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4월호

‘사운드 오브 뮤직’의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봄 저녁, 노을 진 古城에 감도는 모차르트 선율

  • 사진·글 이형준

    입력2006-03-29 13:31: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사운드 오브 뮤직’의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잘츠카머구트 지역에 있는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할슈타트.

    ‘사운드 오브 뮤직’의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갖가지 꽃으로 꾸며진 미라벨 정원.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The Sound of Music)’의 무대로 알려진 잘츠부르크(Salzburg)는 인류문화유산지역으로 지정될 만큼 매력적인 도시다. ‘소금의 도시’라는 이름이 말해주듯 이 고장은 먼 옛날부터 소금을 판매해 막대한 이익을 축적했고, 이를 바탕으로 중세 때는 유럽의 주요 종교도시로 위상을 높였다. 도시 전체가 거대한 예술품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영광과 풍요를 자랑하는 곳이 바로 잘츠부르크다.

    도시의 관문인 기차역에서 구(舊)도심 방향으로 10분쯤 걷다 보면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무대 중 한 곳인 미라벨 궁전을 만나게 된다. 바로크 스타일로 꾸며진 아름다운 정원이 인상적인 곳이다. 이곳의 풍광은 언제 보아도 환상적이지만, 장미의 계절인 5월에 절정의 아름다움을 내뿜는다.

    미라벨 정원은 영화 속에서 주인공 마리아(줄리 앤드루스)가 폰 트랩 대령(크리스토퍼 플러머)의 아이들과 ‘도레미송’을 부르던 곳으로, 17세기 초 볼프 디트리히 대주교가 애인이던 잘로메 알트를 위해 건설한 궁전의 일부다. 신화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석상을 비롯해 분수와 정원, 휴식공간으로 이뤄져 있다. 이 가운데 영화가 촬영된 곳은 뒤편에 세워놓은 분수와 청동으로 만든 페가수스 기마상 근처, 정겨운 정원이다. 촬영 후 4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는데도 옛 모습을 유지하고 있어 영화 속 분위기를 고스란히 만끽할 수 있다.

    ‘사운드 오브 뮤직’의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잘츠부르크 도심 전경.

    ‘사운드 오브 뮤직’의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야생화가 가득 피어난 들판과 주택이 어우러진 잘츠카머구트 지역.

    ‘사운드 오브 뮤직’의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다양한 조각상과 흥미로운 분수가 있는 ‘물의 궁전’ 헬브룬.



    ‘사운드 오브 뮤직’의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볼프강 호수에서 낚시를 즐기는 소년.

    ‘사운드 오브 뮤직’의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축제극장 인근에서 거리의 예술가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호엔잘츠부르크 성의 저녁음악회



    ‘사운드 오브 뮤직’의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폰 트랩 대령과 마리아의 결혼식 장면을 촬영한 성당 내부.

    미라벨 정원을 빠져나와 구도심으로 접어들면 모차르트 다리를 만나게 된다. 영화 속에서 아이들과 마리아가 노래를 부르며 지나던 바로 이 그 다리다. 다리는 구도심으로 이어지는데, 고즈넉한 골목을 따라 이동하다 보면 커다란 오스트리아 국기가 걸려 있는 진한 아이보리색 건물이 보인다. 바로 도시의 자랑인 신동 모차르트의 집이다. 올해는 탄생 250주년이 되는데 그의 집은 현재 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어린 시절 그가 사용했던 생활용품을 비롯해 건반악보, 악기, 초상화, 오페라 관련 자료 등을 전시해두고 있어 그의 음악을 사랑하는 방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모차르트 하우스가 위치한 게트라이테 거리를 빠져나오면 영화 속에서 폰 트랩 일가가 ‘에델바이스’를 불렀던 축제극장에 이른다. 세 개의 홀로 이뤄진 축제극장은 잘츠부르크 음악제가 열리는 장소로 가이드 투어가 실시될 만큼 인기가 높다. 극장 앞 광장에서는 매일 아침부터 노천시장이 열리는데, 한번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이곳 주민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물건이 가득하다.

    극장을 뒤로하고 200여 개의 가파른 계단을 오른 후 숲길로 이어진 신작로를 따라 조금 더 오르면 영화 속에서 성당으로 등장한 호엔잘츠부르크 성(城)을 만날 수 있다. 이 곳에서 바라본 주변의 풍광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탄성이 절로 나온다. 전망대에 서면 도심은 물론이고 신출내기 수녀 마리아가 수녀 생활을 했던 논베르크 수녀원과 폰 트랩의 저택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수녀원과 저택은 아쉽게도 내부를 관람할 수 없다.

    호엔잘츠부르크 성의 놓칠 수 없는 자랑거리는 이곳에서 열리는 음악회다. 음악회는 시즌에 따라 장소를 옮겨 개최되는데, 봄과 여름에는 야외에서 저녁놀을 배경 삼아 모차르트와 베토벤 등 거장들의 음악을 감상할 수 있고, 가을과 겨울에는 홀에서 감미로운 실내악을 감상할 수 있다.

    ‘사운드 오브 뮤직’의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1 미라벨 정원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신혼부부.<br>2 모차르트 광장에서 관광용 마차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br>3 축제극장과 모차르트 하우스 사이의 노천시장. 늘 사람들로 붐빈다.

    ‘물의 궁전’ 헬브룬

    영화 속에 펼쳐진 환상적인 풍광을 둘러보려면 잘츠부르크 외곽으로 이동해야 한다. 미라벨 정원 앞에서 출발하는 ‘사운드 오브 뮤직 투어’에 참가해도 되고, 버스나 렌터카를 타고 둘러봐도 좋다. 어느 코스를 선택하건 도심에서 자동차로 15분쯤 이동하면 ‘물의 궁전’이란 뜻을 가진 헬브룬 궁전을 만날 수 있다.

    이 궁전은 폰 트랩 대령이 마리아에게 청혼하는 장면과 대령의 장녀 리즐이 사랑에 빠지는 대목을 촬영한 곳이다. 그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장소는 멋진 조각상이 늘어선 물의 산책로와 정원. 영화 속에서 대령이 마리아에게 사랑을 고백한 정자는 궁전과 정원 사이에 있는데, 누구나 자유롭게 들어가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이 된 장소는 모두 아름답지만, 그 가운데 하이라이트를 꼽자면 누구나 잘츠부르크 외곽 잘츠카머구트(Salzkammergut) 지역을 택할 것이다. 웅장한 알프스의 산록과 에메랄드빛 호수, 그 사이에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 풍경은 스크린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환상적이다.

    영화 서두에서 마리아가 ‘산들은 음악 소리에 살아 움직인다네’라고 노래했던 운터스베르크를 필두로, 환상적인 분위기의 푸슐 호수와 볼프강 호수, 산록에 피어난 야생화가 아름다운 샤프베르크 등 명소가 즐비하다. 영화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유럽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마을 할슈타트 등 영화보다 아름다운 풍광을 접할 수 있는 잘츠카머구트는 관광객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여행 정보
    잘츠부르크까지는 직항이 없으므로 유럽 주요 도시를 경유해 가야 한다(약 13시간). 공항에서 택시와 버스를 이용해(15~20분) 미라벨 궁전 앞에 도착하면, 이곳에서는 오전 9시30분과 오후 2시에 ‘사운드 오브 뮤직 투어’(소요시간 4시간, 1인당 35유로)가 출발한다. 여유로운 관광을 원하면 렌터카로 직접 둘러보는 것도 방법. 오스트리아는 비자 없이 3개월 동안 여행할 수 있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