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베스트 이코노미스트의 ‘참회록’

“우리는 돈 되는 고민보다 불가능한 예측에만 매달렸다”

  • 김한진 피데스 투자자문 부사장 khj@fides.co.kr

베스트 이코노미스트의 ‘참회록’

2/4
어디 그뿐인가. 근래에 세계경제에서 일어난 사건들과 그 사건들에 앞서 사람들이 애써 예측한 것을 비교해보면 참으로 허망할 지경이다. 유가상승과 금값 급등, 원자재 가격상승, 중국의 고성장, 아시아와 신흥국가 경제권의 부활, 일본경제의 새로운 회복추세, 미국의 지속적인 금리인상, 전세계 주택가격의 상승 등에서 그랬다. 대부분 글로벌 경제현상은 원래 예측의 범주에 있지 않았고, 있어도 설(說)에 불과한 전망이었다.

2004년 4월부터 석 달간 코스피 지수가 단기 급락할 때도 사람들은 그 이유를 중국경제의 긴축 여파와 그로 인한 장기적 경기침체에서 찾으려 했다. 하지만 그 해 하반기 이후 중국경제는 9~10%의 높은 성장률을 구가했고 지금까지 별탈 없이 순항하고 있다. 오히려 당시의 긴축이나 위안화 절상 등 경기조절 기능이 중국이 더욱 건강하고 내성(耐性) 있는 경제체질을 갖는 데 보탬이 됐다.

한국에서도 해마다 수많은 경제 전망치가 쏟아졌지만 적중률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외환위기 이후를 보면 1999년의 성장률 전망치는 낮게는 마이너스 2%, 높게는 그나마 정부의 낙관적 전망치로서 고작 2%였다. 그러나 그 해 우리나라의 실질 성장률은 9.5%였다.

혹, IMF 구제금융이라는 쇼크 때문에 생긴 일시적 예측 오류였을까. 그렇게 보기만은 어렵다. 그 다음 전망들도 ‘일관성 있게’ 빗나갔기 때문이다. 2001년 들어와 새로운 경기 변곡점에서 대다수의 연구기관은 실질성장률을 5.5~7.0%로 전망했다. 하지만 그 해 성장률 결과는 3.8%에 그쳤다.

‘이게 뿌리냐, 열매냐’



이듬해 2002년에는 반대로 대다수의 분석가가 3~4%의 성장률을 내걸었다. 하지만 이번엔 반대로 7.0%라는 높은 성장률이 나오면서 현실은 또다시 예측을 비웃었다. 이러한 경기예측과 현실 간의 숨바꼭질 사례는 안타깝게도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와 같은 경제예측의 오류는 도대체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전망이 현실과 거꾸로 가는 근원적인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어떤 요인이 정확한 경제예측을 방해하는가. 무엇을 잘못 보고, 무엇을 잘못 이해했기에 엉뚱하게 예측했는가. 아니 어떤 요인들이 경제흐름을 예상한 궤적에서 빗겨가게 만드는가. 정녕 경제예측은 불가능한 일인가.

지나고 나서 보면 예측을 그릇되게 이끈 요인은 다양하다. 환율이나 유가 등 기본 가정의 잘못, 해외경기의 예기치 못한 부침, 금융시장의 상황 변화, 자산가격의 버블과 역(逆)버블, 정부정책의 영향 등 이유와 사연은 수없이 많다.

하지만 그러한 가정이나 돌발 변수, 각종 경기 교란 요인도 대부분 경기예측의 영역이니 사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필자의 경우를 들어 문제를 곰곰이 풀어보면 그간 경기예측에 있어 적지 않은 오류를 범한 이유가 추려진다.

첫째, 표면에 나타난 현상과 그 뿌리가 되는 원인을 혼동했다. 원인을 현상으로 오인하는가 하면 현상을 원인으로 바꿔 이해하는 데서 많은 오류가 발생했다. 보통 경제변수들은 서로 영향을 주면서 유기적으로 반응한다. 강하든 약하든 변수는 대부분 서로 관련이 있으며 어떤 경우는 한 변수가 다른 변수를 강력히 지배한다. 이코노미스트들은 변수들의 관계를 규명해 경기를 판단하고자 한다.

물론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가령 경기가 좋아지기 때문에 미리 금리를 올리는 것인가, 금리를 올렸기 때문에 경기가 나빠지는 것인가. 세계경기가 좋아 유가가 오르는 것인가, 유가가 너무 올라 세계경기가 조정 국면을 보이는 것인가. 경기가 좋아 물가가 오르는 것인가, 물가상승이 경기의 발목을 잡는 것인가. 수출경기가 좋고 국제수지 흑자폭이 커지고 국가경쟁력이 강화되기에 원화환율이 내려가는 것인가, 원화환율이 강세로 가는 바람에 수출경기부터 나빠지는 것인가.

이러한 변수와 현상의 인과관계를 놓고 사람들은 잘못된 추측에 빠진다. 어쩌면 그것은 시점에 대한 인식의 오류에서 생기는 문제일지도 모른다. 정말 경기가 좋아 금리가 오르는 국면이 있는가 하면 고금리가 경기를 둔화시키는 국면이 있다. 경기가 둔화되기 때문에 금리가 본격적으로 떨어지는 국면도 각기 존재한다.

경기예측 실패의 두 번째 요인은 경기를 움직이는 핵심변수를 잘못 짚은 데서 비롯된다. 즉 경기 국면마다 핵심요인이 조금씩 다른데 이를 발견하지 못하는 것이다. 경기확장이나 침체를 지배하는 요인이 딱히 한 가지는 아니겠지만 경기운항의 중심이 되는 가장 중요한 개념, 그것을 잘못 이해했을 때 경기예측은 엉뚱한 방향으로 치닫는다.

대부분은 지난해 혹은 최근 몇 년간 경기를 가장 잘 설명한 요인을 그 이듬해에도 예측의 중심개념으로 적용해 오류를 범한다. 하지만 경기를 좌우하는 핵심변수는 계속 변한다. 어떤 경기 국면에서는 내수가, 어떤 경기상황에서는 수출이 성장을 이끌어간다.

한일월드컵이 열린 2002년의 경기확장 국면에서 성장의 핵심은 가계부문에 무분별하게 공급된 신용, 즉 플라스틱 버블에 있었다. 이를 선진국형 경제구조로 가는 내수소비의 정상적 기능으로 본 분석가들은 틀렸고 소비거품으로 본 분석가들은 맞았다.

2/4
김한진 피데스 투자자문 부사장 khj@fides.co.kr
목록 닫기

베스트 이코노미스트의 ‘참회록’

댓글 창 닫기

2019/06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