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5월호

‘퐁네프의 연인들’과 프랑스 파리

센 강물 위로 어른거리는 연인들의 불꽃놀이

  • 사진·글 이형준

    입력2006-05-02 14: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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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퐁네프의 연인들’과 프랑스 파리

    퐁네프 다리를 뒤로하고 센 강을 따라유유히 흘러가는 화물선.

    ‘퐁네프의 연인들’과 프랑스 파리

    시테 섬 인근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뤽상부르 공원.

    당연한 말이지만, 영화의 무대가 된 명소는 세계 곳곳에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뉴욕과 LA, 런던과 홍콩 등 지명만으로도 많은 영화를 떠올릴 수 있다. 그렇지만 파리만큼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촬영된 곳도 드물다. 이 도시를 배경으로 한 무수한 영상 가운데 ‘퐁네프의 연인들’처럼 세상 사람들의 뇌리에 파리를 아름답게 각인시킨 영화가 또 있을까.

    파리의 시테 섬을 남북으로 잇는 퐁네프 다리는 ‘새로 지어진 다리’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지금은 그 의미와는 정반대로 센 강의 다리 가운데 가장 오래된 다리다. 1578년 다리 공사가 시작되면서부터 문학작품과 화가들의 캔버스에 빈번하게 등장한 퐁네프 다리는 레오 카라 감독의 1991년작 ‘퐁네프의 연인들(Les Amants du Pont-Nenf)’이 발표되면서 새로운 명소로 자리잡았다. 제작기간 5년에 1억9000만프랑이라는 거금이 들어간 이 영화는 센 강을 중심으로 시테 섬, 지하철역, 거리, 남프랑스 해변에서 촬영됐다. 그 가운데 주무대는 단연 12개의 아치형 교각으로 이뤄진 퐁네프 다리와 센 강이다.

    ‘퐁네프의 연인들’과 프랑스 파리

    강변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거리의 악사.

    ‘퐁네프의 연인들’과 프랑스 파리

    센 강 다리 위에서 관광객의 초상화를 그려주는 화가.

    ‘퐁네프의 연인들’과 프랑스 파리

    알렉스와 미셸이 이야기를 나누던 퐁네프 다리의 난간.



    실물 크기 그대로 만든 다리 세트

    거리의 곡예사 알렉스(드니 라방)와 시력을 잃어가는 화가 미셸(줄리엣 비노쉬)이 처음 만난 장소나, 다리의 터줏대감 격인 한스와 알렉스가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하는 장면 등을 촬영한 곳은 실제 퐁네프 다리다. 세 주인공의 잠자리이자 생활공간으로 쓰이는 장소는 다리 중간중간에 만들어놓은 전망 발코니. 다리를 찾은 방문객들이 센 강과 주변을 둘러볼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이 공간은 영화가 개봉된 이후 거리의 화가들이 관광객을 상대로 초상화를 그려주거나 자신의 작품을 판매하는 장소가 되었다. 특히 관광객이 몰려오는 시즌이면 이들은 마치 영화의 주인공이 된 듯 모든 발코니를 점령한다.



    그러나 영화에 등장하는 상당수 퐁네프 다리 장면은 세트장에서 촬영됐다. 부분묘사는 물론이고 다리전체 장면에 나온 것도 세트다. 실제 다리의 크기와 모양은 물론 바닥에 깔아놓은 돌 조각 하나까지 그대로 만들어 촬영한 것이다. 명장면으로 꼽히는 ‘불꽃놀이 속에서의 춤’도 이 세트장에서 찍었다. 영화 제작비의 상당 부분이 이 세트를 만드는 데 쓰였다는 후문.

    ‘퐁네프의 연인들’과 프랑스 파리

    센 강 줄기 너머 파리가 자랑하는 최고의 명소 노트르담 성당이 보인다.

    ‘퐁네프의 연인들’과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성당의 공원은 계절에 따라 전혀 다른 풍광으로 유명하다.

    당시 파리 시장이었으며 현재는 대통령인 자크 시라크와 문화성 장관 자크 랑 등 수많은 정치인과 전문가가 세트를 제작하는 데 도움을 줬다. 영화 촬영을 위해 수많은 시민과 차량이 오가는 다리를 3개월 동안이나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밖에도 세트 제작은 저명한 건축가 크리스티앙 마지, 안무는 마르틴 느로드리큐에, 불꽃놀이는 장 루이, 곡예는 알렉산드라 델 페루기아 등 명성이 드높은 해당 분야의 거장들이 담당했다.

    ‘퐁네프의 연인들’과 프랑스 파리

    세계 3대 박물관의 하나인 루브르.

    ‘퐁네프의 연인들’과 프랑스 파리

    시민들이 영화가 촬영된 장소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시테 섬 최고의 데이트 코스

    영화 대부분은 퐁네프 다리 위를 무대로 하지만, 일부는 다리 아래쪽의 센 강변과 시테 섬, 교각 등을 배경으로 촬영됐다. 미셸이 알렉스의 초상화를 그리다 의식을 읽고 쓰러지는 장면과 미셸이 목욕하는 모습을 알렉스가 몰래 훔쳐보는 장면을 촬영한 곳은 퐁네프 다리 아래쪽이다. 이곳은 파리의 젊은 연인들이 즐겨 찾는 최고의 데이트 코스로, 계절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해 풍광이 아름답다.

    제작진은 그 외에도 루브르 박물관과 지하철 등 파리의 여러 장소를 돌며 영화를 찍었다. 점점 시력을 잃어가는 미셸이 한때 박물관에서 경비원으로 일한 한스를 따라 박물관에 몰래 진입하는 장면, 코앞에 걸린 렘브란트 초상화가 안 보여 손으로 만져 그림을 느끼는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박물관과 이어진 공원은 영화에서 미셸이 잔디밭에 누워 스케치하던 장면을 촬영한 곳으로, 지금도 영화 속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퐁네프의 연인들’과 프랑스 파리

    1 센 강 도로는 휴일이면 차량이 통제돼산책과 레포츠를 즐기는 사람들로 붐빈다.<br>2 다양한 그림과 헌책, 영화 포스터 등을 파는 강변의 가판.<br>3 센 강변의 노천 카페. 경치 좋은 자리마다 이런 가게가 즐비하다.

    노트르담, 루브르, 뤽상부르

    한때 미셸이 사랑한 거리의 음악가 줄리앙이 음악을 연주하던 곳은 지하철 퐁네프역이다. 이곳 또한 퐁네프 다리에서 가깝다. 주인공들이 잔디에 누워 키스하던 곳은 시테 섬 옆 공원이고, 이들이 카페에서 손님을 상대로 지갑을 터는 장면을 촬영한 카페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퐁네프 다리 주변에는 명소가 즐비하다. 다리 북쪽 노트르담 대성당을 필두로 뤽상부르 공원, 센 강변의 헌책방과 노점 등 어느 한 곳도 그냥 스쳐 지나칠 수 없다. 예술과 낭만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고향 파리에서는 매년 수십 편의 영화가 촬영되고 있지만, ‘퐁네프의 연인들’만큼 파리의 아름다움을 한껏 자랑하는 영화를 다시 만들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여행정보
    인천공항에서 파리의 관문인 샤를드골 공항까지 매일 직항편이 운항된다(11시간 소요). 공항에서 퐁네프 다리까지는 택시와 리무진 버스, RER 전철을 이용하면 되지만(50∼70분), 리무진 버스와 RER 전철은 지하철을 한 차례 갈아타야 하므로 다소 시간이 걸린다. 시테 섬 주변에는 노트르담 성당과 루브르 박물관, 퐁피두센터, 뤽상부르 공원이 명소. 3개월 무비자 여행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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