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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리포트

“윤광웅 국방장관은 작통권 환수를 원치 않았다”

이종석 극본(?), 노무현 감독·주연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드라마

  • 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윤광웅 국방장관은 작통권 환수를 원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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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잘하는 윤 장관

노 대통령과 윤 장관은 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주장하는가? 두 사람의 발언에는 주목할 부분이 있다. 윤 장관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로드맵을 위한 약정서(TOR)에는 한국군이 전시작전통제권을 단독으로 행사하더라도 주한미군은 계속 주둔하고, 유사시 미군의 압도적인 증원 병력도 전개하는 것으로 돼 있다”고 한 것과, 노 대통령이 “앞으로 남북간 긴장완화를 위한 군사적 신뢰구축을 위한 군사협정을 할 때도 한국군이 전시작전통제권을 갖고 있어야 대화를 주도할 수 있다”고 한 부분이다.

윤 장관과 노 대통령의 이 발언에는 배경이 있으므로 반드시 기억해두어야 한다. 윤 장관 발언을 분석하기 위해 먼저 그가 어떤 사람인지부터 알아보기로 하자. 기자는 윤 장관이 준장이던 시절(1992년)부터 그를 알아왔다. 그는 중장까진 선두로 진급을 거듭한 엘리트 중의 엘리트였다. 잘나가던 그의 운세는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제동이 걸렸다.

해군의 중장 보직 가운데 최고 요직인 작전사령관을 하던 그는 DJ 정부 출범 후 참모차장으로 옮겨갔다. 그리고 그의 뒤를 이어 작전사령관이 된 호남 출신 동기생이 대장에 진급해 참모총장에 임명됨으로써 군복을 벗게 되었다. 그의 전역에 대해서는 “유능한 군인인데 때를 잘못 만나 뜻을 펼 기회를 잡지 못하게 됐다”며 아쉬워하는 후배가 많았다.

윤 장관은 해군에서 영어를 가장 잘하는 군인으로 꼽힌다. 지금도 연례안보장관회의에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을 만나면, 통역 없이 토론할 정도로 유창한 영어 실력을 발휘한다. 군 내부에서는 ‘영어 잘하는 장교는 친미파’라는 의식이 존재해왔다. 영어를 잘하는 장교는 미군과 접촉할 기회가 많고, 자연히 한미연합체제에 대한 이해가 높아져, 다른 장교들보다 미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은 데서 생겨난 통념(通念)이다.



해군과 공군은 육군에 비해 한미연합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한다. 한국 해군과 공군은 유사시 일본 요코스카를 모항(母港)으로 미 해군 7함대, 한국 오산을 기지로 한 미 7공군과 한덩어리가 돼 전투에 들어간다. 전시가 되면 한미연합사에는 지상군구성군사령부, 해군구성군사령부, 공군구성군사령부, 연합해병대사령부, 연합특수전사령부, 연합심리전사령부의 6개 구성군사령부가 만들어진다.

연합사의 해군구성군사령부 사령관은 미 7함대 사령관(중장)이 맡고, 부사령관은 한국 해군의 작전사령관(중장)이 맡는다. 연합사의 공군구성군사령부 사령관은 미 7공군 사령관(중장)이 맡고, 부사령관은 한국 공군의 작전사령관(중장)이 맡는다. 연합사의 해·공군구성군 사령관을 미군 중장이 맡는 것은, 미 해군과 공군의 전력이 한국 해공군보다 압도적으로 강하기 때문이다.

미 해군과 공군은 유사시 부대 배속이 자유로운 ‘편조(編造)’ 개념으로 부대를 운용한다. 따라서 전시가 되면 7함대와 7공군은 평시보다 훨씬 더 많은 부대를 거느리게 된다. 한반도에 전시가 선포되면 7함대와 7공군은 미 해군과 공군의 거의 모든 정예전력을 배속받으므로, 한국 해군과 공군 전력을 월등히 앞선다.

그는 작통권 환수 주장한 적 없다

지상전에 참여한 병사는 적군의 공격을 받더라도 싸우는 무대가 육지이다 보니 운이 좋으면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나 함정과 항공기는 바다와 하늘에 떠 있으므로, 적군이 쏜 무기에 맞으면 ‘모 아니면 도’의 ‘제로섬(zero sum) 위기’를 맞는다. 병력이 다치지 않았더라도, 함정과 항공기가 침몰하거나 추락하면 최후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 때문에 해군과 공군은 ‘압도적인 우위’를 선호한다. 해전과 공중전에서 압도적인 우위는, 아군은 전혀 위험에 직면하지 않고 적군을 몰살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압도적인 우위에 있는 해·공군은 단 한 대의 장비, 단 한 명의 병사도 잃지 않고 승리할 수 있다. 좋은 예가 2003년의 이라크전쟁이다. 이 전쟁에서 미군을 중심으로 한 다국적 해·공군은 아군끼리의 오인(誤認) 사격과 사고를 제외하면 단 한 사람의 희생자도 내지 않고 승리를 거머쥐었다.

한국 해·공군 관계자들은 이런 현실을 잘 알고 있기에 압도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한미연합을 중시한다. 윤 장관도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다. 그는 10여 년 넘게 만나온 기자에게, ‘한미연합이 필요하지 않다’나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 번도 꺼낸 적이 없다. 군을 떠나 현대중공업 고문으로 일할 때도 그는 미 해군사(海軍史)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한미연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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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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