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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의 ‘대표 사학’ 연세대 정창영 총장

“슬럼프? ‘좋은 대학’ 넘어 ‘위대한 대학’ 으로 가는 성장통이죠”

  • 구미화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hkoo@donga.com / 사진·김성남기자

기로의 ‘대표 사학’ 연세대 정창영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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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회사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는 20대 후반의 연세대 졸업생이 한 이야기다.

모교에 대한 연세대 동문들의 위기의식은 그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연세대 출신의 한 검사는 지난 가을 “연대가 경영대마저 고대에 밀렸다는 얘기가 들린다. 연대가 이렇게 갈피를 못 잡고 흔들리는 건 주인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그가 확실한 근거를 갖고 이야기한 건 아니다. 두루뭉술한 두 문장은 다만 연·고대와 관련된 두 가지 사실에 뿌리를 두고 있다. 앞 문장은 8월31일 고려대 경영대 학부와 대학원이 모두 세계경영대학협회(AACSB) 인증을 받은 사실, 두 번째 문장은 2004년 말, 연세대 창립자인 언더우드 일가가 모두 미국으로 돌아갔다는 사실에서 유추한 것이다.

고려대의 AACSB 인증 소식은 “고려대 경영대 학점, 하버드도 인정”이라는 제목하에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AACSB는 미국 내 주요 경영대학이 모여 설립한 비영리기관으로 경영학 교육 품질을 평가하는 단체다. 교수진, 학점, 커리큘럼, 연구업적 등 21개 분야를 평가하는데, 하버드·코넬 등 미국 400여 개 대학이 인증을 받았고, 아시아권에서는 홍콩 과학기술대, 일본 게이오대, 싱가포르 국립대 등이, 국내에서는 서울대 학부와 KAIST 경영대학원에 이어 고려대가 세 번째로 AACSB 인증을 획득했다. AACSB 인증을 받은 대학끼리는 학점 교류가 가능하다. 고려대 경영대 출신이 하버드 등 AACSB 인증을 받은 외국 대학으로 유학하면 고려대에서 받은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AACSB 인증이 경영대학의 우열을 가리는 절대적인 잣대는 아니다. 그러나 고려대의 AACSB 인증 획득 소식은 ‘고려대 경영학과를 외국 명문대가 인정한다’는 식으로 해석되면서 90년 전통을 자랑하며 절대 우위를 차지해온 연세대 경영대학의 명성에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사실 AACSB 인증을 신청한 건 연세대가 먼저다. 연세대가 실사(實査)를 받는 과정에서 한 가지 문제점이 발견됐고, 그것을 개선하는 사이 고려대가 먼저 인증을 획득한 것이다. 오는 가을 AACSB 인증을 획득할 것으로 보이는 연세대로선 “한방 먹었다”는 이야기가 나올 만도 하다.

이명박의 상승, 김우중의 몰락



연세대 경제학과 출신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 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온 이명박 서울시장을 대조하며 위기의식을 드러내는 연세대 동문도 있다. 연세대를 졸업한 한 방송사 라디오 PD는 “김우중 회장이 몰락한 게 최근의 일은 아니지만, 이명박 시장이 대권(大權) 후보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김 회장의 참담한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면 연대와 고대의 위상을 상징하는 것처럼 느껴져 섬뜩할 때가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연세대 동문들 사이에 푸념처럼 떠돌던 이야기가 수치화되어 나타나고 말았다. 입시전문학원 청솔교육평가연구소가 2006학년도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정시 합격자 1411명을 표본 조사한 결과 연세대 경영대 합격자 수능 평균점수(537.3점)가 고려대 경영대(538.9점)보다 1.6점 낮았다.

모집인원의 20.5%를 표본 조사한 것이라 실제 성적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고, 1.6점으로 대학의 순위를 매긴다는 게 사실 무리다. 청솔교육 평가연구소측도 “수험생들 사이에선 여전히 연세대 경영대에 대한 선호도가 높으나 2006년 정시모집에서 연세대가 수리탐구 4과목을 모두 반영한 데다 논술의 높은 변별력 등이 수능 고득점자들로 하여금 고려대 경영대로 안정 지원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고려대는 내부적으로 AACSB 인증 획득에 이은 쾌거로 평가하며 고려대 경영학과가 국내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고 자축하는 분위기다.

연세대측은 “내신 성적과 수능 점수, 논술 실력 등이 다양하게 반영되는 입시에서 수능 점수 1, 2점이 높았다고 해서 ‘고려대 경영대가 연세대 경영대를 눌렀다’는 식으로 보도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선택과 집중’을 앞세운 고려대의 놀라운 추격이 연세대에 자극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고 인정한다. 연세대 경영학과의 한 교수가 한 말이다.

“고대의 전략이 좋았다. 이공계열이나 의과대는 따라잡기가 어려우니까 경영대를 선택해 ‘장하성 브랜드’를 만드는 등 노력을 집중했는데, ‘고대는 법대(法大), 연대는 상대(商大)’라는 오랜 선입견을 깬 덕분에 결과적으로 경영대 하나만으로 마치 고대가 연대를 꺾은 것처럼 비쳐지고 있다. 고대로선 선택과 집중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고려대 장하성 교수(경영학)는 삼성 등 ‘재벌의 저격수’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그가 경영대학장에 임명된 것만도 세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장 교수는 지난해 고려대 경영대학장이 된 뒤, “고려대는 법대, 연세대는 상대라는 선입견을 깨겠다”고 공언했다. 삼성과 대립각을 세워온 장 교수가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겸임교수로 위촉한 것도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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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화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hkoo@donga.com / 사진·김성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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