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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대가 열광하는 가요 들여다보기

“내게 들어와 펌프질을 해…” 노골적 性 묘사, 욕설, 분노의 ‘종합선물세트’

  • 이승재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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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미인대회 출신 여성 4명으로 구성된 신세대 트로트 그룹 ‘LPG’는 ‘캉캉’이라는 노래에서 “순결까지 모두 가져”라며 적극적으로 애정공세를 편다.

“희미한 불빛 아래서 너를 본 순간, 나는 봤어. 네 주위에 널 가지려고 하는 눈들. 하지만 난 의식 안 해. 그런 헛된 시선들. 난 알아. 이제 너는 곧 나의 노예가 되니…이제 나와 놀래? 단 하루만 나와 계약 할래?…한 순간의 욕망들, 나를 위해 보여줄래? 감추려고 하지 마. 너는 나의 노예…이리 가까이 다가와 날 안아. 노예여. 베이비….”

이 노래는 최근 서울의 일부 클럽에서 음성적으로 유행하는 일명 ‘노예팅’의 세태가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노예팅’은 무대 위에 남자들이 ‘매물’로 나오면, 무대 아래에서 이를 지켜보는 수많은 여성이 ‘경매’를 통해 자신이 점찍은 남자를 ‘구입’하는, 신종 성(性) 거래라 할 수 있죠. 남자는 최고가를 제시한 여자에게 ‘팔리게’ 되는데, 남자는 그날 밤 자신을 위해 거액을 지불한 여성의 ‘노예’가 됩니다. 그녀가 요구하고 명령하는 건, 성행위를 포함해 그 어떤 서비스(?)라도 기꺼이 수행해야 하는 거죠.

하룻밤 화끈하게 놀고 뒤끝 없이 ‘쿨’하게 헤어지는 이른바 ‘원 나잇 스탠드’와 남자를 노예처럼 거칠게 다루는 극단적인 여성상위 세태의 결합이 이런 노랫말을 만들어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젠 남자를 제압하는 내용을 담은 가사가 나오고 있죠. 1990년대만 해도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던 것입니다.

세태가 이렇다 보니, 트로트 가사에도 변화가 일기 시작했습니다. 각종 미인대회와 모델선발대회 입상자 출신 여성 4명으로 구성된 신세대 트로트 그룹 ‘LPG’가 히트시킨 댄스곡풍 트로트 ‘캉캉’을 보시죠. ‘LPG’ 멤버는 캉캉춤을 추듯 두 다리를 이리저리 쭉쭉 아찔하게 뻗으면서 이런 노래를 부릅니다.

“캉캉캉캉 사랑해요. 캉캉캉캉 좋아해요…내 사랑을 받아줘. 내 키스를 받아줘. 저 빛나는 별처럼 쏟아지는 내 순결을 모두 가져. 내 매력을 받아줘. 내 질투도 받아줘. 자 모든 걸 가져가. 찢어먹든 볶아먹든 맘대로 해…보고 싶어 너무너무. 안고 싶어 너무너무…언제 언제까지나, 야야.”



사랑과 키스를 받아주는 것도 모자라서 순결까지 모두 가지라고 유쾌하게(?) 말합니다. 그러면서 찢어먹든 볶아먹든 맘대로 하라고 엄포까지 놓습니다. 떠나간 남자를 그리워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속으로 삭이는 여성의 모습은 이런 ‘직설법’에 점차 묻혀가나 봅니다.

참, ‘캉캉’을 부른 그룹 ‘LPG’의 LPG는 무엇을 뜻하는지 혹시 아십니까. ‘액화석유가스’라고 생각하시면 오산입니다. LPG는 ‘Long Pretty Girl’의 이니셜을 따온 말입니다. ‘길고 예쁜 소녀’, 시쳇말로 ‘쭉쭉빵빵 걸’이라고 할 수 있겠죠. 우스우면서도 재미난 이름이 아닐 수 없습니다.

# 영어 가사는 음란의 면죄부?

알고 보면, 요즘 여자가수들이 부르는 가요 중에는 두 눈 뜨고 못 봐줄 만큼 섹스를 노골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많습니다. 단 적나라한 표현은 모두 영어 가사 속에 숨겨져 있어요. 노골적인 ‘한국말’은 방송심의 등에서 걸릴 우려가 있지만, 영어를 사용하면 심의를 가뿐히 통과하거나 적어도 피해갈 구멍이 생기기 때문이죠. 이효리의 2집 중 ‘깊이’라는 노래 가사 중 일부를 볼까요.

“너는 마치 나에게 지독한 마취 같이 so deep. 저 문이 닫히고 난 뒤 손끝에 스친 feeling so high. 아침은 oh shit 오지 않겠지. 저 촛불에 비춰진 so sexy put the thang on me…소릴 질러. 참지 마.”

‘so deep(깊이)’ ‘feeling so high(절정을 느끼다)’ ‘the thang(그것)’ 등은 감정을 나타내는 영어 표현인 양 ‘위장’하고 있지만 성행위 혹은 성기를 암시하는 일종의 중의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노래는 일부 지상파 방송사로부터 방송금지 처분을 받기도 했는데, ‘oh shit(제기랄)’이라는 욕설 때문이었어요. 이효리 측은 재빨리 ‘oh shit’를 ‘oh she(오 그녀여)’로 바꿔 나머지 방송사의 심의는 무사통과하는 기지(?)를 발휘했다고 하죠.

가수 전혜빈이 지난해에 내놓은 ‘2:00 am’ 노랫말에 숨겨진 묘사는 한술 더 뜹니다.

“Baby steppin steppin. 찐하게 Kissin Kissin. 넌 나의 손짓 거부 못해. 내게로 조금 더 step it down. 이 순간 가만히 down with me. 조금 조금씩 come in me. 내게로 jumpin jumpin jumpin up 날 미치게 Oh no. 조금 더 shake it shake it shake it up. 조금 더 내 허릴 잡고 흔들어…조금 더 느낌을 줘…I wanna pumpin pumpin 넌 땀에 젖어…이대로 사랑에 빠져 bounce…조금 천천히 low in me. 여기 너만의 come and get me. one two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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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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