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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작 논란, 박수근 화백 아들 박성남의 심경 토로

“그림값 거품 빠져야 아버지 그림 제대로 평가받는다”

  • 윤필립 在호주 시인 philipsyd@naver.com

위작 논란, 박수근 화백 아들 박성남의 심경 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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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미술사상 최대 위작사건’

위작 논란,  박수근 화백 아들 박성남의 심경 토로

박수근 화백(왼쪽 사진)의 가짜그림 사건으로 곤욕을 치른 아들 박성남 화백.

일지에서 보듯이 사건수사는 막바지에 이른 느낌이다. 4월4일 오전, 필자는 서울에서 보낸 팩스 한 장을 받았다. ‘이중섭·박수근 가짜그림 고소사건’ 때문에 한국에 머물고 있는 박성남(59)씨가 보낸 것인데, 내용은 ‘법률신문’ 4월4일자 보도였다.

서울고검 형사부(오병주 부장검사)는 2일 고 이중섭 화백의 차남 태성(56)씨와 김용수 한국고서연구회 명예회장이 고 이중섭·박수근 화백의 그림 58점을 위작이라고 판정한 서울중앙지검의 결정에 불복해 제기한 항고를 기각했다. 오 부장검사는 “지난해 서울중앙지검이 의뢰한 서울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과 종이 탄소연대측정 결과를 뒤집을 만한 반증을 찾을 수 없었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2004년 10월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는 태성씨와 김 회장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을 가짜라고 주장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한국미술품감정협회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소한 사건에서 ‘가짜’라는 결론을 내리고 김 회장이 소유한 두 화백의 그림 2740점을 압수했다.

2005년 6월, 소설가 박완서 선생이 시드니를 방문했다. 처음으로 시드니를 방문한 선생은 한 차례 문학강연을 한 다음, 호주 원주민(애보리진)의 생활상을 알아보는 등의 일정을 보냈다. 그런데 박완서 선생이 시드니에서 꼭 만나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었다. ‘한국의 서양화가 중 가장 한국적인 그림을 그렸다’는 박수근 화백의 장남 박성남씨였다. 그는 20년째 호주에 거주하면서 대를 이어 그림을 그리는 중견화가다.

박완서 선생의 데뷔작은 1970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 당선작 ‘나목(裸木)’이다. 이 소설엔 6·25전쟁 통에 미군 PX에서 만난 박수근 화백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 연유로 박완서 선생과 박성남씨는 허물 없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가 됐다. 오랜 만에 해후한 두 사람이 시드니 동부에 위치한 유서 깊은 센테니얼파크를 둘러보던 중 성남씨가 문득 심각한 표정으로 박수근·이중섭 가짜그림 사건 얘기를 꺼냈다.



신문에서 그 뉴스를 접했다는 박완서 선생은 “가끔 일어나는 가짜그림 사건인 줄 알았는데 그렇게 큰 사건이었냐?”면서 놀라워했다. 성남씨는 “사건 초기에는 나도 같은 생각이었는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한국 현대미술사상 최대의 위작사건이었다”고 했다.

센테니얼파크의 아름답기 그지없는 호숫가 벤치에 앉은 두 사람은 박수근 화백의 빈한한 생애를 회고하면서 요즘 천정부지로 치솟는 박 화백의 그림값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눴다. 박완서 선생은 “소설 ‘나목’은 가난하게 살다가 죽은 옥희도라는 화가의 작품으로 화상(畵商)들만 돈을 버는 현실을 비판하기 위해 쓴 소설이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필자는 ‘신동아’ 2005년 2월호에 ‘박수근 화가 3代가 부르는 무구(無垢)의 노래’라는 제목으로 박수근-박성남-박진흥(33)으로 이어지는 화가 3대기를 썼다. 그 기사가 나간 후, 20년 가까이 한국 미술계에서 자취를 감췄던 박성남씨가 급하게 한국을 방문했다. 박수근·이중섭 가짜그림 사건 때문이었다. 박씨가 가짜그림 소장자인 김용수씨를 사기혐의로 고소하고, 박씨는 김씨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당한 것.

나는 왜 김용수씨를 고소했나

필자는 박씨가 한국에 다녀올 때마다 인터뷰를 요청해 사건의 진상과 검찰의 조사과정을 자세하게 전해들었다. 박씨가 직접 쓴 ‘왜 김용수씨를 고소했나?’라는 제목의 글도 읽었다. 그중의 일부를 요약하고, 그 글을 쓴 시점 때문에 미흡한 부분을 그와의 인터뷰로 보충해서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인터뷰는 시드니에서 이뤄졌고 그가 한국에 체류할 때는 국제전화를 이용했다.

2005년 4월21일 이른 아침, 시드니에서 그림을 구상하고 있던 나는 뜻밖의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한국미술품감정협회 송향선 감정위원장으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박성남씨, 아버님이 그렸다고 주장하는 그림이 200점이나 나타났어요. 이중섭 화백의 그림도 수백점이나 소장하고 있다는데 내가 보기엔 모두 가짜입니다. 내일 설명회가 있으니 꼭 서울에 오셔야 합니다. 박성남씨가 이태성씨를 살려내야 합니다.”

아버지의 미공개 작품이 200점이나 있다니…. 도저히 믿기지 않았지만, 그게 사실이라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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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필립 在호주 시인 philipsy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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