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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이명박의 복심(腹心), 유승민 vs 정두언

유(劉) “이명박은 정계개편 계략에 말려들지 말라”
정(鄭) “박근혜 경선 불참 가능성이 더 걱정”

  • 이동훈 한국일보 정치부 기자 dhl3457@naver.com

박근혜·이명박의 복심(腹心), 유승민 vs 정두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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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서울시장후보 경선전에서 홍사덕 의원이 앞서 있던 형국이었다. 홍 의원은 진영 당시 서울 용산지구당 위원장을 참모 격으로 데리고 있었다. 진 위원장은 이회창 총재 측근으로 분류된다. 그러다 보니 ‘이심(李心)’이 홍 의원에게 있다는 얘기가 돌았다. 아마 이명박 의원이 나를 찾은 이유는 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를 데려다놓고 ‘정두언도 이 총재 측근인데 무슨 소리냐’고 할 요량이었던 듯하다. 당시 서울시 원외 위원장 중 비교적 소장파로 분류되는 상당수 인사가 홍사덕 의원 쪽에 가 있었다. 이 의원이 나를 데려오는 것은 서울 소장파가 한쪽으로 쏠리는 것을 차단하는 효과도 있었다. 내가 쓰임새가 많았던 셈이다.”

“도와달라”며 내미는 손

정 의원은 이 의원측의 이런 의도를 알면서도 그가 내민 손을 잡았다. 주변 사람들은 이 선택을 처음엔 반대했다고 한다. 본인도 사실 마뜩지는 않았다고 했다.

“이명박 의원이 경선에서 이길 것 같지 않았다. 이 의원의 첫인상도 썩 좋지 않았다. 그러나 한동안 하루 24시간을 함께 지내다 보니 이 의원을 다시 볼 수밖에 없었다. 나도 사람 보는 눈이 까다로운 편인데, 그 사람의 거대한 용량이 느껴졌다. 매일 감동하다시피 했다. 빨려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2005년 1월,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유승민 의원에게 대표 비서실장직을 제의했다. 3년 전 서울시장후보 경선을 앞둔 이명박 의원이 정두언 위원장을 잡으려고 한 것과 비슷한 이유였다는 시각도 있다.



유 의원은 2002년 대선 당시 여의도연구소장으로, 이회창 후보의 대내외 참모조직 및 전문가 자문그룹의 운영에 관여해왔다. 이런 인연으로 대선 이후에도 경제계, 학계 등 각계에 포진해 있는 ‘친(親)이회창계 외부 인재 풀(pool)’과 유대가 있다. 또한 박 대표로선 대표로 재임하는 동안 한나라당의 텃밭인 대구·경북에 구심점을 확보하는 일이 긴요했을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쓰임새 많은 유 의원은 박 대표의 부탁을 거절했다. 몇 차례 제의와 고사(固辭)가 오갔다고 한다. 다음은 유 의원의 설명이다.

“처음에는 완강하게 거절했다. 내가 모셔본 사람은 이회창 총재밖에 없었다. 그런 사정도 부담이었지만, 비록 당의 공식직함이긴 해도 특정 대선주자의 비서실장으로 들어가면 정치적으로 다른 선택을 할 여지가 줄어든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었다. 사실 그때는 박근혜 대표를 잘 모르는 상황이었다. 다른 당직을 맡기면 하겠노라고 몇 번을 뺐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비서실장직을 맡은 후로는 몰랐던 박 대표의 장점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물론 단점도 보였지만 장점이 더 많았다. 비서실장 10개월이 끝난 뒤엔 내 입으로 ‘난 박 대표에게 줄 섰다’고 떠들고 다닐 정도가 됐다.”

이회창 전 총재의 측근 중 측근이던 유승민 의원은 그렇게 해서 박근혜 대표의 측근이 된다. 만약 이명박 전 시장이 유승민 의원에게, 박근혜 전 대표가 정두언 의원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면 유-정 두 의원의 위치는 서로 바뀌었을까. 의미 없는 가정일 뿐이다.

정치권에서 ‘이합집산’은 다반사이지만, 이명박-정두언, 박근혜-유승민의 관계는 ‘우연’과 ‘필연’의 적절한 조합에 의해 자연스럽게 굳어져 현재로선 콘크리트처럼 단단해 보인다.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대로, 내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전이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양자 구도로 전개된다면 유-정 두 의원은 양 진영의 핵심 참모로서 정면 승부를 벌여야 할 판이다. 두 의원은 서로 얼굴을 붉혀야 할 일도 많을 것이다. 더구나 호불호(好不好)가 분명한 두 의원은 언변도 거침없다.

“박근혜는 올드패션 됐다”

그러나 지금 두 의원은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만난다. 민감한 얘기는 꺼내지 않는다고 한다. 필자는 두 의원을 각각 따로 만나, 최근 박근혜-이명박 진영간 갈등이 본격적으로 표면화한 계기가 된 7·11 전당대회, 대선후보 경선의 룰, 대권주자에 대한 평가, 대선구도의 향후 전개 방향에 대해 물었다. 말을 아끼는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보다는 오히려 이들 두 의원이 양 진영의 솔직한 생각을 들려줄 적임자로 보였다.

두 의원은 한나라당에서 여진(餘震)을 일으키고 있는 전당대회 갈등에 대해 팽팽히 맞섰다. ‘어느 쪽이 먼저 전당대회에 개입했는지’에 대한 정두언 의원의 주장을 먼저 들어보자.

“이명박 전 시장은 전당대회에 관여하지 않았다. 강재섭 후보가 대표가 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는 얘기도 이 전 시장에게 했다. 이 전 시장 처지에선 지금은 여의도에서 멀면 멀수록 좋다. 일찍 발을 담그면 좋을 게 없다. ‘아무나 돼도 좋으니 관여하지 말라’고 이 시장에게 신신당부했다. 그런데 어느 날 보니 이 전 시장이 ‘개혁적이고 야성이 강한 인물이 당 대표가 돼야 한다’고 인터뷰를 했더라. 깜짝 놀랐다. 이 전 시장에게 왜 그런 인터뷰를 했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내 추측인데, 이재오 후보가 요구한 것 같았다. 이 전 시장으로선 서울시장후보 경선에 출마한 홍준표 의원이 도와달라고 했는데 안 도와준 게 마음에 걸린 모양이다. 그래서 이번엔 이 전 시장도 ‘이 정도는 해야겠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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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한국일보 정치부 기자 dhl34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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