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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문화 원류 탐험기 ⑨

‘미국적 계몽주의’의 표상 토머스 제퍼슨의 집 ‘몬티첼로’

‘포용과 실용’으로 승화한 국부(國父)의 양면성

  • 신문수 서울대 교수·미국문화 mshin@snu.ac.kr

‘미국적 계몽주의’의 표상 토머스 제퍼슨의 집 ‘몬티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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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적 계몽주의’의 표상 토머스 제퍼슨의 집 ‘몬티첼로’

제퍼슨이 사유지로 만든 내추럴 브리지. 신대륙의 번영을 약속하는 듯한 장엄함이 느껴진다.

요컨대 제퍼슨은 다재다능한 전인(全人)이었다. 부르크하르트(Jacob Burckhardt)는 르네상스를 한마디로 ‘인간의 발견’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그것은 셰익스피어의 찬탄대로 ‘이성이 숭고하고, 능력이 무한하고…, 천사 같은 자태에 신과 같은 이해력’을 가진, ‘세상의 꽃이요, 만물의 영장인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과 다면성에 대한 발견과 확신을 의미한다.

역사상 제퍼슨만큼 이런 전인으로서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성을 발휘한 인물은 찾아보기 힘들다. 1962년 노벨상 수상자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만찬을 베풀면서 케네디 대통령은 “제퍼슨이 이 방에서 혼자 식사하던 때를 제외하고서 백악관이 이처럼 뛰어난 인재들로 붐빈 적이 없었다”는 재담을 남긴 바 있는데, 이 또한 제퍼슨의 심오한 지성에 대한 미국인의 경외심을 대변하는 것이리라.

제퍼슨이 40년에 걸친 필생의 사업으로 완성한 버지니아 샬로츠빌의 저택 몬티첼로를 찾는 여정은 이 다재다능한 거인의 삶을 통해 미국정신의 근본과 그 현재적 의미를 새삼 음미해보는 기회가 됐다.

몬티첼로는 제퍼슨이 버지니아 식민지 의회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1768년에 짓기 시작해 그가 대통령으로 은퇴하기 직전인 1808년에 현재와 같은 형태로 완공됐다. 직접 집터를 잡고, 설계하고, 세우고, 고치고, 다시 설계하고, 또 뜯어고치는 과정을 거쳐 제 모습을 찾아간 40년의 건축 과정은, 실로 길었던 그의 공직 생활과 나란히 한 것이다.

‘자서전 같은 집’



그러기에 몬티첼로는 제퍼슨의 ‘집’이면서 정신의 본향이고, 그의 삶의 표현이면서 또한 그의 역사이다. 방대한 제퍼슨의 전기 ‘제퍼슨과 그의 시대’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뒤매스 멀론(Dumas Malone)은 한 인간으로서, 또 한 정신으로서, 몬티첼로보다 더 제퍼슨을 특징적으로 말해주는 것은 없다고 썼다. 집주인의 삶의 철학이 집약되어 있고 그의 심미적 이상이 투영되어 있기에 몬티첼로는 달리 말해 일종의 자서전이다.

주택의 규모나 건축미로만 본다면 몬티첼로를 능가하는 집은 허다하다. 그러나 몬티첼로처럼 한 인간의 정신과 혼, 그리고 그가 살았던 시대정신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집은 어디에서도 찾기 힘들다. 몬티첼로가 제퍼슨의 초상과 더불어 역사적 기념물로서 미국의 5센트 동전에 새겨진 까닭도, 또 미국의 주택으로서는 유일하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는 까닭도 거기에 있다.

제퍼슨의 발자취를 찾아 몬티첼로 탐방 길에 나선 것은 4월의 어느 화창한 봄날 주말이었다. 우리 일행은 이곳 방문에 앞서서 제퍼슨으로 인해 유명해진 버지니아 록브리지 카운티에 위치한 내추럴 브리지(Natural Bridge)를 거쳐 가기로 여정을 잡았다. 출발지인 노스캐롤라이나의 채플힐에서 샬러츠빌로 가는 통상적인 코스에서 다소 우회하는 것이지만 버지니아 사람들이 세계 7대 불가사의의 하나라고 주장하는 자연의 경이를, 그것도 한때 제퍼슨이 소유한 적이 있기에 더더욱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가 달릴 주간(主幹)고속도로 81번길은 버지니아의 서쪽 경계를 이루며 블루리지 산맥의 기슭을 따라가는, 풍광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도로다.

내추럴 브리지는 땅이 하늘로 치솟으며 생긴 거대한 아치형 구멍이 만들어낸 다리 형상의 기이한 지형을 일컫는다. 폭 90피트, 높이 215피트의 타원형 아치 아래로 작은 개천이 흐르고, 그 개천을 따라 사람들이 드나드는 길이 나 있다.

아치를 통과해 안으로 들어가니 지형이나 경관은 크게 변화하지 않으나 기분만은 무슨 별세계에 온 듯했다(후에 무릉도원 전설이 서린 중국의 장가계 지역에서 이와 대단히 유사한 지형을 본 적이 있다. 중국 사람들은 그것을 ‘천하제일교·天下第一橋’라고 불렀다). 안쪽으로 더 들어가니 이곳에 살던 원주민 인디언의 후손들이 전통적인 삶의 모습을 재현해 관광객의 눈길을 끌고 있다. 젊은 시절 조지 워싱턴이 이 지역을 답사하고 자신의 이름 첫 글자를 바위에 새겨 흔적을 남겼으나, 이곳을 역사적 명소로 만든 것은 제퍼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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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수 서울대 교수·미국문화 mshin@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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