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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취재

‘중국號’ 성장의 대들보 광저우

못 만드는 것, 못 구하는 것 없는 ‘세계의 만물상’

  • 정호재 동아일보 출판국 기자 demian@donga.com

‘중국號’ 성장의 대들보 광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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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인데도 기차 안은 빈 좌석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붐볐다. 열차가 홍콩 중심을 벗어나 창 밖으로 한적한 풍경이 펼쳐지는가 싶더니, 채 30분도 지나지 않아 홍콩 버금가는 거대도시가 눈앞에 펼쳐졌다. 선전이었다.

선전은 홍콩과 맞닿은 도시다. 선전이 중국 개혁개방의 모델도시로 선택된 이유이자 존재이유다. 1979년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선언 이후 선전과 주하이(珠海)는 각각 홍콩과 마카오와의 국경무역을 통해 선진 경제제도를 하나씩 습득해갔다. 주민 60만의 작은 어촌이던 선전은 25년 만에 인구 1000만의 거대도시로 급성장했고, 연평균 28%의 경제성장을 지속하며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835위안에서 6만1596위안으로 73배나 뛰어올랐다.

광둥성 전체로 보면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광둥성 경제는 매년 12%씩 성장하며 홍콩 경제규모에 근접하기 시작, 지난해에는 홍콩과 싱가포르 둘 다 제쳤다는 통계가 나왔다. 2008년에는 타이완을, 2020년에는 대한민국 경제규모를 따라잡겠다는 광둥성 공산당 서기의 발언까지 나왔으니 중국은 홍콩이란 여의주를 입에 문 정도가 아니라 광둥성 전체를 여의주로 삼은 느낌이다.

제3세계 무역의 성지(聖地)

선전에서 잠시 멈춘 기차는 둥콴(東寬)을 거쳐 광저우를 향한다. 홍콩에서 시작된 광둥선은 선전-둥콴-광저우-푸산(佛山)-자오칭(肇慶)으로 연결된다. 중국에는 두 개의 주목할 만한 삼각주 경제지대가 있다. 첫째는 ‘창강(長江) 삼각주’로 상하이(上海)를 중심으로 난징(南京), 쑤저우(蘇州), 우시(無錫), 창저우(常州), 양저우(揚州), 항저우(杭州), 사오싱(紹興) 등 총 16개 도시 8200만 인구를 아우르는 경제지대를 말한다. 이에 버금가는 ‘주강(珠江) 삼각주’란 이 광둥선 주변의 8개 공업도시를 일컫는다.



기차 객실은 중국인들은 물론이고 백인, 흑인이 섞여 있어 다국적 인종의 전시장을 방불케 했다. 인근에 공업도시가 즐비했지만 대다수 승객이 광저우에서 내렸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입고 있는 옷의 절반 이상이 광둥성에서 생산됐을 겁니다. 아프리카 바이어가 요구하는 가격대에 맞출 수 있는 의류 생산지는 전세계에 이곳뿐이거든요.”

이곳에서 잔뼈가 굵은 한상(韓商)의 귀띔이다. 생산이란 다양한 파급효과를 낳는가 보다. 아프리카에서는 광저우를 방문하는 상인이 되는 것을 성공의 기준으로 삼을 정도로 광저우는 이미 제3세계 무역의 성지(聖地)가 됐다고 한다. ‘무역의 성지.’ 듣기에 따라서는 무서운 말이다.

열차로 국경을 통과하면 하차할 때에도 입국절차를 거쳐야 한다. 홍콩에서 광저우까지 기차로 2시간 남짓 걸렸다. 최근 이 노선을 이용하는 한국인이 급증했다고 한다. 광저우-인천 노선 항공권이 언제나 매진돼 구하기 어려운 반면 값싼 홍콩행 항공권은 많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 주로 홍콩, 마카오를 향하던 한국인들의 행선지가 이제는 광저우로 옮겨갔다는 의미다.

광저우는 한눈에 서울을 연상케 했다. 광저우를 관통하는 주강의 풍경은 한강과 흡사하고, 중심가에 솟은 마천루나 빽빽하게 거리를 메운 자동차 또한 서울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한국에서 아이들을 데려올 생각입니다. 지금껏 나 혼자 중국을 오가며 사업을 해왔는데, 이제는 광저우에 정착하려 해요. 중국 어디에도 이만한 여건을 갖춘 도시가 없어요. 세계를 상대로 비즈니스를 하기에도 한국보다 낫습니다.”

광저우의 동대문시장 격인 광저우국제경방성(廣州國際輕紡城) 인근 오피스텔에서 40대 중반의 한국인 사업자 3명이 함께 숙식을 해결하며 무역전장의 최일선을 지키고 있었다. 이들이 내세운 무기는 의류시장에 대한 현장지식과 중급 정도의 중국어, 그리고 이곳 화남에까지 들어와 한상들을 돕고 있는 조선족의 헌신적인 도움이다.

희망 찾아 악으로 깡으로

광저우에 정착한 무역업자들이 하는 일은 천차만별이지만 다음 몇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 번째는 한국에서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의류의 원자재를 이곳에서 물색해 한국으로 사 나르는 일이다. 하나의 의복을 구성하는 부속품은 10여 가지에 그치지만 그 종류는 무한대라고 할 만큼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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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재 동아일보 출판국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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