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호

전시 작통권 환수의 전제조건, 정보 자주화는 가능한가?

미군 첨단 C4I 체계에 의존한 한국군, ‘독립은 곧 퇴보’

  • 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입력2006-10-09 09:19: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신속배치군 구성과 C4I 체계 구축이 냉전 후 미군 개혁의 양대 축
    • Sensor-to-Shooter로 발전한 미군의 감시·정찰 체계
    • 미군 C4I 체계 이용해 정보도 얻고 지휘도 하는 한국군
    • KJCCS로 GCCS-K, MIMS로 CPAS-K를 대체. 그러나…
    • 미군 L-16 체계 도입할 수도, 안 할 수도 없게 된 공군
    • 해·공군은 아직 지휘통제 체계도 구축 못해
    • 미군은 중장이 C4I 체계 구축, 한국군은 준장이 담당
    전시 작통권 환수의 전제조건, 정보 자주화는 가능한가?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미국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이 이뤄짐으로써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가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두 대통령이 큰 물줄기를 잡아줬으니 양국은 조만간 열릴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에서 보다 상세한 내용을 타결지을 것으로 보인다.

    전시작전통제권을 갖고 온다고 해서 대한민국의 안보가 강화되지는 않는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출범과 함께 탄생한 국군은 비록 힘은 없었지만 전·평시 작전통제권을 갖고 있는 군대였다.

    한국군은 6·25전쟁이 일어나기 전 나름대로 다양한 작전을 구사했다. 38선상에서 북한군을 공격하는가 하면 국방부 4국(局)을 중심으로 특수부대를 북한 전역에 투입했다. 그러나 한국군의 독립성은 북한군의 남침으로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기습적인 남침으로 한국군의 자주권은 한 순간에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

    전쟁 발발 3일 만에 한국군은 8개 육군 사단 가운데 무려 3개 사단이 붕괴하는 타격을 입었다. 지금 많은 사람은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미국(정확히 말하면 유엔)에 넘긴 이승만 대통령을 친미주의자 또는 사대주의자라고 비난한다. 하지만 3개 사단이 사라지고 나머지 5개 사단도 궤멸 직전의 타격을 입은 상태에서는 작전통제권을 넘겨서라도 미군을 ‘확실하게 끌어들여’ 나라를 지키는 것이 나은 선택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작전통제권을 유엔(미국)에 넘기게 한 주범은 이승만 대통령이 아니라 전쟁을 일으킨 북한이다. 지금 그러한 북한이 사라졌는가. 북한은 ‘조선로동당의 당면 목적은 공화국 북반부에서 사회주의의 완전한 승리를 이룩하며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과 인민민주주의 혁명과업을 완수하는 데 있으며 최종목적은 온 사회의 주체사상화와 공산주의 사회를 건설하는 데 있다’고 한 조선노동당 규약을 철폐하지 않았다.



    깃대령의 미사일 발사 모른 한국

    지금의 한반도 위기는 1990년대부터 본격화한 플루토늄 추출로 인한 1차 북핵위기와 노동미사일, 2000년대에 불거진 농축 우라늄에 의한 2차 북핵위기와 대포동 발사체에 의해 일어난 측면이 있다. 오랫동안 한국은 북한이 미국과 바로 접촉하는 것을 막아왔는데, 북한은 이 위기를 일으켜 미국과 바로 만나는 상황을 만들었다.

    한반도 문제를 한국이 주도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을 맞은 것인데 이러한 때 노무현 정부는 전시작전통제권을 갖고 오겠다고 한다. 북핵과 미사일 문제에 대한 확실한 해결책도 없이 전시작전통제권만 환수하면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정착된다는 것인가.

    7월5일 북한군이 깃대령에서 미사일을 무더기로 발사했을 때 한국군은 이를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 합참은 미국이 ‘이 미사일이 발사돼 동해에 착수(着水)했다’는 연락을 해준 다음에야 사태를 짐작하고 부랴부랴 태스크포스를 가동했다고 발표했다. 깃대령의 미사일은 한국을 타격하기 위해 배치한 것이다. 한국군의 정보체계가 이 미사일이 발사되는 것을 몰랐다는 사실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세계는 바야흐로 동맹을 강화해 안보를 확보하는 추세에 있다. 자국 예산으로 자주국방을 추구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채우기’처럼 힘든 일이기에, 품앗이로 안보를 도모한다. 내가 급할 때 남이 갖고 있는 안보요소를 빌려쓰고 남이 급할 땐 내가 갖고 있는 것을 빌려주는 동맹체제를 구축하는 것인데, 이 체제를 구축하는 것만으로도 적은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억제’의 효과를 발휘한다.

    1950년 이승만 대통령이 작전통제권(당시 표현은 모든 지휘권)을 유엔군에 넘겼기에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한 미국과 1대 1로 집단방위체제를 운영하는 기회를 잡았다. 덕분에 한국군은 발전한 미군 시스템을 도입해 빠르게 현대화할 수 있었다. 미군이 오랜 연구 끝에 개발한 안보 체계를 보고 배우며 우리 것으로 만들어 갈 수 있었던 것이다.

    한국군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상당히 발전했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일본이나 영국, 독일처럼 한국보다 훨씬 더 많은 방위비를 지출하는 나라도 미국과 동맹체제를 구축해 부족한 점을 보완한다. 미국 또한 자력만으로는 전세계를 방어할 수 없기에 동맹체제를 통해 패권을 유지하고 있다.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하기보다는 차라리 북한을 붕괴시켜 ‘통일 한반도’를 이루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북한이 붕괴되면 한반도는 전쟁을 할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구성한 유럽국가들은 NATO의 적인 바르샤바조약기구(WTO)가 해체됨으로써 평화를 맞아, 유럽인들에 의한 NATO군 운영 체계를 구축했다. NATO의 사례는 전시 작전통제권은 환수했으나 여전히 적이 남아 있는 불안정한 평화보다는, 적을 없애버림으로써 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를 논의할 필요가 없는 안정적인 평화를 확보하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한 선택임을 보여준다.

    통일한국은 중국, 러시아 또는 일본과 대립할 수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북한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강력한 핵을 가진 나라이다. 일본은 미국 다음가는 경제대국이다. 이렇게 강한 세 나라 사이에서 안전을 도모하려면 통일한국은 미국과 맺은 유대관계를 유지하는 게 현명하다.

    누구나 위급할 때를 대비해 보험을 들어놓는다. 만의 하나 주변국이 한국을 위협할 때를 대비해서라도 전시작전통제권은 그대로 두는 것이 한국에는 유리한 선택이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추진하려면 정보자산의 자주화가 선결되어야 한다. 그렇지 못한 상태에서 추진하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는 헛된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노무현 정부는 2008년쯤이면 정보자산의 자주화가 완성될 것으로 보고 그 직후에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하겠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오랫동안 한국군이 갈구해온 정보자산의 자주화는 과연 실현될 수 있는 것일까.

    미래전은 네트워크 중심 전쟁

    슈퍼 파워 미국은 ‘미래 전쟁은 네트워크 중심 전쟁(NCW·Net Centric Warfare)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NCW는 무작정 총포를 쏘아대는 무한(無限) 전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아군을 완벽한 네트워크로 묶어놓고 적의 동태를 상세히 살피며, 한 개 목표는 단 한 발의 사격으로 격파하는 정확한 공격으로 승리를 거두는 전쟁을 뜻한다.

    미군은 네트워크 중심 전쟁을 하기 위해 C4I SR PGM을 갖춰야 한다고 보고 있다. C4I SR PGM은 Command Control Communication Computer Intelli-gence(또는 Information) Surveillance Reconnaissance and Precision-Guided-Munition의 머리글자를 딴 것이다. 우리말로 옮기면 ‘지휘 통제 통신 컴퓨터 정보 감시 정찰 정밀유도무기’다.

    네트워크 중심 전쟁의 핵심은 C4I이다. C4I는 고성능 컴퓨터(Computer)와 연결된 정교한 통신망(Communication)으로 정보(Information)를 주고받으며, 모든 아군 부대를 완벽하게 지휘(Command)하고 통제(Control)하는 것을 말한다. 한마디로 전체 아군 부대를 네트워크화하는 것이 C4I이다.

    자기를 위협하는 적(또는 가상적)에 대해서는 상시적으로 감시하고 필요하면 좀더 정밀한 정찰을 한다. 감시와 정찰을 통해 얻은 정보(또는 첩보)는 통신망을 통해 지휘부와 관련 부대로 보고된다. 정보를 확보한 지휘부는 컴퓨터의 기능을 빌려 아군 부대를 지휘하고 통제하는 명령을 내리니 감시와 정찰도 C4I에 함께 묶여 있는 것이다.

    감시를 하는 주 세력은 공군의 전투기나 해군의 군함이다. 전투 장비와 함께 감시 장비를 탑재한 전투기와 군함은 적 주변을 오가며 이상한 행동을 하지 않는지 감시한다. 무인기 같은 정찰자산에도 무기를 탑재한다. 감시와 정찰을 하는 도중 적이 도발할 징후를 보이면, 지휘부는 감시와 정찰자산에 “정밀유도무기를 발사해 격파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정밀유도무기도 C4I와 연동되는 것이다.

    전쟁은 화재와 같다. 불길은 초기에 진압을 시도하면 쉽게 잡을 수 있지만, 뒤늦게 끄려고 하면 엄청난 인력과 물자를 쏟아부어도 잡기 어렵다. 미국은 되도록 조기에 전쟁을 억제하려고 하는데, 이를 위해 준비해온 것이 C4I 체계와 초전에 ‘소방수’를 투입하는 능력이다.

    전시 작통권 환수의 전제조건, 정보 자주화는 가능한가?

    경기도 오산 미군 비행장에 착륙한 대형수송기에서 장갑차를 내리는 스트라이커 부대. 미국은 스트라이커 부대 같은 신속배치군과 C4I SR PGM 체계를 갖추었기에 감군을 하면서도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

    원정군 체제 도입하는 美 공군

    ‘5분 대기조’처럼 초전에 파병하는 부대를 신속배치군(RDF·Rapid Deployment Forces)이라고 한다. 육·해·공군 가운데 가장 빨리 움직일 수 있는 부대는 항공기를 운용하는 공군이다. 공군은 C4I SR PGM을 모두 갖추고 있는지라 가장 효과적인 신속배치군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결정적인 약점이 있었다.

    전투기는 비행거리가 짧아, 태평양과 대서양 건너의 전쟁터로 바로 날아가지 못한다. 전투기를 대양 너머로 보내려면 급유기가 함께 비행하며 공중급유를 해줘야 한다. 전투기에 탑재된 레이더는 탐지거리가 짧아 적을 제대로 탐지해내지 못한다. 따라서 경보기가 반드시 따라가 공중관제는 물론이고 지휘와 통제까지 해줘야 전투기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작전에 투입된 전투기는 달고 간 무장과 연료를 금방 소모하고 돌아오기 때문에 재출격시키려면 무장을 다시 하고 연료를 채워주며 소모된 부속품도 교체해줘야 한다. 이를 위해 수송기가 끊임없이 전투기가 있는 비행장과 미국 사이를 오가야 한다. 무장과 부품 교체는 지상근무 요원인 정비사들이 날아와 담당해야 한다.

    지상 공격에는 전투기보다 폭격기가 더 위력적이다. 따라서 전투기의 전개로 제공권이 확보되면 폭격기의 배치를 검토할 수도 있다. 효과적인 전투를 위해서는 먼저 정보를 획득해야 하므로, 정찰기와 무인기도 띄워야 한다.

    항공기의 이륙과 착륙은 비행장에서 이뤄지는 것이라 공군기를 신속배치군으로 파병할 때는 비행장부터 확보해야 한다. 비행장 확보는 군사력이 아닌 외교력으로 풀어야 한다. 따라서 외교력의 뒷받침이 없으면 파병할 수 없는 것이 공군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공군은 상대적으로 늦게 신속배치군 체제를 도입했다.

    미 공군 사령부 가운데 가장 큰 전투력을 가진 것이 ‘공군 전투사령부(ACC·Air Combat Command)’이다. 다양한 작전 세력을 갖고 있는 이 사령부는 예하 작전세력으로부터 신속한 파병에 필요한 자산을 조금씩 추려내, ‘항공 및 우주원정군(AEF·Air and Space Expeditionary Force)’을 만들어가고 있다.

    항공 및 우주원정군에는 전투기·급유기·경보기·수송기·무인기 등 다양한 항공기와 정비요원·기상(氣象)부대원 등 항공작전에 투입되는 모든 요소가 패키지로 들어 있다. 이들은 외교 부서가 비행장을 확보하면 바로 날아가 신속하게 불을 끄는 임무를 수행한다.

    속도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비행장을 확보하지 못하면 신속배치군으로 활동하지 못하는 공군의 한계를 메워온 것이 해군이다. 해군의 가장 큰 장점은 비행장을 갖고 갈 수 있다는 점이다. 바로 항공모함이다. 항공모함에는 비행장뿐 아니라 전투기·급유기·경보기·수송기·무인기 등 각종 항공기와 관제부대, 정비부대, 기상부대 등 지원부대도 승함(乘艦)해 있어, 도착 즉시 작전에 들어간다.

    이러한 ‘비행장’을 호위하기 위해 이지스 순양함과 구축함 그리고 잠수함이 따라붙는다. 순양함과 구축함에는 ‘해상 패트리어트’인 스탠더드 미사일(SM)이 탑재돼 있는데, 이 미사일은 항공모함을 위협하기 위해 날아오는 적기와 적 미사일을 요격한다.

    순양함과 구축함에는 정밀유도무기의 대명사인 토마호크가 탑재돼 있다. 토마호크는 전투기보다 훨씬 더 정밀하게 목표물을 날려버릴 수 있어 조종사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신속배치군 구성 향한 미군의 개혁

    잠수함은 항공모함을 적 잠수함의 공격으로부터 방어하고 동시에 어뢰를 쏴 적 함정을 공격한다. 토마호크를 발사해 적 지상전력을 파괴할 수도 있다. 항공모함과 순양함, 구축함으로 편성된 전투단에는 본토에서 출항한 보급함이 오가며 물자를 보급해준다. 이렇게 패키지로 움직일 수 있어 해군 함대는 미국을 대표하는 신속배치군으로 활동해왔다.

    그러나 배는 항공기만큼 빨리 움직이지 못하므로 미국은 몇몇 함대를 전진 배치했다. 태평양 건너에는 7함대, 대서양 너머에는 6함대를 배치해 속도가 느린 단점을 없애버렸다.

    해군만으로 사태를 진압하기 힘들다고 판단되면, 미국은 ‘해군+해병대’ 형태의 신속배치군을 파병할 수도 있다.

    해병대는 지상군을 투입해야 할 때 동원한다. 이를 위해 미 해병대는 전 부대를 ‘원정군(Expeditionary Forces)’ 체제로 바꿔놓았다. 미 해병대는 군단급(MEF)·여단급(MEB)·연대급(MEU)의 다양한 원정군을 편성해놓고 있는데, 이들은 지상 전투에 필요한 전차와 장갑차 자주포, 헬기 등을 아예 해군 수송함에 실어놓고 지낸다.

    해병대 상륙작전은, 해군 항공모함 전투단이 해안에 있는 적군을 초토화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함재기를 비롯한 항공모함 전투단의 공격으로 적의 기세가 꺾이면 상륙함에 탄 해병대가 상륙작전에 들어간다. 이때도 항공부대의 지원이 있어야 하는데, 이 지원은 항공모함 함재기와 해병대 항공기가 맡는다.

    해병대 항공기는 헬기나 시해리어처럼 수직 이착륙기가 많다. 해병대는 이 항공기를 항공모함이 아니라 상륙모함에 탑재해 운용하는데, 상륙모함은 해군의 자산이다. 해군 함재기와 해병대 항공기의 지원을 받아 교두보를 확보한 해병대 지상부대는 적진 깊숙이 진격해 적 비행장을 확보한다. 그리고 상륙모함에 있던 해병대 항공부대를 이곳으로 이동시켜 보다 깊숙한 곳에 들어가 작전하는 지상부대를 지원케 한다.

    지상작전까지 함께 펼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해군과 해병대는 국가 선봉군(先鋒軍)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초기 진압이 실패하면 대규모의 육군을 진압 부대로 보내야 한다. 그러나 육군은 주둔지도 지켜야 하므로 해병대처럼 전투물자를 배에 실어놓고 대기할 수가 없다.

    이라크전에서 주공(主攻)을 맡았던 미 육군 3사단은 보통 장갑차 353대, 전차 259대, 자주포 90대, 헬기 84대, ATACMS와 MLRS 미사일 발사차량 18대 등을 보유하고 있다. 험비 전투차량과 다수의 트럭도 갖고 있었다.

    여기에 대소 화기와 개인용 무장, 실탄·식량·연료 등을 더하면 그 종류와 양이 무섭게 불어난다. 주둔지에 있던 장비와 물자를 항구로 옮겨와 배에 싣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그리고 대양을 건너고, 장비를 하역해 병사들에게 인계하는 데 시간이 걸려, 육군 부대를 전쟁 지역에 파병하는 데는 아무리 빨리해도 한 달 정도가 필요하다. 한 달이면 전쟁의 승패가 결정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한미 연합작전계획인 5027은, 미 지상군 전력이 도착할 때까지의 한 달여 동안은 한국 육군이 단독으로 북한군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을 전제로 짜여 있다.

    육군을 파병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약점 때문에 냉전 당시 미국은 위험 지역엔 육군 부대를 상시 배치했다. 서독이나 한국 같은 지역에 모든 전투수단을 갖춘 육군 부대를 상주시킴으로써, 유사시 파병에 걸리는 시간 문제를 없애버린 것이다. 그러나 해외에 육군을 주둔시키는 데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이러한 부대를 한 군데로 모아놓고 유사시 신속히 파병할 수 있다면, 미국은 굳이 여러 곳에 육군 부대를 파병해놓을 이유가 없다. 한두 개의 신속 파병부대만으로도 대여섯 개의 해외 주둔부대가 하던 일을 수행할 수가 있다. 미국은 이 꿈을 유럽을 무대로 한 냉전이 종식되면서 현실화할 수 있게 되었다.

    스트라이커 부대의 탄생

    기본 개념은 육군이 사용하는 모든 장비를 경량화해 대형 수송기에 탑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10여 년에 걸친 연구와 시험 끝에 미 육군은 ‘스트라이커(Stryker)’라는 이름의 여단급 신속배치군을 만들었다. 출동 명령이 떨어지면 이 부대는 수송기에 모든 장비와 병력을 싣고 날아가 3일 안에 위험지역에서 작전을 전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미 육군은 UEx와 UEy라고 하는 사단급 및 군단급 신속배치군도 만들려고 한다. 미국은 부시 대통령-럼스펠드 국방장관 시절 비로소 육군을 신속배치군으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공군에 이어 육군도 신속배치 능력을 갖게 되자, 두 사람은 GPR(Global Posture Review)이라고 하는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계획을 추진했다.

    미국은 한국군의 방어 능력이 향상됐고 미군의 신속배치 능력도 배가(倍加) 됐으니 과거처럼 많은 지상군을 주둔시킬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이 북한의 핵무장 능력 등을 거론하며 반대하자, 미국은 ‘한국은 자국이 갖춰야 할 방위력을 미국에 전가하고 있으니 주한미군 운영비 분담률을 높여라’는 주장을 내놓았다.

    전시 작통권 환수의 전제조건, 정보 자주화는 가능한가?

    미국의 대표적인 무인 정찰기인 글로벌 호크(좌)와 프레데터. 글로벌 호크는 6만 5000피트까지 올라가는 고고도 정찰기이고 프레데터는 U-2급인 4만5000피트대를 비행하는 중고도 정찰기이다.

    이러한 요구가 한국인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노무현 정권이 탄생하는 데는 미군 장갑차에 의한 의정부 여중생 치사사건이 큰 영향을 끼쳤다. 이 사건으로 인해 반미 여론이 높아졌고, 그로 인해 ‘자주’의 색체가 강한 것 같은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집권에 성공한 노무현 정권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인지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 주장을 내놓았다.

    그런데 이 주장이 주한미군 철수와 주한미군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는 미국의 요구에 장단을 맞추는 결과를 낳았다. 그리고 국내적으로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반대하는 세력의 결집을 유도해 남남(南南) 갈등을 키웠다.

    지난 10여 년간 미국이 추진해온 RMA(Revolution in Military Affairs)라는 국방개혁은 육해공군 해병대를 신속배치군으로 전환하는 것과 C4I SR PGM 체제를 구축하는 것을 양축으로 삼아 추진되었다. 위험지역에 육·해·공군 해병대 부대를 신속히 파병하려면 미국은 전세계를 살펴보는 감시와 정찰 능력 그리고 전세계를 하나로 묶는 C4I 망과 위험 요소를 신속히 날려버릴 수 있는 PGM을 갖춰야 한다.

    정밀유도무기의 위력

    2001년 일어난 아프간전쟁과 2003년 발생한 이라크전쟁은, 1990년 냉전 구도가 붕괴된 후 미국이 준비해온 국방개혁의 성과를 처음 적용해본 경우였다. 일반인의 눈에는 육·해·공군 해병대의 신속한 배치는 잘 보이지 않는다. 미국이 감시와 정찰자산을 어떻게 투입해 정보를 획득하는지도 일반인은 알 수가 없다. C4I 체계는 구경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정밀유도무기를 발사한 결과는 목도(目睹)할 수 있다. 이지스 구축함 등에서 발사된 토마호크 미사일과 전투기에서 투하된 JDAM(합동직격탄), 적군의 통신 및 전자 체계를 일시에 마비시켜 지휘·통제를 무력화하는 ‘전자폭탄(E Bomb)’이 남긴 결과는, 현장에 들어간 기자들을 통해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무기들은 바늘로 목적한 곳을 꼭 찌르는 듯한 ‘핀 포인트(Pin Point) 사격’과 외과의사가 환부를 정확히 도려내는 것 같은 ‘초정밀 폭격(Surgical Strike)’의 현장을 보여주었다.

    1991년 걸프전 때만 해도 미국은 이러한 능력을 갖지 못했다. 걸프전은 쿠웨이트를 점령한 이라크군을 쿠웨이트 국경 밖으로 쫓아내는 것을 목표로 했기에 상대적으로 쉬운 전쟁이었다. 그런데도 미국은 이 전쟁을 위해 54만명을 투입했고, 다른 동맹국은 16만명을 파병했다. 전쟁 개시 한 달 만에 이라크군을 쿠웨이트 국경 밖으로 쫓아내는 데 성공했다.

    이라크전쟁은 이라크군이 정밀하게 방어선을 쳐놓은 곳을 뚫고 들어가는 것이라 걸프전보다 난이도가 훨씬 더 높았다. 그런데도 미국은 걸프전 때보다 적은 20여 만명의 미국군과 동맹국군을 동원해 한 달 반 만에 이라크 전역을 장악했다(그후 이라크에서는 종교적 신념으로 무장한 반군이 게릴라전을 펼치고 있지만, 이 항전은 대세를 바꿀 핵심 요소가 아니다). 이러한 성공은 C4I SR PGM 체계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영국은 미국의 가장 강력한 동맹국이다. 1991년 걸프전 때 영국군은 미군과 많은 정보를 주고받으며 작전했다. 그러나 2003년 이라크전에서는 미군의 C4I 체계가 너무 발전해, 영국군은 미군과 온라인으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작전을 전개하지 못했다. 10년 사이에 다락같이 높아진 미군의 C4I 체계, 이것이 영국군을 비롯한 다른 동맹국군에 큰 충격을 주었다.

    영국을 비롯한 동맹국군들은 미국처럼 전세계를 무대로 군사력을 투입할 필요가 없다. 원정군이나 신속배치군을 애써 만들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실전에서 과시한 C4I SR PGM 체계는 갖춰야 한다. 이때부터 각국은 미군 체제를 참고해 그들만의 C4I SR PGM을 갖추려는 노력에 들어갔는데, 여기에 한계가 있었다. 미국제 C4I SR PGM을 바로 사올 것이냐 아니면 독자적인 체계를 갖출 것이냐 하는 고민이 바로 그것이었다.

    미군과 함께 움직일 것이냐?

    C4I SR PGM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혼재된 것이다. 단시간에 이 체계를 갖추려면 거금을 들여 미국에서 사오면 된다. 그러나 미국 것을 사오면 계속 미국 체계를 들여와야 한다는 부담이 따를다. 이보다 더 큰 문제도 있다. 사오든 개발하든 C4I 체계에 올릴 자료는 각국이 자체적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동맹국들은 이러한 자료를 생산할 만한 능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이었다.

    미국은 강력한 감시 정찰망이 있어 C4I 체계에 대단히 많은 자료를 올릴 수 있다. 동맹국 처지에서는 자국군이 생산한 정보만 보는 것보다 미국이 생산한 정보를 받아보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하다. 그러나 미국의 정보를 받다보면 미국 정보 체계에 예속된다. 이 고민은 미국과 한 덩어리로 움직이는 동맹체제를 견지할 것이냐, 아니면 어느 정도 독자체제를 갖는 동맹을 유지할 것이냐란 문제로 이어진다.

    한국군은 한미연합사를 통해 미군과 한 덩어리 동맹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덕분에 어떠한 나라보다도 빨리 미국이 개발한 C4I SR PGM 체계를 구경할 수 있었다.

    미국이 개발한 C4I 체계는 ‘정보라인’과 ‘지휘통제라인’으로 나뉜다. 정보라인은 CPAS(‘시패스’로 읽는다. Command Post Automation System·지휘소 자동화 시스템)로 불리고, 지휘통제라인은 GCCS(‘긱스’로 읽는다. Global Com-mand Control System·전지구 지휘 통제 시스템)란 이름을 갖고 있다.

    GCCS와 CPAS는 일종의 인터넷인데 일반인은 접속할 수 없는 군용 인터넷이다. CPAS와 GCCS는 인터넷 뱅킹과 비슷한 원리로 움직인다. 따라서 인증서와 비밀번호, 패스워드가 있어야 이 정보망에 접속해 정보를 얻거나 명령을 받을 수 있다.

    미군은 이러한 C4I 체계를 전세계에 깔아놓았다. 대륙에서 대륙으로 넘어갈 때는 통신위성으로 연결하고, 육지에서는 전용 통신망이나 그 나라 통신기관이 깔아놓은 상용 통신망을 이용했다. 한반도에서는 KT(한국통신)가 구축한 유선망을 통해 C4I 체계를 연결했다고 한다.

    미국이 자국군 부대를 주둔시킨 나라의 상업망을 이용해 C4I 체계를 구축한 것은 그만큼 보안 체계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적이나 테러단체가 미군이 운용하는 통신망을 해킹하거나 감청 또는 재밍(전파방해)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다.

    미군 정보체계의 핵은 비화기

    이러한 도전을 막기 위해 미국은 비화기(秘話器)를 개발했다. 이 비화기 때문에 적이나 테러단체는 CPAS나 GCCS에 접속해도 이 라인에 흐르는 정보를 획득하지 못한다. CPAS와 GCCS는 비화기 덕에 안전성이 유지되는 것이므로, 미국은 비화기를 절대 판매하지 않는다.

    동맹국군에 CPAS와 GCCS를 제공해야 할 땐, 리스로 제공한다. 동맹국군은 미국이 제공한 비화기에 대해서는 절대 손을 대서는 안 되고, 이에 대한 사용료만 지급한다.

    CPAS 라인에는 KH-12 같은 첩보위성, 글로벌호크나 프레데터 같은 무인기, U-2 고공정찰기 같은 감시·정찰 자산과 육·해·공군의 정보부대가 입수한 정보가 흐르므로 CPAS는 S(감시)와 R(정찰)에 바로 연결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최상위사령부는 CPAS에 흐르는 모든 정보를 열람해야겠지만 예하 사령부는 그럴 필요가 없다. 유럽에 있는 미군 부대는 한반도에 관한 정보를 정확히 알 필요가 없으므로, CPAS를 관리하는 기관은 전세계 미군이 공통으로 봐야 할 정보와 유럽 주둔 미군이 열람해야 할 정보, 한반도 주둔 미군이 알아야 할 정보를 구분해서 배분한다. 관리기관은 단위 부대 사령관이 알아야 할 정보와 참모가 봐야 할 정보도 구분한다.

    각 사령부는 CPAS로 들어온 정보를 토대로 작전을 짠다. 작전이 완성되면 GCCS를 통해 예하부대를 지휘하고 통제한다. 이때 상위 사령부는 예하부대가 공통으로 알아야 할 사항과 특정부대만 알아야 할 명령을 구분해 송신한다. 예하 부대장은 GCCS를 통해 상위 부대에 자기 의견을 개진하는 쌍방향 통신도 할 수 있다.

    상위 사령부는 GCCS를 통해 예하 부대나 감시와 정찰자산에 정밀유도무기(PGM)의 발사를 명령할 수도 있다. 감시와 정찰은 CPAS와 연결된 적의 움직임을 감지하는(Sensor) 기능인데, 위험한 징후를 발견하면 GCCS를 통해 명령을 받아 정밀유도무기를 발사해(Shooter) 제거할 수도 있다. 그로 인해 감시 및 정찰자산은 Sensor-to-Shooter(발견 즉시 발사) 기능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정보통신 체계를 대하는 한미 양국군의 차이점

    미군 DIAS 사령관은 3성, 한국 국통사령관은 준장


    전시 작통권 환수의 전제조건, 정보 자주화는 가능한가?
    한국은 거의 모든 가정에 전화선이 깔려 있는 통신 선진국이다. 성인들은 대부분 전용 휴대전화를 갖고 있고, 각 가정에는 인터넷 연결선이 들어와 있다. 따라서 전화가 불통되면 휴대전화로, 휴대전화도 불통되면 인터넷의 e메일이나 메신저를 이용해 통신할 수가 있다.

    이러한 통신망은 저절로 구축된 것이 아니다. KT(한국통신)를 중심으로 한 통신망 사업자가 거미줄처럼 촘촘히 선을 연결해놓고 과학적으로 관리하기 때문에 엉키지 않는 통신이 이뤄지는 것이다.

    군 통신망은 여기에 비밀유지라는 보안 분야까지 신경을 써가며 구축해야 한다. 민간 통신망은 많은 부분이 유선으로 이뤄지나 군 통신망은 무선으로 연결되는 부분이 많으므로 보안과 통신 연결에 훨씬 많은 노력과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미군에서는 국방부 산하 조직인 DISA(Defense Information Systems Agency)가 이 일을 전담한다. ‘국방정보체계본부’로 옮길 수 있는 DISA는 1960년 5월12일 DCA(Defense Communications Agency·국방통신본부)라는 이름으로 창설돼 운영되다 1991년 DISA로 이름을 바꾸었다. DISA는 GCCS와 CPAS의 유지와 발전을 전담하고 있다.

    KT에서 기간통신망을 유지해주면 다음이나 네이버 같은 포털 회사가 정보 서비스를 한다. 미군 통신 체계도 이와 흡사해서 DISA가 통신망을 관리하면 DIA(Defense Information Agency·국방정보본부)가 생산한 정보를 이 라인을 통해 각 부대에 전파한다. 그리고 국방부와 태평양사령부 같은 주요 통합사령부가 이 선을 통해 예하 부대를 지휘하고 통제한다.

    미국은 통신이 미군 전력을 강화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DISA 본부장을 공군 3성 장군이 맡고 있다. 한국군에서 통신체계를 전담하는 조직은 국군통신사령부(국통사)인데, 국통사 사령관의 계급은 준장이다.

    아직도 한국군에서는 직접적으로 전투에 들어가는 부대만 중시하는 전통이 남아 있어, 통신이나 정보 같은 지원 분야는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미군의 대표적인 통신감청 기관인 NSA도 3성 장군을 사령관으로 한다. 그러나 한국군 감청부대는 소장이 사령관이다. 미군의 정보기관은 정보 병과의 장교가 사령관 등 주요 보직을 맡으나 한국군에서는 보병 등 비(非)정보 분야 장교가 사령관 등 요직을 맡는 경우가 많다.

    무기의 우열에 따라 전쟁의 성패가 결정되는 시대는 지났다. 통신과 정보가 전쟁의 승패를 결정짓는 요소로 등장한 지 오래인데 한국군은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감시 및 정찰자산이 센서-투-슈터 기능을 발휘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2002년 12월4일 미군이 예멘 상공에 띄워놓은 중고도 무인기 프레데터로 정찰하던 중, 알 카에다의 고위 간부인 카에드 수이난 알 하리티 등을 발견하고 프레데터에 실린 헬 파이어 미사일을 발사시켜 사살한 경우가 꼽힌다.

    한국군 사령부에도 들어와 있어

    북핵 문제는 정밀한 정보 수집과 신속한 대응을 필요로 하는 매우 화급한 문제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한반도에도 CPAS와 GCCS를 연결해놓았다. 이 체계는 대표적인 주한미군 부대인 8군과 2사단, 19전구지원사령부(보급부대), 7공군 에 들어가 있다. 미국은 이 체계를 한국군이 볼 수 있는 곳에도 연결해놓았다.

    한미연합사는 데프콘 Ⅱ 이상의 전시가 되면 한국군과 미군의 작전부대를 통합 지휘한다. 이 때문에 미군은 한미연합사에도 C4I 체계의 핵심인 CPAS와 GCCS를 연결해놓을 수밖에 없다.

    한미 양국은 한미연합사에 근무하는 양국 장교 수를 50대 50으로 하기로 약속했으므로, 한미연합사에는 미군 장교 수만큼의 한국군 장교가 근무하고 있다.

    한미연합사 소속 한국 장교들은 CPAS와 GCCS를 볼 수밖에 없는데 이는 NATO연합군 사령부에 참여하는 유럽 국가 군대를 제외하곤 드문 경우이다. NATO군은 18개 국가 군대로 편성돼 있으므로, 18개 구성국 중 하나인 개개의 유럽국가군은 CPAS와 GCCS의 전체 모습을 보기 어렵다(NATO 회원국은 프랑스를 포함해 19개국이나 프랑스는 NATO연합군에서 탈퇴했다). 하지만 한국군은 한미연합사에서 미군과 동수로 근무하므로 CPAS와 GCCS의 전체 모습을 볼 수가 있다.

    미국은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것을 마구 보여주는 ‘바보’가 아니다. 한미연합사라는 체제 때문에 한국군에도 CPAS와 GCCS를 이용할 기회를 주지만, 미군과 똑같은 기회를 주지는 않는다. 즉 한국군이 접하는 단말기에는 한국군에 허가된 정보만 흐르게 하는데, 이 라인을 CPAS-K와 GCCS-K라고 한다.

    유사시가 되면 한국 육군의 1군과 3군사령부, 해군의 작전사령부, 공군의 작전사령부, 해병대 사령부, 육군의 특수작전사령부, 합참의 민사심리전참모부는 관련된 미군 사령부와 함께 한미연합사 예하의 구성군사령부를 구성한다.

    이들 사령부는 한미연합군을 지휘해야 하므로 이곳에도 CPAS와 GCCS가 들어와 있어야 한다. 그러나 평시 이곳은 순수 한국군 부대이므로 CPAS-K와 GCCS-K만 들어온다.

    이렇듯 한국군 주요 부대엔 CPAS-K와 GCCS-K 라인이 들어와 있어 한국군도 이 선을 이용해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 한국군은 이 라인을 이용하는 대신 연간 25억원 이상을 사용료로 지급하는데, 이 비용은 주한미군 분담금의 일부로 처리되고 있다.

    그러나 이 라인의 주인은 미군이므로, 이 선을 통해 주고받는 정보는 고스란히 미군에 들어갈 수 있다. 미군은 이 라인을 임대함으로써 한국군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형편에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한국군에는 부담이다. 한국군도 미군에 보여주고 싶지 않은 ‘비밀’이 있다.

    한국은 IT 분야에 발전했으므로 독자적인 C4I망 구축에 도전했다. 그리하여 CPAS-K와 비슷한 정보라인으로 MIMS(‘밈스’로 읽는다. Military Infor-mation Management System·군사정보운영 시스템)를 구축했다.

    MIMS를 구축하는 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사업은 비화기 개발이었다. MIMS용 비화기는 독자 기술로 개발해야 했는데 이 비화기는 국가정보원의 국가사이버안전센터와 국방부의 국방과학연구소, 정보통신부의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지원을 받은 국가보안기술연구소가 개발해냈다.

    MIMS는 CPAS-K와 분리된 별도체계이다. 그러나 한국은 MIMS와 CPAS-K 사이에 게이트를 만들어 양쪽의 정보가 교환될 수 있도록 했다. 유사시 MIMS의 게이트를 열어 이곳에 있는 정보가 CPAS에도 흐르게 함으로써 한미연합군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러나 MIMS 체계는 CPAS보다 뒤떨어졌다는 것이 중론이다.

    MCRC와 KNTDS

    대표적인 MIMS망으로는 공군이 미군 체계를 본떠 만든 MCRC(중앙방공통제소) 체계와, 해군이 미군 체계를 본떠 해군 2함대에 개설한 KNTDS(Korea Naval Tactical Data System·한국 해상 전술 데이터 시스템) 체계가 꼽힌다.

    공군 30방공관제단은 전국 여러 고지에 반경 수백㎞의 하늘을 볼 수 있는 레이더를 설치했다. 이 레이더들의 탐지영역이 겹치므로, 어느 한 레이더가 발견하지 못한 항적(航跡)을 다른 레이더가 탐지해낼 수 있다.

    여러 개의 방공레이더가 중첩돼서 수집한 항적 정보가 집중되는 곳이 MCRC이다. MCRC에서는 한반도 전역은 물론이고 일본과 만주 산둥반도의 항적까지 알 수 있다.

    MCRC로는 아군기와 동맹국 군용기의 항적 정보가 사전에 통보된다. 한반도 상공을 오고가는 민항기에 대한 정보도 사전에 들어온다. MCRC에서는 이러한 정보를 전국의 레이더가 잡은 항적 정보에 대입시켜, 어느 항적이 아군기이고 어느 항적이 동맹국기이며, 어느 항적이 민항기인지를 구별해낸다.

    한반도 상공에 있는 모든 항적의 신원을 확인하는 것인데 이때 정체를 알 수 없는 항적이 발견되면, MCRC는 초계비행 중인 아군기를 보내 신원을 확인케 하고 적기(敵機)로 판명되면 격파 등의 대응조치를 취하게 한다.

    KNTDS도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 KNTDS는 전국 해안에 설치한 해상레이더를 통해 수집한 함정 정보를 집대성한 것이다.

    KNTDS 운영자는 사전에 아군 함정과 동맹국 함정 그리고 여러 항구에서 출항한 민간 선박에 관한 정보를 제공받는다. 이 정보를 해상 레이더 체계가 잡은 항적에 대비시키면, 해군 2함대는 서해상에 있는 모든 배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사전 통보된 바 없는 배가 발견되면 적함이나 수상한 배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아군 함정이나 항공기를 보내 살펴보고 필요시 격파하게 한다.

    MCRC와 KNTDS는 성능이 대단히 우수한 것 같지만 미군 것과 비교하면 한참 뒤처져 있다. 이를 공군 MCRC를 예로 들어 설명해보기로 하자. MCRC는 전투기보다 훨씬 넓은 공역(空域)을 살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MCRC에 근무하는 방공무장통제사는 전투기보다 훨씬 먼저 수상한 항적을 발견한다. 그 순간 방공무장통제사는 초계비행 중인 아군기를 수상한 항적 쪽으로 이동시킨다.

    한미 공군의 전투기 통제 차이

    수상한 항적이 적기로 판정되면 아군기와 적기는 공중전에 들어간다. 이때 아군기 조종사보다는 MCRC에 있는 방공무장통제사가 훨씬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으므로 방공무장통제사는 조종사에게 다양한 지시를 내린다.

    “아군기 오른쪽 몇 도 방향, 100마일 부근에 수상한 항적이 있으니, 그쪽으로 암람 미사일을 발사하라”는 식으로 지시하는 것이다.

    방공무장통제사가 무선으로 지시하면 조종사는 알아들었음을 보이기 위해 이를 복창(復唱)한 후 임무에 들어간다. 이런 대화를 주고받는 데 2~3초의 시간이 소요된다. 항공기는 매우 빠르기 때문에 1초 사이에 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

    미 공군은 이렇게 작전하지 않는다. 미 공군 전투기에는 MCRC에서 잡은 것과 똑같은 결과를 보여주는 스크린이 있다. 이 스크린에는 내가 잡아야 할 적기와 요기(僚機·동료 전투기)가 잡아야 할 적기가 구분돼서 표시된다. 따라서 같은 표적을 향해 내 전투기와 동료 전투기(요기)가 중복해서 사격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이 스크린에는 가장 먼저 잡아야 할 표적과 두 번째로 잡아야 할 표적도 표시된다. 조종사는 복창할 것도 없이 스크린에 나타난 대로 발사버튼만 누르면 되니 전투기의 대응 속도가 매우 빨라진다.

    이를 데이터 링크 시스템이라고 하는데 한국 공군도 이 시스템을 갖춰야 미 공군처럼 강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다.

    데이터 링크 시스템은 MCRC뿐만 아니라 전투기를 개조해야 작동할 수 있다. 한국 공군이 보유한 전투기 가운데 데이터 링크 시스템이 탑재된 것은 40대를 목표로 지난해부터 도입하고 있는 F-15K뿐이다. KF-16을 포함한 나머지 전투기에는 이 시스템이 탑재돼 있지 않다.

    데이터 링크 시스템을 탑재하기 위해 전투기를 개조하는 데 들어가는 돈은 대당 100억원 정도라고 한다.

    한국 공군은 F-15K를 제외하고도 500여 대가 넘는 전투기를 갖고 있는데 500대의 전투기에 데이터 링크 시스템을 단다고 한다면 그 비용만 5조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5조원이면 F-5K를 40대 이상 사올 수 있다.

    500여 대가 넘는 기존 전투기는 머지않아 퇴역시켜야 할 구식 전투기이다. 이러한 전투기에 100억원을 투입해 데이터 링크 시스템을 탑재하고 수년간 사용하다 퇴역시키는 것이 현명한가, 아니면 이 전투기는 그대로 두고 이 시스템이 탑재돼 있는 F-15K를 더 사오는 것이 유리한 선택인가.

    이 문제는 수십번 계산기를 두드려봐도 결론을 내기 힘든 매우 난해한 문제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숨어 있다. F-15K에 탑재된 데이터 링크 시스템은 미국제이다. 한국은 독자적인 데이터 링크 시스템을 개발하지 못했기 때문에 F-15K에 한국형 데이터 링크 시스템을 탑재할 수 없었다. 따라서 MCRC에도 미국형 데이터 링크 시스템을 깔아야 완벽하게 F-15K를 지휘하고 통제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MCRC에 미국형 데이터 링크 시스템을 깐다면 이는 미국제 C4I 체계를 선택한 것이 된다. 이 체계는 미군 C4I와 연동된다. 따라서 한국이 많은 돈을 들여 개발한 독자적인 MIMS 등 C4I 체계는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이것이 공군의 큰 고민거리다.

    설사 한국이 한국형 C4I 체계를 개발해 모든 전투기와 MCRC에 깔았다고 해도 문제가 일어난다. 유사시 한국 공군은 미국 공군과 연합작전을 전개해야 하므로 두 나라 공군의 C4I 체계는 연동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은 미군의 C4I 체계와 연동할 수 있도록 한국군 C4I 체계에 게이트(gate)를 만드는데, 이 게이트 때문에 양국군이 획득한 정보를 주고받는 데 5초 정도의 딜레이(delay) 현상이 일어난다. 항공작전에서 5초 지연은 치명적이다.

    MIMS와 KJCCS 구축하는 한국군

    이러니 공군으로서는 자신있게 한국형 C4I 체계를 구축하자는 주장을 할 수 없게 된다. 앞으로 가자니 큰 강이고 뒤에는 절벽, 왼쪽에는 악어가, 오른쪽에는 호랑이가 있는 형국이 바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위한 제1의 전제 조치로 정보 자주화를 추진하고 있는 한국군이 직면한 난제의 진상이다.

    한국군은 내년 완성을 목표로 독자적인 지휘통제체제도 만들고 있다. KJCCS(‘케이 직스’로 읽는다. Korea Joint Command and Control System·한국 합동지휘통제 시스템)로 불리는 이 체계는 대통령을 대신해 군을 통제하는 국방부와 한국군 최고사령부인 합참, 그리고 전략부대인 육군의 1·2·3군사령부와 해군작전사령부, 공군작전사령부, 해병대사령부, 육군특수작전사령부, 합참 민사심리전사령부 등에 들어간다.

    KJCCS가 들어가면 한국군은 독자적인 지휘 및 통제 능력을 갖췄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체계도 끊임없이 개량돼 야 한다. 미군도 GCCS를 내놓기 전에는 TACCMS(Theater Automated Command and Control Information Management System·전구 자동 지휘통제 정보운영 시스템)를 사용했다.

    GCCS는 TACCMS에서 발견된 시행착오를 고쳐가며 개발한 것이다. 그러나 KJCCS는 세상에 처음 나오는 것이라 GCCS-K보다 낫다고 자신하기 힘들다.

    전략 사령부는 움직이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한반도에서 큰 전쟁이 일어나도 패전으로 후퇴하지 않는 한, 이 사령부는 한자리에서 전쟁을 지휘한다. 따라서 이러한 사령부에 들어가는 KJCCS는 안전한 유선으로 깔아야 한다.

    육군의 군단·사단·연대(여단 포함) 등은 유사시 이동하면서 싸워야 하는 ‘전술제대’이다. 전술제대는 이동해야 하므로 모든 통신망을 무선으로 깔아야 한다. 무선통신망은 유선 통신망에 비해 감청이나 재밍 등에 취약한데, 이 문제를 해결해야 KJCCS는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다.

    대대급 이하 부대는 실제 전투에 참여하는 ‘전투제대’이다. 전투제대가 맡은 지역의 전투에서 승리하려면 정교한 무선 통신망이 짜여 있어야 한다. 미군은 여단급 이하의 전투제대를 위해 FBCB2(Force 21 Battle Command Brigade-and- Bellow·여단급 이하 제대를 위한 21세기형 지휘 체계)라고 하는 통신체계를 구축했다.

    이 체계도 데이터 링크 시스템이다. 미 육군의 전투 제대원들은 대부분 전차나 장갑차·자주포 등 장갑차량에 타고 있다. 지휘부에서 보낸 정보와 명령은 이 차량 안에 있는 스크린에 투사된다.

    스크린은 먼저 내가 잡아야 할 표적과 동료가 잡아야 할 표적을 구분해 표시하고, 먼저 격파해야 할 표적과 두 번째, 세 번째로 격파해야 할 표적을 나눠 표시해준다. 이러한 체계가 있기 때문에 2003년 이라크로 진격한 미 3사단은 혁혁한 전과를 올릴 수 있었다.

    한국 육군의 전투제대가 사용하는 통신망은 구두로 명령을 불러주는 ‘스파이더(Spider)’라는 이름의 무전기 체계이다. MCRC 예에서 보듯 데이터 링크 체계는 무전기 체계보다 훨씬 더 우세하다. 미 육군은 무기뿐만 아니라 통신체계에서도 월등히 앞서 있다.

    전력증강을 위해서는 좋은 무기의 확보만큼이나 C4I라고 하는 정교한 통신망을 확보가 필요하다. 무기는 눈에 보이기 때문에 대립하는 양쪽이 군비축소에 합의하면 바로 브레이크가 걸린다. 그러나 C4I는 사람을 해치는 살상(殺傷)분야의 전력이 아니라서 군비축소의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과거 미국은 소련과 전략무기 감축협정 등을 통해 핵무기를 줄이고 대신 C4I 체계를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다. 반면 소련은 지갑이 얇아 C4I 체계에 투자하지 못해 미국에 크게 뒤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소련의 붕괴로 나타났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 전력이 눈에 보이는 유형 전력을 무너뜨린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와 함께 한국군을 50만명 선으로 줄이겠다고 한 바 있다. 한국군 감군안은 신속배치군으로 전환하면서 감군한 미군의 사례를 참고한 것이다. 미군은 기동력을 높이고 C4I 체계를 강화하면서 병력을 줄였다.

    한국군도 기동체계를 강화하고 C4I 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니 병력을 줄일 소지가 있다. 그러나 한국군이 구축할 C4I 체계가 미군의 그것만큼 효율적이냐, 그리고 북한에서 급변사태가 일어났을 때 50만으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느냐는 문제 등에 의문이 남는다면, 섣부른 감군은 안보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

    “현실 모르는 이가 안보 문제 주도”

    몇 년 전 한국군은 합참과 각군 본부에 C4I 체계 개발과 설치를 주임무로 하는 지휘통제참모부를 만들었고 최근에는 이 참모부를 정보작전지원참모부와 정보화기획실로 확대했다. 이러한 변화와 노력은 지휘통제 능력의 자주화와 정보의 자주화를 위한 몸부림이다.

    그러나 첨단 분야에서 한번 처지면 영원히 처지는 것이 현실이다. 수년간의 노력으로 따라가면 미국은 또 저만치 앞서 간다. 미국 수준의 C4I를 개발하려면 미국 기술과 부품을 써야 하는 것이다. 때문에 한국군의 C4I 체계는 계속해서 미국의 C4I 체계에 예속되는 형태로 발전한다.

    펜티엄 컴퓨터를 써본 사람은 486컴퓨터에 대해 답답함을 느낀다. 한국군이 구축하려고 하는 C4I가 486급이라면 미군의 C4I는 펜티엄급이다. 한국군이 사용하는 C4I에 정보를 제공하는 포털회사는 미국 C4I에 정보를 제공하는 포털회사보다 정보량이 훨씬 적다. 상황이 이렇다면 안보를 책임진 한국군은 미군 C4I 체계를 배제하고 선뜻 한국형 C4I 체계를 선택하기 힘들어진다.

    일본과 NATO국들은 이런 문제점 때문에 아예 미군과 함께 움직이는 정보망을 선택했다. 미군과 함께 움직이는 것이 미군을 잡아놓는 방안이고, 그로 인해 그 나라의 안보가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 자위대는 공군의 데이터 링크 시스템 등 핵심적인 C4I 체계로 미국 것을 도입함으로써 미군과의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은 독자적인 C4I 체계를 구축하려 하지만 이 노력은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제한된 형태로 구성될 수밖에 없는 한국군의 정보체계를 믿고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하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인가. 전문가들은 “아직도 한국군 정보체계와 미군 정보체계의 차이를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 드물다. 현실을 모르는 사람이 안보문제를 주도하고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