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특별기획

바람직한 사법개혁을 위한 판·검사 출신 변호사, 법학교수 좌담회

“공판중심주의 강화보다 시급한 것은 ‘전관예우’ 척결”

  • 방희선, 박인환, 임지봉

바람직한 사법개혁을 위한 판·검사 출신 변호사, 법학교수 좌담회

3/12
방희선 : 사법제도를 고치는 것은 국가적인 과제입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가 모여 문제점을 모두 드러낸 다음 그것을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토의하고 합의해야 하는데, 제가 보기에 사개추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위원들이 서로를 대하는 자세입니다. 어떤 문제를 얘기할 때 자기가 알지 못하는 점을 상대방이 아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 점을 감안해 서로 맞춰가면서 논의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내가 말하는 것은 개혁이고 거기에 이견을 다는 사람은 반(反)개혁세력으로 몰아붙이는 이분법적 사고가 횡행했어요. 그러니 대화가 안 되고 싸움만 나는 거죠.

예컨대 법원측에서 법정진술만이 증거라고 주장하니 검찰이 반발했죠. 그럼 우리는 어떻게 수사하라는 말이냐, 공소유지를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 하고. 그런데 이건 시비 대상이 아니거든요. 상대 의견을 반영해 정반합의 통합적인 자세로 토론했다면 극한대립을 피하고 좀더 발전적인 방안이 나왔을 겁니다. 그러한 노력을 법조 수장들이 이끌어줘야 합니다. 나 잘났다고 상대방을 치지 말고.

박인환 : 사법개혁 방향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사실 참여정부 출범시 이미 결론이 나와 있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다 압니다. 로스쿨이나 배심·참심제, 나아가 참여민주주의, 얼마나 좋은 슬로건입니까? 저는 이것이야말로 선동정치의 표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게 좋은 제도라면 왜 다른 나라에서는 하지 않습니까.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에는 그런 제도가 없어요. 일본도 시행착오에 허덕이고 있고요. 덮어놓고 미국식이라면 좋게 여기는 풍토가 문제입니다.

일반 국민은 먹고살기에도 바쁩니다. 왜 인류가 대의제, 간접민주제를 만들었겠습니까. 정치는 정치인에게 맡기고 국민은 생업에 종사하는 게 바람직해서이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국민에게 정치에 직접 참여해라, 사법에도 참여해라 하면 듣기엔 좋은 얘기 같지만 실은 국민을 피곤하게 하는 거죠. 사법개혁은 속도가 좀 느리더라도 이해집단 간에 충분한 논의를 거쳐 공감을 유도하고 나아가 국민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합니다. 우리 선배들이 만들어놓은 한국식 사법제도의 좋은 점을 하루아침에 버리려 하지 말고.

임지봉 : 사법제도개혁위원회(사개위)에서 공판중심주의가 집중적으로 논의된 배경은 이렇습니다. 과거에는 재판과정보다 수사과정을 중시하는 조서중심주의였습니다. 특히 군사정권과 같은 권위주의체제에서는 법원과 검찰이 정권에 복무하면서 고문 등으로 강압적인 수사를 하고 그것을 조서로 받아내 그 조서에 기초해 기소하고 거의 자동적으로 유죄를 선고하는 그런 반민주적인 소송구조였습니다. 이런 비정상적인 구조를 해체하기 위해, 즉 서류재판주의를 밀어내기 위해 공판중심주의가 논의됐다는 것을 국민이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법권력은 ‘그들만의 놀음’

사개위에는 법조 세 직역을 비롯해 학계와 시민단체 대표도 참여했습니다. 사개위에서 사법개혁 방안을 짜고 사개추위에서 법안으로 만들었는데, 지금 국회에서 잠자고 있습니다. 그 상황에서 갑자기 대법원장이 좀 거친 표현으로 공판중심주의 강화를 강조하자 법조 세 직역간 자존심 싸움, 감정싸움이 벌어진 겁니다. 지금 논란이 되는 몇 가지 쟁점에는 법조 세 직역간 이해관계가 얽혀 있을 뿐 국민은 빠져 있습니다. 저는 대법원장 발언의 취지가 무엇이든, 정치적인 의도를 깔고 있든 없든,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의 물꼬를 트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 박 변호사께서 사개추위 안에 대해서 상당히 비판적으로 말씀하셨는데 거기에 대한 반대 의견은 없습니까.

임지봉 : 여러 가지 사법개혁안이 갑자기 나온 게 아닙니다. 사개위만 해도 1년 넘게 치열한 논의를 벌였는데, 어떤 점에서는 법조 세 직역간 타협도 하면서 개선책을 마련한 것입니다.

사개위 개혁안은 다 사법민주화 차원에서 마련된 것입니다. 참·배심제가 무엇입니까. 이제껏 국민의 목소리는 배제된 채 전문법조인들, 즉 판·검사나 변호사를 중심으로 사법절차가 진행되어 왔단 말이지요. 그래서 국민도 배심원이나 참심원으로 직접 재판에 참여해 사법과정에 국민의 뜻을 담아내자는 것이죠. 그것이 민주화된 사법부 아니겠습니까. 사법권력이라는 것도 주권자인 국민이 위임한 권리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사법권력은 그들만의 놀음이었습니다. 당사자인 국민은 법을 모른다는 이유로 접근할 수 있는 기회조차 없었고요.

방희선 : 임 교수님 말씀을 가만히 들으니 이제까지의 사법개혁논의가 왜 이상한 방향으로 빠졌는지 그 원인을 알 것 같습니다. 개혁은 현실을 개선하자는 것인데 그러려면 먼저 정확한 진단이 필요합니다. 예컨대 간경변 환자를 에이즈 환자라고 주장하면서 온갖 처방을 하겠다고 나서면 사람 잡는 것입니다.

3/12
방희선, 박인환, 임지봉
목록 닫기

바람직한 사법개혁을 위한 판·검사 출신 변호사, 법학교수 좌담회

댓글 창 닫기

2019/07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