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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취재

사할린은 ‘제2의 두바이’

건설, 유통, 레저산업 휩쓰는 ‘돈바람’

  • 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parker49@donga.com

사할린은 ‘제2의 두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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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석유개발 사업자들이 몰려들면서 이 호텔은 공실률이 극히 낮다. 주 고객층은 러시아 정부 고위관료, 모스크바 사업가, 석유개발업자, 일본과 한국 관광객 등이다. 신 사장은 “지난 7∼9월 객실점유율은 90%가 넘었다”고 말했다. 사할린에 오면 이 호텔을 이용한다는 이근택 사장이 “호텔 방 구하기가 어렵다”고 하는 것을 보면 과장은 아닌 듯싶다.

유전 덕분에 활기가 넘치는 사할린에는 연간 5000명의 외국인 노동자와 사업가가 새로 유입되고 있다. 특히 건설업체의 진출이 활발하다. 지난해엔 미국과 터키 건설업체가 대거 진출했다. 석유개발업자와 인부들이 기거할 주택, 아파트, 호텔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 수요를 보고 들어오는 것이다.

30년 일거리 쌓여

사할린의 성장 가능성을 일찌감치 예견하고 이곳에 진출한 한국 기업 중엔 CS토탈이란 회사가 있다. 증권시장에 상장하지 않아 국내에선 다소 낯설지만, 쉘이나 엑슨모빌처럼 세계적인 석유 메이저에는 잘 알려진 회사다. 이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은 독특하다. 간단히 말하면 석유 메이저가 원유를 끌어올려 시장에 판매하기까지 모든 과정에 개입하면서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한다.

엄청난 자금이 소요되는 석유개발 사업은 철저히 분업화돼 있다. 우리가 흔히 석유 메이저라고 부르는 업체는 석유가 어디에, 얼마만큼 묻혀 있는지를 탐사하는 것이 사실상 하는 일의 전부다. 원유를 뽑아올리는 플랫폼(공장)은 중공업 기술이 뛰어난 한국이, 해저(海低)나 땅에 구멍을 뚫는 드릴 작업은 인도나 필리핀이, 육상에서 원유를 수송하는 파이프라인은 일본이 맡는 식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석유 시추부터 채유(採油), 운송까지 수많은 분야의 사업체가 끼어들고, 대규모 인력이 동원된다. 한 유전에서 원유가 소진될 때까지 통상 30년을 보는데, 이 기간에 유전을 관리할 인력도 필요하다.

따라서 석유업계는 이 모든 부분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필요한 것을 공급해줄 전문 업체가 필요한데, CS토탈은 이 비즈니스를 맡고 있다. 이 회사는 석유개발에 필요한 장비는 물론, 전문 인력을 제공하고 이들의 숙소, 식사, 차량 제공과 월급의 세금계산까지 해준다고 하니 석유업계의 ‘원스톱 서비스 업체’라고 할 만하다.

CS토탈은 2005년부터 쉘과 함께 사할린 제2석유개발지구에서 플랜트(원유생산설비) 설치 작업을 하고 있다. 거대한 플랫폼을 바다 한가운데 세우는 것만 해도 쉬운 일은 아니다. 2만t급의 배를 움직일 수 있는 유인선박 두세 척이 플랫폼을 끌고 당기며 안착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CS토탈은 지난해 150억원을 들여 1만3000마력의 시추 보조선을 구입했다.

이 회사의 직원은 대부분 삼성, 현대, 대우 등 대기업 조선업체 출신이다. 이근택 CS토탈 사장은 석유 메이저들이 앞다퉈 바다 밑에 매장된 석유를 개발하고, 국내 조선 3사(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가 이 시장에 뛰어들자 사업의 기회를 발견했다. 석유개발에 관련된 전문 인력은 영국의 인력회사와 연계해 지원하고, 이들이 세계 어느 곳에 있든지 원활하게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을 벌인 것이다.

인력지원 및 관리에서 비롯된 사업은 이제 석유 메이저들과 함께 유전개발에 참여해, 시추에서 석유수송까지 관여하는 수준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이근택 사장은 “내년 하반기부터 사할린 제3지구에서 석유를 개발하는 BP와 함께 일할 가능성이 높다”며 “그렇게 되면 향후 30년간 일할 거리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25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650억원을 예상한다.

토지 사유화 바람 타고…

사할린에 진출한 국내 업체 중 코리코 이앤씨의 성공사례는 눈길을 끈다. 이 회사는 유즈노 사할린스크에 ‘메가’라는 브랜드를 걸고 백화점, 건설자재 할인점, 호텔, 보안업체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사할린 직원만 1000여 명에 달해, 4인 가족 기준으로 4000명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코리코 이앤씨 신종철 사장은 7년 전 우연한 기회에 사할린을 방문했다. 지금은 사업 파트너가 됐지만, 당시 알고 지내던 고려인 부부를 만난 신 사장은 이 부부가 운영하는 구멍가게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전통적으로 사할린의 구멍가게는 도둑을 막느라 손님이 직접 물건을 고를 수 없게 돼 있다. 유리창 너머로 손님이 사고 싶은 물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상점 주인이 물건을 내주는 식이다.

신 사장은 이를 오픈형 슈퍼마켓으로 개조해 운영하면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겠다고 확신했다. 고려인 부부가 운영하는 구멍가게부터 바꿔 나가기 시작했다. 7년 전 이 슈퍼마켓은 사할린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오픈형 슈퍼마켓이었다. 도둑을 방지하기 위해 상품마다 전자꼬리표를 붙였다. 계산하지 않고 나갈 경우, 경보가 울리게 한 것. 이 기술은 한국으로부터 들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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