배수재 기능 부실 인정, 업체 “잘못된 전제 아래 내려진 판결”

  • 최영철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ftdog@donga.com

신항, 지반침하 우려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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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2004년 초 한 배수재 업자가 이곳에 들어간 배수재가 시방 규정에도 맞지 않고, 필터 기능에도 문제가 있어 이후 지반침하의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는 검찰 수사와 국정감사의 시발점이 됐다.

2004년 한 해 동안 계속된 검찰 수사, 해양부·건교부 특별감사는 모두 ‘전혀 이상이 없다’는 쪽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오히려 검찰은 2005년 1월 신항 연약지반 공사에 배수재를 공급한 업체의 고소를 받아들여 당초 부실 배수재 의혹을 제기한 김모(57)씨를 신용훼손(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하기에 이른다. 김씨는 싱가포르와 동남아 등지에서 연약지반 공사를 해오던 업자로, “싱가포르에선 사용이 금지된, 설계시방에도 맞지 않는 배수재가 신항에 쓰였다”며 신항 시공사들에 편지를 써 논란을 촉발시켰다.

김씨는 2003년 12월 신항 공사현장에서 연약지반 공사를 담당한 현장기사가 회사 임원과 상급 시공사 간부에게 보낸 몇 통의 e메일을 접하게 된다. 그 내용은 이런 것이었다.

‘배수재를 지하 50m까지 설치했으나 30m 아래쪽은 배수가 중단돼 성토(盛土)가 되면 무너져내릴 것이다. 배수재에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원인 규명은 되지 않는다. 배수 중단 사실이 외부에 노출되면 문제가 일어나므로 내부에서 조용히 처리해야 한다.’

신항에 쓰인 배수재에 큰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김씨는 이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기 시작했고, 이는 부실공사 논란으로 이어졌다. 후일 이 e메일 문건은 재판부가 김씨의 무죄를 인정하는 한 요인이 됐다.



전문기술 분야의 공방이 계속되면서 재판은 1년을 끌었다. 1심 법원은 양측의 지루한 공방을 지켜본 후 결국 부실의혹을 제기한 업자에게 무죄판결을 내렸다. 즉, “신항에 쓰인 배수재에 문제가 있다”는 김씨의 주장을 법원이 인정한 셈. 판결문에 나타난 법원의 ‘판단’은 정부의 감사 결과를 완전히 뒤집는 내용이었다. 서울동부지법 단독 임수식 판사는 판결문에서 이렇게 밝혔다.

“엠보싱하면 배수재 水路 막힌다”

‘(신항 배후부지 연약지반 공사에 쓰인) 배수재 필터(부직포)는 필터 위에 엠보싱 처리를 함으로써 비록 유효구멍 크기는 줄이는 효과를 보았지만, 부직포 내에 존재하는 절대적인 공극(구멍)의 크기는 그대로인 까닭에, 물을 빨아들이는 투수성 내지 투수력은 몰라도, 적어도 부직포 내에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공극들의 절대적 크기에 의존하는 부직포의 필터 기능, 즉 물과 함께 공극을 통해 들어오려는 진흙 입자 등의 이물질을 거르는 기능은 일반 부직포의 경우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화될 수밖에 없으며, 그 결과 약화된 만큼 수로(水路)가 막히는 이른바 클로깅(clogging)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

전문가가 아니면 이해하기 힘든 문장이다. 이 판결문을 ‘해독’하려면 신항 배후부지와 민자부두에 사용되고 있는 연약지반 개량공법, 즉 PBD 배수재 공법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지반을 빠르게 단단하게 다지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지하 곳곳에 스며 있는 물을 밖으로 잘 빼내고 반대로 흙은 잘 걸러내는 데 있다. 배수재 공법은 물을 잘 빨아들이도록(親水) 만들어진 필터(부직포, 오른쪽 사진 참조)와 필터 안으로 흡수된 물의 수로 기능을 하는 코어로 구성된 배수재를 지하에 박아넣어 흙 입자는 걸러내고 지하수만 빨아올리는 공법. 이때 필터에 난 구멍 크기(유효구멍 크기, AOS)가 그 지역의 토질에 비해 너무 크면 흙 입자들이 배수재 속으로 들어가 코어(수로) 구멍을 막음(클로깅 현상)으로써 배수가 되지 않거나 배수효율이 낮아진다.

반대로 필터의 구멍 크기가 너무 작으면 필터의 겉면이 흙 입자에 의해 막힘으로써 배수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따라서 필터의 구멍 크기가 주변 지질과 비교해 적당하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필터를 땅속에 박아도 지하수는 배출되지 않고, 땅은 다져지지 않아 결국 그 위에 건물이 들어서거나 흙으로 메울 경우 지반이 침하하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부실시공 논란은 피고인 김씨가 “신항에 쓰인 배수재 D필터에 엠보싱 처리, 즉 곰보 처리가 되어 필터링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촉발됐다. 그가 신항의 연약지반 공사 주관사와 시공사에 보낸, 즉 신용훼손 재판의 불씨가 된 편지를 살펴보자.

‘최근 신항에 공급되는 엠보싱 제품(D필터)은 근본적으로 구멍 크기를 줄이지 않고 엠보싱 처리를 해 시험할 때 구슬 알의 통과량만 줄인 것이다. 엠보싱된 부분은 필터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한다. 엠보싱 처리된 필터는 필터링 기능만 반감시키고 너무 큰 입자를 통과시켜 클로깅을 초래하게 된다. 이는 유효구멍 크기 검사를 편법으로 통과하는 방법으로 다른 나라에서도 사용되다가 문제가 많아 5년여 전에 금지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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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철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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