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2월호

겨울철 디스크, 압박골절 대처법 & 허리근력강화 운동법

  • 이윤진 건강전문 프리랜서 nestra@naver.com

    입력2006-12-08 12: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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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에는 허리 때문에 병원을 찾는 환자가 유난히 많다. 추위에 허리 근육이 위축되어 작은 충격에도 큰 손상을 입기 때문. 스키나 스노보드 같은 겨울철 스포츠는 물론 골프가 허리 부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디스크 증세가 있거나 허리가 약한 사람들이 증상 악화를 호소하는 것도 이 계절이다. 겨울철 척추 관리에 실패하면 봄이 와도 고통은 계속된다.
    겨울철 디스크, 압박골절 대처법 & 허리근력강화 운동법
    “겨울철에는 작은 실수가 큰 부상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남녀노소 모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서울척병원(성북구 정릉동)의 김동윤·장상범 원장은 강남 우리들병원에서 3000건 이상의 척추 수술을 하고, 1만5000명이 넘는 척추질환 환자를 진료한 척추전문의. 국내외 의학 학술지에 여러 차례 척추수술 연구 논문을 발표한 업적을 인정받아 두 사람 모두 영국 케임브리지 국제인명센터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이 지난 여름 개원한 서울척병원은 미국 메디트로닉 소파머 다네크(Meditronic Sofamor Danek)사의 국제 척추전문의 교육센터로 지정됐다. 미국, 유럽 등지의 의사들이 이곳에서 레이저 내시경 절제술, 척추 유합 최소 상처수술, 인공 디스크 치환술, 나사를 박지 않는 척추 협착증 수술 등에 대해 교육받는다.

    김동윤 원장은 겨울철 허리 부상의 가장 큰 원인으로 무리한 운동을 들었다. 스키나 스노보드, 골프를 하다 부상을 당해 찾아온 환자가 많다는 것. 스키나 스노보드의 경우 넘어지거나 구르는 등의 사고 외에도 하강할 때의 빠른 속도로 인해 잠시 균형을 잃거나 옆 사람과 부딪치는 정도로도 크게 다칠 수 있다고 한다. 평균적으로 스키나 스노보드 이용자 1000명 가운데 5~6명이 부상을 당한다는 통계도 있다.

    충분한 준비운동, 보호장비 필요

    가장 흔한 부상은 근육 손상이다. 스키장에선 기온이 낮기 때문에 근육과 관절이 평소보다 굳어 있다. 그래서 넘어지면서 받는 작은 자극에도 근육이 놀란다. 스키를 탄 다음날 허리가 쑤시고 결리는 증상이 나타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스키장에서는 골절도 흔히 발생한다. 주로 엉덩이뼈가 부러지는데,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엉덩이 부위가 압박을 받아 골절로 이어진다.



    부상을 줄이려면 운동하기 전에 충분한 준비운동으로 근육과 관절, 인대를 풀어줘야 한다. 실내에서 스트레칭이나 걷기를 해서 근육이 충분히 풀어지고 몸이 어느 정도 더워진 다음에 스키장으로 나가는 것이 좋다.

    중증의 부상 환자 중 절반 이상이 한 단계 높은 슬로프를 이용한 경우라고 하니 자기 실력에 맞는 슬로프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초보자는 물론 중급이나 고급 코스를 이용하는 사람은 보호장구를 철저히 착용해야 한다. 작은 사고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김 원장은 “머리를 다치면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고 경고한다. 또한 “장비를 빌려 사용할 경우 몸에 잘 맞지 않고, 헐겁거나 꽉 끼는 장비를 착용하면 돌발사태 때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해 부상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조언한다. 간혹 술을 마신 후 야간에 스키를 타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는 음주운전만큼이나 위험한 행위다.

    스키장에서 당한 부상 중 근육 손상과 골절 이상으로 많은 것이 척추 디스크다. 장상범 원장에 따르면 스키를 타다 다친 경우보다 하반신을 이용해 균형을 잡고 방향을 트는 스노보드를 타다 다친 경우가 훨씬 많다고 하니 스노보드를 탈 때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평소 디스크 증상이 없는데 스키장에서 엉덩방아를 찧은 후 생긴 허리 통증이 가라앉지 않고 엉덩이와 무릎 쪽으로 통증이 전이된다면 디스크일 가능성이 높다. 단순 요통은 안정을 취하고 찜질을 하는 등의 자가 치료로 가라앉힐 수 있지만, 디스크라면 증상이 악화되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병원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장 원장은 “증상이 나타났을 때 바로 병원을 찾으면 치료가 간단할 뿐 아니라 시간과 비용도 아낄 수 있다”고 말한다.

    “디스크라도 증상이 가벼우면 수술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완치될 수 있습니다. 만약 디스크가 튀어나와 있으면 FIMS라고 하는 기능적 근육 내 자극치료를 적용합니다. 이 외에 플라스마 감압 치료술이 있는데, 주삿바늘로 디스크를 감압하는 치료죠. 절개 수술의 위험성을 줄이고 통증을 완화하며 회복이 빠르기 때문에 환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겨울철 디스크, 압박골절 대처법 & 허리근력강화 운동법

    허리근력 강화를 위한 ‘상체 들기’ 운동.

    겨울철 디스크, 압박골절 대처법 & 허리근력강화 운동법

    엉덩이와 대퇴부 근력을 강화해주는 ‘균형잡기’ 동작.

    겨울철 디스크, 압박골절 대처법 & 허리근력강화 운동법

    허리·골반·엉덩이·목·어깨 등 평소 잘 쓰지 않는 근육을 풀어주는 ‘고양이 자세’.

    통증을 일으킨 디스크 안에 1mm 정도의 가는 치료 기구를 넣은 후 100kHz의 주파수를 발생시키면 고밀도 이온장인 플라스마장이 디스크 내에 형성된다. 이를 통해 통증의 원인인 디스크 수핵 부분을 감압, 녹여 풀어주고 돌출된 디스크 크기를 줄여 통증을 없애는 방식이다. 시술 시간은 5~8분, 당일 퇴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가정주부나 바쁜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치료법이다. 장 원장은 “유도영상장치(C-arm)로 치료부위를 확인하면서 손상된 디스크 부위에 접근하기 때문에 치료 후 환자의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비수술적 치료만으로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거나 마비증상이 나타난다면 수술을 받는 것이 좋은데, 요즘은 내시경 레이저 수술이나 현미경 추간판 절제술이 발달해 수술에 대해 큰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한다.

    겨울철엔 골프장에서도 허리 부상을 당하기 쉽다. 가장 흔한 부상은 몸이 제대로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스윙을 하다가 생기는 급성 요통. 흔히 ‘허리가 삐끗했다’고 표현하는 요추부 염좌 증상이다. 휴식을 취하면 통증이 가라앉기도 하는데, 만일 시간이 지나면서 통증이 더 심해지면 병원을 찾는다.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받으면 증상이 호전되는데, 집에서도 얼음찜질을 해주면 치료 기간을 줄일 수 있다.

    ‘고양이 자세’로 허리근육 운동

    골프를 할 때는 전신에 힘을 고르게 분산하는 것이 중요한데, 허리에 지나치게 힘이 들어간 상태에서 스윙하다가 디스크가 터져나오는 경우도 더러 있다. 오랜 시간 걷기 때문에 척추관 협착증이 있는 경우 증상이 악화되기도 한다.

    골프 부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라운드 전에 충분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주고 평소 무릎과 허리의 근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척추를 보강하기 위해 운동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무작정 몸을 움직이는 것보다는 도움이 되는 동작 몇 가지를 반복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김동윤 원장이 추천하는 대표적인 운동법으로 척추 뼈대의 유지와 움직임에 관여하는 신전근을 강화하는 ‘허리신전운동’이 있다. 대부분의 요통이 신전근 약화에서 비롯된다고 하니 튼튼한 허리를 만들기 위해 꾸준히 하면 좋을 운동이다. 본격적인 허리근력강화 운동에 앞서 준비운동으로 ‘상체 들기’를 한다(사진 참고). 이 동작을 규칙적으로 하면 허리통증, 특히 디스크로 인한 요통을 잡는 데 효과가 있다. 다음으로 ‘균형잡기’ 동작은 엉덩이와 대퇴부 근력을 강화해주며 요가 동작과 비슷한 ‘고양이 자세’는 허리, 골반, 엉덩이, 목과 어깨 근육에 이르기까지 평소 자주 쓰지 않는 근육을 유기적으로 풀어준다.

    돌아누울 때 허리가 아프면…

    겨울철 디스크, 압박골절 대처법 & 허리근력강화 운동법

    서울척병원 김동윤 원장(왼쪽)과 장상범 원장.

    스포츠로 인한 척추손상이 20~50대에서 주로 발생한다면, 65세 이상 노년층이 경계해야 할 것은 넘어지면서 생기는 크고 작은 부상이다. 김 원장은 “11월부터 2월 사이에 낙상으로 인한 압박골절 환자가 다른 계절의 2배 이상으로 늘어난다”고 했다.

    젊은 사람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가벼운 낙상이 노년층에겐 위험할 수 있는데, 뼈가 약해 가벼운 골절도 압박골절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압박골절 자체가 치명적이진 않지만 골절로 자리보전할 경우 찾아오는 합병증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욕창, 소화불량 증상부터 뇌졸중, 심장마비, 당뇨병 악화, 폐렴 등이 노년층의 생명을 위협한다.

    ▲누워 있을 때는 통증이 없다가 돌아눕거나 일어날 때 심한 통증이 느껴진다 ▲최근에 넘어진 적이 있는데 그 뒤로 요통이 심해졌다. ▲허리가 아파 마사지를 받았는데, 시원하지 않고 오히려 통증이 심해졌다.

    김 원장은 위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속히 MRI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X-레이로는 압박골절이 잘 확인되지 않으며, 골절된 부위가 신경을 압박하고 있거나 내부에서 뼈가 괴사했는지 여부도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압박골절 환자 중 10% 정도가 뼈에 빈 공간이 생기는 ‘무혈성 괴사’ 증상을 보인다. 그런데 이 증상은 자연적으로 치유되지 않고 시간이 갈수록 악화되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

    무혈성 괴사와 함께 노인 골절을 더욱 위험하게 만드는 요인은 골다공증이다. 압박골절로 병원을 찾았을 때 골밀도 검사와 혈액검사, 소변검사 등을 통해 골다공증 여부에 대한 진단도 함께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압박골절엔 적당한 치료법이 없다고 알려졌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간단한 수술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서울척병원에서는 골 시멘트 주입을 통한 치료를 추천했는데, 환부만 선택적으로 부분마취한 후 주사기로 특수 제작된 골 시멘트를 주입, 굳히는 방식이다. 시술에 걸리는 시간은 약 30분. 부분마취를 하기 때문에 시술 후 마취가 깨기를 기다릴 필요 없이 곧바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골다공증부터 잡아라

    골 시멘트 주입법은 간단해 보이지만 실은 고난도의 시술이다. 방사선 투시장비로 뼈 모양을 살피면서 골 시멘트를 주입해야 하기 때문에 골절 부위의 뼈와 근육, 신경의 구조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 또한 미세한 틈 속 원하는 위치에 골 시멘트를 주입하는 시술엔 오랜 경험이 뒷받침돼야 한다. 자칫 시멘트가 옆으로 새거나 주위 신경을 압박하는 잘못을 범할 수 있다.

    골 시멘트 주입 치료를 받은 후엔 2개월 정도 보조기를 착용해야 한다. 김 원장은 “압박골절 환자의 약 25%가 1년 내 2차 골절을 일으킨다”며 “수술 후 골다공증 치료를 병행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흔히 골다공증이라고 하면 홍화씨, 사골국물 등 음식을 통해 칼슘을 섭취하는 민간요법을 떠올린다. 김 원장은 “민간요법만으로 골다공증을 치료할 순 없다”며 “통원치료를 하며 골다공증 치료제를 복용해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잘라 말했다.

    “골다공증 치료제는 처방전이 있어야만 구입할 수 있고, 칼슘 보충과 더불어 치료제를 먹으면 최고의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압박골절 부위가 튼튼하게 아물도록 도와주고 2차 골절을 예방하며 노년층에 많이 나타나는 허리가 휘는 증상도 완화할 수 있지요.”

    압박골절이 없더라도 골다공증 치료를 받으면 골절을 예방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한다. 스트레칭을 통해 평상시 관절과 근육을 충분히 풀어주고, 겨울철에는 미끄럼 방지용 신발을 신는 것도 안전을 위한 대비책이다. 춥다고 두꺼운 옷을 입으면 몸의 균형을 잃을 수 있으므로 얇은 옷을 여러 겹 입는 편이 움직임을 가뿐하게 하고, 보온효과도 더 크다.

    “압박골절을 방치하면 남은 생을 누워서 보낼 수도 있어요. 노년기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그 위험성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예방하는 것이 상책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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