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4월호

한나라당 의원단의 미국 방문기

美 의회, 핵무기 포기한 카다피와 김정일 면담 추진 중

  • 황진하 국회의원·한나라당 cyphwang@hotmail.com

    입력2006-04-10 13: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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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의원단의 미국 방문기
    지난 2월4일부터 6일 동안 한나라당 의원단이 미국 의회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했다. 미 의회가 한나라당 의원만 초청한 것 때문에 많은 국민이 관심을 보였고, 정부와 여당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번 방미는 한국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다수의 미국 상·하원 의원이 공동명의로 김덕룡 의원(전 한나라당 원내대표)을 통해 초청 의사를 전해오면서 성사됐다. 방문단은 단장인 김덕룡 의원을 비롯해 남경필, 권영세, 전여옥, 박형준 의원, 필자 6명이었다. 방미 일정의 대부분은 워싱턴에서 진행됐으며, 일정 중 하루는 최근 정보·유전·생명공학, 방위산업의 중심지로 발돋움하고 있는 버지니아주 리치먼드를 방문했다. 귀로(歸路)에는 뉴욕에 들러 교민들과 대화하는 자리를 가졌다.

    일정은 김덕룡 의원의 내셔널 프레스 클럽(National Press Club, 이하 NPC) 연설에 이은 합동기자회견으로 시작됐다. 조지 앨런(공화, 버지니아) 상원의원, 크리스토퍼 스미스(공화, 뉴저지), 다이앤 와트슨(민주, 캘리포니아), 커트 웰돈(공화, 펜실베이니아), 톰 데이비스(공화, 버지니아) 하원의원 등 10여 명의 의원과 개별면담 및 토론이 이어졌다. 또 미 공화당 정책수립 모임인 그로버 노퀴스트 연석회의(Grover Norquist Meeting)에 참석했으며, 백악관 및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관계자들과 합동간담회도 가졌다.

    이번 방문을 통해 한미 간의 핵심적이고 지속적인 관심사인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 동맹관계의 발전, 현안인 북한 핵, 북한 인권, 평화체제와 전시 작전통제권, 그리고 현재 협상 초기에 있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한국인 비자 면제 조치 문제 등에 대해 폭넓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방문 기간 중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부인인 코레타 스캇 킹 여사의 영결식이 있었는데, 미국 주요 지도자 대부분이 이 자리에 참석하는 바람에 예정돼 있던 일부 중요인사와의 면담이 성사되지 못해 아쉬웠다.



    워싱턴의 2월 날씨는 서울보다 쌀쌀했다. 미국측 인사들이 보는 한미관계와 한국에 대한 태도도 그런 날씨만큼이나 포근하지 못했다. 공식적으로는 한미 모두 두 나라 관계가 건강하다고 장담했으나, 싱크탱크의 한국 문제 전문가와 일부 의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었다.

    헨리 하이드 하원 국제관계위원장과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한 발언(하이드 위원장은 맥아더 장군 동상 철거 주장에 우려를 표했고, 클린턴 의원은 “한국의 발전과 자유에 대한 미국의 기여를 인정하지 않는 한국 때문에 한미관계가 역사적 망각 상태에 빠져 있다”고 했다)의 여운이 이어지고 있었다.

    특히 지난해 11월 한국이 유엔 총회의 북한 인권 결의안 채택에 기권한 일, 12월 서울에서 개최된 북한 인권 주간 행사에서 한국 정부가 보여준 무성의한 태도에 큰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미국측 인사들은 올초 양국이 합의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와 한미 FTA 협상 개시를 긍정적 진전으로 보고 있었다. 어려움을 무릅쓰고 이라크에 파병한 것을 감사했고, 오랜 한미동맹의 역사를 들추며 한국이 미국의 중요한 우방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미국측 인사들은 동북아 집단안보체제 구축 가능성, 6자회담 재개 전망, 한국의 대북정책, 북한 인권 문제 등에 대한 야당의 견해, 그리고 정부와의 차이점을 물었다. 또한 차기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집권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궁금해했다.

    2008년 미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조지 앨런 상원의원(2008년 대선주자로 거론)은 “한국은 미국의 중요한 동맹이자 미국과 가치관을 공유하는 국가라는 점에서 나는 오래 전부터 (한국에 대한) 비자 면제를 주장해왔다. 교역, 관광, 기업활동 목적의 방문자들이 비자 때문에 제약을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비자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한미 FTA를 ‘신흥 강국 중국에 대한 견제’의 관점에서 설명해 흥미를 끌었다. “한미 FTA는 미국이 아시아 국가와는 처음 체결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특히 중국의 경제성장과 군사상황을 고려할 때 중국과의 경쟁관계에서도 큰 의미를 갖는다”는 것. 그는 또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 북한은 중국의 지원이 없으면 존립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새 대북 카드, ‘강제수용소 방문’

    하원 국제위원회 부위원장이자 인권위원장을 맡고 있는 크리스토퍼 스미스 하원의원은 “탈북자의 미국 이주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미국 이주를 희망하는 탈북자를 수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라이스 국무장관에게 탈북자의 입국을 개방하라고 요청하겠다. 나는 반(反) 이민 추세에 반대한다. 테러와의 전쟁으로 이민을 반대하는 정서가 있지만 이민의 문호는 모든 민족에게 개방돼야 한다.”

    미국 정치인들은 북한 내 탈북자 강제수용소를 방문하는 공격적 대북 접근법도 구상하고 있었다. 스미스 의원은 이렇게 설명했다.

    “인공위성 사진을 통해 북한의 (탈북자) 수용소 위치 대부분을 알 수 있으니 그곳에 대한 방문 제의를 대(對) 북한 카드로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는 과거 미국이 구 소련에 대해 활용한 바 있는 아이디어다.

    공산국가들은 인권 문제는 일단 제쳐놓고 다른 문제부터 논의하자고 한다. 그러나 냉전 때 미국은 구 소련에 계속해서 인권 개선을 주장했다. 그 결과 구 소련과 헬싱키 인권회의에서 고문 및 비인도적 처우에 반대하는 데 합의했다. 그 뒤 방문단측은 모스크바에서 수천 마일 떨어진 수용소 35개소를 방문한 적이 있다. 두 나라가 군축협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우선 3개월 비자 면제 추진”

    북핵 문제에 대해 미국측은 “미국이 독자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동맹국인 한국과 협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톰 데이비스 하원의원의 말이다.

    “북한은 위험한 나라다. 그런데 북한의 위험성은 한국보다 미국이 더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 것 같다.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가 협상을 주도해 나가야 한다. 한미 양국은 49년간의 동맹을 통해 다방면으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미국은 한국이 침략을 받으면 1950년 6·25전쟁 때처럼 또 파병할 것이다. 한국도 대이라크 전쟁에서 미국을 돕고 있다. 북한은 문명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한미가 서로 협력해 궁극적으로 북한이 체제를 전환, 자유세계의 깃발 아래 한반도가 통일되기를 희망한다.”

    미국 의회측이 한국의 최대 민원 가운데 하나인 미국 입국 비자 면제에 대해 전향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특히 일단 3개월 비자 면제를 먼저 추진해본 뒤 전면 면제로 가자는 방안은 현실성 있는 아이디어로 보였다. 이어지는 데이비스 의원의 말이다.

    “한국 이민은 미국을 더욱 훌륭한 나라로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해왔다. 한국계 이민자가 미국 시민보다 훌륭하다. 더 고귀한 가치관, 더 뛰어난 기업운영 능력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다. 따라서 비자 면제는 대단히 중요한 과제다. 우리의 목표는 한국이 비자 면제 요건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다. 한국은 테러와 관련이 없다. 비자 발급 거부율을 낮추는 것이 중요한데, 거부 상한선을 낮추는 방법도 있다. 비자 유효기간 위반 사례(overstay)가 가장 큰 문제다. 이 문제는 비자 면제 조치가 실시되면 자연히 해결될 것으로 본다. 그 전 단계로 3개월 면제 방안 도입이 가능하다고 본다.”

    한편 박형준 의원이 정부 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하자 데이비스 위원은 “의회는 정부가 커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공감을 표했다. 그는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정부는 커진다. 현안이 발생하면 새 조직이 생기고, 한번 생기면 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나타나는 ‘정부 비대화 현상’은 비단 한국의 문제만은 아닌 듯했다.

    하원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인 커트 웰든 의원은 한반도 정세를 이렇게 분석했다.

    “중국은 북핵 문제의 해결을 원치 않는다. 그래야 미-한-일 사이에 지렛대가 생겨 카드로 써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에 압력을 넣을 수도 있다. 가령 수백억달러에 이르는 대중 무역적자를 활용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당근과 채찍을 함께 사용해야 한다. 무한정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다. 한미동맹은 막강하다. 미국이 북에 대한 금융제재를 잠정적으로 풀고 6자회담을 재개해도, 한반도 상황에 진전이 없고 북한이 불법행위를 계속하면 제재조치를 재발동할 수 있다고 본다. 만약 북한이 남침을 감행한다면 강력한 보복을 가할 것이다.

    북한의 민주화는 한국인들의 몫이다. 한국은 북한의 민주화를 지원하고 설득하며, 북한을 교육하고 북한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다. 최상의 전략은 총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미국은 통일 지지, 중국은 반대”

    한나라당 의원단의 미국 방문기

    미국 비자를 받기위해 주한 미국 대사관 앞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시민들. 미국 비자 면제에 대한 기대감이 최근 높아지고 있다.

    그는 리비아의 절대권력자인 카다피 대통령의 사례를 들었다. “카다피가 핵을 포기한 후에도 자신의 지위에 아무런 변화 없이 건재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 논리는 방문단에게 상당한 흥미를 유발시켰다. 그는 “카다피에게 김정일을 만나 설득해보라고 권유하고 북한에도 카다피 초청을 요청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원 외교위 아시아소위 소속 다이앤 와트슨 의원도 “미국은 한국의 통일을 지지하는데, 중국은 통일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나라당 방문단은 2월8일 미 공화당 정책수렴 모임인 그로버 노퀴스트 연석회의에 초청받아 약 두 시간 동안 공화당의 다양한 정책을 들을 수 있었다.

    그로버 노퀴스트 연석회의는 50개의 공화당 싱크탱크 조직이 정치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 회의는 매주 수요일 오전에 개최하며, 미국 전역의 공화당 조직에서 제안된 의제 중 엄선된 문제(1회에 통상 25~40개)를 다룬다. 국회의장, 원내대표, 백악관 등 공화당 지도부의 대리자가 반드시 참석해, 제안된 안건들을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2윌9일엔 부통령의 고문, NSC 국장, 특별보좌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미 주요 현안에 대한 간담회가 열린다고 해 백악관을 방문했다.

    이들은 약 한 시간에 걸친 간담회에서 궁금한 사항을 질문하고 솔직한 의견을 개진했다. 그러나 이들은 대화 내용에 대해 비공개를 원했다.

    한나라당 의원단의 미국 방문기
    黃震夏
    ● 1946년 경기 파주 출생
    ● 육군사관학교 졸업(25기), 미국 센트럴미시간대 석사
    ● 국방부 정책기획차장, 유엔 평화유지군 사령관
    ● 現 제17대 국회의원(한나라당)


    이어 방문단은 워싱턴과 뉴욕에서 교민 단체와 만났다. 해외동포의 참정권 확보, 이중국적 허용 문제가 그들의 중요 관심사였다. 동포들은 또 최근 냉각된 한미관계를 체감하고 있었다. 한편 2005년 11월 뉴저지주에 있는 인구 10만여 명의 에디슨시(市)시장으로 당선된 준 최(Jun Choi, 한국명 최준희)씨는 “주한 미국대사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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