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5월호

민사소송 5건, 언론중재위 제소 16건! ‘대통령의 訟事 ’ 실상

노 대통령, 개인 명의 송사에 정부 예산 사용 논란

  •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6-05-15 16: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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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와대, “앞으로도 대통령 소송에 계속 예산 댈 것”
    • 취임후 대통령의 언론사 제소 건수, 공무원 중 최다
    민사소송 5건, 언론중재위 제소 16건! ‘대통령의 訟事 ’ 실상

    1. 노무현 대통령이 조선일보 만평에 대해 정정보도를 청구하는 데 쓴 변호사(조정 대리인) 선임 비용이 청와대 예산임을 보여주는 청와대 문건.<br>2. 노무현 대통령이 조선일보 만평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출한 언론조정신청서(정정보도 청구). 신청인이 ‘대통령 노무현’으로 돼 있다.<br>3. 노 대통령이 같은 만평에 대해 법원에 제출한 정정보도 청구 소장. 신청인이 ‘노무현’으로 돼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2월 제17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후 2006년 4월 현재까지 다섯 차례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명세는 민법, 언론피해구제법상의 ‘정정보도 청구’와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이러한 소송에서 원고는 ‘노무현’이고, 피고는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 4개 신문사와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이다.

    한국외대 김우룡 교수(언론학)는 “외국에서는 국가수반이 소송에 뛰어드는 일 자체가 거의 없다. 더구나 대통령이 재임 중 민사소송을 여러 차례 제기한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국민으로부터 커다란 권한을 위임받은 대신 국정에 무한책임을 지며 국민 통합을 구현할 의무가 있는 유일한 최고위 공직자라는 특성상, 대통령이 개인이나 특정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다툼을 벌이는 행위는 여러 나라에서 금기시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대통령은 대법원장 임명권을 갖고 있으므로, 대통령이 민사 사건에 직접 원고로 뛰어드는 것을 자제해왔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의 경우에도 재임 중 민사소송을 제기한 사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언론중재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06년 4월 현재 노무현 대통령은 5건의 민사 소송 제기 외에 언론중재위원회(판사가 중재위원)에 총 16건의 언론조정신청(정정·반론보도 청구)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 대통령 송사, 언론史에 남을 일



    언론사를 상대로 한 노 대통령의 잦은 송사는 이처럼 이례적이고 주목할 만한 일이다. 노 대통령이 소송을 제기한다는 사실은 그때그때 보도가 됐다. 그러나 소송이 그후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소송 비용은 어떻게 충당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려진 바가 없다. 언론중재위 제소의 경우 어떤 건은 보도됐지만 알려지지 않은 건도 많다.

    ‘신동아’는 청와대 문건, 대법원 기록, 소장(訴狀), 언론중재위원회 자료, 청와대측 증언, 피고측 증언 등 관련 증거를 확보해 ‘대통령 송사’의 총체적 진행 실상을 추적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송사는 정치사와 언론사에 남을 사료적 가치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노 대통령이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반론보도를 청구한 건수(모두 16건·당선자 시절 1건 포함)가 우선 눈에 띈다. 언론중재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03년 1월부터 2006년 4월 현재까지 전국 공무원 중 정정·반론보도 청구를 가장 많이 한 공무원은 노 대통령이다. 대통령의 청구는 중재위에서 받아들여진 경우가 많았다.

    공정거래위원회 이모 과장이 대통령보다 5건 적은 11건으로 2위였다. 문재인 대통령 시민사회 수석비서관이 6건,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이 4건,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원이 3건이었다. 그 밖에 이해찬 전 총리, 이종석 통일부 장관, 이정우 전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 정찬용 전 대통령 인사수석비서관, 조기숙 전 대통령 홍보수석비서관,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 등이 각 1건씩이었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 비서실’이라는 기관이 아닌, 본인 명의로 자주 청구를 했다는 게 특징적이다. 이는 장관 등 다른 고위 공직자에게선 찾아볼 수 없는 사례다. 대통령 본인과는 별도로 대통령 비서실은 같은 기간 언론중재위원회에 18건의 정정·반론보도 청구를 제기했다.

    청와대가 2005년 국회에 제출한 ‘청와대의 언론사 제소 현황’ 자료엔 정정·반론보도 청구자가 ‘대통령’과 ‘대통령 비서실’로 구분되어 있지 않고 ‘청와대’로 되어 있다. 이에 따라 대통령 본인의 언론사 제소 현황은 지금까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제소 건수도 많고 다양

    노 대통령이 정정·반론보도를 청구한 사안도 다양하다. 대통령의 정정·반론보도 청구건을 대상 언론사별로 보면 중앙일보 5건, 조선일보 3건, 문화일보 3건, 동아일보 2건, 세계일보 1건, 국민일보 1건, 한국일보 1건, SBS 1건이었다. 인터넷 매체엔 없고 방송은 1건으로 신문에 집중돼 있다.

    대법원이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에게 보내온 ‘2003년 3월 이후 ‘원고 노무현’ 명의 민사소송사건 내역’ 자료 등에 따르면 노 대통령이 제기한 민사소송 5건 중 조선일보는 모두 소송 대상이 됐으며, 동아일보가 1건, 중앙일보가 1건, 한국일보가 1건, 김문수 한나라당 의원이 1건이었다.

    노 대통령이 법원에 제기한 민사소송 5건 및 소송의 전단계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제기한 정정보도 청구(변호사를 선임한 청구) 1건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2003년 8월12일 노 대통령이 동아일보사, 조선일보사, 한국일보사, 김문수 한나라당 의원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사건번호 2003가합59599). 노 대통령은 김 의원에게 10억원, 3개 신문사측엔 각각 5억원의 손해배상금(도합 25억원)을 청구했다. 노 대통령이 실질 소유한 바 있던 생수회사 ‘장수천’과 관련해 김 의원은 허위 사실을 기자들에게 말했고, 이들 신문사도 허위 보도를 해 명예가 훼손됐다는 것이 소송 사유다. ‘사안1’

    2. 2004년 1월26일 노 대통령은 조선일보사 및 조선일보사 소속 직원(기자 등) 3명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사건번호 2004가합4688). 노 대통령은 조선일보사와 직원 3명에게 각각 10억원씩 40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했다. 조선일보사가 2004년 1월12일 “노무현 대통령이 ‘검찰 두 번은 갈아마셨겠지만…’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는데, 그런 말을 한 적 없고 이 보도로 명예가 훼손됐다는 것이 소송 사유다. ‘사안2’

    3. 2004년 1월26일 노 대통령은 위 2의 보도에 대해 조선일보사를 상대로 같은 재판부에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사건번호 2004가합4701). ‘사안2’

    4. 2005년 8월31일 노 대통령은 조선일보 만평(2005년 8월9일자)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청구했다. 만평이 본인의 기자회견 발언을 왜곡 보도했다는 것이 소송 사유다. ‘사안3’

    5. 2005년 11월2일 노 대통령은 조선일보의 위 4의 만평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에 ‘언론피해구제법’에 의한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사안3’

    6. 2006년 2월15일 노 대통령은 조선일보의 위 4, 5의 만평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에 ‘민법’에 의한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다시 제기했다. ‘사안3’

    ‘표1’ 2003년 2월 취임 이후 노무현 대통령이 ‘원고 노무현’ 명의로 제기한 민사소송
    사건번호 및 성격 소송제기 일시 피고 소송제기 사유 처리 현황
    2003가합59599손해배상 청구 2003년 8월12일 동아일보, 조선일보,중앙일보, 한국일보, 김문수 원고 실질소유 ‘장수천’ 관련 허위사실발표 및 오보로 원고명예훼손. 30억원 배상 청구. 2004년 7월10일 ‘원고 노무현’의 요청으로 소송취하.
    2004가합4688 손해배상 청구 2004년 1월26일 조선일보 및 소속 기자 3명 원고와 관련된 기사로 명예훼손. 40억원 배상 청구. 조선일보 정정보도 게재로 소송 취하.
    2004가합4701 정정보도 청구 2004년 1월26일 조선일보 원고와 관련된 기사로 명예훼손. 정정보도 청구. 조선일보 정정보도 게재로 소송 취하.
    2005카기9543 정정보도 청구(언론피해구제법) 2004년 11월2일 조선일보 원고와 관련된 만평으로 명예훼손. 정정보도 청구. 언론피해구제법에 대해 법원이 위헌심판 제청.
    2006가합13372정정보도 청구(민법) 2006년 2월15일 조선일보 위 만평에 대해 다시 정정보도 청구. 재판 진행 중.


    김문수, “소송 걸 땐 언제고….”

    장수천 관련 30억원 손해배상 소송 사건(사안1)의 경우 노 대통령이 2003년 8월12일 김문수 의원 및 동아·조선·중앙·한국일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때 법원에 납부한 인지세는 1105만5000원이다. 그러나 이후 대통령은 “대통령 임기가 끝난 뒤 소송을 진행했으면 좋겠다”며 법원에 소송중지 신청을 냈다.

    피고측은 이에 승복하지 않았다. 법원도 대통령의 신청에 대해 “소송 중지 사유가 안 된다”고 결정했다. 이후 노 대통령은 소송을 제기한 지 1년이 조금 못 되는 2004년 7월10일 다섯 피고에 대한 소송을 취하했다.

    민사소송의 취하는 원고와 피고가 취하에 합의해야 가능하다. 이와 관련, 김문수 의원은 “청와대 한 수석비서관이 먼저 소송취하를 요청해왔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소송취하에 선뜻 동의해주지 않자 수석비서관은 간곡하게 재차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그의 설명이다.

    “장수천 사안에 대해 노 대통령뿐 아니라 노 대통령의 측근들도 나를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상태였다. 대통령만 쏙 빠지고 이들과 계속 법정에서 싸워야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봤다. 그래서 ‘장수천과 관련해 나를 상대로 한 소송은 모두 취하돼야 한다’고 했다. 수석비서관은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소송취하에 동의를 해줬다.”

    그러나 측근들이 제기한 소송은 취하되지 않았다고 한다. 김 의원은 “그 수석비서관은 다른 자리로 가버렸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으로부터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하면 그 압박감은 상당히 크다”고 당시 심정을 술회했다.

    조선일보측 대리인 김태훈 변호사는 “언론은 대체적으로 공익적 차원에서 사실을 근거로 해 장수천 관련 보도를 했다고 본다. 대통령측이 ‘취하하자’고 해 종결지었다”고 주장했다.

    2004년 1월26일 노무현 대통령이 조선일보를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 및 40억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사건(사안2)의 경우, 법원은 조선일보에 “정정보도문을 게재하라”고 강제조정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정정보도 청구 및 손해배상 소송을 취하했다. 이후 조선일보는 법원이 결정한 정정보도문을 신문에 게재했다.

    “대통령, 사실과 다른 증거 제출” 논란

    이후 노무현 대통령은 조선일보의 ‘조선 만평’(2005년 8월9일자)에 대해 2005년 8월31일 언론중재위원회에 언론중재신청(정정보도 청구)을 냈다. 노 대통령은 9월21일 조선일보측의 이의제기로 중재위에서 중재가 이뤄지지 않자 이 만평에 대해 조선일보를 상대로 2005년 11월2일 ‘언론피해구제법’상의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냈고, 2006년 2월15일엔 같은 만평에 대해 ‘민법’상의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사안3).

    ‘조선 만평’의 구체적 표현은, 검찰이 “(국정원 X파일) 도청 테이프 내용 청와대에 절대 보고 안했다”고 말했고 청와대도 “대통령에겐 일절 보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는데, 이어진 노무현 대통령의 기자간담회에서 노 대통령은 “도청 테이프 내용은…좀 복잡…거기엔 범죄사실도 있고 아닌 것도 있고 시효가 지난 것도 있고…”라며 ‘좔좔좔’ 말해 ‘거짓말 금세 들통’ 났다는 내용이었다.(그림 참조)

    노 대통령이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출한 언론조정신청서에서 신청인은 ‘대통령 노무현’으로 되어 있고,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원고는 ‘노무현’으로 되어 있다.

    노 대통령은 이들 신청서와 소장에서 “허위의 만평 보도로 인해 훼손된 ‘본인’의 명예회복 실현”을 정정보도의 사유로 제시했다. 노 대통령이 언론중재위에 증거자료로 제출한 자신의 발언 내용 녹취록은 다음과 같다.

    “도청 테이프 안에 담긴 내용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 하는 문제는 좀 복잡합니다. 거기에는 범죄 사실도 있고, 범죄 사실은 아니지만 역사적으로 확인하고 정리하고 넘어가야 될 일도 있고, 보호해야할 사생활도 있고, 그런 게 뒤엉켜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범죄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시효가 지난 것도 있고 지나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 안에는 처벌을 위한 수사의 대상이 되는 것, 사실확인을 위한 조사의 대상이 되는 것, 그 다음에 사생활 보호의 대상으로서 묻어둬야 되는 것, 이런 것이 엉켜 있을 것입니다.”

    노 대통령은 신청서에서 “피신청인(조선일보)은 ‘도청 테이프 안에 담긴 내용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 하는 문제는 좀 복잡합니다’라는 말을 앞뒤로 잘라 ‘도청테이프 내용은‥좀 복잡’이라고 왜곡해 마치 신청인이 도청 테이프 내용을 설명하는 것처럼 변모시켰다. 신청인(노 대통령)은 도청테이프 내용을 추측하여 발언했을 뿐인데도 조선일보 만평은 신청인이 마치 도청테이프 내용을 알고 있는 것처럼 왜곡해 허위사실을 전달하고 있다. 또 거짓말이 탄로난 것처럼 허위왜곡함으로써 신청인 명예를 중대하게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답변서에서 “신청인(노 대통령)은 ‘도청 테이프 안에 담긴 내용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 하는 문제는 좀 복잡합니다’라고 발언했다고 주장하나, 청와대 홈페이지의 동영상을 확인한 결과, 신청인의 발언은 ‘도청 테이프 안에 담긴 진실의 문제는 좀 복잡합니다’가 맞다.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 하는’이라는 표현은 없다. 노 대통령의 실제 발언과 만평이 보도한 발언은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대통령이 사실과 다른 증거자료를 중재위에 제출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민사소송 5건, 언론중재위 제소 16건! ‘대통령의 訟事 ’ 실상

    노무현 대통령이 언론 중재위 조정 신청 및 민사소송을 제기한 조선일보 만평.

    이어 조선일보는 “대통령이 신문 만평의 압축과 풍자 기능을 용인하지 않고 만평에 대해서까지 정정보도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하다”고 반박했다.

    청와대, “대통령 소송에 예산지원 정당”

    노 대통령의 이 같은 일련의 언론중재신청 및 소송과 관련, 청와대는 ‘청와대 예산’으로 지출된 소송비용 명세를 국회에 문건으로 제출했다. 노 대통령은 ‘조선 만평’에 대해 언론중재위에 정정보도를 청구하면서 변호사를 선임해 변호사가 조정신청 업무를 대리했다. 청와대 문건은 “조선 만평 관련 언론중재위원회 조정 대리비용 110만원은 청와대 예산에서 사용됐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이 언론중재위에 제기한 정정보도 청구의 변호사 선임 비용은 청와대 예산에서 지출됐다는 것이다.

    청와대 문건은 또한 대통령이 조선 만평에 대해 제기한 민사소송의 비용에 대해서도 “아직 지출하지 않음”이라고 밝혀, 향후 이 비용도 청와대 예산으로 지출될 수 있음을 암시했다. 다음은 문건의 관련 내용이다.

    05년 이후 청와대가 언론사를 상대로 고소 고발한 현황 및 관련하여 집행된 예산 현황을 보면,

    -2건 (원고 : 대통령, 피고 : 조선일보사, 소송제기일 : 2005년 9월21일, 2006년 2월15일).

    -조선일보 2005년 8월9일 만평에 대해 9월9일 언론중재위원회에서 조정합의문 게재를 결정하였으나 조선일보사에서 9월21일 이의를 신청하여 언론피해구제법에 의해 법원으로 자동이첩되어 소송으로 진행.

    -조선일보사가 2005년 10월 언론피해구제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법원에 요청하였음.

    -법원이 2006년 1월20일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고 이에 (같은 조선일보 만평에 대해) 민법 764조에 근거해 2006년 2월15일 소송 제기.

    -언론중재위원회 조정 대리비용 1,100,000원 지출, 소송비용은 아직 지출하지 않음.

    청와대 관계자는 “조선일보 만평에 대해 언론중재위에 제소할 때 들어간 노 대통령의 변호사 수임료는 청와대 예산에서 나간 게 맞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법원에 제기한 민사소송 비용도 청와대 예산에서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변호사 선임 비용을 국가예산으로 충당한 근거에 대해 이 관계자는 “대통령 개인이 제기한 소송이라 하더라도 직무와 관련된 것이므로 청와대 예산이 투입됐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청와대 관계자와의 일문일답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변호사를 선임해 조선일보 만평에 대해 언론중재위에 정정보도를 청구할 때 변호사 선임료 110만원은 청와대 예산으로 충당한 것이 맞습니까.

    “그렇습니다.”

    -신청인이 ‘대통령 노무현’으로 되어 있고, 청구취지가 대통령의 명예 회복으로 되어 있던데요.

    “대통령 개인이 낸 소송이지만 대통령 직무와 관련된 사안이기 때문에 청와대 예산으로 지원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정했습니다. 왜냐하면 대통령 개인의 사생활이 아니라 대통령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언론에 브리핑한 사안에 대해 언론이 잘못 보도한 것이고 그에 대응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을 직무수행의 주체로 봤습니다.”

    -법률가들에게 타당성을 검토했습니까.

    “내부적으로 대통령님과 이 문제로 의견을 수렴해본 결과….”

    -대통령도 청와대 예산으로 본인 변호사 비용을 충당하자는 의견이었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렇게 지정을 해주셨습니다.”

    -청와대 예산으로 하라고요?

    “그렇죠. 대통령님뿐만 아니라 청와대의 수석비서관, 비서관, 행정관에 대해서도 개인적 일이 아닌 비서실 내에서 직무와 관련된 사안에 대한 언론보도 대응에 청와대 예산을 지원하는 것으로 방침이 정해져 있습니다.”

    -언론중재위에서 조선일보가 이의를 제기하자 같은 만평에 대해 대통령은 조선일보를 상대로 두 건의 민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청와대 방침에 따르면 이 소송비용도 청와대 예산으로 충당되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정부 일각 “유사한 전례 없어서…”

    그러나 대통령이 제기한 언론중재나 민사소송에 국가예산이 사용된다는 점에 대해 일부 정부 부처 관계자는 “유사한 전례를 알지 못해 뭐라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보였다.

    법무부 관계자(검사)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원고가 ‘대한민국’인 경우에 국가 예산으로 소송비용이 지원된다.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민사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원고가 공무원 개인 명의인 경우 정부가 소송 비용을 대주지는 않는다. 공무원 개인이 제기하는 소송의 비용은 본인이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게 ‘노 대통령의 소송비용은 청와대 예산으로 충당된다’고 전했다. 그는 이에 대한 구체적 답변을 요구받자 “정부 각 부처의 ‘기관운영비’는 쓰임새가 넓기 때문에 그런 항목에서 지원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부처 예산으로 소속 공무원의 민사소송 비용을 대주는 일은 매우 흔치 않아서 뭐라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기획예산처 관계자도 “공무원의 민사소송에 국가예산이 지원되는 경우는 지금까지 생각을 안해봤다. ‘정부업무 조력자’에 대해 예산 지원이 가능하도록 한 규정을 근거로 삼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딱 떨어지게 답변하지 못했다.

    국회 및 법학계는 대통령의 민사소송에 국가 예산이 지원되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갖고 논의해볼 사안”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국회 예산정책처 행정예산분석팀 관계자는 “신청인과 원고가 ‘대통령 노무현’ 혹은 ‘노무현’으로 되어 있는 언론중재위 조정 신청과 민사소송은 개인의 소송일 뿐이다. 공무원이 제기하는 소송에 국가예산이 지원된 전례가 없다. 검토가 필요한 논쟁적 사안”이라고 말했다.

    한국외대 김우룡 교수는 “대통령이 국가 예산을 사용해 언론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하는 것은 자제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대통령이 언론보도에 사사건건 제소하거나 고소하는 것은 언론사의 권력 감시 기능을 크게 저하시키는 ‘위축효과(chilling effect)’를 유발한다”고 덧붙였다.

    가톨릭대학교 박선영 법학부 교수는 2004년 ‘언론관련 판례로 살펴본 표현의 자유의 범위와 한계’라는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박 교수는 노 대통령이 조선일보 만평에 대해 언론중재위에 제출한 정정보도청구 신청서를 검토한 뒤 “대통령 본인 명의로, 본인의 명예회복을 목적으로 제소한 것이므로 변호사 비용은 대통령이 사비로 부담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박 교수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신청서를 살펴보건대 노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이 거짓말한 것 아니냐’는 만평이 대통령의 사회적 가치 평가를 저하시켰다고 판단한 듯하다. 이에 따라 실추된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려는 권리구제의 수단으로 정정보도 청구를 한 것으로 보인다. 신청서의 명의도 ‘대통령 노무현’으로 개인의 이름으로 되어 있고, 이어진 민사소송의 원고 명의도 ‘노무현’이어서 개인 자격이다. 소송의 ‘주체’와 ‘목적’에 있어 공무원 개인이 자신의 명예회복을 목적으로 제소한 것으로 봐야 한다. 통상적 민사소송과 다를 바 없다. 따라서 이 경우 변호사 비용은 국가 예산이 아닌 대통령 본인이 충당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대통령이 본인의 ‘자연인 이름’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면서 ‘개인’이 아닌 ‘국가기관’으로 인정받기는 어렵다.”

    “비판수임 의무” “대통령 책임 아니다”

    ‘대통령의 공적인 직무와 관련된 것이고, 허위 만평으로 국정에 지장을 초래했으므로 국가예산이 송사에 지원된다’는 논리에 대해서도 박 교수는 “동의하기 힘들다”고 했다. 이어진 그의 설명이다.

    “그 논리가 성립되려면 우선 만평 내용이 사실관계에서 완전히 거짓이어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이 기자간담회에서 똑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얘기를 한 것은 사실이고, 만평은 그 말을 부정적으로 비꼰 일종의 ‘의견표명’ 정도로 보인다.

    대통령은 최상위 공인이므로 비판을 수임해야 할 의무가 다른 자연인에 비해 훨씬 크다. 영향력이 무한한 만큼 감시와 비판을 받을 책임도 많아진다. 이 때문에 외국에선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이 인정되는 일은 거의 없다. 독일 등지에선 국가수반을 심지어 동물에 비유하는 보도도 용납된다.”

    열린우리당 공직후보 자격 심사위원장을 지낸 서울대 김광웅 교수(행정학)는 “대통령이 국가기관의 자격으로 제소나 소송을 냈다면 예산 지원이 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나 사인(私人)의 자격으로 제기한 것이면 청와대 예산을 쓰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유재천 특임교수는 “대통령이건 누구건 언론보도로 피해를 보았다면 적극적으로 대응할 권리가 있다. 대통령이 제소를 많이 한다고 해서 그것이 대통령 책임은 아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이어 “대통령이 직무와 관련해 언론의 오보를 바로잡기 위해 소송을 낸 것이라면, 청와대 예산이 지원될 수 있다고 본다”는 견해를 밝혔다.

    ‘표2’ 2003년 1월 이후 노무현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 ‘노무현 당선자’ 명의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제기한 정정·반론보도 청구
    사건 성격 청구 일시 피신청인 청구 사유
    정정보도 청구 2003년 1월21일 조선일보 신청인이 일본 외상에게 북한 중유 공급 요청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반론보도 청구 2003년 4월1일 동아일보 신청인이 고속철 대구~부산간 공사중단 지시 번복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정정보도 청구 2003년 6월3일 중앙일보 신청인이 대외이미지 의식해 화물연대측 요구 수용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정정보도 청구 2003년 8월22일 조선일보 신청인의 경선자금 자료 폐기는 불법이라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정정보도 청구 2004년 1월20일 중앙일보 신청인의 고교후배가 불법정치자금을 모금해 신청인에게 전달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반론보도 청구 2004년 1월20일 중앙일보 대선 때 신청인에게도 불법정치자금이 제공됐음에도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반론보도 청구 2004년 2월27일 세계일보 신청인이 불법대선자금을 받아 개인 빚 변제에 썼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반론보도 청구 2004년 2월27일 한국일보 신청인이 불법대선자금을 받아 개인 빚 변제에 썼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정정보도 청구 2004년 3월13일 동아일보 신청인이 민정수석 등에게 총선출마 권유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정정→반론보도 청구 2004년 6월19일 문화일보 신청인의 대선공약이 변질됐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정정→반론보도 청구 2004년 6월19일 SBS 신청인 취임 후 북한이 남북정상회담 제의해왔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정정보도 청구 2004년 9월8일 중앙일보 국제사회에서 가장 협조해야 할 나라와 관련된 신청인 발언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정정보도 청구 2004년 9월8일 문화일보 과거사특위와 관련해 신청인과 시민단체 사이 교감 있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정정보도 청구 2004년 9월20일 문화일보 신청인이 전 중국 국가주석에게 조선족의 이중국적 허용을 요청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정정보도 청구 2005년 8월31일 조선일보 신청인의 국정원 ‘X파일’기자간담회 관련 만평은 사실이 아니다.
    반론보도 청구 2006년 2월24일 중앙일보 신청인이 열린우리당 당비대납 압수수색에 국민일보 불만 표시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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