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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치는 국제원자력체제, 한국의 딜레마

외면하면 기술지체, 섣불리 수용하면 원자력수출 낭패

  • 황주호 경희대 교수·원자력공학 joohowhang@khu.ac.kr

요동치는 국제원자력체제, 한국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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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 걸린 에너지 확보 경쟁

미국 에너지부는 전세계 유수의 에너지 관련 분석보고서를 참조해 해마다 전망보고서를 발간한다. 2005년 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25년 사이에 에너지 소비는 60% 가까이 증가하고 증가량의 3분의 2가량은 중국과 인도를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서 소요된다. 일부에서는 2050년까지 에너지 소비가 현재의 두 배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기도 한다. 언론에 등장하는 각국 정상들의 외교는 대부분 에너지 협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동중국해(海)와 사할린 가스전(田)을 둘러싼 일본과 중국의 갈등은 이미 신경전 수준을 넘어섰다. 대통령이 외국을 순방할 때마다 에너지협력이 주요 의제로 등장하는데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에너지는 무한하지 않으며, 불공평하게도 지역적으로 편중해 존재한다. 즉 공간적으로 확보에 어려움이 있고, 양은 제한적이며, 시간적으로 빨리 수송할 수 있어야 한다. 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자기 땅의 에너지원(源)도 지킬 수 없는 형국이다. 현재의 주요 에너지원인 석유가 묻혀 있는 중동은 힘있는 나라들의 각축장이 된 지 오래다.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각광받는 가스는 러시아가 최대 매장량을 자랑하고 있으나, 최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에 벌어진 공급중단 사태를 보면서 러시아 가스를 공급받는 유럽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2006년 연두교서에서 “미국이 석유에 중독되어 있으며, 특히 중동 석유에 목을 매고 있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신(新)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한편 1980~90년대에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중단키로 하거나 발전소 폐쇄를 결정한 스웨덴, 벨기에, 스위스에서는 건설 재개를 주장하거나 추가로 발전소를 폐쇄하는 것에 반대하는 의견이 과반수 이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독일에서는 메르켈 총리의 기독민주연합(CDU) 소속인 헤세 주 지사가 “독일의 단계적 원자력발전소 폐쇄결정은 어떠한 이점도 없고 경쟁력 손실만 가져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간 대세를 이루던 원자력에 대한 부정적인 판단 대신 각국이 앞다퉈 새로운 주장을 내놓는 이유는 무엇일까. 원자력의 어떤 특징이 이러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으며, 이는 국제 에너지 사정이나 정세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



화석연료가 산화반응으로 미약한 에너지만 발생시키는 데 반해, 원자력은 조그만 양의 연료가 핵반응을 통해 엄청난 에너지를 발생시킨다. 한 가정이 1년에 필요한 양의 전기를 생산하는 데 연필 굵기만한 연료 1cm만 있으면 충분하다. 석탄, 석유, 가스 등은 저장하는 데 엄청난 공간이 필요하지만, 우라늄은 10층 높이 건물만큼만 있으면 한국이 보유한 원자로 20기를 500년가량 가동할 수 있다.

또한 우라늄 가격은 미국과 러시아가 핵탄두를 해체해 핵연료로 공급하는 2013년까지는 안정세를 유지하리라는 예측이 일반적이다. 캐나다, 미국, 호주, 아프리카 일부, 카자흐스탄 등 전세계에 분포해 지역적 편중성이 작다는 것도 강점이다. 다만 원자력을 이용하기 위한 연료설계와 제조, 원자로 건설과 운영, 안전운전 등에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아무 나라나 원한다고 쉽게 원자력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미래에도 원자력이 전기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 내외에서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소비의 절대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므로 2025년경 원자력발전소는 현재의 430여기보다 60~80기가 증가하고, 2050년경에는 최대 400여 기가 늘어 총 1000기에 달하는 원자력발전소가 가동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경제성장이 두드러진 중국과 인도는 2030년까지 30~40기의 원전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고, 인도네시아와 베트남도 원자력발전소 도입 시점을 2020년경으로 맞추는 등 원자력이 동아시아에서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일 것은 분명하다.

러시아는 2030년까지 원자력발전 비율을 현재의 16%에서 25%로 올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위해 700억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일본도 2030년까지 원자력발전 비율을 약 4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현재 중국, 인도, 일본, 러시아가 추진하고 있는 야심찬 계획을 들여다보면 2030년경 또는 이후에 이들 국가가 도입하고자 하는 원자로 형태는 현재의 경수로가 아닌 고속로임을 알 수 있다. 프랑스, 미국, 일본이 2020년대에 상용 고속로의 실증을 계획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우랄 지역에 BN-800 고속로를 건설하기 위해 2006년 예산을 배정했다.

문제는 사용후핵연료

이렇게만 보면 원자력의 득세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 같지만,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다. 세계적인 원자력 강화 추세에는 결정적인 장애물이 있다. 바로 방사성폐기물의 처리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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