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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개편’ 시동 건 고건 전 총리 “박근혜와 연대, 협력할 수 있다”

  • 인터뷰·김승훈 자유기고가 shkim0152@hanmail.net 정리·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정계개편’ 시동 건 고건 전 총리 “박근혜와 연대, 협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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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15일 서울 연지동 사무실에서 정계개편 구상, 양극화, 한미관계 등을 주제로 고 전 총리를 인터뷰했다. 고 전 총리는 이 자리에서 노무현 정부와는 다른 대북·대미관(觀)을 드러냈다. 노무현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를 맡은 인물이지만 오히려 한나라당 노선과 유사했다. 고 전 총리는 “박근혜 대표와도 연대 협력할 의사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인터뷰는 5·31 지방선거 이전에 이뤄졌기 때문에 당시 한나라당은 박근혜 대표 체제였다. 다음은 고 전 총리와의 일문일답이다.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어떻게 평가 합니까.

“남북경협이 더 제도화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투자는 확실하게 보장돼야 합니다. 북측을 지원하는 정책 목표에는 인도적 지원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대북정책은 궁극적으로 북측을 개혁·개방으로 이끄는 방향으로 잡아야 합니다. 북쪽이 중국식 개혁개방으로 갈 수 있도록 분야별로 목표의식을 분명히 갖고 정책을 세우고 지원해야죠. 유의할 점은, 대북정책이나 계획은 장기적인 전망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적 합의를 얻는 과정이 중요해요. 국민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많은 노력을 해야죠.”

-북핵 문제는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요.

“정부는 북한이 핵 포기라는 전략적 결단을 내리도록 북한을 설득해야 합니다. 남북 채널을 활용해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얻을 수 있는 이점을 잘 설명하고 북한이 대화에 나오도록 유도해야죠. 그리고 한미공조를 통해 6자회담의 골격을 유지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6자회담을 동북아 안보협력체로 확대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해요. 물론 북핵 문제 해결 이후겠지요.”



“친북좌익세력이 잘못했다”

‘정계개편’ 시동 건  고건  전 총리   “박근혜와 연대, 협력할 수 있다”

5월 4일 고건 전 총리가 광주 국립 5·18민주묘역에 들어서고 있다

-그러려면 미국과의 관계도 중요할 텐데요.

“참여정부가 들어선 후 지난 3년여 동안 한미 정부의 공식적 관계를 보면, 주한미군 재배치나 용산기지 이전, 주한 미대사관 토지 문제 같은 현안은 원만한 해결을 봤어요. 지난번 경주 정상회담에서도 한걸음 나아간 포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천명했죠. 그런데 동맹으로서의 긴밀한 의사소통, 그러니까 실질적인 소통에 좀 갭이 있는 것 같아요. 동맹이라는 끈끈한 유대가 희석돼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부는 물론 양 국민이 서로 노력해야겠죠.”

-평택 미군기지 이전 갈등 등으로 한미관계에 균열이 생겼다는 일각의 견해에 동의하십니까.

“맥아더 장군 동상 철거 시도는 일부 친북좌익세력의 극단적 행동으로, 분명히 잘못된 것입니다. 국민 대다수는 그러한 시도에 반대해요. 인천상륙작전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았을 겁니다. 역사를 망각해선 안 되죠. 평택 미군기지 이전을 둘러싸고 미군 철수를 주장한 것도 분명히 잘못된 것입니다.”

고 전 총리가 사용한 ‘친북좌익세력’이라는 표현은 소위 ‘평화민주세력 연대론’을 밝힌 바 있는 열린우리당과는 ‘생리적으로’ 맞지 않는 대립적 개념이다. 열린우리당 내 중도파에 해당하는 정동영 전 의장이 ‘평화민주세력 연대론’을 폈는데, 김두관 전 장관 등 이른바 친노(親盧)직계세력은 정 전 의장보다 ‘남북공조’에 훨씬 더 우호적이다. 대미관계에 있어서도 고 전 총리는 한미동맹을 강조하지만 이들은 ‘대등한 한미관계’를 주창하고 있다.

‘친북좌익세력’이라는 표현 하나에도, 고 전 총리가 열린우리당을 포함하는 범여권 통합 방식의 정계개편을 추진한다면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암시가 들어 있는 듯하다. 정치는 ‘정서적으로’ 맞아야 같이 하는 건데, 고 전 총리와 열린우리당 내 일부 계파가 정서적으로 융화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고 전 총리는 “중도 실용주의 개혁세력을 엮어내겠다”고 밝힌 바 있어 그의 연대 대상엔 ‘개혁세력’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개혁세력=진보세력=민족공조세력’이라는 등식이 성립된다. 이 때문에 보수진영에선 개혁진보세력을 비난할 때 종종 이들을 ‘친북좌익세력’으로 규정한다.

고 전 총리는 별 뜻 없이 ‘친북좌익세력’이라고 말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평소의 사상과 가치관이 어휘 선택에 반영되기도 한다. ‘친북좌익세력’은 그가 연대 대상이라고 밝힌 세력을 폄하하는 의미로 사용되는데, 그가 이 표현을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점은 의미부여를 할 만한 대목이다. 또한 대북관(對北觀)과 대미관은(對美觀) 대선주자의 ‘이데올로기’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인데, 고 전 총리는 명백히 ‘친미 노선’ ‘북한개방 노선’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였다.

-한미관계의 파열음을 어떻게 진화할 수 있을까요.

“똑같은 제도와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두 나라가 좀더 친밀하게 의사소통을 해야죠. 6·25전쟁 이후 미국의 안보 공약이 한국의 경제 발전과 민주주의 정착에 크게 기여했다는 점을 젊은 세대에게 인식시키는 교육도 필요해요. 또한 한국민은 통일을 추구하는 데 있어 가장 믿을 수 있는 친구이자 후원자가 바로 미국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독일 통일에서도 미국은 적극적인 역할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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