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5월호

이동통신사 내부 문건 단독 입수

“2004년 정보통신부에 조직적 로비 시도”

  •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6-04-27 18: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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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대제 장관은 경영진이 직접 관리 계획”
    • “정통부 위원은 회사 포럼에 가입시켜 우군화”
    • “관리 차원서 정통부 산하 기관에 10억 용역 발주”
    • “요금인하 방어 성공해 1200억 성과 냈다”
    이동통신사 내부 문건 단독 입수
    이동통신회사 KTF가 정보통신부 산하 연구기관에 10억여 원의 연구용역을 발주한 것을 ‘핵심 이해관계자 관리 강화’ 차원이라고 밝힌 내부 문건이 공개됐다. ‘신동아’가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으로부터 입수한 이 문건에 따르면 이 회사는 자체 설립한 연구회나 포럼에도 정통부 소속 위원회 위원들을 가입시켜 우호세력으로 관리해왔다.

    또한 2004년 3월 “2004년도 휴대전화 요금인하율을 최소화하기 위해 진대제 장관 등 정보통신부 공무원들을 ‘적극 관리’한다”는 ‘요금인하 방어 방안’ 문건도 작성했다. 8개월 뒤인 같은 해 11월에는 ‘실적 보고’ 문건에서 “요금인하 방어에 성공해 1200억원의 매출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지난 2월 “KTF 임원 25명, 팀장 7명, 팀원 12명이 정보통신부 과장 이상~주사급 123명, 정통부 산하 통신위원회 위원, 정보통신정책심의위원회 위원, 정통부 산하기관인 정보통신정책연구원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을 개인별로 링크해 관리한다”는 KTF 문건(2004년 작성)이 공개돼 파문이 일었다. 정통부는 자체 조사를 벌인 뒤 “정통부 관계자들은 KTF로부터 어떠한 로비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권영세 의원은 “정통부 조사가 충분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지금까지 공개된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KTF가 정통부측에 로비를 시도했다는 내용을 담은 새로운 문건을 공개한 것도 ‘재조사’를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통신 등 IT분야는 차세대 성장동력이며 막대한 이권(利權)이 걸려 있으므로 이 분야 소관 부처에 대한 의문과 논란을 철저한 조사를 통해 해소함으로써 정책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게 권 의원의 견해다.

    2004년 제작된 이 문건들은 ‘현황 분석’ ‘대응방안 마련’ ‘실행 및 성과’의 3단계로 분류된다. ‘현황 분석’에선 이동통신사 시장 상황 및 정보통신부 등 관련 부처의 정책기조가 면밀히 검토되어 있다.



    ‘현황분석 대응 성과’ 3단계

    ‘대응방안 마련’에선 자사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관련 부처의 정책기조를 유리한 방향으로 바꿀 방안이 마련되어 있다. 여기엔 정보통신부 공무원들에 대한 ‘관리 계획’도 들어있다.

    ‘실행 및 성과’에선 이 같은 대응방안을 실행에 옮겨 정보통신부 등 정부의 정책이 이 회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바뀌게 된 사실, 그 결과 어느 정도의 수익을 거두게 됐는지 구체적인 액수를 밝히고 있다. 문건에 따르면 이 회사는 6개월(상반기·하반기) 단위로 이른바 ‘대외협력 실적’을 평가했다.

    ‘이동전화 요금인하 관련 의견’ 문건(2004년 3월 작성)은 이동통신사의 일률적인 휴대전화 사용요금 인하가 KTF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분석했다. KTF는 ‘이동전화 요금인하 방어’를 2004년 핵심 목표중 하나로 설정했다.

    이 문건은 “2003년 1월 SK텔레콤은 7.3%, KTF는 6% 요금을 인하했다”고 밝힌 뒤 “후발사업자의 수익률은 선발사업자 및 타 산업 대비 낮은 수준임. 요금 인하시 자금여력이 풍부한 지배적 사업자에 비해 후발사업자들의 수익성은 더욱 악화되어 지배적 사업자로의 쏠림이 심화될 것임”이라고 분석했다. ‘후발사업자’는 KTF, ‘선발사업자’는 SK텔레콤을 의미한다.

    이 문건은 “현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요금인하를 단행할 경우 매출 및 이익의 하락세가 가속화되어 결국은 기업 생존의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음”이라고 했다. 이어 ‘이동전화 요금인하 대응방안’이라는 별도 문건(2004년 3월 작성)에서 “정통부는 이동전화요금인하를 준비 중임”이라고 밝혔다.

    “정통부 위원회에 非우호자 배제”

    이처럼 ‘현황 분석’을 한 뒤 이 문건은 ‘대응 방안’으로 “요금인하 대응을 위한 사내 TFT(태스크포스팀) 구성, 전사 임원의 주요 이해관계자 적극 관리”를 제시했다. 이어진 구절에선 전사 임원의 ‘적극 관리 대상자’인 ‘주요 이해관계자’의 리스트가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정보통신부 OOO 및 OOO, KISDI(정통부 산하 정보통신정책연구원) OOO 및 OOO, 재정경제부, 국회(열린우리당), SK텔레콤, NGO, 언론.”(문서에는 OOO 부분이 실명으로 적혀 있음)

    요금 문제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부처인 정통부와 정통부 산하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경우 관리대상자의 실명이 적혀 있고, 나머지는 부처명만 있다. 진대제 당시 정통부 장관에 대해선 경영진이 관리하도록 돼 있다.

    정보통신부는 SK텔레콤의 요금인하엔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반면 KTF의 요금인하는 KTF측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그러나 선발 경쟁사의 요금인하율은 KTF측에도 즉각적인 파급효과를 갖는다. 따라서 요금인하 문제에 있어서 정보통신부와 산하 연구기관의 결정은 KTF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회(열린우리당)’라는 표현이 ‘주요 이해관계자’ 대상에 들어간 이유와 관련, 문건은 2004년 2월부터 열린우리당이 휴대전화 요금인하 문제와 직결된 “민생경제대책 특별본부 내 휴대전화요금 및 통신산업 구조조정 대책 TFT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문건이 담고 있는 ‘주요 이해관계자’ 리스트는 지난 2월 공개된 KTF의 정통부 소속 공무원 123명 관리 프로그램(GR·Government Relations)과는 다르다. ‘GR’은 특정 사안과는 관계없이 평소 KTF의 우호세력을 확대한다는 차원에서 기획된 것이다. 그러나 이번 문건의 ‘주요 이해관계자’ 리스트는 ‘휴대전화 요금인하 방어’라는 특정목적 실현을 위한 맞춤형 성격으로 보인다.

    ‘실행’ 단계에서 ‘2004 하반기 업무추진실적’ 문건(2004년 11월)은 “우호적인 정보통신부 소속 정보통신정책심의위원 선정을 유도했다”고 평가했다. 정보통신정책심의위원은 정보통신부의 주요 정책결정에 대한 심의를 통해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위치에 있다. 이 문건은 “정보통신정책심의위원회 개편에 적절히 대응해 당사에 유리한 인적 환경을 조성했다”고 재차 ‘실적’을 강조했다. “당사에 비(非)우호적인 위원 배제 유도토록 정책환경 개선”이라는 표현도 들어 있다.

    구체적 ‘실적 사례’로, 문건은 ‘정보통신정책포럼’ ‘통신산업연구회’ 등 KTF의 자체 포럼이나 연구회에 정통부 소속 정보통신정책심의위원 OOO씨, OOO씨, OOO씨를 가입시켜 ‘KTF에 우호적 대외 정책환경 조성을 위한 인적 네트워크 기반을 확대’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2004년 ‘주요 이해관계자 관리 강화’ 차원에서 연구용역을 운영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2004년 정통부 산하 기관으로 알려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10억여 원의 연구용역을 발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건에는 “경조사, 승진 및 인사이동 등에 지원을 통해 정통부와 유기적 협조체제를 구축했다”고도 나와 있다. 부패방지법에 근거해 정부 각 부처에서 시행되는 공무원청렴유지강령에 따르면 공직자는 예외적 경우가 아니면 업무 관련자로부터 금품이나 인력지원 서비스를 받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문건에는 2004년 요금인하 문제에 대해 적절히 대응한 결과, 회사 이익에 기여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돼 있다. “‘모든 이동전화 가입자에게 기본료 1000원 인하 혜택을 제공한다’는 정통부의 방침에 전략적으로 대응해 2003년 요금인하 수준과 비교시 당사 매출액(1209억원)과 당기순이익(933억원)의 손실을 방어하였음”이라고 밝힌 것.

    문건은 이와 관련, “정통부에 제출한 당사 요금인하 효과는 3.8%인데 내부적인 실질 인하율은 1.9%”라고 했다. 요금의 실질적 인하율은 대외적으로 정부나 가입자에게 밝힌 인하율과 다르고 그 만큼 KTF측이 이익을 봤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내용이다.

    이런 효과가 발생한 이유에 대해선 “매년 1월 단행된 요금인하 시기를 9월까지 연기시킴에 따라 손실 최소화를 실현하게 됐다”고 했다.

    KTF, “실무자가 실적 과장해”

    KTF측은 이러한 문건 내용에 대해 ‘신동아’에 해명서를 보내왔다. KTF는 해명서에서 요금인하와 관련, “문건에 실질요금 인하효과가 1.9%로 되어 있는 것은 실무자가 피(被)평가자의 처지에서 높은 (인사고과) 점수를 받기 위해 무료통화 등의 증가로 인한 매출 감소를 고려하지 않고 보고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KTF측은 “정통부 장관에 대해 ‘이해관계자 관리’라고 표현한 것은 경영진이 이해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일상적 활동을 표현한 것에 불과하며, 실무자 차원에서 검토되어 보고됐을 뿐 실행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당사에 비우호적 정보통신정책 심의위원 배제 유도토록 정책환경 개선 인선’이라는 문구에 대해선 “정통부 출입 기자 등을 통해 심의위원으로 거론되는 주요 인사의 동향을 파악한 것에 불과하다. 그 표현은 실적을 기술하는 과정에서 평가를 잘 받기 위해 과장한 것”이라고 했다.

    이동통신사 내부 문건 단독 입수

    문제의 이동통신사 내부 문건.

    ‘핵심 이해 관계자 관리 강화차원에서 연구용역을 운영해왔다’는 부분에 대해 KTF는 “2004년 ETRI에 이동통신 3사가 공동으로 분담하는 연구용역 1건, 마케팅 관련 연구용역 1건을 발주했다. 통상적 용역인데 왜 그렇게 표현해놓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한편 업계에 따르면 정통부나 정통부 산하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근무 경력이 있는 인사 중 9명은 SK텔레콤 임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정통부측은 이 문건에 대해 “KTF측이 정통부 및 관련 부처를 ‘관리’하여 실적을 올렸다고 하나, 그 근거의 구체성이 떨어지고 현실성이 없다. 이동통신사로부터 로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다음은 문건 각 내용에 대한 정통부 전제경 홍보담당관의 설명이다.

    ▲ 경조사, 승진 및 인사 이동 지원을 통해 정통부와 유기적 협조체제 구축했다 : 정통부 공무원이 이동통신사로부터 경조사나 인사 때 지원을 받는다는 얘기는 처음 들어본다. 부처 내에 경조사를 지원하는 파트가 별도로 있으므로 굳이 사기업으로부터 지원받을 이유가 없다. 공무원청렴유지 강령을 위반하는 일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우호적 정보통신정책심의위원이 선정되도록 유도했다 : 정보통신정책심의위원 인선에 이동통신사가 간여할 여지는 없다. 이동통신사 직원이 인선 결과를 두고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해 실적 부풀리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정보통신정책심의위원들을 본사 포럼에 가입시켰다 : 해당 위원들은 정통부 소속이 아닌 외부 전문가들이어서 정통부도 컨트롤하지 못한다. 정통부 위원이 관련 기업 포럼에 가입한 일이 있는지, 규정에 위반되는 것인지 조사하겠다.

    정통부, “진 장관, 투명하게 업무 수행”

    ▲‘주요 이해관계자 관리 강화’ 차원에서 연구용역을 운영했다 : 이동통신사가 그런 목적으로 연구용역을 줬다고 설명하고 있다면 그건 논란이 될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러나 ETRI에 연구용역을 줬다고 해서 정통부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 ETRI는 사실 정통부보다는 과학기술부 산하기관으로 봐야 한다. KTF가 연구용역을 주게 된 경위를 조사하겠다.

    ▲요금인하 방어를 위해 진대제 장관 등 정통부 공무원들을 관리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요금인하 방어에 성과를 거뒀다 : 장관 등 정통부 공무원이 관련 기업 관계자를 만나 입장을 듣고 이를 검토할 수 있다. 그것은 정상적 업무다. 이동통신사가 그런 정도를 갖고 ‘관리’라고 한다면 그것은 부적절한 표현이다. 문제의 문건은 구체적인 ‘팩트’는 없이 상당히 포괄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진대제 장관은 재임기간 내내 투명하게 장관직을 수행했으며 일절 로비를 받지 않았다.

    ▲정통부에 제출한 당사 요금인하 효과는 3.8%인데 내부적인 실질 인하율은 1.9%다, 당사 매출액(1209억원)과 당기순이익(933억원)의 손실을 방어했다 : 매년 1월 단행되던 요금인하가 9개월 늦춰졌다는 부분에 대해 사실관계 및 경위를 조사하겠다. KTF가 정통부에 제출한 요금인하 효과와 실질 인하율이 다르다는 부분도 조사해야 할 것 같다.

    ▲권영세 의원의 ‘기존 정통부 조사 미진 및 재조사’ 요구 : 권영세 의원의 재조사 요구는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권 의원의 문제 제기는 행정부를 감시해야 할 국회의원으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고 본다. 다만, KTF 의혹과 관련된 기존 조사에 정통부는 최선을 다했다.

    정통부 양환정 과장은 ‘매년 1월의 요금인하를 2004년엔 9월로 연기시켜 매출액 감소 최소화를 실현했다’는 문건 내용에 대해 “2004년의 경우 정통부는 이동전화 요금인하가 필요없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안다. 그런데 연초부터 재정경제부가 물가관리 차원에서 요금을 내리라고 했다. 재경부와 정통부가 의견을 계속 협의하다 보니 인하시기가 9월로 늦춰진 것으로 안다. 이동통신사가 요금인하 시기를 9월로 연기시켰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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