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호

이관술 1902-1950 외

  • 담당 구미화 기자

    입력2006-10-13 1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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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관술 1902-1950 외
    이관술 1902-1950 안재성 지음

    일제의 탄압이 극에 달했던 1930년대와 1940년대 항일 투쟁에 앞장섰으며, 광복 후 재건 조선공산당의 2인자가 된 이관술의 일대기를 담은 책. 노동문학 작가인 저자는 생존 항일운동가들과 이관술 유족의 증언, 그간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이관술의 짧으나 치열했던 생애를 복원해냈다. 이 책의 후반부는 ‘조선정판사 위폐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이관술이 이 사건의 주모자로 지목되어 투옥되었다가 6·25전쟁 중에 대전교도소에서 처형당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 저자는 광복 직후 좌우익 갈등의 기폭제가 된 이 사건이 조작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이관술의 복권을 희망한다. 사회평론/308쪽/1만2000원

    대한민국 40代 사망보고서 이은아 지음, 고려대 구로병원장 오동주 감수

    2005년 통계청이 발표한 ‘2004 사망원인 통계결과’를 근거로, 40대 사망 원인을 15위까지 분석하고, 원인별 대책을 담은 책. 간 질환, 자살, 간암, 뇌혈관 질환, 위암, 허혈성 심장 질환, 당뇨병 등 40대를 쓰러뜨리는 질병별 증상과 치료법, 자가 테스트 요령과 식이요법을 일러준다. 그렇다고 40대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질병으로부터 완벽하게 벗어날 수 있는 묘약이나 최신 치료법을 소개하는 건 아니다. “40대 조기 사망은 20∼30대부터 누적된 잘못된 생활습관 탓이 크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상기하며 알고도 실천하지 못한 지침들을 행동으로 옮기는 데 길잡이가 되어줄 듯하다. KPub/284쪽/1만3000원

    현대 시사용어 사전 동아일보 출판팀 엮음



    1986년 초판 발행 이후 각종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자는 물론 직장인들이 시사상식을 갖추는 데 안내자 역할을 해온 ‘현대시사용어사전’ 2007년 개정판. 생명이 다한 구어(舊語)를 대폭 삭제하는 한편 최근 대중매체에 등장한 신조어와 각종 상식시험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들을 추가했다. 같은 내용을 다루는 유사용어 또는 동의용어를 표제어로 올려 단어를 찾기 쉽도록 구성했으며, 권말부록에서 우리나라 및 세계의 주요 조직 기구를 조직도와 함께 설명하고 있어 시사정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듯하다. 청와대 조직도와 정부조직 기능 및 정부조직도, 국제연합 조직도, 국제기구, 대한민국이 맺은 주요 다자협약을 소개하고 있다. 동아일보사/640쪽/1만5000원

    하워드 진 데이비스 D. 조이스 지음, 안종설 옮김

    하워드 진은 1988년 보스턴 대학에서 퇴직한 후 여든네 살이 된 지금까지 역사학자이자 급진적 사회개혁론자로서 집필 및 강연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전기작가이자 역사학자인 저자는 하워드 진의 생애를 폭넓게 조망하되 민권운동과 반전운동에 중점을 두고 있다. 뉴욕의 빈민가에서 태어나 조선소 노동자로 일했으며 제2차 세계대전 때 공군 폭격수로 전쟁의 참화를 겪은 하워드 진의 계급의식과 ‘미국 민중사’ ‘오만한 제국’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 같은 주요 저서에서 드러난 혁명 사상을 분석, 평가한다.

    하워드 진에게는 흔히 ‘반미주의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하지만 저자는 하워드 진의 사상적 토대가 미국 독립선언문에 구체화된 미국의 건국이념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현재 상황보다는 미국이 어떤 미래를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전망이 그의 생애를 지배해왔으며, 그 같은 전망을 현실로 바꿔놓기 위한 투쟁이 그의 삶을 이끌어왔다는 것. 하워드 진이 급진론자로 분류되는 이유 또한 정치·사회·경제적 질서의 근본적인 변화를 끊임없이 추구해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노엄 촘스키는 서문에서 “세상에는 말로써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행동으로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이도 있다. 하워드 진의 경우처럼, 이 두 가지가 한 사람의 삶에서 모두 나타나는 예는 매우 드물다”고 썼다. 열대림/392쪽/1만6800원

    지용詩選 정지용 지음

    1946년 5월30일에 간행된 ‘지용시선’이 출간 60년 만에 복간됐다. ‘지용시선’은 정지용이 ‘정지용 시집’(1935)과 ‘백록담’(1941) 두 시집에서 ‘유리창’ ‘향수’ 등 25편의 시를 직접 선별한 자선시집. 25편의 시를 현행 국어 규범에 맞게 새로 엮고, 상세한 주해와 해설을 덧붙여 이해를 돕는 한편, 60년 전에 출간된 ‘지용시선’의 초간본을 표지와 목차까지 원본 그대로 실어 원전의 의미와 정서를 최대한 살렸다. 최동호 고려대 교수는 “정지용 이전에 이미 김소월과 한용운이 있었다고 하겠지만 이들은 정지용만큼 투명한 눈으로 사물을 투시하여 감각적 언어로 묘사하는 동시에 향토적인 어휘를 구사한 시인들은 아니었으며, 지용 시에 이르러 한국어는 모국어로서 민족언어의 완성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고 평가했다. 을유문화사/172쪽/9000원

    이관술 1902-1950 외
    우방과 제국, 한미관계의 두 신화 박태균 지음

    8·15부터 5·18까지의 한미관계사를 정리한 책.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인 저자는 한미상호방위조약 이후 거대 공산국가를 배후에 둔 북한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준 ‘우방’이자 사사건건 개입하는 ‘제국’인 미국과 한국의 관계를 실증적이고 역동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미국의 대외관계 자료를 폭넓게 활용, 김종필 제거 계획, 5·16군사정변의 미국 배후설, 1960년대 중반의 안보위기 같은 역사적 사실에 좀더 구체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증적이고, 미국의 정책이 한국에 관철되는 과정에만 집중하지 않고 미국 정책에 대응하는 한국 정부의 정책을 균형 있게 다뤄 한미관계의 역동성을 부각한 것.

    저자는 현대 한미관계사에서 한국 정부의 대응은 성공보다 실패가 더 많았다고 평가한다. 북진통일을 주장한 이승만 정부의 벼랑 끝 전술은 한미관계에서 미국이 협의보다는 설득과 협박을 더 선호하게 만들었고, 대미(對美) 협상에서 ‘대북(對北) 보복’ ‘핵무기 개발’ 카드를 꺼내든 박정희 대통령과 미국의 갈등은 10·26으로 막을 내렸다는 것.

    저자는 한미관계가 이처럼 순탄치 않았던 데는 미국과 한국에 모두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은 정치적 압력을 넘어 한국 내 새로운 정치세력 창출을 시도했고, 한국은 국가 전체보다는 정권의 안보를 최우선으로 삼는 미성숙함을 보였다는것. 실패의 경험을 돌아봄으로써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 이 책이 전하려는 메시지일 것이다. 창비/440쪽/1만7000원

    김정일 大해부 손광주 외 지음

    북한 전문 인터넷 뉴스 ‘The DailyNK’에 연재된 ‘김정일 대해부’ 시리즈에 새로운 내용을 추가해 엮은 책. 북한에서 고위 관료를 지낸 탈북자들의 증언을 기초로 북한 통치자 김정일의 가정생활과 성격, 후계구도, 업무 스타일, 그리고 어디서 자고 어디서 일하는지까지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3대 세습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후계자 거론을 금지한 배경, ‘선전통치’ 심리학, 혁명전통 신비화 같은 현안에서부터 ‘기쁨조’의 실상, 복잡한 여자관계 같은 사생활까지 파고든다. ‘The DailyNK’ 편집국장이며 ‘김정일 리포트’ ‘다큐멘터리 김정일’ 등을 펴낸 바 있는 손광주씨는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대북정책의 총체적인 실패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김정일 바로알기’에 실패한 것”이라고 꼬집는다. 시대정신/216쪽/1만원

    비정한 총리 고이즈미 마쓰다 겐야 지음, 주혜란 옮김

    고이즈미 총리의 사생활을 신랄하게 폭로한 책. 24년 전, 셋째아이를 임신 중인 14세 연하의 첫 번째 부인과 이혼할 당시 그가 보인 비정한 태도를 비난하고, 고이즈미가 누나 노부코의 조종을 받는 꼭두각시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일본의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고이즈미의 뒤를 밟기 시작한 건 고이즈미의 가정부였던 한 여성의 말을 듣고부터다. “그 집은 정치가의 맥을 잇고자 고이즈미를 위해 식구 모두가 팔을 걷어붙인 모계가족입니다. 그중에서도 노부코는 고이즈미 정권의 막후 실력자로 ‘여제(女帝)’로까지 불릴 정도였죠. 그 여자가 없었다면 지금의 준이치로는 없습니다.” 고이즈미가 어떻게 지금의 권력을 쥐게 됐는지 들여다볼 수 있다. 파미르/296쪽/9500원

    ‘순이삼촌’ ‘마지막 테우리’ 현기영 지음

    현기영 소설집 두 권이 개정 출판됐다. 1979년에 초판이 발행된 ‘순이삼촌’은 익히 알려진 대로 제주도 4·3사건을 공론의 장으로 끌어낸 작품. 학살 현장의 시쳇더미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순이 삼촌의 비극적인 삶은 역사의 폭력이 어떻게 개인의 삶을 분열시키고 간섭하는지 보여준다. 소설집 ‘순이삼촌’에는 ‘도령마루의 까마귀’ ‘아버지’ ‘소드방놀이’ ‘아내와 개오동’ 등이 수록되어 있다. 작가의 세 번째 소설집 ‘마지막 테우리’에도 제주 4·3사건을 소재로 한 표제작 ‘마지막 테우리’를 포함해 역사적 진실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이 다수 실려 있다. 창비/각 315쪽, 323쪽/각 9500원

    국어실력이 밥먹여준다-낱말편 김경원·김철호 지음, 최진혁 그림

    열차는 긴 터널 속으로 들어갈까, 안으로 들어갈까? 박쥐는 동굴 속에 있을까, 안에 있을까? 터널이나 동굴이나 비슷하게 생겼지만, 터널은 ‘안’과 잘 어울리고, 동굴은 ‘속’이라고 해야 어색하지 않다. 이 책은 이렇듯 비슷한 낱말들 사이의 뉘앙스 차이를 설명하고 있다. 안과 속, 끝과 마지막, 씨와 씨앗, 가족과 식구, 참다와 견디다, 다시와 또…. 상황에 어울리는 자연스럽고 정확한 표현력을 재미있게 습득하도록 비슷한 낱말의 미묘한 의미 차이를 설명하는데, 그림까지 동원한다. 인하대 한국학연구소 전임연구원인 김경원씨와 민음사, 정신세계사, 청년사, 나무심는사람들 등의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활동한 김철호씨는 앞으로 조사와 어미를 포함한 ‘문장편’도 집필할 계획이다. 유토피아/288쪽/1만원

    이관술 1902-1950 외
    북조선 탄생 찰스 암스트롱 지음, 김연철·이정우 옮김

    미국 컬럼비아대 역사학과 부교수인 저자는 “북한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북한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며 광복 후부터 6·25전쟁까지 북한의 형성기를 다각도로 살펴보고 있다.

    저자는 북한이 광복 후 5년간 전례 없는 변화를 겪었다는 점에서 이 시기를 ‘북조선 혁명’이라고 규정하고, 이 북조선 혁명은 소비에트 모델이 그대로 이식된 것이 아니라 토착적인 방식으로 소비에트를 ‘조선화’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일제 천황에 대한 숭배가 김일성 개인숭배로 이어지고, 유교 전통의 영향으로 물질적 보상보다는 도덕성을 강조하며, 유교사회의 뿌리깊은 사회적 위계는 전복되었으나 출신성분을 바탕으로 한 계급체제는 공고하게 유지되는 것들이 토착화의 증거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북조선 혁명을 ‘근대성이 결여된 보수적인 것’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오히려 이런 특수성이 북한의 생존을 가능하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라고 주장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혁명적 과정 속에서 수립되었으나 이미 오래전에 그 한계를 드러냈다. 그렇다고 혁명의 한계가 전면적인 용도 폐기로 이어진 건 아니다. 북한의 독특한 혁명유산은 현재에도 존재하며, 미래의 상황에도 계속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저자는 서문에 이어지는 ‘감사의 글’에서 브루스 커밍스와 최장집, 강만길, 박명림의 조언이 컸다고 밝혔다. 1990년대 초반 소련 비밀문서가 공개되면서 힘을 잃은 수정주의가 반격을 시도하려는 듯 보인다. 서해문집/432쪽/2만2000원

    취미는 독서 사이토 미나코 지음, 김성민 옮김

    21세기 초의 일본 베스트셀러를 유형별로 분류하고, 베스트셀러가 된 요인을 명쾌하게 분석한 책. 일본에서 아무리 베스트셀러였다고 하더라도 국내 독자에겐 대부분 생소한 책일 테지만, 책을 소개하는 게 주된 목적이 아니기에 책을 읽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 이 책에 언급된 베스트셀러의 핵심독자가 일본의 단카이(團塊) 세대, 즉 패전 뒤인 1947~49년에 태어나 대학에서는 격렬한 학생운동을 벌였고, 전후 일본을 경제대국으로 키운 세대라는 점에서 이 책은 일본 출판시장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결국 일본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고, 우리 출판계의 타산지석이 되기에 충분하다. 우리 출판시장의 주축인 386세대는 단카이 세대보다 젊지만, 닮은 점이 많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296쪽/1만2000원

    춘향이가 읽은 연애소설 조성진 엮음, 이호 그림

    조선후기 문인 이옥은 이렇게 말했다. “천지만물을 보자면 사람을 보는 것보다 더 중대한 것이 없으며, 사람을 보자면 정을 살펴보는 것만큼 오묘한 것도 없고, 정을 보자면 남녀의 정을 보는 것만큼 진실한 것도 없다.” 이 책은 고전문학의 설화와 소설 가운데 사랑을 다룬 재미있고 아름다운 작품을 선별해 엮은 책이다. 어려운 한자는 되도록 풀어쓰거나 괄호 안 설명으로 녹이고, 필요한 경우엔 말뜻은 물론이고 맥락까지 친절하게 풀이한 주석을 달았다. 한 작품이 끝날 때마다 테마와 등장인물, 지은이, 문학적 평가 등을 길지 않게 정리해 이해를 돕고 있다. 작품의 주요 장면을 형상화한 삽화도 인상적이다. 앨피/416쪽/1만4800원

    아름다움을 보는 눈 홍사중 지음

    우리 전통 문화재와 미술품, 공예품에 담긴 미의식을 파헤친 책. ‘조선일보’ 논설위원을 지낸 저자가 20년 전에 냈던 에세이집에 새로운 글과 컬러 도판을 보충한 개정 증보판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이 “한국인의 전통적인 미의식을 다룬 미학 연구서가 아니다. 그저 우리가 무엇을 아름답다고 여겨왔는지를 생각나는 대로 더듬어본 것일 뿐”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는 이 책을 관통하는 저자의 생각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합리적인 논리를 초월한 곳에 아름다움이 있다고 보는 것이 한국의 전통적인 미의식이다. 저자는 이렇듯 중국 일본, 그리고 서양의 그것과 구별되는 한국의 미의식을 이야기한다. 아트북스/280쪽/1만8000원

    지구의 미래로 떠난 여행 마크 라이너스 지음, 이한중 옮김

    지구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상상을 초월하는 대재앙이 닥쳐올 것이라는 두려움도 있다. 그럼에도 삶의 방식을 바꾸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다. 기후변화 전문 리포터인 저자는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그로 인한 구체적인 고통과 슬픔을 인식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3년간 지구 온난화 ‘현장’을 탐사했다. 서서히 가라앉는 태평양의 투발루 섬, 집과 도로 곳곳이 무너져내리고 있는 알래스카, 500여 가구의 터전이던 마을이 통째로 사라진 황사의 최전선 중국 내륙…. 개발이 가져올 편리성과 그것의 지속불가능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현지인의 고민은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책의 마지막 장엔 교토의정서가 폐기되기 직전까지 갔다가 구사일생으로 되살아난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돌베개/388쪽/1만3000원

    이관술 1902-1950 외
    빛의 제국 김영하 지음

    동인문학상 수상작 ‘검은꽃’ 이후 3년 만에 출간된 김영하의 장편소설. 스물 두 살이던 1984년, 서울로 내려온 대남 공작원 김성훈은 남한에서 김기영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간다. 학생운동권에 잠입하고 대학 졸업 후엔 남파된 스파이들의 ‘포스트’ 구실을 하지만 그를 남파한 담당자가 실각한 뒤엔 평범한 소시민으로 살았다. 그런데 2005년 어느 날, 하루 안에 모든 것을 정리하고 귀환하라는 평양발 명령이 날아든다. 배가 불룩하고 하이네켄 맥주를 좋아하는, 누가 봐도 간첩보다는 전형적인 386세대에 가까운 이 남자에게 떨어진 귀환 명령은 그 자신이 본래 “당과 수령에게 충성을 맹세한 노동당원”이라는 사실을 일깨우는 동시에 권태로운 삶을 통째로 뒤흔드는 계기가 된다.

    김기영은 시간과 미행의 강박에 시달리며 자신의 잊힌 과거를 반추한다. 주체사상과 지도자의 은총으로 뒤덮인 북한과 1980년대 남한. 1980년대 남한은 21세기 남한보다는 오히려 북한과 더 비슷했다. 그러니까 21세기 남한에서 1980년대 남한은 찾아볼 수 없다. 1980년대 “임수경을 질투하고 평양에 가고 싶어 안달”하는 주사파 여대생이던 그의 아내는 외제차를 팔아 번 돈으로 러브호텔에서 스무 살 대학생과 뒹구는 것으로 정신적 육체적 위안을 얻는다.

    결국 이 소설은 24시간 안에 자신의 존재는 물론 살아온 세월의 절반을 흔적 없이 정리해야 하는 중년의 스파이를 통해 1980년대에서 2000년대에 이르는 한국사회의 변화와 그 구성원들의 삶의 궤적을 좇는다. 문학동네/392쪽/9800원

    마운티니어링 마운티니어스 지음, 스티븐 M 콕스·크리스 풀사스 엮음, 정광식 옮김

    1960년 미국의 대표적 아웃도어 단체인 ‘마운티니어스’가 출간한 세계적 등산 교과서. 정상급 등반가 40여 명이 기본 장비 갖추기, 야영하기, 방향 찾기부터 등반장비 확보, 하강기술, 인공등반, 빙벽등반 장비 갖추기, 조난사고와 자연재해 대처법, 리더십과 팀워크 함양법 등의 등산 노하우를 공동 집필했다. 415컷의 일러스트가 이해를 돕는다. 번역자와 감수자의 면면도 화려하다. 1980년대 초 아이거 북벽을 등반해 국내 산악계에 이름을 알린 산악인 정광식씨가 번역을 맡았고, 지난 6월 말 미국 알래스카 매킨리산을 등정한 후 하산하다 숨진 신경섭 전 기상청장, 이용대 코오롱등산학교 교장, 이종범 한국등산학교 부교장 등 국내 대표적 등산가들의 감수를 거쳤다. 해냄/592쪽/2만9000원

    신영복 함께 읽기 강준만 외 지음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와 직·간접으로 인연을 맺은 각계 63명의 지인이 쓴 정년기념 문집. 신영복 교수 정년퇴임식을 몇 개월 앞두고 결성돼 이 책을 완성한 ‘신출귀모(신영복 선생의 출판을 귀하게 생각하는 모임)’엔 강준만 전북대 교수,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 소설가 조정래씨, 초·중등학교 동창인 작곡가 정풍송씨 등 각계 인사들이 포함되어 있다. 1부는 삶과 사유, 글과 예술, 신영복 다시 읽기, 신영복 깊이 읽기의 네 가지 주제로 선생의 사상과 사색의 세계를 짚었고, 2부는 스승, 친구, 제자, 감옥 동료 등 지금까지 연을 맺은 사람들이 선생의 삶을 회고했다. 돌베개/428쪽/1만5000원

    발칙하고 통쾌한 교사 비판서 로테 퀸 지음, 조경수 옮김

    네 아이의 엄마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독일 교사들을 신랄하게 비판한 책. 독일 이야기지만 한국의 학부모들이 맞장구치며 통쾌해할 만한 대목이 많다. 저자는 교사가 서비스 공급자이면서도 그 수혜자를 평가할 뿐 정작 자신들은 평가받지 않기 때문에 학교가 놀랄 만큼 변하지 않는 것이라고 꼬집는다. 또한 다른 직업도 그 직업의 종사자들에게 힘든 요구를 하지만, 유독 교사가 가장 큰 소리로 비명을 질러댄다고 비판한다. 무엇 하나 제대로 가르치지 않으면서 막말을 하고, 학부모를 막일꾼으로 부려먹는 나쁜 교사들을 향해 “학부모들이 봉기하기 전에 정신 차리고, 제발 할 일을 하라”고 외치는 저자의 뒤에서 박수칠 독자가 적지 않을 듯하다. 황금부엉이/272쪽/9500원

    마주보는 한일사 1, 2 전국역사교사모임 외 지음

    한국과 일본의 통사(通史)를 다룬 최초의 한일 공동 역사교과서. 한국과 일본의 교사 30여 명이 저자로 참여했다. 2001년 한국측 교사들이 일본 측에 공동 교과서 제작을 제의한 지 5년 만에 완성된 2권의 책은 구석기시대부터 개화기까지를 다루고 있다. 18개 주제 중 ‘조선통신사’ 부분만 공동 집필하고, 나머지 주제들은 양국 교사들이 각각 1편씩 써서 총 35편의 글이 실렸다. ‘자국 중심주의’에서 벗어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이 책은 임나일본부설을 부정하고, 임진왜란은 엄연히 일본의 침략전쟁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반면 왜구의 성격이나 조공 책봉 제도 등에서는 양국의 견해차가 드러난다. 일본에서도 출간됐으며 정식 교과서가 아닌 참고용 도서로 활용된다. 사계절/각 251쪽, 253쪽 /각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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