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5월호

포도밭-가족 이름 붙인 와인으로 명성과 이익 함께 거머쥔다

  • 입력2006-05-17 18:12: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포도밭-가족 이름 붙인 와인으로 명성과 이익 함께 거머쥔다

    말을 타고 포도밭을 관리하는 아르헨티나 농부.

    최근 국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와인시장에 투자하는 것은 어떨까. 와인을 수입하거나 와인바를 차리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젠 투자의 규제 고삐가 풀린 만큼 해외에 있는 포도밭을 직접 사서 자신의 이름을 붙인 와인을 생산할 수도 있다. 프랑스나 이탈리아의 유명 와이너리가 아니라면 그렇게 큰돈이 들지도 않는다.

    장면1. 2007년 가을. 프랑스 보르도 지방의 포도밭이 유례없는 풍년을 맞았다. 미국의 와인 전문지 ‘와인 스펙테이터’는 2006년 생산된 보르도 와인이야말로 세기의 빈티지(수확년도)라고 불리는 1982년산을 능가하게 될 것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이 소식을 들은 A씨는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지난해 자신이 가입한 부동산 펀드가 얼마 전 보르도 지방의 유서 깊은 와인양조장 ‘샤토 마고’를 매입했기 때문이다.

    2010년 봄. A씨는 드디어 아르헨티나 와인의 도시 멘도사에서 와인 생산에 성공했다. 2008년 봄 샤토 마고에 투자한 금액 1억원을 빼서 멘도사 지역에 있는 10에이커(1만2242평)가량의 포도밭을 산 후 마침내 결실을 본 것이다. 현지 와인 메이커와 농민을 고용해 3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생산한 250케이스(3만병) 전량을 한국에 수출, 올해 6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아내가 와인을 너무 좋아해서…”

    비록 가상 시나리오지만 조만간 한국에도 이처럼 해외 유명 포도밭에 직접 투자할 사람이 증가할지 모른다. 법적 제한 조건이 풀린데다, 현재 세계에서 돈 좀 있다는 부자들은 이미 포도농장 갖기 열풍에 휩싸여 있기 때문이다.



    2001년 5월 AOL 타임워너의 당시 최고경영자(CEO)인 제럴드 레빈이 갑작스레 사임을 발표해 미국 경제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그는 사임을 발표하기 전 이미 친구 아넌 밀찬을 프랑스 보르도 지방으로 보내 유명 샤토(Chateau)를 세심하게 살펴보게 했다. 그는 이어 캘리포니아의 샌타바버라에 600에이커 규모의 포도원을 구입해 여생을 와인과 함께 보내기로 결심했다. 이 ‘프로젝트’를 실행한 아넌 밀찬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프리티 우먼’ 등을 만든 할리우드의 유명 영화 제작자다. 당시 밀찬이 밝힌 이유 중 하나가 “아내가 요리와 와인을 너무 좋아해 은퇴 후 좋은 취미가 되리라 생각했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타이어 회사인 파이어스톤(Firestone)의 존 람프 회장과 이탈리아의 패션 거물 페루치오 페라가모도 소문난 와인 애호가다. 이들은 혼자서 음미하는 것을 넘어서 이미 세계적인 와인 생산자 대열에 서 있다.

    1990년대말 미국 실리콘밸리에 벼락부자가 양산되자 캘리포니아 포도밭 값이 덩달아 뛰었다는 사실은 이런 경향을 잘 설명해준다. 특히 컬트 와인(Cult Wine·출시하는 양은 적지만 품질이 좋고 가격이 비싼 캘리포니아산 와인)의 가격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경기 지표로도 활용된다.

    이처럼 외국에선 단순히 와인을 즐기기보다 노후를 와인과 함께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실제 해외 유명인사들이 포도밭을 사서 경영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일정한 수익을 유지할 수 있고, 자신이 담근 와인을 가족 이름을 새긴 병에 담아 그 명성을 이어간다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1975년 영화 ‘대부’로 거금을 벌어들인 프랜시스 코폴라 감독은 부인 엘레나와 캘리포니아 와인 산지인 나파밸리에 있는 조그만 별장을 구입했다. 이곳에서 코폴라는 시나리오를 쓰면서 약간의 와인을 만들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지금은 1560에이커에 달하는 거대한 ‘니바움-코폴라 와이너리(Nibaum-Coppola Winery)’라는 대규모 포도원이 됐고, ‘루비콘(Rubicon)’이란 미국 최고급 와인을 만들어내고 있다.

    프랑스의 전 스키 챔피언 다니엘 카티아르는 부인 플로랑스와 보르도 남부에 위치한 프삭 레오냥의 유서 깊은 샤토인 ‘스미스 오 라피트’를 엄청난 가격에 사들였다. 그후 온갖 노력을 쏟은 뒤 1995년부터 와인 생산에 성공해 지금은 살아 있는 전설로 통하고 있다. 얼마 전엔 여러 보르도 성주들과 함께 자신의 와인을 홍보하기 위해 서울에도 다녀갔다.

    부자는 와인을 좋아해~

    프랑스의 국민배우 제라르 드 파르디유는 와인 사업가로도 유명하다. 자신의 포도밭에서 나온 와인의 판촉 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여 화제가 되고 있다. “세상에 태어나기 전부터 와인에 빠졌다”고 너스레를 떨 정도다. 그는 30년 전에 부르고뉴 지방의 작은 포도밭을 샀으며, 지금은 매년 50만~60만병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얼마 전 부르고뉴 지방에 자신이 평소 눈독 들여왔던 1헥타르의 포도밭을 시세보다 30%나 높은 값을 주고 사 주변 와인업자들로부터 관행을 어긴 거래라고 맹렬한 비난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와인업자들은 “그의 터무니없는 상행위로 부르고뉴 와인 가격이 쓸데없이 올라가게 됐다”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미국 유명 성인배우 사반나 샘슨이 이탈리아의 와인 메이커 로베르토 시프레소와 손잡고 ‘소노 우노(Sogno Uno)’라는 와인을 출시해 호평을 받았다. 샘슨은 지난해 투스카니 지방에서 휴가를 보내다 자신만의 와인을 개발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렇다면 현지 포도밭 가격은 어느 정도일까. 아르헨티나 한인경제인협회 권혁태 회장은 “아르헨티나에서 와인으로 유명한 멘도사에서 포도밭 1에이커(1224평)를 사는 데 100만∼200만원밖에 들지 않는다”며 “인건비를 다 합쳐도 10에이커의 땅에 포도를 재배해 와인을 만들기까지 5000만원이 채 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르헨티나에서 1만달러가 들면 이탈리아는 3만달러, 프랑스에서는 5만달러가 든다”고 덧붙였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