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7월호

‘트랜스휴머니스트’ 호세 코르데이로 베네수엘라大 교수

“늙는 것은 병(病)이다, 고로 치유될 수 있다”

  • 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parker49@donga.com

    입력2006-07-20 17: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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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랜스휴머니즘? 우리에겐 아직 생소한 개념이다. 신과 같아지려는 인간의 노력? 이렇게 보면 너무 황당하다. 그런데도 세계의 지성들은 이 개념에 흥분하고, 우려한다. 마치 곧 지구를 점령할 또 다른 생명체인 것처럼 호들갑을 떤다. 미래학자 호세 코르데이로 교수의 흥미진진한 ‘기술을 통한 인간의 진화’ 그리고 ‘인간 사회의 변화’ 강의.
    ‘트랜스휴머니스트’  호세 코르데이로   베네수엘라大 교수
    인간의 진화가 이제 막 시작됐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지금까지 인간이 만들어낸 문명은 침팬지와 1% 다른 데서 나온 수준에 불과하다고 평가한다. 앞으로 등장할 신(新)인류는 늙지 않으며, 신(神)처럼 사고할 수 있고, 몸은 하나지만 편재(遍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 새로운 문명을 창조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우연에 따른 진화가 아닌, 의도적(by design)인 진화, 이를 통해 인간의 능력을 무한정 발전시킬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은, 자신을 ‘트랜스휴머니스트’라고 부른다.

    “트랜스휴머니즘은 인류 최대의 위협”

    세계트랜스휴머니스트협회(www.transhumanism.org) 이사로 활동하는 호세 코르데이로(44) 베네수엘라 대학 교수는 “인간이 기술을 통해 진화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라면 트랜스휴먼”이라고 말한다. 그는 “휴먼은 이제 트랜스휴먼(진화된 인간)으로, 그 뒤엔 포스트휴먼(신적 존재)으로 진화한다”며 “이에 따라 인간의 행복, 결혼, 양육, 삶의 목적 등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급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유엔미래포럼 박영숙 한국대표와 함께 ‘트란스휴먼’이란 책을 펴낸 계기로 방한했다.

    인간이 신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신동아’ 독자는 어떻게 생각할까. 물론 태초부터 인간은 신이 되려고 에덴동산에서 선악과를 따먹고, 나중엔 바벨탑도 세웠다고 한다. 이처럼 인간의 오랜 욕망이야 새로울 것이 없지만, 이들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이젠 그렇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공감대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생명공학, 정보통신공학, 나노과학 등의 발달로 말미암아 인간은 좀더 진화한 형태로 나아갈 수 있다는 믿음이 확산되고 있다.

    세계트랜스휴머니스트협회 회원은 3000여 명. 60억 인구 중 고작 3000명이 가입한 단체가 뭐 그리 대단하냐 싶겠지만, 최근 이들을 주목한 세계적 지성들 덕분에 유명세를 타고 있다. 2004년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는 8명의 석학에게 세계를 위협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에 존스홉킨스 대학의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는 “트랜스휴머니즘”이라고 답했다. 그는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존엄성을 갖는다는 것이 자유주의 사상의 원천인데 트랜스휴머니즘은 이를 부정하고 있다”며 “우리 중 일부가 후천적으로 뛰어난 능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 인정된다면 이들과 우리가 어떻게 같은 인간으로서 존중받을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후쿠야마 교수가 트랜스휴머니즘의 문제점을 지적했다면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는 정반대의 견해를 내놓았다. 트랜스휴머니스트이자 인공지능, 가상현실, 인지과학 등에서 독보적인 업적을 생산하고 있는 레이 쿠츠웨일이 2005년 ‘비범한 존재가 다가온다’라는 책을 쓰자, 빌 게이츠는 기술의 미래를 알려주는 세계 최고의 예측가라고 그를 격찬한 바 있다. 비범한 존재란 인간의 두뇌를 앞지르는 인공지능을 말하며, 트랜스휴머니스트들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뇌와 접목돼 인간의 지능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한다.

    이렇듯 세계적인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트랜스휴머니즘에 대해 한국은 아직 ‘논외’다. 코르데이로 교수는 “3000명의 회원 중 한국인은 5명에 불과하며, 동양의 문화적 특성 때문인지 인간이 진화한다는 데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래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매력적이고 신비스럽다”는 그는 세계트랜스휴머니스트협회의 파트너이자 ‘상상하는 것은 모두 이뤄진다’고 믿는 엑스트로피협회(www.extropy.org) 창립 이사이며, 국제적 미래 연구기관 로마클럽의 이사도 맡고 있다.

    “인간의 진화는 이제 시작”

    -베네수엘라는 세계적인 미인을 배출하는 나라가 아닙니까. 세계 미인대회에 출전한 베네수엘라 여성의 자태를 보면 마치 이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요. 트랜스휴먼이란 이들을 말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맞아요(웃음). 트랜스휴머니즘이란 인간의 한계를 초월할 수 있다는 철학을 말합니다. 우리의 삶에는 한계가 많잖아요. 생물학적, 지적, 성적, 심리학적 한계 등이 있지요. 이런 한계를 새로운 기술로 뛰어넘어 인간이 앞으로 더 건강하게, 더 오래 살 수 있다는 생각이죠.”

    -제겐 너무 생소한 개념입니다.

    “사실 우리 모두에게 새롭습니다. 트랜스휴먼을 실현시킬 것으로 기대하는 나노과학, 생명공학, 정보공학, 인지과학이 등장한 게 최근이에요. 나노기술이 15년 전에 나왔다고 하지만 줄기세포 연구는 불과 몇 년 전에 시작됐잖아요.”

    -기술을 통해 인간이 진화한다는 생각이군요.

    “트랜스휴머니스트는 인간의 생물학적 진화는 끝났으나 기술적 진화는 지금 막 시작됐다고 믿습니다. 역사상 인간이 처음으로 한계를 인식하기 시작했죠. 동물은 한계를 모릅니다. 인간만이 알죠. 알기 때문에 뛰어넘을 수 있는 방법도 찾을 수 있어요. 다위니즘이 생물학적 진화를 논한다면 트랜스휴머니즘은 기술을 통한 진화를 주장합니다. 기술을 통한 진화는 적자생존이 아니에요. 기술은 값싸기 때문에 누구나 혜택을 받을 수 있어요.

    기술은 개발속도가 엄청 빠르죠. 보세요. 여기 플로피 디스크들이 있죠. 8인치 크기의 이 플로피 디스크의 용량은 고작 1K바이트에 불과했어요. 그런데 20년 뒤에 나온 이 메모리는 무려 1G바이트예요. 100만배나 용량이 커졌어요. 앞으로 20년 뒤엔 어떤 메모리가 나올지, 기술이 얼마나 발전할지 가늠하기조차 힘들어요. 이를 통해 인간이 진화하지 않는다고 믿는 게 오히려 이상하지 않습니까.”

    -언제쯤 트랜스휴먼이 우리 앞에 나타납니까.

    “언제라뇨? 우리 둘 다 안경을 쓰고 있잖아요. 더 멀리 보기 위해 광학 기술을 이용한 셈이죠. 그럼 우린 트랜스휴머니스트예요. 인공 뼈, 인공 장기를 인간의 몸에 이식하고 있지 않습니까. 트랜스휴머니스트죠. 이뿐인가요. 어디가 아프면 약을 먹습니다. 더 오래 살기 위해 의약 기술을 이용하고 있는 겁니다. 이런 점에서 우린 모두 트랜스휴먼이에요.”

    -우리가 트랜스휴먼임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군요.

    “인간은 트랜스휴먼으로 진화하는 중입니다. 침팬지와 인간의 유전자는 99%가 같아요. 딱 1%가 다릅니다. 이 차이가 엄청난 차이를 만들었잖아요. 그러나 고작 1%의 차이만 있는 거죠. 인간의 진화는 이제 시작입니다. 이것을 믿는 것이 중요해요. 좀더 완벽한 존재가 되는 것, 신처럼 생각하는 존재가 되는 것이 인간의 궁극적 욕망 아닙니까.”

    ‘열린 계(界)’ 지향

    -우생학을 지지하는 것처럼 들립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트랜스휴머니즘이 월등한 인간과 열등한 인간을 나눠 자유를 위협한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정반대예요. 우생학은 다수의 진화를 반대하는 겁니다. 트랜스휴머니즘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지지합니다.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를 예로 들어볼까요. 수백만의 사람이 아주 싼 가격에 이 약을 복용하고 있어요. 70∼80세 노인들은 비아그라 덕분에 제2의 인생을 살게 됐다고 행복해합니다. 기술은 이렇듯 싼 가격에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겁니다. 만약 인간 두뇌의 기억용량을 배가시키는 신약이 나왔다고 상상해보세요. 나는 20년 안에 이런 약이 나올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럼 수백만의 사람이 이전보다 훨씬 많은 데이터를 머리에 저장할 수 있어요. 우리 모두 진화하는 거죠.”

    ‘트랜스휴머니스트’  호세 코르데이로   베네수엘라大 교수

    한국을 방문해 미래예측 방법론을 강의하는 코르데이로 교수.

    -인간이 신처럼 사고하는 능력을 갖추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 아닐까요.

    “왜요? 인간의 욕망은 무한합니다. 그런 점에서 트랜스휴머니즘은 종교와 달라요. 종교는 우리가 왜 사는지, 왜 죽는지를 탐구하죠. 트랜스휴머니즘은 인간이 불멸할 수 있는 방법을 탐구합니다. 종교는 하나의 신념에 기초한 도그마(dogma, 증거 없는 믿음)지만, 트랜스휴머니즘은 어떤 것도 가능하다는 것을 믿는, 열린 계(界)를 지향합니다. 무한한 진화를 믿는 거죠.

    그런 점에서 황우석 교수의 연구가 좌절된 것은 인류사의 비극이에요. 물론 그의 거짓말 때문에 줄기세포 연구가 1∼2년 늦춰질 수 있겠지만 수많은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만약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가 알츠하이머병에 걸린다면 그도 줄기세포 연구에 찬성할 겁니다.(웃음) 그러면 기술 개발은 더욱 앞당겨지겠죠.”

    ‘불멸의 쥐 프로젝트’

    -트랜스휴머니스트협회 회원 가운데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사람들을 든다면.

    “많아요. 협회 창립자인 영국 옥스퍼드대 닉 보스트롬 교수나 최근 사망한 이란계 미래학자 FM2030은 독특한 이론으로 학계의 주목을 받았죠. ‘비범한 존재가 다가온다(Singularity is near)’라는 책을 쓴 레이 쿠츠웨일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가 기술의 미래를 알려주는 세계 최고의 예측가라고 격찬하기도 했고요. 그는 인공지능이 조만간 인간의 지능을 초월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죠.”

    -트랜스휴머니즘이 인간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합니까.

    “늙지 않는 시대가 올 겁니다. 기술이 좀더 발전하면 나이를 거꾸로 먹는 시대마저 실현시킬 수 있어요. 2년 전에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한 연구실에서 쥐를 갖고 실험했어요. ‘불멸의 쥐(Immortal mouse) 프로젝트’라는 것인데, 실험 결과 쥐들이 인간의 나이로 치면 200년을 살게 됐어요. 더 흥미로운 실험이 미국 MIT 등 세계 10여 개 대학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이른바 젊음을 되찾는 연구입니다. 이 실험이 성공한다면 우린 새로운 세상에서 살게 됩니다. 생각해보세요. 암에 걸려도, 암이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도록 하면 우린 죽지 않아요. 그냥 암과 함께 사는 거죠. 늙는다는 것은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라 일종의 병이에요. 그러나 치유할 수 있는 병이죠.”

    -트랜스휴머니스트협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트랜스휴먼이 되려면 자신의 몸을 냉동보존하는 데 동의해야 한다고 돼 있더군요. 앞선 기술을 경험하려면 오래 살아야 하는데, 현재의 의학기술로는 가능성이 적으니까 자신의 몸을 냉동보존해 미래에 깨어나자는 생각인 것 같습니다. 교수께선 동의했습니까.

    “아직 안 했어요. 난 아직 젊다고 생각해요. 냉동보존술(Cryonics)이 실현되려면 두 가지 기술이 받쳐줘야 합니다. 하나는 인간의 두뇌를 스캐닝해서 두뇌에 있는 정보를 컴퓨터에 저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깨어나서 컴퓨터에 저장된 기억을 도로 가져올 수 있잖아요(트랜스휴머니스트는 이런 기술을 업로딩(Uploading)이라고 한다). 둘째는 생물학적으로 생명을 지키면서도 우리 몸을 냉동할 수 있는 기술이 성공해야 하죠. 나는 개인적으로 20∼30년 안에 이런 기술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때 가서 이 기술을 제게 적용하고 싶어요. 또 다른 문제가 있는데, 이를 법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나라에서 살아야 한다는 겁니다. 미국, 러시아, 영국, 독일은 관련법을 만들고 있어요.”

    내가 편재(遍在)하는 세상

    -업로딩(전송)이란 게 구체적으로 어떤 것입니까.

    “인간의 지능을 컴퓨터로 전송하는 것을 말합니다. 우선 뇌의 신경접합구조를 주사(走査, 미세한 입자로 분석 대상을 낱낱이 나누는 것)합니다. 이는 나노기술을 통해 가능하죠. 그리고 이 구조를 컴퓨터에서 똑같이 재현합니다. 업로드는 3차원의 ‘뇌 지도’뿐 아니라 각 뉴런(신경세포와 그 돌기)의 기능을 이해하는 기술도 필요해요. 예를 들면, 내부의 자극을 어떻게 밖으로 표출하는지 혹은 인간이 배울 때 신경세포가 어떻게 변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이렇게 되어야 우리 뇌의 기억을 컴퓨터 파일로 저장할 수 있고, 컴퓨터 파일을 뇌로 전송할 수 있는 거죠.”

    -우리의 기억을 저장한다? 글쎄요…. 그렇다면 컴퓨터에 저장된 내 기억을 누군가 복사해 간다면 또 다른 내가 동시에 존재할 수도 있는 겁니까.

    “그게 아마도 21세기 가장 첨예한 이슈가 될 거예요. 당신의 기억을 누군가 복사한다면 당신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이죠. 뭐가 나를 나답게 할까요? 기억? 태도? 기질? 트랜스휴머니스트는 업로드가 정신을 육체로부터 분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끝이 없어요.

    다만 가상 공간에서 활동하는 또 다른 나에게 나의 기억을 전송해준다, 그래서 또 다른 내가 나처럼 가상 공간에서 활동하도록 해준다고 생각할 수는 있죠. 그곳에 존재하는 또 다른 나는 여행을 다닐 수 있고, 원하는 상대와 섹스할 수도 있겠죠. 이렇듯 다양하게 경험한 것을 실제 세계의 나에게 전송할 수 있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나는 여러 곳에 편재(遍在)하고, 동시에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죠. 수명이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고요.”

    -인간의 뇌란 더 이상 신비의 대상이 아니겠군요.

    “뇌는 컴퓨터에 비하면 믿을 수 없을 만큼 정보처리 속도가 느립니다. 미국 카네기 멜론대 한스 모라벡 교수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1초에 1014∼1017개의 지시를 내려요. 1017개의 지시는 한 개의 신경세포가 1000억개의 신경세포와 접촉하는 과정에서 발생합니다. 속도는 100Hz(1Hz는 1초당 1회전). 이 같은 속도는 컴퓨터와 비교하면 너무 느린 거죠. 그래서 레이 쿠츠웨일이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압도한다고 예언한 거죠.”

    -트랜스휴머니즘이 어떤 분야와 결합돼야 시너지 효과를 낼까요.

    “나노과학, 정보과학, 바이오과학, 인지과학(인지심리학, 인공지능, 언어학을 다루는 과학)과 활발하게 연결되겠죠. 한국은 나노, 정보, 바이오 분야에선 세계의 선두에 있습니다. 다만 인지과학 실력은 좀 떨어집니다. 일본은 다르죠. 도쿄의 한 인지과학 연구소에 갔는데, 기술력에 깜짝 놀란 적이 있어요. 미국도 이 분야에선 세계 제일이라고 할 만하죠. 한국이 이 분야에 투자하면 좋겠어요.”

    아서 클라크의 미래 3법칙

    -지금보다 오래 살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치죠. 교수께선 200년쯤 산다면 무엇을 하고 싶습니까.

    “겨우 200년이요? 적어도 300년쯤은 살고 싶은데요. 우선 한국에서 10년 살고 싶어요. 그러다가 지겨워지면 20년 동안은 화성에서 살고, 50년은 목성에서 살아보죠. 아시아 언어도 배워보고 싶어요. 5개 국어를 하는데 아시아쪽 언어는 전혀 못해요. 동시에 여러 가지를 경험하는 시대에도 살고 싶고요.”

    -300년쯤 산다면 우리 인생에서 뭐가 달라질까요.

    “결혼제도가 변할 것 같아요. 대략 80세까지 산다면 한 여자와 50년을 사는 셈인데, 만약 300년쯤 산다면 한 여성과의 결혼생활이 지겹지 않을까요. 그땐 많은 파트너가 필요할지 몰라요.(웃음) 자식에 대한 의미도 달라질 겁니다. 자식을 낳는 것은 우리의 한정된 경험을 후대에 물려주는 의미가 있거든요. 그런데 300년, 400년 산다면 자식을 낳는 의미가 퇴색하겠죠. 사이버 공간에서 자식을 만들려는 움직임도 있을 수 있고요.”

    -미래학에 대한 관심은 언제부터 가졌습니까.

    “1979년 MIT에 들어갔는데, 컴퓨터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이런 게 있나 싶었죠. 그때 한 교수님이 컴퓨터의 미래에 대해 보고서를 쓰라는 숙제를 내줬는데, 정말 재미있었어요. 생각해보세요. 30년 전만 해도 개인용 컴퓨터는 상상도 못했죠. 20년 전엔 휴대전화는 생각지도 못했고요. 10년 전엔 구글이라는 서치엔진을 꿈도 꾸지 못했어요. 5년 전엔 줄기세포 연구가 새롭게 등장했고요. 생각지도 못한 것들이 등장합니다. 미래는 알 수 없는 거예요. 그래서 더욱 매력 있죠.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을 예상한다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습니까.”

    엑스트로피, 자연적인 것의 반대?

    -혹시 대학 시절, 미래학자를 마술사나 연금술사쯤으로 생각한 건 아닙니까.

    “마술은 내가 좋아하는 분야예요. 뚜렷한 사실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좋아하죠. 무슨 얘기냐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쓴 영국의 엔지니어이자 미래학자인 아서 클라크가 미래의 3법칙을 얘기한 적이 있어요. 제1법칙은 ‘노장(老將) 과학자가 가능하다고 하면 어떤 것이라도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러나 ‘그가 불가능하다고 하면 이번엔 그가 틀린 것’이라는 게 제2법칙이에요. 제3법칙은 충분히 가능성 있는 기술은 마술과 같다는 겁니다. 처음엔 사실로 믿기 어려운 것, 마술 같은 것이 종래 인류에게 다가올 기술이라는 거죠. 휴대전화는 30년 전엔 마술 같은 기술이었죠. 이런 점에서 나는 명백한 사실로 보이는 것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교수께선 엑스트로피협회 이사이기도 한데요. 엑스트로피는 뭡니까.

    “엔트로피의 반대 개념인데요, 생소하죠? 엔트로피는 아시는 대로 열역학 제2법칙을 말합니다. 자연은 항상 무질서한 상태로 변화한다는 것이죠. 열은 항상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이동하고,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하는 것처럼 말이죠. 이는 부정할 수 없는 법칙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엑스트로피협회는 ‘변하지 않는 법칙은 없다’고 주장합니다. 1980년대 후반에 등장한 엑스트로피는 인간에게 닥친 예상치 못한 기회나 도전 혹은 위험을 다른 각도로 보려는 노력이었어요.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사고, 끊임없는 배움, 실천, 실험 등을 통해 인간은 인격적으로, 지적으로, 육체적으로 끊임없이 발전한다는 것을 믿는 거죠.”

    -최근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한국대표와 함께 책을 냈는데요.

    “우리가 오늘 얘기한 ‘트란스휴먼’이란 제목의 책인데요. 기술의 진보가 항상 인류에게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에요. 일례로 나노기술로 만든 무기는 전 인류를 살상하고도 남습니다. 오사마 빈 라덴 같은 테러리스트가 그런 기술을 습득한다면 그건 인류의 재앙이죠. 그러기 전에 기술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해야 하죠. 기술의 밝은 면뿐 아니라 어두운 면도 담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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