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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L 858기 폭파사건, 남은 의혹과 진실

“라디오 속 C-4 폭탄, 흑백 X레이에는 고추장으로 보였다”

  • 조인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ig1999@donga.com

KAL 858기 폭파사건, 남은 의혹과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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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희·김승일, 북한인 맞나?

1988년 1월15일 안기부의 수사발표문은 “김현희는 북한 외교부에 근무하던 김원석(58)의 1남2녀 중 장녀로 평양외국어대학 일어과 2학년에 재학 중이던 1980년 2월 공작원으로 선발됐다. 김원석은 1962~67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3등 서기관으로 근무한 사실이 있으며 소련주재 대사관에서도 근무했다. 현재(1988년)는 앙골라 주재 북한무역대표부 수산대표다”라고 돼 있다.

진실위는 김원석이 김현희의 진술대로 쿠바 대사관에 근무한 것은 확인했다. 쿠바 외무성이 발행한 1962년 외교관 명단에 따르면 김원석이 주재관으로, 처 임명식과 함께 등재돼 있고, 1965년에는 공보담당 3등 서기관으로 기록돼 있었다.

김현희의 출입국 기록도 확인됐다. 김현희와 김승일이 각각 김옥화, 김성락이라는 가명으로 북한 공무여권을 이용, 1987년 11월13일 소련 항공기편으로 모스크바에서 부다페스트로 입국한 사실이 러시아측을 통해 확인됐다. 또 5일 뒤 북한 현지 지도원이 운전하는 외교관 차량으로 오스트리아 국경을 통과, 베오그라드로 갔다는 김현희의 진술도 사실로 입증됐다. 오스트리아 당국에서 “해당 시점에 북한 대사관 소유 차량이 오스트리아에서 출국한 일이 있다”고 확인해준 것.

1972년 11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조절위원회 개최 당시 남측 장기영 대표에게 꽃을 전달한 북측 화동 가운데 한 명이 김현희라는 사실 역시 추가로 발굴된 사진을 통해 확인됐다.



김원석이 앙골라 주재 북한 외교관으로 근무했다는 점과 평양 집 주소가 사실인지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얻지 못했으나, 앞서의 증거만으로도 북한인으로 보기에는 충분하다는 게 진실위측 시각이다.

김승일의 경우 북한 공작원이라는 정황이 한결 더 분명하다. 일본의 일부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는 김승일이 ‘남한 경상도 출신의 이수업이라는 인물’이라는 설을 내놓기도 했다. 사건 당시 안기부는 1989년부터 1년여 간 북한 대남 공작원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이른바 ‘악어공작’을 통해 김승일이 황해도 재령 명신중학교와 평양 대동공업 전문학교를 졸업한 김일선이라고 결론지었다.

그 근거로 안기부는 일본 과학경찰연구소가 보내온 소견을 제시했다. 이 연구소는 김승일과 김일선의 인물 사진이 외관상 안면 형태가 동일하고 얼굴 치수, 머리 높이 등의 비율도 일치한다는 소견을 제시했다.

다만 올해 국정원 진실위의 의뢰를 받은 한국의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사진 해상도가 떨어진다는 등의 이유로 동일성 여부를 판단하기 곤란하다고 답신했다. 진실위는 국가기록원을 뒤져 ‘이수업’이라는 인물의 실존 가능성도 확인했으나 문서로 확인된 것은 없었다.

유엔 안보리에선 무슨 일이?

일부 민간단체는 1988년 2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이 KAL 858기 사건을 ‘남한의 특수공작’이라고 강력하게 반박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사건에 대한 보고를 청취하고 북한 제재 등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박길연 당시 북한 유엔대사는 “남한 안기부 비밀요원이 폭발물을 설치하고 외교관 11명과 함께 아부다비 공항에 내렸다”고 주장했다.

이들 민간단체는 당시 우리측 대표단이 북측의 이 같은 주장을 즉각적으로 논박하지 못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더욱이 폭파사건 바로 다음날인 1987년 11월30일 서울에서 재외공관장 회의가 열린 사실을 거론하며 의혹을 키웠다.

당시 박길연 북한 대사는 “대한항공기 사건과 북한은 아무 관계가 없다. 이 사건은 대선 승리를 노린 노태우 집단의 시나리오에 의해 만들어진 연극에 불과하다. K-87이라는 암호명으로 실행된 이 작전은 H-107이라는 안기부 비밀공작원이 비행기를 폭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당시 남한 외무부 차관보인 박수길이 신병인도를 위해 바레인에 수백만달러를 줬다. 이 사건이 아무런 물적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용의자 김현희의 자백에만 의존하는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진실위는 이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최종 판단했다. 외교부가 작성한 ‘공관장 귀국 예정 일정’ 자료와 출입국관리사무소를 통해 아부다비 경유 가능성이 있는 유럽, 아프리카 지역 공관장들의 입국 항공편과 국내 출입국 날짜 등을 확인한 결과 이들은 모두 11월29일 이전에 서울로 들어왔다. 강석재 당시 이라크 총영사 부부가 KAL 858기에 탑승했다가 사망한 것만 봐도 이 같은 의혹은 어불성설이라는 것.

또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에 반박하지 못했다는 의혹도 일축했다. 당시 안보리 회의록에 따르면 한국의 박수길 유엔대표는 북한 박길연 대사의 주장에 대해 “반박할 가치도 없다(They did not deserve a reply)”라는 말을 서두에 꺼내면서 적극적으로 반박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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