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2월호

‘통합신당 마이웨이’ 천정배 의원의 작심토로

  •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6-12-07 18: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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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년 2월 전당대회는 ‘당 해산’ 묻는 자리”
    • “민주당과 합치라는 국민 많다”
    • “통합신당, 호남에서 많은 지지 얻을 것”
    • “참여정부는 민생안정, 국민통합에 미흡했다”
    • “당내 친노파에게서 변화의지 안 느껴져”
    • “대선 후보 경선 출마, 적절한 때 결정”
    ‘통합신당 마이웨이’ 천정배 의원의 작심토로
    천정배(千正培·52) 열린우리당 의원(전 법무부 장관)은 10월29일 기자회견을 통해 ‘통합신당’ 구상을 밝혔다. 열린우리당, 민주당 등 범(汎)민생개혁세력을 통합한 신당을 만들어 내년 말 대선을 준비해보자는 얘기였다.

    야당은 이 같은 정계개편 구상을 강하게 비난했다.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 측에서 ‘민생개혁세력의 대통합’ 운운하는데, 그들은 ‘민생’이라는 단어를 자신에게 갖다 붙일 자격이 없다”고 쏘아붙였다.

    여권 내부에서 천 의원의 통합신당론은 김근태 당 의장, 김한길 원내총무 등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보폭을 맞추고 있다. 반면 노무현 대통령과 당내 친노(親盧) 세력은 신당 창당보다는 ‘열린우리당 개조론’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열린우리당 내 정계개편 논의는 이처럼 의견을 달리하는 두 세력을 중심으로, 각 의원모임이나 의원별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양상이다.

    천 의원은 열린우리당 창당의 주역이다. 그런 그가 이제는 열린우리당 해체를 앞장서서 주장하자 냉소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 또한 마음이 편치는 않아 보였다. 11월6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그를 인터뷰했다. 그는 기자에게 명함을 건네며 “아, 이 명함은 오래된 것이어서 ‘열린우리당’이라는 당명이 안 씌어 있다. 오해하지 말라”고 했다. 인터뷰는 그리 온화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지 못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공격적 질문과 민감한 답변이 오가지 않을 수 없었다.

    “면목 없고, 죄송하고, 책임 통감”



    ▼ 주도적으로 열린우리당을 만든 분이 3년 만에 당을 깨자고 하니 비판이 쏟아집니다.

    “국민에게 면목이 없습니다. 비판할 부분이 있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합니다. 저는 원내대표를 맡는 등 당 지도부의 일원으로 활동한 바도 있어 책임을 통감합니다. 국민에게 사과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천 의원은 “내 잘못이다. 어떤 문책도 감수하겠다. 정치인에 대한 평가와 심판은 다음 선거에서 국민이 내려주시면 된다”며 몸을 한껏 낮춘 뒤 말을 이었다.

    “열린우리당은 희망을 못 줬고 신뢰를 잃었습니다. 잘못은 바로잡고 미래의 방향이 바로 되도록 하는 것이 책임을 지는 바른 자세라고 생각했습니다.”

    ▼ 열린우리당을 만들 때도 ‘희망을 주고 신뢰를 얻기 위해 창당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다보니 통합신당에도 별로 신뢰가 안 간다는 목소리가 나오고요. 논리가 자꾸 바뀐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 부분엔 오해가 있습니다. 열린우리당 창당 직후 국민은 열린우리당을 과반의석 정당으로 만들어줬습니다. 창당의 정당성은 국민적 승인을 받은 셈이었죠. 창당 후 성과도 분명 있었습니다. 열린우리당은 권위주의, 정경유착, 부정부패, 돈 많이 드는 정치의 근절을 이끌어냈습니다. 국민의 개혁 열망에 일정 정도 부응한 셈입니다.

    그러나 우리당은 이를 넘어 생산적 정치로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여당으로서 국정운영에 무능함을 보였습니다. 국민참여 정치를 기치로 내걸었으면서도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국민은 변화를 요구했으나 변화를 보이지 못했습니다.

    “재창당 정도로는 안 통한다”

    우리당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완전히 잃은 상황입니다. 이제 우리 힘만으로는 국민에게 희망을 드리는 정치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그래서 민생개혁세력의 총집결을 통한 통합신당 창당을 제안하게 된 겁니다. 논리가 바뀐 것은 아니고, 우리 나름의 고민과 진정성이 담겨 있습니다.”

    천 의원이 제안한 통합신당 안은 기존의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진보세력, 중도세력, 개혁적 전문가 집단 등 소위 범개혁세력을 모두 끌어들여 새로운 정당을 창당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열린우리당이 사실상 해산하는 시점’이 쟁점이다.

    ▼ 민주당 등 외부 세력에게 일단 열리우리당의 틀 속으로 들어온 뒤 신당을 만들자고 할 수도 있나요.

    “제가 밝힌 창당의 4원칙은 민생개혁 세력의 총집결, 모든 세력의 기득권 포기, 대선후보 선출에 동등한 기회 부여, 열린우리당의 정치개혁 성과 계승입니다. 이 원칙에 따라 열린우리당 해산 시점이 정리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열린우리당도 기득권을 내놓아야 합니다.”

    천 의원은 법무장관에서 물러난 뒤 두어 달간 전국의 당원, 학계 인사, 시민운동가들을 두루 만나며 당 재건 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그 결과 도출된 것이 통합신당 구상이었다는 것. 천 의원은 “신당을 추진하면서도 책임 있게 국정을 이끌어가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면서 신뢰를 회복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 내년 2월로 예정된 열린우리당 전당대회 이전에 열린우리당이 해산할 수도 있습니까.

    “전당대회는 당원들에게 통합신당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지 묻는 의사결정 절차로서 필요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전당대회 문제를 생각할 때가 아닙니다.”

    ▼ 현재 아이디어 단계의 통합신당론이 구체화하는 과정으로는 어떤 방식이 좋아 보입니까.

    “당 비상대책위원회가 당의 진로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비대위가 여러 의견을 수렴하고 공감대를 이뤄 이 문제를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김근태 의장(비대위원장)과 김한길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이미 통합신당에 호감을 나타낸 바 있다는 점은 비대위의 의사결정과 관련해 주목할 대목이다. 천 의원은 “신당은 차기 정권의 미래와 관련된 사안이기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보다는 당이 논의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했다. 노 대통령의 영향력은 제한돼야 한다는 뜻이다. 결과론적으로 ‘천 의원이 신당론을 띄우고 비대위가 최종작품을 만들게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노무현 대통령은 통합신당론에 부정적이다. 노 대통령 측근인 김혁규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은 “정계개편의 동력은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라고 말해 통합신당파에 견제구를 날렸다. 김 상중위원은 한 인터뷰에서 “당 지도부는 정계개편 논의에서 빠져라. ‘천신정’(천정배 신기남 정동영)이 부활하면 당이 망하게 된다”며 당 지도부와 천정배 의원을 비판한 것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 일전에 천 의원께서 대통령을 만났을 때 대통령은 “당의 진로는 전대에서 결정하면 된다”며 천 의원의 통합신당론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면서요.

    “대통령이 그렇게 말한 사실은 있습니다. 대통령은 신당 창당에 부정적이고 당내에서 한번 해보자고 생각하는 것으로 들렸습니다.”

    ▼ 대통령의 생각도 그러하니, 굳이 당을 해산하는 대신 열린우리당을 잘 개혁하는 쪽에 동참할 의향은 없습니까.

    “백번을 양보해 신당 창당 대신 재창당을 선택할 경우에도 열린우리당이 왜 외면당했는지 그 원인을 깊이 분석해야 합니다. 나는 재창당 정도로는 국민의 마음을 되돌리기엔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과거 잘못에 대한 철저한 인식과 대오각성, 민생개혁의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재창당을 주장하는 분들은 변화에 대해선 별다른 의지가 없는 것처럼 보여 답답합니다.”

    그간 당내 친노파의 견제를 받아왔지만 직접적 대응은 하지 않았던 천 의원이 이번에는 일격을 가한 셈이다.

    “청와대는 과거 돌아보고 고쳐라”

    ‘통합신당 마이웨이’ 천정배 의원의 작심토로
    ▼ 재창당 정도로는 안 된다고 보는 근거는 무엇입니까.

    “국민은 열린우리당에서 마음이 완전히 떠난 것 같습니다. 많은 국민으로부터 시간이 지날수록 ‘개혁세력끼리 통합하라’는 요청이 커지고 있습니다.”

    ▼ 김혁규 상중위원이 ‘천신정이 부활하면 당이 망한다’고 했다는데요.

    “그 인터뷰를 했다는 날 저녁에 마침 김 위원과 약속이 있어 만났습니다. 그분은 ‘나는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하던데요.”

    천정배 의원은 지난 대선 때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데 기여한 핵심 참모였다. 노 대통령에 의해 내각에 발탁되어 법무장관을 맡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노 대통령측이 그의 정계개편안에 제동을 걸고 있다. 그렇다면 천 의원은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대통령 권력의 코어(core)인 청와대를 어떻게 평가할까. 천 의원은 “열린우리당과 정부·청와대는 원활한 협력 관계여야 한다. 여당은 정·청에 대해 건전한 견제와 견인을 할 필요가 있었는데 그러기는커녕 질질 끌려만 다녔다”고 날을 세웠다.

    ▼ 정부의 그간 국정운영을 평가한다면.

    “열린우리당에 대한 평가와 다르지 않습니다. 당과 정부는 한 세력으로 봐야 합니다. 예컨대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 국토균형발전, 권력기관의 독립성 보장, 인권 개선, 사회 투명성 향상 등 참여정부가 내건 국정지표들은 옳았습니다. 어느 정도 성과도 거뒀습니다. 그러나 참여정부는 민생안정 부분에서 부족함을 드러냈습니다. 국민통합, 사회개혁도 불충분했습니다. 국민과 잘 소통해 국민의사를 정책화하고 실천하는 데도 큰 성과가 없었습니다. 정부의 추진력이 약했습니다.”

    청와대 국정운영 방식은 지속적으로 논란거리가 되어왔다. 천 의원에게 ‘청와대가 아마추어식 국정운영을 한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그는 잠시 말을 머뭇거렸다. 그러더니 “아직 대통령의 재임기간이 1년 이상 남아 있다. 여권 내부를 그렇게 구분지어 얘기하는 것이 적절한 일인지 확신이 잘 안 선다”고 했다. ‘대답을 하지 않으려는가 보다’고 생각했다. 현 정부에서 법무장관을 지낸 대통령의 핵심 측근 출신이 다른 곳도 아닌, 청와대를 평가하는 것은 조심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잠시후 그는 청와대에 대해서도 “반성하고 고쳐야 한다”는 표현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우리 내부가 좀더 조직화되고, 협력관계를 잘 구축해 일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예컨대 당과 청와대의 관계는 원활하지 않아요. 최근까지도요. 청와대가 반성할 점입니다. 청와대는 과거를 되돌아보고 고쳐야 합니다.”

    천 의원과 친노그룹은 현재로선 ‘통합신당’과 ‘우리당 사수’의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천 의원이 청와대와 선긋기를 시작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결별’ 가능성을 물어봤다.

    ▼ 통합신당론과 재창당론이 끝내 합의를 이루지 못해 열린우리당이 양분될 가능성도 일각에선 제기되고 있습니다. 혹시 친 고건(高建)파, 친 한나라당파 등 서너 갈래로 여권이 해체될 가능성을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까.

    “열린우리당의 분열, 그래선 안 됩니다. 그건 혹 떼려다 혹 붙이는 격이겠죠. 나는 범민생개혁세력이 동참하는 통합신당 창당을 제안했습니다. 그런데 열린우리당 내부에서 먼저 분열하는 양상을 보인다면 그게 통합신당의 취지와 맞는 것인지 우려스럽습니다. 우리는 대오를 흩뜨리지 말고 함께 가야 합니다. 의원들은 함부로 개별 행동을 해서는 안 됩니다. 질서 있고 책임 있는 논의를 거쳐 최대한 컨센서스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고건 전 총리에게도 대통합의 문은 열려 있습니다.”

    ▼ 노무현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 자택을 방문한 것을 놓고 야당은 정계개편을 위한 야합 시도라며 비판하는데요.

    “북한 핵실험 이후 안보위험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전·현직 대통령이 만나는 것은 하등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김대중 도서관 개관 등 계기도 있었고요. 그러나 두 분의 만남은 ‘한반도 평화개혁 추구세력이 널리 모이는 게 좋지 않은가’라는 점을 시사하는 의미는 있을 겁니다. 두 분의 의도와 상관없이 결과적으로 말입니다.”

    노 대통령이 반대하지만…

    ▼ 천 의원께선 통합신당 논의에 민주당이 동참하기를 기대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민주당 조순형 의원은 ‘열린우리당은 다른 나라에서 새아침을 맞이하라’고 합니다.

    “아직 초기단계입니다. 논의를 시작도 안 했습니다. 앞으로 의견접근이 가능할 겁니다.”

    ▼ 노무현 대통령은 ‘작은 꾀로 어떻게 1000만명을 움직이나’라며 민주당과의 통합에 사실상 반대의사를 표명했는데요.

    “중요한 것은 민주당과 손을 잡으라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나라당보다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에 기대하는 국민도 많습니다. 둘이 함께 힘을 합쳐 가라는 통합의 요구가 점점 더 강력해질 겁니다. 우리는 그 요구에 답해야 합니다. 민주당 처지에서도 혼자만으로는 위력적이지 못합니다. 결과에 대해 나는 낙관합니다.”

    열린우리당 창당주역들은 ‘지역구도 타파’를 외치면서 민주당에서 뛰쳐나와 열린우리당을 세웠다. 민주당을 ‘낡은 정치’로 몰아세웠다. 그랬던 열린우리당이 국민의 외면을 받자 다시 민주당과 합치자고 하는 것은 ‘호남 지역주의’에라도 기대어보겠다는 정치적 계산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내 친노그룹이 이런 류의 주장을 펴고 있다. 한나라당도 통합신당론을 맹비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천 의원은 “우리는 민주당뿐만 아니라 영남의 개혁세력과도 연대할 것이다. 통합신당 논의가 호남 지역주의 부활이라고 하는 것은 틀린 얘기”라고 밝혔다.

    “영남을 설득하겠다”

    “우리나라에는 지역주의의 폐해가 심각합니다. 반드시 이를 해소해 선진국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습니다. 저도 동서화해와 지역구도 해결을 전제로 통합신당을 제안한 것입니다. 개혁세력은 근본적으로 지역주의에 반대합니다. 개혁세력을 모두 모으자는 것을 지역주의의 부활이라고 하면 안 됩니다. 같은 노선, 정책, 비전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합쳐가는 것은 오히려 지역주의를 극복하는 길입니다.”

    그러면서도 천 의원은 현실적 상황은 인정했다.

    “통합신당이 출범하면 호남 쪽에서 많은 지지를 받게 될 겁니다. 영남의 지지세는 훨씬 약하겠죠. 그 점은 인정합니다. 우리의 노선과 정책을 영남에서도 끈질기게 설득해야죠. 한나라당도 호남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 않습니까.”

    천 의원은 통합신당이 ‘반(反)한나라당 연대’의 성격도 띠는 것임을 굳이 부인하지 않았다.

    ▼ 왜 지금의 열린우리당 세력(혹은 통합신당 세력)이 정권을 재창출해야 하는지, 그 당위성을 설명해주시죠.

    “우리 자신이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인정함에도 불구하고 다음 정권은 한나라당으로 가선 절대로 안 됩니다. 나라의 앞날이 걱정되기 때문입니다. 한나라당은 우리나라 기득권 세력의 대표체입니다. 냉전적 사고에 매달려 평화를 위협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커요. 국민의 많은 희생과 헌신으로 이룩한 민주화와 개혁의 성과가 물거품이 될까봐 걱정됩니다.”

    ▼ 그러나 한나라당의 민생우선 기조는 어느 정도 호응을 받고 있지 않나요.

    “민생 문제와 관련해서도 나는 한나라당이 효과적 대안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중산층과 서민의 삶은 더 곤궁해지고 궁극적으로 선진국의 길도 요원해질 겁니다.”

    ▼ 국정을 잘못 운영했으면서도 야당이 집권해선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책임정치와는 맞지 않는 일 아닌가요.

    “일리가 있는 논리이긴 합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집권할 경우 여야간 정권교체의 페어플레이 구도가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한나라당은 그런 기회를 주지 않을 겁니다. 우리가 페어플레이를 하지 않고 다른 수단으로 정권을 지키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최선을 다해 재창출하는 것이 이 시대의 역사적, 사회적 과제입니다.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지금은 높지만 내년 대선은 우리 자신과의 문제이며, 우리가 잘하면 성공하게 되는 문제입니다.”

    “간첩단 사건 검찰 수사에 의문”

    천 의원은 법무장관 재임 때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를 받고 있던 강정구 동국대 교수에 대해 이례적으로 검찰에 불구속 수사를 지휘해 논란이 일었다. 천 의원은 검찰의 간첩단 사건 수사에 대해서도 “피의자들을 미리 간첩으로 규정한 것 아닌가”라고 의문을 나타냈다.

    ▼ 강정구 교수 사건 불구속 지휘에 대해 말이 많았는데….

    “그 사건은 제가 법무장관 재임 중에 가장 잘한 일 중 하나입니다. 강정구씨와 같은 정치적, 이념적 소수자도 법에 보장된 인권 수사,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적용받아야 한다고 봤습니다. 강씨는 재판과정에서도 징역형을 선고받지 않았습니다. 나의 수사지휘는 법원에 의해 그 정당성이 사후 추인된 측면도 있는 것이지요.”

    ▼ 그렇다면 최근 국정원과 검찰에 의해 진행된 간첩단 사건 수사에 대해선 전임 법무장관으로서 어떤 견해를 갖고 있습니까.

    “언론 보도 이외에는 내용을 전혀 모릅니다. 다만, 간첩사건 수사를 너무 공개적으로 하는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은밀히 수사해 일망타진하는 것이 과거 간첩수사의 관행이었습니다. 또한 피의자들을 미리 간첩이라고 규정하는 것에는 의문이 있습니다.”

    ▼ 천 의원께서 법무장관으로 재임할 때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오락산업이 전국적으로 크게 번성해 많은 폐해가 발생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단속 주무 장관이셨는데 어떻게 생각합니까.

    “당시 법무장관으로서 그 문제를 근절하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검찰은 사행성 오락 문제를 민생침해사범의 하나로 인식하여 집중 단속을 벌여왔고 저도 그 결과를 보고받으며 챙기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오락실 문제는 검찰의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상품권 등에 대한 근본적 정책변화가 있어야 해결되는 일이었지요.”

    ▼ 국회는 지난해부터 안기부의 미공개 도청테이프 내용을 공개하는 법률 제정을 추진하다 지금은 흐지부지됐는데요.

    “여야는 X-파일 특별법, 특검법을 논의했죠. 그런데 지금은 논의가 실종됐습니다. 나도 국회의원이지만 이해가 잘 안됩니다. ‘된다, 안 된다’ 결론을 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천 의원은 “한국 정치 발전을 위해 열심히 노력해왔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여 정권을 재창출하는 일에 큰 책임감과 사명의식을 갖고 있다. 대선후보 경선에 내가 출마하는 문제는 적절한 시기에 검토를 끝내고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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