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요동치는 국제원자력체제, 한국의 딜레마

외면하면 기술지체, 섣불리 수용하면 원자력수출 낭패

  • 황주호 경희대 교수·원자력공학 joohowhang@khu.ac.kr

요동치는 국제원자력체제, 한국의 딜레마

3/5
요동치는 국제원자력체제, 한국의 딜레마
원자력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은 사회적 합의에 따라 처리·처분할 방법을 강구해놓고 있지만, 사용후핵연료의 처리와 처분에 대해 합의를 도출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 각국이 처한 딜레마다. 2000년 현재 전세계적으로 23만t에 달하는 사용후핵연료는 2020년이면 46만t으로 2배가량 증가할 전망이다. 원자력발전량이 비약적으로 증가하는 2030년 이후에는 사용후핵연료도 비례해 증가할 것이므로, 가볍게 처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사용후핵연료는, 잘 타는 우라늄(U235)을 농축해 금속튜브에 넣어 다발로 만든 상태로 원자로에 넣어 약 3년간 태운 후 원자로에서 빼낸 것이다. 사용후핵연료 속에는 타다 남은 우라늄과 새롭게 태울 수 있는 플루토늄이 생성돼 있다. 대략 발전소 1기당 1년에 약 50다발(약 25t)씩 배출되며 높은 열과 방사능을 식히기 위해 일단 발전소 수조 속에서 보관한다. 사용후핵연료는 우라늄 가격이 비쌀 경우에는 재활용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지만 우라늄 공급에 문제가 없다면 골치 아픈 쓰레기일 뿐이다.

사용후핵연료는 두 가지 측면에서 골치 아픈 존재다. 우선 미국을 포함한 강대국들은 원자력발전소나 연구용 원자로를 가진 약소국이 사용후핵연료에서 플루토늄을 꺼내 폭탄을 만들까 노심초사한다. IAEA를 통해 사찰하지만 이란과 북한처럼 농축과 재처리를 강행할 때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 그래서 GNEP계획처럼 강대국들끼리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까지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시도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사용후핵연료 속에는 300년 후면 능력이 소멸되는 물질과 10만년이 지나야 소멸되는 물질, 타다 남은 우라늄이 뒤섞여 있다. 일반적인 재처리를 통해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꺼내 다시 태우면 연료 재활용 측면에서는 효율적이지만, 그래도 10만년이 지나야 능력이 소멸되는 물질은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지난 40년간 미국과 유럽의 과학자들은 지구의 나이와 지각활동을 감안, 지질학적 지식을 동원해 사용후핵연료를 인간생활권으로부터 수십만년 동안 격리할 수 있는지 연구해왔고, 그 결과 지층 깊숙한 곳에 매립하면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에 따라 사용후핵연료나 고준위폐기물은 심지층에 처분하는 것이 하나의 기준개념이 됐다. 그러나 문제는 예상보다 복잡했다.



유카산 처분장의 고민

미국은 핵폐기물정책법을 제정한 지 20년 만인 2002년, 네바다 주 유카산을 사용후핵연료와 군사용 고준위폐기물의 처분장으로 결정했다. 2012년 운영 개시를 목표로 2005년 말까지 건설 인허가를 신청하려던 미 에너지부는 돌연 인허가계획을 중단하고 다른 방향을 모색한다. 관련법에 따라 2007년까지 새로운 처분장 계획을 내놓아야 했던 미국 정부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현재의 비율로 원자력발전을 유지하려면 2100년경에는 유카산 규모의 처분장이 20개나 필요하다는 계산이 그것이다. 미국이 의욕적으로 발표한 GNEP에는 바로 이 문제를 극복하고자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일본은 원자력법에 따라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한 고준위폐기물만을 처분대상으로 본다. 1980~90년대에는 일부 사용후핵연료를 해외에서 재처리했지만, 1980년대 중반 약 25조원을 투자해 건설한 로카쇼무라 재처리공장이 2006년 준공됨에 따라 연 800t을 국내에서 재처리할 수 있게 됐다. 일본은 사용후핵연료를 연 1500t 가량 발생시키고 있으므로 벌써 제2 재처리공장이 필요한 상태다.

2000년에는 재처리 후 발생하는 고준위폐기물을 처분하기 위한 법률을 제정해 2030년 처분장 운영을 목표로 삼고 조직, 제도, 재원마련 및 관리방안을 정비하여 후보부지를 공모하고 있다. 일본이 재처리를 한다고 해도 고준위폐기물 발생량은 계속 누적되므로 제2, 제3의 처분장을 준비해야 한다. 결국 미국과 같은 문제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프랑스의 경우 당초에는 재처리 후 고준위폐기물을 처분하는 것을 기조로 삼았으나, 1980년대 말 고준위폐기물 처분장 후보부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큰 사회적 혼란을 겪었다. 1990년 ‘바타이유법’을 제정한 이래 15년 동안 사용후핵연료 직접처분, 재처리 후 고준위폐기물 처분, 반감기(半減期)가 긴 핵물질을 변환해 중저준위 수준으로 만들어(장수명 핵종변환) 처분하는 방안 등 모든 가능성에 대해 연구해왔다. 애초에는 2006년에 사용후핵연료 처리방안을 결정하기로 했지만, 국방용 원자력을 운영하는 프랑스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면 이 세 가지 방안을 모두 순차적으로 채택해야 하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3/5
황주호 경희대 교수·원자력공학 joohowhang@khu.ac.kr
목록 닫기

요동치는 국제원자력체제, 한국의 딜레마

댓글 창 닫기

2019/07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