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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맹녕의 그린 필드 ⑫

몽골 칭기즈칸 골프장

호쾌한 장타의 쾌감, 억센 동토(凍土) 러프의 좌절

  • 김맹녕 한진관광 상무, 골프 칼럼니스트 kalgolf@yahoo.co.kr

몽골 칭기즈칸 골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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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칭기즈칸 골프장

칭기즈칸 골프장의 이국적인 풍광과 맑은 공기가 골프의 맛을 더해준다.

몽골 유일의 18홀 골프장

1시간쯤 걸려 텔레지 국립공원에 있는 칭기즈칸 골프장 클럽하우스에 도착하니 여성 캐디들이 일렬로 서서 반갑게 맞이한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푸르고 초원의 공기는 신선하기 그지없다. 이런 때 묻지 않은 싱그러운 대자연에서 골프를 한다는 것은 축복이고 행운이다.

몽골 전체를 통틀어 9홀 골프장은 몇 개 있지만 18홀 골프장은 이곳이 유일하다. 골프장 주인은 한국인 이명학씨다. 일본인들이 ‘강우량과 토양 등을 고려할 때 골프장을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며 포기한 곳을 인수해 직접 설계 시공했다고 한다. 그 과정에 어려움이 얼마나 많았을지 상상이 갔다. 지난해 문을 연 이 골프장은 총 길이 5946m로 비교적 짧은 코스이지만, 주변의 아름다운 산세와 경관에 매료돼 텔레지 국립공원에 관광 온 골퍼들이 다음날 다시 와서 라운드를 할 정도다.

1번 티로 나아가 언덕을 향해 힘차게 티샷을 날리니 공이 빨랫줄처럼 쭉 뻗으며 푸른 하늘을 향해 비상한다. 첫 타부터 장타가 나오니 기분이 좋았다. 동반자 4명이 4명의 캐디와 함께 넓고 푸른 페어웨이를 걸으니 마치 별세상에 온 기분이다.

두 번째 샷은 남은 거리가 120m였지만 앞바람이 불고 오르막인 점을 감안해 7번 아이언을 빼어들자 캐디가 8번 아이언으로 바꿔준다. 그린을 향해 샷을 날리니 평소보다 한 클럽 짧게 잡았는데도 공이 그린을 넘어가 언덕 러프 속으로 떨어졌다. 피칭웨지로 어프로치 샷을 하니 공은 또다시 그린을 넘어 결국 트리플로 첫 홀을 마감하고 말았다. 두 번째, 세 번째 홀에서도 드라이버는 장타를 쳤지만 두 번째 샷이 그린을 넘어 연속 보기를 기록했다.



다섯 번째 홀이 되어서야 코스 특성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곳은 해발 1800m의 고지대인데다 연중 강우량이 200mm밖에 안 되고, 게다가 여름철엔 비가 내리지 않는다. 그래서 수분이 부족해 페어웨이가 딱딱하고, 인조 그린이라 그린 앞에 공을 떨어뜨려야 굴러서 온이 된다. 또한 높이 띄우는 어프로치 샷보다는 러닝 어프로치가 유리하다.

고원지대의 골프 코스에서는 공기 밀도가 낮고 건조해 평균 비거리가 20∼30야드 더 나간다. 특히 내리막 홀에서는 뒷바람이 불 경우 최고 40야드 더 나갈 때도 있다.

경사진 홀에서는 거리 측정이 중요하다. 고원지대의 내리막 홀에서는 실제보다 멀리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린 뒤편에 나무나 숲이 없는 경우, 홀이 해가 넘어가는 반대편에 있는 경우, 그린 앞에 연못이나 깊은 벙커가 있는 경우, 그린이 주위의 벙커에 비해 작게 보이는 경우 실제보다 거리가 길게 느껴져 골퍼들은 한 클럽 길게 잡거나 힘을 주어 샷을 한다. 이렇게 되면 공은 그린을 넘거나 러프 속으로 빠질 확률이 높다. 일단 그린에서 멀어진 공은 어떤 상황이든 핀에 붙이기가 만만치 않다.

8번 홀로 들어서니 노란 유채꽃과 야생화가 홀을 따라 피어 있어 마치 꽃밭에서 라운드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런 낭만적인 흥취도 한순간, 드라이버 샷이 오른쪽으로 휘면서 공이 꽃밭으로 들어가버렸다. 꽃 속에 파묻힌 공을 4번 아이언으로 그린을 향해 힘껏 내려쳤는데, 10m도 날아가지 않고 다시 러프 속에 박혔다. 다시 쳐도 역시 공은 15m를 나아가지 않는다. 겨우내 영하의 땅속에 있었던 풀이라 그런지 억세고 질겨 아이언으로 쳐도 끊어지지 않는다.

심하게 일그러진 내 표정을 본 캐디가 얼른 클럽을 피칭웨지로 바꿔준다. 그제야 러프가 한 움큼 잘리면서 공이 페어웨이 쪽으로 나온다. 상황을 무시하고 오직 온 그린시키겠다는 욕심을 부리면 실패한다는 교훈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깊은 러프 속에서는 9번 같은 짧은 아이언으로 쳐 공을 일단 페어웨이로 내놔야지, 4번 같은 롱 아이언은 헤드가 작아 러프의 저항을 이길 수 없기 때문에 공을 빼내기가 힘들다. 골프도 인생이나 마찬가지로 무리하면 반드시 후유증이 따른다.

뒤를 돌아다보니 아름답고 탐스럽던 꽃밭이 내 샷으로 뭉개져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함께 18홀 골프를 쳐보면 골퍼의 성격과 매너를 가늠할 수 있다고 강조해온 내가 정작 골프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발끈 화를 낸 게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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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맹녕 한진관광 상무, 골프 칼럼니스트 kalgolf@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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