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4월호

아파트 반값 공급, 公約인가 空約인가

국가가 토지 갖고 건물만 분양? ‘소유 중심 국민정서’가 최대 걸림돌

  • 윤진섭 이데일리 산업부 부동산담당 기자yjs@edaily.co.kr

    입력2006-03-30 10: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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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파트를 기존 가격의 절반 값에 공급한다는 ‘아파트 반값 정책’이 연일 화제다. 정치색 짙은 공약 정도로 치부되던 아파트 반값 공급이 이해찬 전 총리의 말 한마디로 현실에 반영될 가능성이 커진 것. 그러나 이내 여권이 실현 가능성에 난색을 표하는 등, 구체적인 그림을 놓고 갑론을박이 계속되는 형국이다. 과연 아파트 반값 공급은 가능성 있는 정책대안인가.
    아파트 반값 공급, 公約인가 空約인가
    아파트 반값 공급이라는 아이디어는 1992년 대선 당시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공약(公約)으로 내걸었던 것이다. 이것을, 오는 5월 지방선거에 서울시장 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이 14년 만에 꺼내들었다. 2월1일 홍준표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토지 가격이 아파트 가격에서 60%를 차지하므로 공공기관이 토지에 대해 싼값의 임대료를 받고 건물만 분양하면 지금의 절반 가격 이하로도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다”고 운을 뗐다. 홍 의원의 이 같은 주장에 일부 시민단체가 찬성의견을 내놓으면서 아파트 반값 공급안(案)은 급속히 사회적 이슈로 비화했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은 2월28일 이해찬 국무총리의 국회 발언. 이 총리는 이날 송파 신도시 주택공급 계획과 관련해 토지 임대부 분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정부정책을 진두지휘하는 총리의 발언이란 점에서 이 아이디어가 어떤 형태로든 정책에 반영될 것이라는 예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3월9일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 의장은 “아파트 반값 공급 아이디어는 현실성이 없기 때문에 송파 신도시에 적용하기는 힘들다”는 견해를 밝히는 등, 상황은 계속 널뛰고 있다. 구체적인 실현 가능성이 검증되지 않다 보니 하루가 다르게 공약(公約)과 공약(空約)을 넘나드는 것이다.

    과연 아파트 반값 공급은 비현실적인 돈키호테식 발상일까, 아니면 대한민국의 아파트 분양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 획기적인 정책 아이디어일까.

    우선 살펴볼 것은 홍준표 의원의 주장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홍 의원이 정치색 짙은 공약을 섣불리 내걸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지만 “어찌됐건 지나치게 높은 아파트 분양가 문제를 공론화한 공은 인정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홍 의원이 주장하는 아파트 반값 공급 아이디어는, 토지를 임대형식으로 확보하고 건물을 분양하면 가격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른바 ‘토지 임대부 분양’ 방식. 홍 의원은 공약을 발표하면서 “30평형대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실제 점유하는 토지 면적은 8평에 불과하다”며 “그런데 소유주는 이 땅에 대해 아파트 가격의 60%가량을 내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아파트 분양가에서 토지비와 건축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6대 4 혹은 7대 3 정도다. 3억원짜리 아파트라면 1억8000만~2억1000만원이 땅값이고, 나머지가 건축비인 셈이다. 토지비가 분양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 결국 이 같은 구조에서, 건축비는 받되 택지를 분양하지 않고 월세로 받으면 분양가격이 대폭 낮아지므로 반값 공급이 가능하다는 게 홍 의원의 주장이다.

    사실 토지 임대부 분양 방식은, 국내에선 낯설지만 선진국에선 도입사례가 여럿 있다. 다만 홍 의원이 주장하는 토지 월세 형식이 아니라 보증금 제도를 도입해 초기 투자자금의 부담을 줄이는 방식이 보편적이다.

    영국의 경우 세계 최초의 정원도시로 기록된 레치워스(Letchworth)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도시는 1903년 에버니저 하워드 등 시민들이 제1전원도시주식회사 소유의 땅을 99년간 쓸 수 있는 ‘차지권(借地權) 계약’을 맺고 부지를 빌렸다. 시민들은 우선 땅값의 40~50%를 권리금으로 지급하고 99년 동안 매년 차지료를 냈다. 2003년 차지계약이 종료되자 주민들은 소유권 대신 999년간 유효한 차지권을 선택했다. 이 과정에서 외곽으로 빠져나가는 이주 시민들은 건물에 대한 권리만 매매하는 방식을 택했고, 건물이 노후한 경우 주민 커뮤니티를 통해 자금을 마련해 수리했다.

    한국 못지않게 아파트 분양가격이 비싼 일본도, 사례가 많지는 않지만 여러 형태의 토지 임대부 주택이 공급돼 있다. 1994년 일본이 도입한 ‘차지차가법(借地借家法)’은 토지를 50년간 임차하고 건물만 소유하는 제도다. 통상적으로 지대의 20~30%를 보증금으로 내고 토지 임차료를 매년 납부한다. 일본에선 이 같은 방식으로 단독·공동주택 4만가구를 분양했다. 분양가는 일반분양 주택의 62% 수준.

    인구의 86%가 공공주택에 사는 싱가포르는 토지 임대부 분양의 모델국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토지를 99년 이상 임대해주고 집만 분양하는 방식이 널리 채택돼 있기 때문이다. 토지뿐 아니라 집까지 임대하는 방식도 일반화했다.

    송파 신도시 33평 1억6000만원?

    아파트 반값 공급, 公約인가 空約인가

    2월1일 서울시장 후보 당내경선에 나서며 국회에서 부동산관련 정책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

    과연 이러한 토지 임대부 분양이 한국에서 가능할까. 또한 홍 의원의 주장처럼 반값 공급이 가능할까.

    토지 임대부 분양 방식은 국가가 토지 소유권을 갖는 것으로 국가가 땅을 사들여야 가능하다. 즉 국가가 토지 소유권을 갖는 데 엄청난 재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판교 신도시의 경우 민간소유 토지가 많아 땅을 수용하는 데만 3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투입됐다. 이처럼 막대한 보상비를 주고 매입한 토지에 아파트를 지어 월세로 토지비를 받을 경우, 나가는 돈은 많고 들어오는 돈은 적어 적자 운영이 불가피하다. 땅값이 천정부지로 뛰는 서울에서 토지 임대부 분양이 현실성 없는 제도로 치부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민간 소유가 아닌 국가 소유의 땅이라면 사정이 달라진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나갈 돈이 적기 때문에 토지에 대해 월세를 받아도 적자가 나지 않는 것이다. 표면적으로 볼 때 이 조건을 갖춘 대표적인 곳이 바로 전체 토지 가운데 상당수가 군부대와 골프장 등 국공유지인 송파 신도시다. 이해찬 총리가 “송파 신도시의 경우 토지 임대부 분양을 포함해 다양한 분양방식을 도입할 수 있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송파 신도시에 토지 임대부 분양을 적용할 경우 초기 분양가격이 기존 분양 아파트보다 훨씬 낮을 것이란 데 대해서는 이견이 별로 없다. 토지 임대부 분양이 공식적으로 거론되기 이전에도 건설교통부 김용덕 차관은 “개발예정지의 82%가 국공유지(일반 택지지구는 30% 이내)라 토지보상 비용이 크게 줄어 택지 조성 원가가 다른 택지지구에 비해 낮아지고 이렇게 되면 수요자는 더욱 싼 가격에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현재로선 송파 신도시에 토지부 임대를 적용할 때 분양가격이 얼마나 떨어질지 단정하기 쉽지 않지만, 판교 신도시의 분양가격을 들어 대략 추측해보면 다음과 같은 계산이 나온다.

    판교 신도시에 들어서는 전용면적 25.7평 이하 아파트는 분양가격이 평당 1100만~1200만원이다. 택지비 673만원, 공사비 299만원, 설계감리비 12만원, 부대비용 19만원, 가산비용 153만원 등 총 1156만원가량이 된다. 택지비가 전체 분양가의 50%를 차지한다.

    송파 신도시의 경우 원가연동제를 적용받는다. 즉 판교나 송파나 건물가격은 비슷하기 때문에, 표준건축비용 평당 330만원에 가산비용 153만원을 더하면 평당 483만원 선이 될 것이다. 이를 33평형으로 환산하면 1억6000만원 내외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송파 신도시의 경우 조성원가 등을 고려할 때 대략 판교의 50% 내외에서 택지가 공급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 경우 택지비는 평당 336만원 내외가 돼, 이를 33평형으로 환산하면 1억1000만원 안팎이다.

    10년 토지 임대부 계약을 할 경우 계산해보면 월 임대료는 90만원 선이 된다. 물론 보증금 제도를 도입한다면 월 임대료는 이보다 훨씬 낮아질 수도 있다. 결국 아파트를 분양받는 사람은 초기 건물가격(1억6000만원)과 매월 임대료 90만원만 내면 되는 것이다. 서울시내 30평형대 아파트가 평당 1000만원에 육박하는 현실이고 보면, 그 절반 가격에 새 아파트를 장만할 수 있는 셈이다.

    국민연금기금으로 땅 산다면

    그러나 이는 실현 가능성이 뒷받침되지 않은 추론일 뿐이다. 현실과 추론 사이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게 마련. 우선 살펴봐야 할 것은, 토지 임대부 아파트가 초기 분양가는 낮지만 결과적으로 따져보면 분양가격이 낮지 않다는 지적이다. 값이 낮아진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일종의 눈속임’이라는 얘기다.

    부동산 칼럼리스트 양해근씨는 “이런 방식으로 토지 임대료를 납부할 경우 초기엔 아파트 분양가에 대한 수요자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그러나 20~30년 동안 매달 지대료를 납부한다면 결과적으로 총 비용은 현재의 아파트 분양가와 비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임대 아파트와 별 차이가 없다는 이야기다.

    아파트 반값 공급의 전제인 ‘국가가 나서서 토지를 매입한다’는 부분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일단 국가가 막대한 재원을 마련해 토지를 사들인다는 전제가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송파 신도시의 경우 상대적으로 보상비가 적어 토지 매입비도 낮지만, 군부대 이전비용이나 각종 기반시설 건설 비용 등을 더하면 토지비용은 예상보다 늘어날 수 있다.

    이와 관련, 홍 의원뿐 아니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토지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싱가포르나 스웨덴처럼 연기금이 나서면 재원 마련에는 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토지와 건물을 모두 국가가 임대하자는 견해를 내놓은 경실련은, 연기금을 활용하는 싱가포르처럼 한국도 국민연금을 활용하면 된다는 논리를 편다. 경실련 김헌동 아파트거품빼기운동본부장은 “싱가포르의 경우 강제적 사회보장성 저축인 중앙연금준비기금(CPF·Central Provident Fund)을 투입해 토지를 매입하고 주택을 공급한다”며 “같은 방식으로 국민연금이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토지를 매입해 임대한다면 토지임대-건물분양 방식은 현실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국민연금이 토지 매입에 나서기만 하면 건물을 팔아 투입된 연기금을 조기에 갚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홍 의원이 제시하는 방식은 이렇다. 예를 들어 평당 1000만원짜리 땅 1만평을 개발한다고 할 때 용적률을 높여서 건물을 더 지어 분양한다. 이 때 건물분양으로 받은 돈으로 땅값의 90%, 즉 900억원을 마련하면, 연기금에서 투입된 돈을 미리 갚을 수 있다. 그러면 나머지 10%에 해당하는 땅값(100억원)만 남는데, 월 10만원씩 지료로 내서 처리하면 조기에 회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주택공사 부설 주택도시연구원은, 이 같은 방식을 도입하되 보증금 제도를 결합하면 초기 투자자금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주택도시연구원 이영은 연구원은 “통상적으로 지대의 20~30%를 주택 분양자들이 보증금으로 내고 토지 임대료를 매년 납부할 경우 초기 투자자금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연금을 활용하자는 주장에는 반대의견도 만만찮다. 이들은 국민연금 가입자의 불신이 커지고 연금 재정안정을 해칠 것이라고 우려한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예컨대 국민연금의 공공성만 강조돼 이러한 사업에 투입됐는데, 막상 토지를 매입한 상황에서 땅값이 폭락하면 연금의 부실화로 직결된다. 이는 또 다른 사회부작용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재원 못지않게 큰 걸림돌이 있다. 바로 이 제도가 ‘국민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홍준표 의원은 “생각만 바꾸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홍 의원은 “토지개발 이익에 대한 욕심이 없다면 굳이 ‘소유’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며 “생각을 바꾸면 땅 소유권 없이 ‘땅 월세’를 내고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선 주택이 노후 생활대책의 하나로 재테크 성격을 띤다. 또 외국에 비해 집을 자녀에게 물려주려는 상속의지도 강하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이 방식에 따르면 건물이 멸실될 경우 빈손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며 “한국 정서에 결코 맞지 않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또 “건축 후 40년이 지나 재건축을 할 때는 입주민을 쫓아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오랜 기간 막대한 임대료를 낸 사람들이 이런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건설사 주택사업부 관계자는 “토지를 국가가 수용할 경우 도로나 학교 등 사회기반시설 비용을 건축비에 전가할 가능성이 크므로, 결과적으로 조삼모사(朝三暮四)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즉 사회기반시설을, 먼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세금을 거둬 짓는 것이나 나중에 건축비를 더 거둬 짓는 것이나 입주민에게는 그게 그것이라는 얘기다.

    토공·주공의 난색

    토지 임대부 분양방식을 적용할 곳이 수도권 내에 많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파 신도시야 국공유지가 많지만, 당장 서울시가 개발을 추진하는 마곡지구 등은 평당 보상가격이 200만원을 호가한다. 다시 말해 재원이 마련되지 않은 채 토지 임대부 분양을 실시할 경우 서울시는 막대한 적자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토지공사나 주택공사가 이 방식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점도 난제다. 홍 의원은 이에 대해 “토공이나 주공 같은 공공기관은 국민을 상대로 이익을 남기는 장사를 해선 안 된다”며 강하게 비판한 적이 있다. “왜 토공이 국민을 상대로 장사를 해서 남는 돈으로 개성공단이라는 적자 사업을 하느냐”며 공공기관의 인식전환을 촉구하기도 했다.

    아파트 반값 공급, 公約인가 空約인가

    송파 신도시의 중심부지가 될 예정인 서울 송파구 장지동-거여동 일대 남성대 골프장.

    그러나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벌어들인 돈을 개성공단에만 쓰는 것이 아니다. 임대아파트, 산업단지 조성 등 국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에 사용하고 있다”며 홍 의원의 주장을 반박했다. “홍 의원의 주장대로라면 사회와 산업의 안전판이라는 공공기관 고유의 임무를 포기하라는 것인데, 이를 받아들이기는 곤란하지 않느냐”는 주장이다.

    또 다른 정부 산하기관 관계자도 “토지 임대부 주택공급방식은 현행 아파트 분양정책의 일대 전환은 물론, 건설·부동산시장 나아가 한국경제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단순히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토지 임대부 공급방식이 집값 안정에 기여할 것인지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일단 토지 임대부 분양으로 송파 신도시 아파트의 분양가가 강북의 절반, 강남의 4분의 1 정도로 낮아진다면 강남을 비롯한 수도권의 집값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RE멤버스 고종완 대표는 “강남과 인접한 송파의 분양가가 기존 분양가보다 절반만 낮아진다면 강남 집값이 예전처럼 상승세를 타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준표 의원도 “강남 집값 불안의 원인은 강남의 땅값 불안에 있다”며 “강남 요지의 땅을 매입하고 건물만 분양하면 결과적으로 아파트 가격이 안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동산뱅크 길진홍 팀장은 “강남 요지의 비싼 땅을 대규모로 매입하는 데는 막대한 돈과 법적인 제도가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상대적으로 매입비가 거의 없는 송파 신도시에 이 제도를 도입한다고 해도 임대주택과 중소형 주택이 대거 지어진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며 “강남 중대형 아파트의 희소성이 더 부각되면서 강남 집값이 급등할 빌미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라리 개발 밀도를 높여라”

    그럼에도 택지비를 낮춰 분양가를 인하해야 한다는 문제의식 자체는 사회적 공론화를 거쳐 제도적 개선방향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토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판교의 경우 택지비가 평당 580만~641만원 선, 건축비는 가산비용을 포함해 460만원으로 택지비 비중이 60%를 넘는다”고 말했다. 따라서 총 사업비의 20%를 차지하는 간선교통시설 비용을 지자체나 공공기관이 분담하면 평당 120만원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즉 광역교통시설의 경우 정부나 지자체가 재정을 투입해 건설해야 하는데도 대부분 토공이나 주공 등에 떠넘겨 결국 소비자 몫으로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건교부가 국토연구원에 의뢰해 발간한 ‘광역교통 개선대책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판교·동탄·교하·흥덕 지구와 오송생명과학단지 등 전국 12개 사업지구의 광역교통 개선비용은 평균 3833억원으로 총 사업비의 28.7%에 달했다. 토공과 주공이 이 가운데 84.9%를 부담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렇게 전가된 비용은 ‘택지원가 상승→택지공급가 상승→아파트 분양가 상승’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개발 밀도를 조정할 경우 분양가 인하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D건설 주택사업부 관계자는 “홍 의원이 발표한 내용 중 용적률에 대한 인센티브를 줘 개발 밀도를 높이자는 부분은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환경단체 등의 압력으로 급증하기 시작한 도로·공원 등 무상공급 면적을 대폭 줄이고 개발 밀도를 높이면 분양가 인하효과는 곧바로 나타나리라는 것.

    실제로 판교·동탄·김포 등 이른바 2기 신도시의 녹지율은 평균 33.5%로,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18.7%)의 두 배에 육박한다. 무상공급 면적은 최근 들어 환경단체 등의 압력으로 급증하기 시작해 판교의 경우 전체 사업지의 62%가 공원 또는 내부도로다. 이에 따라 아파트 등을 지을 수 있는 가용토지가 38%로 줄어 분양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토공 관계자는 “용적률이 194%에 달하는 분당 신도시가 쾌적성에 문제가 없는데도 판교 신도시는 용적률을 160%로 지나치게 낮춰졌다”며 “용적률을 높이면 아파트를 더 많이 지을 수 있기 때문에 분양가가 그만큼 떨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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