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르포

蘭에 미친 사람들

“난뿌리 하나 잘 캐면 로또가 부럽지 않다”

  • 김순희 자유기고가 wwwtopic@hanmail.net

蘭에 미친 사람들

2/5
蘭에 미친 사람들

지난 3월 전주에서 열린 ‘세계난산업박람회’ 대상작 ‘홍화소심’(3촉)의 호가는 3억원이다.

김씨는 노후를 걱정하지 않는다. 돈이 필요할 때 소장하고 있는 난을 팔아 노후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김씨처럼 고가의 난을 산채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어느 산에서 캤는지를 가르쳐주지 않는다. 심마니가 산삼을 캔 장소를 외부에 드러내지 않듯 ‘금맥’을 남에게 함부로 알려줄 수 없다는 것이다.

5년 전 전남 나주군 다시면에 사는 50대의 이모씨는 동네 인근 산에서 잎의 가운뎃부분 전체에 황금빛이 맴도는 엽예품 중투 2촉을 산채했다. 평소 난에 관심이 많던 이씨는 광주광역시에 있는 난 상인을 불렀다. 상인이 제시한 매입가는 700만원. 이씨는 또 다른 상인을 불러 값을 흥정했고 1400만원을 손에 쥐었다. 소문은 삽시간에 온 동네에 퍼졌다. 이씨는 자랑삼아 난을 채취한 산의 이름과 위치를 동네사람들에게 가르쳐줬고 그날로 산은 쑥대밭이 됐다.

이씨가 사는 동네 인근에도 난을 산채해 횡재한 농부 김모씨가 있다. 1990년대 말, 김씨는 좋은 난이 많다고 소문난 산을 찾아 이파리에 무늬가 있는 난 10촉을 채취했다. 그는 난 값으로 모두 6000만원을 받았다.

산채로 거금을 손에 쥔 사람들의 이야기는 난 애호가들 사이에 흔하디흔하다. 난으로 ‘횡재’한 사람들의 얘기가 많아지는 것에 비례해 난 애호가도 늘어가고 있다.

“돈 캐러 가는 심정”



전남 화순군에는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10여 년 전, 한 노인이 소일삼아 산에 난을 캐러 다녔다. 노인이 캔 난 중에서 쓸 만한 난을 동네 청년이 3만원씩에 사들였다. 어느 날 노인이 난을 들고 청년을 찾았다. 청년이 다른 때와는 달리 “5만원을 쳐주겠다”고 하자 노인은 ‘좋은 난이구나’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노인은 청년에게 “이 난은 내가 기르겠다”고 하고는 읍내로 향했다. 읍내의 난원(蘭園)에서 “10만원에 난을 사겠다”고 하자 대도시에 가면 더 비싸게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광주광역시로 발길을 돌렸다.

광주의 난원 주인이 “얼마에 팔겠냐”고 묻자 노인은 “석 장이면 팔겠다”고 대답했다. 주인은 그 자리에서 할아버지에게 100만원짜리 수표 석 장을 손에 쥐어줬다. 할아버지는 30만원을 염두에 두고 ‘석 장’을 제시했는데, 주인이 300만원을 내밀자 떡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수표를 거머쥔 노인은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집으로 달려갔다고 한다. 행여 마음이 변한 주인이 난을 안 사겠다고 무를까 싶어서였다.

최근 주5일제가 정착되면서 직장인들 사이에 난 채취 열풍이 불고 있다. 취미를 살리는 것은 물론, 운이 따르면 짭짤한 부수입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성남의 K사 직원으로 구성된 난 동호회 회원들은 해마다 11월 말부터 난꽃이 개화하는 3~4월에 자주 산을 찾는다. 이 동호회에서 활동했던 이모씨의 이야기다.

“동료가 산에서 직접 캔 난을 촉당 수십만∼수백만원씩에 파는 것을 곁에서 보고 나서야 난이 돈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후 날마다 주말이 오기만 기다렸다. 난을 캐러 가기 위해서였다. 아니, 돈을 캐러 가는 심정이었다. 솔직히 말해 난을 난 자체로 본 것이 아니라 돈이라고 생각했다. 난 동호회 회원들 중 난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난 애호가도 있지만 대부분은 고가의 난을 캐는 데 눈독을 들인 사람들이었다. 난에 한창 미쳤을 때는 명품 난이 많이 자생한다는 함평, 영광, 고창 등 남도의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녔다. 난꽃이 피는 3, 4월에는 화예품을 찾아 헤맸고, 여름과 가을에는 엽예품을 채취하기 위해 혈안이 됐다.”

이씨는 지금은 난에서 손을 뗐다고 한다. 3년여 동안 난을 산채하기 위해 여러 산을 훑고 다녔지만 고가의 난을 한번도 손에 쥐지 못한데다 난을 관리하는 데 적잖이 신경이 쓰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산채한 ‘평범한’ 난 100여 분이 관리 부실로 모두 죽었다”고 털어놓았다.

10만원에 사서 수천만원에 팔아

전북 남원시 환경사업소 김광호 소장은 주말마다 동료 공무원들과 함께 산에 오른다. 등산이 취미인 김 소장은 앞서 언급한 이씨와는 달리 “난 자체의 매력에 빠져 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욕심 없이 산에 오르내리던 김 소장은 지난해 가을 지리산 자락에서 엽예품 중투를 채취했다. 김 소장은 이 난을 경상도의 난 상인에게 400만원에 넘겼다. 뜻밖에 횡재를 한 김 소장은 난을 집에서 기르지 않고 사무실에서 키운다. 직원들이 함께 보고 즐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2/5
김순희 자유기고가 wwwtopic@hanmail.net
목록 닫기

蘭에 미친 사람들

댓글 창 닫기

2019/06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