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호

이중섭미술관

서귀포에서 느끼는 천재의 숨결

  • 글·최호열 기자 honeypapa@donga.com / 사진 제공·이중섭미술관 (www.seogwipo.go.kr/jslee)

    입력2006-10-02 14: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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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중섭미술관

    <B>1</B> 아이들, 이중섭. <B>2</B> 게와 가족, 이중섭. <B>3</B> 산월, 김환기. <B>4</B> 파도와 물고기, 이중섭. <B>5</B> 섶섬이 보이는 풍경, 이중섭. <B>6</B> 백암산, 박고석. <B>7</B> 태초, 남관. <B>8</B> 학, 박생광.

    불꽃같은 삶을 살다 40세에 요절한 화가 이중섭(1916∼56). 현대미술에 우리 전통미를 잘 녹여낸 작가로 평가받는 그는 박수근과 함께 국내 작가들 중에서 최고가에 작품이 거래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제주도 서귀포에 그를 기리는 ‘이중섭미술관’이 있다. 또한 그가 살던 집을 중심으로 ‘이중섭거리’가 있고, 해마다 가을이면 ‘이중섭예술제’도 열린다. 서귀포는 그가 6·25전쟁 때 1년밖에 머물지 않았지만 그의 예술세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곳이다.

    서귀포 ‘이중섭거리’에서 안내표지판을 따라 언덕을 오르다보면 작은 초가가 보인다. 이중섭이 살던 곳이다. 허물어져가는 흙담을 드러낸 채 서 있는 초가는 두 사람이 누우면 꽉 차버릴 정도로 작은 단칸방 하나뿐이다. 하지만 이곳에 살던 때가 이중섭에겐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다. 아내 마사코(한국명 이남덕)와 아이들과 함께 살았기 때문이다. 이후 그는 지독한 가난에 시달리다 아내와 아이들을 일본으로 보내고 홀로 남아 작품 활동에 전념하다 비극적 삶을 마감했다.

    이중섭미술관

    이중섭이 살던 초가.

    이중섭미술관

    미술관 옥상 전망대에서 본 서귀포 풍경.

    이중섭미술관

    이중섭미술관 전경.



    이중섭이 살던 초가 뒤로 아담한 현대식 건물이 보인다. 이중섭미술관이다. 1층에는 기념품과 안내소가 있고 2층에는 이중섭의 작품을 전시해놓았다. 그의 독특한 색채와 그림 스타일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아이들이 놀고 있는 그림, 소 그림, 담뱃갑의 은박지에 그린 은지화 등 다양한 작품이 전시되어 있어 그의 예술세계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또한 이중섭과 마사코가 주고받은 편지들도 전시되어 있어 부부의 애틋한 사랑이 느껴진다. 3층에는 이중섭 지인들의 작품이 ‘이중섭과 그의 친구들’이란 주제로 전시되어 있다. 김병기, 김환기, 남관, 한묵 등 이중섭과 동시대를 살던 27명의 작품을 감상하다보면 한국 근대미술의 흐름을 느낄 수 있다.



    미술관 관람은 여기가 끝이 아니다. 계단을 더 올라가면 유리문이 나오는데 미술관 옥상 전망대다. 아름다운 서귀포 앞바다와 항구, 이중섭이 즐겨 화폭에 담은 섶섬 등 서귀포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이중섭이 살던 초가와 작은 정원이 아늑한 느낌을 준다.

    미술관 소장 작품들은 가나아트센터 대표 이호재씨를 비롯해 이중섭의 지인들, 미술애호가, 이중섭과 이웃해 살던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기증한 것이다. 미술관이 서울과 너무 멀리 있어 언뜻 이곳까지 찾아오는 관람객이 있을까 싶은데 2002년 11월 개관한 이후 매년 늘어 지난해엔 5만4000명을 넘어섰다. 이중섭 작고 50주년을 맞아 서귀포에서 그를 만나보는 것도 좋은 추억거리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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