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월호

성동

강남에 맞설 ‘강북 르네상스’ 첨병

  • 봉준호 부동산 컨설턴트 drbong@daksclub.co.kr

    입력2007-01-08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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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5만평 서울숲이 개장했다. 몇 년 뒤 왕십리역 복합역사는 4개 지하철 노선이 교차하는 육상 교통의 허브이자, 쇼핑몰 영화관 공연장 등 고급 문화휴양시설로 채워진 신(新)상권으로 변모할 전망이다. 곳곳의 공장부지와 산꼭대기 단칸방들도 고급 주상복합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성동은 ‘강북시대’를 여는 첫 주역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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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사슴들이 뛰어노는 서울 성수동 서울숲 .

    P씨는 요즘도 성수대교를 지나가지 않는다. 그는 1994년 10월 무학여고에 다니던 딸을 잃고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라는 병을 얻었다. 서울을 떠나진 못했지만 교통표지판에서 ‘성수대교’란 글자만 봐도 가슴이 뛰는 시간을 10년 넘게 보내고 있다.

    ‘버스기사가 조금만 더 빨리 달렸더라도….’ ‘무학여고에 배정되지만 않았더라도….’

    그렇게 한탄하며 밤을 꼬박 지새기를 몇 달, 몇 년…. 그 사이에 성수대교는 가장 아름답고 튼튼한 다리로 다시 태어났다.

    성수대교. 말 많고 사연 많은 서울의 대표 교량이다. 파란색의 무너진 다리를 지은 건설사는 외환위기 때 운명을 함께 한 동아건설이고, 빨간색 새 다리를 시공한 건설사는 얼마 전 다리 건너편에 ‘서울숲 힐스테이트’ 아파트를 성공적으로 분양한 현대건설이다. 압구정동에서 길이 1161m, 너비 35m의 왕복 8차선의 성수대교를 건너면 서울에서도 유서 깊은 구(區)의 하나인 성동구가 시작된다. 서울숲이 나오고 성수동과 응봉동, 행당동, 한양대가 보인다.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서울지역의 30%를 차지했던 성동구는 1975년 강남구, 1995년 광진구를 차례로 떼어준다. 더 이상 확장할 곳은 없으면서 낙후가 지속되는, 서울의 한가운데에 끼인 전통의 행정구역으로 존재했다. 그러나 서울숲 개발을 앞세운 지금의 성동은 강북 르네상스 시대의 중심에 서는 형국이다.



    거대한 재개발사업장

    성동구는 서울에서 매우 낙후된 주거지역의 하나이다. 바꿔 말하면 거대한 재개발사업장이기도 하다. 이미 사업이 완료되어 입주를 마친 단지가 31개 구역이며, 기본계획 수립단계, 추진위 승인, 구역 지정 등의 진행절차를 밟고 있는 재개발구역이 28개나 된다. 이 가운데에는 시범 뉴타운으로 지정된 왕십리 뉴타운 3개 구역도 포함된다. 1km 건너편으로는 강남 아파트 단지가 내려다보이지만 강남과 강북의 아파트 가격 차이는 평균 3대 1, 심하면 5대 1까지 벌어진다.

    금호동·옥수동은 강남과 가깝고 조망권이 뛰어나지만 산꼭대기에 아파트가 있어 상대적으로 시세가 낮다. 성수동은 준공업지역이어서, 마장동·용답동 지역은 각종 혐오시설이 근접해서, 왕십리 일대는 대표적인 슬럼화 지역이라는 이유로 시세의 탄력성이 떨어지곤 했다.

    그런데 이곳에 최근 들어 서서히 볕이 들기 시작했다. 2002년 왕십리 시범 뉴타운 지정을 시작으로 2005년 6월 35만평 서울숲이 개장했고 같은해 10월엔 청계천이 복원됐다. 2006년 2월, 서울시는 뚝섬을 중점지역으로 하는 강북개발전략 ‘U턴 프로젝트’를 내놨고 뚝섬상업지역 토지는 높은 가격으로 시행업체에 매각됐다. 이 때문에 ‘서울시 최고분양가’ 아파트 탄생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말도 나온다.

    지금 성동에 몰아치는 각종 개발계획은 강북 아파트의 저평가에 따른 반발 매수세와 맞물려 아파트 가격을 올려놓을 만한 충분한 ‘거리’이며 ‘도화선’이다. 서울은 넓어 보이지만 넓지 않다. 막상 투자할 만한 곳은 그리 많지 않으며 적정한 가격에 좋은 아파트를 살 곳도 충분해 보이지 않는다. 사방에 아파트가 많은 것 같지만 웬만한 전문가라면 거의 다 외울 정도에 불과하다.

    강북을 빼고 강남만으로 수요를 충족하기엔 절대 수량이 부족하고 강북에서도 조금만 손보면 도약이 예상되는 지역이 곳곳에 눈에 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바라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강북이 다시 깨어나는 것이다. 각종 호재를 담아 ‘강남 못지않은 강북’을 재건하자는 것이다. 그 대표지역이 먼저 치고나간 성동이다.

    마장동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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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마장동 일대. 공장부지들이 속속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1960년대 청계천 복개공사 시점까지 청계천 일대에는 목조주택이 즐비했고 하천변 마장동, 사근동, 용답동, 송정동은 서울의 대표적 빈촌이었다. 사창가, 성동변전소, 청계천, 도축장, 고려가스, 대성연탄, 시외버스터미널, 정육도매상 등이 이곳을 상징하는 키워드였다. 힘겹게 생업을 이어가는 사람들은 도축장에서 일하거나 연탄공장에서 구공탄을 찍거나 버스대합실에서 껌을 팔았다.

    1980년대 초, 해가 넘어가는 저녁 7시 무렵 마장동 시외버스터미널이 기억에 어른거린다. 매연을 뿜는 낡은 시외버스가 줄줄이 도착하고 강릉, 춘천, 속초, 홍천, 양구, 원통, 현리, 화천에서 휴가를 나온 군인들이 쏟아져 내린다. 장장 7시간의 버스여행, 산속의 전방부대에 있던 군인들에게 서울의 첫 모습은 현란스럽고 혼잡하다. 대개 그렇듯이 터미널 근처에는 홍등가가 있었고, ‘아줌마’들이 휴가군인, 제대군인들을 따라붙곤 했다.

    마장동이 도심화하면서 1980년대 중반 마장동 터미널은 수유동과 상봉동으로 나뉘어 옮겨간다. 동마장버스터미널 자리에는 동대문구청 신청사가 들어섰다. 마장동 818번지 고려가스와 도축장터는 재개발돼 1998년 1017가구 규모의 현대아파트 단지가 됐다. 청계천이 복원되어 혜택을 보는 아파트로 거론되는 마장동 현대아파트는 24, 32, 49, 61평형으로 구성된, 마장동에서 가장 큰 아파트 단지다.

    5호선 마장역이 가깝고 마장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인접해 있다. 최고 28층으로 완전 평지에 지어졌으며 103, 104, 105동의 5층 이상에서는 청계천이 훤히 내다보인다. 반대 블럭의 시야를 가리던 한전 변전소 철탑도 조만간 철거될 계획이다. 그러나 단지 내 상가 뒤편에 넓게 자리잡은 정육 도매상과 육류를 실어나르는 1.5t 냉동탑차들의 끊임없는 출입은 아파트 가격의 추가 상승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산재한 축산물 도매시설이 속속 정비되고는 있지만 시각적, 촉각적으로 쾌적한 아파트가 되기에는 시간이 좀더 필요하다.

    마장동 817번지 대성연탄 자리에는 5개동 430가구의 삼성아파트가 들어섰다. 1996년 12월 입주했으며, 26, 33, 51평형으로 구성됐다. 지하철 1, 2호선을 이용할 수 있는 왕십리역이 걸을 만한 거리에 있고 5호선 마장역은 아예 단지 앞에 진출입구가 있다. ‘삼성래미안’ 브랜드가 뜨면서 이 아파트도 간판을 ‘래미안’으로 바꿔달아 지금은 마장동 삼성래미안이 됐다.

    입주 10년이 지났지만 아직은 쓸 만해 보이는 새 아파트라 할 수 있다. 2006년 9, 10월 강북 아파트값 폭등 바람이 불면서 단지 전체적으로 5000만원에서 1억원씩 올랐다. 그런데도 매물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2007년에는 인근 왕십리역에 복합상가빌딩 비트플렉스가 들어서고, 2010년이면 왕십리역에 분당선 연장선이 들어오는 등 아직도 개발호재가 있어 매물이 나오는 즉시 소진되곤 한다.

    범우아파트를 재건축한 마장동 금호어울림은 2004년 5월 입주했다. 6개동, 18~24층에 24, 32, 41평형 367가구 규모인데, 왕십리역이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다. 2006년 3월만 해도 32평형이 3억 9000만원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4억8000만원을 호가한다. 마장국민체육센터가 맞닿아 있고 성동구청, 성동경찰서 등 관공서도 가까워 인기가 높다.

    ‘압구정동 부럽지 않은 성수동’

    성수동은 서울숲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이다. 서울숲 개장으로 성수동 아파트 값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아파트 가격이 어느 정도 정점에 이르자 사람들은 인근 재개발 예정구역 지분을 매집하기 시작한다. 지어진 아파트를 포기하고 새 아파트를 지을 만한 땅을 사는 것이다. 대표적인 곳이 성수 1, 2가동 일대 17만1238평의 ‘성수 뉴타운’ 예정지다. 서울시가 부동산 가격 급등이 우려되는 ‘위험지역’으로 여겨 뉴타운 지정을 머뭇거리고 있지만 이미 주변에서는 4차 뉴타운 지정대상지 1순위로 여기는 분위기다.

    한쪽에서는 이미 철거가 시작됐다. 시행사 남경과 시공사 두산중공업이 땅 일괄매입 방식으로 570가구 주상복합을 추진 중이다. 현재 매입대상 단독주택 300가구 중 290가구를 매입한 상태다. 한강과 공원이 보이는 ‘더블 조망권’ 지역으로, 일반분양 물량이 나올 경우 엄청난 경쟁률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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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건설의 ‘서울숲 힐스테이트’ 개념도. 오른쪽은 2006년 말 청약을 앞두고 모델하우스에 몰린 인파.

    이곳에 상업지역 주상복합과 더불어 뚝섬 열풍이 불기 시작하면 압구정동을 능가하는 가격대가 형성될지도 모른다. 워낙 위치가 좋고 조망권이 뛰어난 곳이라 그렇다. 주택지 한가운데에 있는, 한강으로 통하는 ‘육갑문’을 나오면 한강이 그처럼 아름답게 보일 수 없다. 강북에서 바라보는 한강은 정남향일 뿐 아니라 훨씬 더 활기찬 까닭이다.

    당연히 이곳도 몰려드는 투기세력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05년부터 2006년 상반기까지는 지방선거를 의식한 건축허가가 몰리며 총 가구수가 300가구 이상 늘어났고 지분가격도 2배 이상 급등했다.

    이 근처의 대표적 아파트는 2002년 2월 입주한 성수동 강변건영아파트다. 28, 33평형 580가구. 근래까지 성수동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지만 단지 규모가 크지 않고 동간 거리가 짧다는 점, 전체적인 외관이 연한보다 다소 낡아 보인다는 점, 40평형대가 없다는 점 등은 추가 상승여력을 확신하기 힘들게 한다. 어쨌든 현재의 아파트 가격만큼은 서울숲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2003년만 해도 4억원 미만이던 33평 시세가 벌써 8억원 근처에 와 있다.

    “왜 그렇게 비싸요?”

    “개발호재가 많잖아요. 나와 있는 물건도 별로 없어요.”

    공인중개사의 판에 박힌 멘트가 그대로 통하는 곳이 이 지역이다.

    성수동은 영등포구 양평동, 문래동과 더불어 서울시 준공업지역의 대명사다. 그 위의 모든 건물을 철거한다고 가정하면 개발의 잠재가치는 더욱 커진다. 교통이 좋을뿐더러 각종 기간시설이 모두 확보돼 있는 완전 평지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애프터서비스센터에서 금속, 인쇄, 정밀기계, 선반 등을 취급하는 공업상사들이 밀집해 있는데, 생계가 걸린 사업장들이 대부분이고 워낙 많은 수가 몰려 있어 이전과 개발에 시간은 걸리겠지만 아파트 지구로 변신했을 때의 효용가치는 매우 크다. 서울시는 당장 이곳을 주거지화할 수 없어서 도심형 첨단산업단지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인근의 대표 아파트는 2003년 입주한 지하철 2호선 성수역 롯데캐슬파크와 현대아이파크다. 롯데캐슬파크는 준공업 단지 내에 박혀 있는 단층 연립들을 재건축한 것으로, 준공업지역이라는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새 아파트라서 인기가 높다. 롯데캐슬은 24~42평형 604가구, 아이파크는 32~42평형 656가구다. 성수공고 뒤편 성수동 2가 333-1 일대 KT전화국 부지도 근처에 있다. KT는 이 부지에 지구단위 계획을 수립, 아파트 허가를 받아 얼마 전 ‘서울숲 힐스테이트’의 시행사업을 완료했다. 성수동 준공업지역에선 앞으로도 이런 식의 아파트 단지 분양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숲 힐스테이트’의 위력

    시공사 현대건설은 수년간에 걸친 워크아웃, 그리고 친근하지만 세련되지 못한 브랜드 ‘홈타운’으로 한동안 최고의 자리에서 밀려나 있었다는 게 아파트 시장의 냉정한 평가였다. 그런 맥락에서 보자면 새 브랜드 힐스테이트와 새 모델 고소영을 기용한 첫 번째 작품이 외견상 대성공으로 스타트했다는 점은, 향후 프리미엄 아파트 시장의 판도변화에도 영향을 끼칠 듯하다.

    ‘서울숲 힐스테이트’는 사실 서울숲과는 거리가 있다. 서울숲까지 걸어서 10분 정도는 족히 걸린다. 굳이 실제 위치와 비슷한 이름을 대라면 ‘이마트 힐스테이트’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뚝섬 상업용지에 평당가격 4500만원짜리 주상복합 아파트가 분양을 앞두고 있다는 언론보도를 보면 55평형 기준으로 평당가 2500만원의 분양가는 오히려 저렴해 보인다.

    여하튼 시공사 선정 당시 1000만원으로 계획했던 평당 분양가는 2년 후 아파트 분양 시점에 2.5배가 올라갔다. 그 금액에도 힐스테이트는 청약경쟁률 75.4대 1을 기록했다. 앞으로도 KT는 곳곳에 보유한 전화국 부지를 활용해 아파트 개발사업을 벌일 전망이다.

    18~92평형, 5개동 445가구로 이뤄진 서울숲 힐스테이트는 현대건설의 이미지를 고급화하는 데 적잖이 기여할 것 같다. 하긴 모델 고소영의 1년 전속료로만 7억원을 썼으니 현대건설이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지 짐작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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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십리 민자역사 ‘비트플렉스’의 개념도.

    테라스에 야외욕조까지 설치한 최상층 펜트하우스 85평형과 92평형 총 5채는 평당 3250만원으로 서울시 아파트 분양사상 최고가를 또 한번 갱신한 바 있다. 수입원목을 비롯해 골드와 실버컬러 위주로 마감재를 사용한 2채의 최고급 펜트하우스 92평형은 총분양가가 29억9000만원인데, 당첨자는 1983년생과 1971년생 여성으로 알려졌다. 2006년 12월 23세와 35세, 두 사람의 생년월일이 적힌 당첨자 명단을 보면서 50, 60대 모델하우스 방문객들은 착잡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는 ‘상식’이 됐지만 고분양가는 인근 아파트 가격을 올리고 인근 아파트 가격 상승은 다시 새 아파트 분양가의 최고기록을 만들어낸다. 어찌 보면 서울숲 힐스테이트의 분양흥행이 뚝섬 상업용지 주상복합 아파트 4000만원대 분양가의 발판을 만든 셈이다.

    ‘뜨거운 감자’ 된 서울숲 주상복합

    ‘핫 포테이토(Hot Potato).’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다루기 어려운 미묘한 문제를 일컫는 말이다. 서울숲 주상복합, 뚝섬 주상복합이라 부르는 아파트 부지에 딱 들어맞는 표현이다. 서울시는 스스로 매각한 뚝섬 주상복합 분양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공개입찰을 통해 내정가격의 2배 이상인 1조1262억원의 토지대금을 챙겼지만 평당가 4000만원대의 분양승인을 내주기엔 밀려올 후폭풍이 두렵다.

    2005년 6월 뚝섬 상업용지가 평당 5668만~7734만원에 3개 업체에 팔려나가자마자 평당 분양가가 4000만원에 달하리라는 보도가 터져나왔다. 건설업체들의 이른바 ‘적정이윤’을 감안하면 이 분양가 밑으로는 채산성을 맞추지 못한다는 논리가 뒷받침됐다. 언론이 만들어낸 예상 분양가는 다시 인근 아파트와 강 건너 압구정동 아파트 가격을 두 배로 끌어올렸다.

    “뚝섬이 4000만원? 그럼 우리는 8000만원은 가야지.”

    압구정동 주민의 아전인수식 논리에 누구도 토를 달지 못했다. 집값 상승 드라이브가 워낙 세게 걸려 있는데다, 미세한 변수에도 언제든 시세를 치고나갈 수 있는 ‘압구정동’의 브랜드 파워 탓이었다. 뚝섬발 아파트값 상승세는 2006년 8·31 대책에도 불구하고 잠실주공 5단지와 은마아파트 등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만큼이나 좋은 위치와 재건축 소재를 지닌 노후 아파트로 옮겨 붙었다.

    뚝섬 상업지역엔 규정상 총 연면적으로 따져 절반 이하의 면적에만 주거시설을 넣을 수 있게 돼 있다. 나머지는 지정시설로 채워야 한다. 이것이 또 하나의 난제이다. 1구역에는 업무·관람·판매시설을 51% 이상 넣어야 하고, 2구역은 사회체육시설로서 일반에 판매하지 않는다. 3구역의 51% 이상은 업무시설, 판매시설, 공연장으로, 4구역의 51% 이상은 숙박·판매·문화시설로 메워야 한다. 결국 “사업성보다는 일단 잡고보자, 분양가는 얼마든지 올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 땅을 잡은 2개 업체는 수백억원의 연체료를 낼 형편에 처했다는 후문이다.

    1구역 5292평에는 한화건설의 주상복합 아파트가, 3구역 5507평에는 대림건설의 주상복합 아파트가 선다. 광장과 지하철역이 인접해 있고 공원과 강이 모두 보이는 4구역 5742평은 아직 시공사를 잡지 못했다.

    ‘시간이 돈’인 디벨로퍼의 세계에선 충분한 계획 없이 달려드는 경우 시련이 따른다. 그러나 결국 시간은 분양가를 올리고 어마어마한 분양 예상가는 주변아파트 가격이 올라서 어느새 당연시된다. 판교가 그랬고 파주가 그랬고 은평 뉴타운과 동탄이 그랬다.

    머지않아 2호선 뚝섬역과 분당선 연장선이 인접하고 한강과 숲 조망권을 가진 강북의 가장 좋은 자리에 주상복합 아파트가 나온다. 어떤 작품을 만들어내는지에 따라 성동 주거타운, 나아가 강북의 미래를 좌우할지도 모른다.

    새로 생길 분당선과 뚝섬 주상복합의 분양가를 소재로 서울숲 근처의 기존 아파트들도 덩달아 오름세를 타는 중이다. 서울숲 개장 이후 이미 2배 이상 올랐다. 가격변화 그래프로 살펴보면 서울숲 개장 전 6개월이 매입 적기였다.

    서울숲 출입구 바로 앞의 아파트는 1983년식 동아맨션과 장미아파트다. 대지지분은 넓으나 땅 한쪽 면이 공장에 물려 있어 공장과 함께 재건축돼야 효과적이다. 시간이 지나면 가격 상승이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숲 출입구 정문 아파트. 매물은 벌써 씨가 말랐다.

    ‘비트플렉스’가 이끌 왕십리 르네상스

    왕십리(往十里). 떠오르는 단어들과 조합을 지어보면 정겹다 못해 촌스럽다는 생각도 든다. 낙후, 노후, 재개발, 59년, 미나리밭, 곱창골목…. 보행자 도로는 좁디좁아 강남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다닥다닥 붙은 낡은 건물들은 재건축이 쉽지 않아 보이는 구도심 왕십리. 그러나 뜻밖에도 왕십리역은 서울에서 유일하게 4개 노선이 교차하는 매머드 환승역이자 철도교통의 허브로 떠올랐다.

    왕십리역에서 1호선 도시철도를 이용하면 용산 인천 수원은 물론 천안까지 갈 수 있다. 반대쪽으로는 구리와 덕소 청량리 창동 의정부 동두천까지 간다. 2호선 지하철을 타면 을지로입구 신촌 강남역으로 가고, 한 바퀴 돌면 제자리로 돌아온다. 그뿐인가. 5호선으로는 김포공항, 반대로는 올림픽공원도 한번에 간다.

    여기에 2010년이면 분당선 연장선이 들어온다. 개통과 동시에 왕십리는 그야말로 서울 최고의 교통 요충지로 부상할 것이다. 서울숲에서 선릉 도곡 수서 성남 분당 죽전 영덕 영통 수원시청 수원역 등 남북으로 이어지는 노선을 살펴보면 ‘그림’이 그려진다.

    지금 왕십리 지상철 철둑 위에는 커다란 건축물이 철골조를 드러내고 작업 중이다. 행당동 168-1번지에 조성되는 왕십리역 민자역사 ‘비트플렉스’다. 성동경찰서 정문을 마주보고 서서 오른쪽으로 50m 지점에 위치해 있는데, 지금은 한적하지만 1년 후엔 왕십리 일대에서 가장 화려하고 복잡한 곳으로 탈바꿈할 전망. 이마트, CGV 영화관, 골프 연습장, 패션몰, 피트니스 센터, 전문식당가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지금의 왕십리, 성동구에 없는 것들을 다 모아놨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형복합시설 비트플렉스는 코스닥기업 비트컴퓨터가 투자했다. 시공사는 삼환기업. 총 부지면적 3만3000평에 연면적 2만6000평, 지하3층, 지상 8층으로 이뤄진다. 왕십리역에 분당선 연장선이 들어오고 민자역사가 자리를 잡으면 성동구의 중심은 다시 왕십리로 이동할 듯하다.

    왕십리역 상권이 뻗어나갈 방향이 투자 유망지역이라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일단 상가는 왕십리역에서 상왕십리역 방향, 다시 말해 청계천 방향으로 활성화할 것으로 보이며 민자역사 후문 상권도 혜택을 볼 것 같다.

    아파트로는 왕십리역에서 걸어서 갈 만한 거리에 있는 행당동 삼부와 두산아파트를 비롯해 마장동 블록에 퍼져 있는 단지들이 혜택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1996년 입주한 삼부는 24·30·44평형 498가구이고, 1997년 입주한 두산은 24·32평형 251가구로 구성된 소형 아파트 단지이다. 왕십리역세권 혜택을 그대로 입을 수 있지만 왕십리역에 도착하고 출발하는 열차소음을 견뎌야 한다는 딜레마가 있긴 하다.

    왕십리 뉴타운의 향방

    왕십리 뉴타운은 2002년 10월 지정된 서울의 세 군데 시범 뉴타운 지역의 하나로, 위치로 볼 때는 그중 가장 낫다고 볼 수 있다. 을지로 입구에서 동대문을 거쳐 상왕십리역으로 이어지는 도로변에 위치한 하왕십리동 440번지 일대를 중심으로 대지 10만평, 5000가구 규모로 건설된다. 개발 호재가 많고, 도심이 가깝고, 강남으로 이동하기 쉬우며, 지형이 평지에 가까운 것이 장점이다.

    1구역과 2구역에는 청계천변에 접해 청계천이 바라다보이는 동들이 들어서게 되고, 대지 4만1140평으로 가장 큰 3구역은 상왕십리역에 접해서 교통편 이용이 수월하다.

    현재 2구역이 가장 빠른 속도로 개발 추진되고 있다. 총 2만800평으로 비교적 소규모 면적인 데다 상업시설보다 주거 비율이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황학동 재개발 구역에도 물려 있어 그쪽의 빠른 사업속도에도 영향을 받고 있다. 2구역은 2007년 안에 거주민 이주를 마치고 착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왕십리는 뉴타운이 대개 그렇듯 시공사도 A급이다. 1, 2구역 시공사는 삼성물산, 대림산업, 현대산업개발, GS건설이고 3구역 시공사는 동부, 삼성, GS이다.

    다만 뉴타운 고분양가 논란으로 인해 분양시점은 미지수다. 서울시 발표대로 후분양제를 도입해 공정률 80% 이상이 진행된 뒤 일반분양 물건을 내놓는다면 왕십리 뉴타운 아파트를 동시분양에 의해 분양받는 것은 2010년이나 돼야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럼에도 공격적인 왕십리 투자를 원한다면? 지금 당장 왕십리 뉴타운 이주민이 되는 방법, 다시 말해 조합원 지분을 사는 수밖에는 없다.

    지분을 사려면 발품을 팔고 상황을 포착해야 한다. 적정한 타이밍에 장점이 극대화된 물건을 사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설계도나 개념도가 없는 상황에 일반인이 ‘예상’만으로 물건을 고르다가는 리스크를 떠안을 수도 있으니 신중을 기해야 한다.

    내집 마련의 꿈, 금호동 재개발

    ‘어려운 가정형편’ ‘착한 심성’…. M씨의 학창시절 가정통신란에 또박또박 씌어진 담임선생님의 펜글씨. M씨는 S여자실업고를 졸업하고 은행에 취업했다. 그리고 4년간 오빠의 대학 학비를 보탰다. 옥수동 단칸방에서 10여 년을 지낸 M씨는 첫 월급을 타서 고스란히 아버지에게 드렸다. 아버지는 공사장에서 허리를 다쳐 수년째 누워 지냈다. 아버지는 날이 밝고 식구들이 밖으로 나가면 하루종일 담배를 피웠다. 단칸방 싸구려 꽃무늬 벽지는 니코틴에 절어 노랗게 변해갔다. 오빠가 대학을 졸업하고 얼마 안 있어 아버지는 세상을 떴다.

    오빠는 대학 졸업 후 경남 창원으로 내려갔다. 가방 하나 달랑 든 무일푼 빈손이었다. 언니는 오빠의 친구와 결혼했다. 형부 또한 가난하고 착한 사람이었다. 언니가 행당동으로 시집가고 M씨는 어머니와 옥수동, 금호동 전세집을 몇 번 옮겨 다니다가 금호동 다가구 지하방을 2500만원에 사서 이사를 했다. 진입로가 불명확한 강변도로 옆을 걸어 들어가면 골목 깊숙이 그의 집이 있었다. 몇 년 동안 재개발 이야기가 돌더니 2002년부터 이주비가 쥐어졌고 철거가 시작됐다.

    금호동 11구역, 19개동 888가구가 2007년 7월 입주를 앞두고 막바지 공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토록 갖고 싶던 집, 그토록 살고 싶었던 아파트. 23평형 대우 푸르지오아파트 조합원 카탈로그는 하도 펴보아서 너덜거릴 정도로 낡았다.

    “이젠 죽어도 좋아.”

    M씨는 동네 달맞이봉 공원에서 아파트 골조가 올라가는 것을 보면서 눈물을 흘렸다.

    금호동. 너무 높아서 아파트가 올라설 수 있는 가장 높은 지역처럼 느껴지는 곳. 사글세 10만원짜리 방들이 들어차 있던 그곳은 지금 국내 최대의 재개발공사장이다. 1993년 금호 5-1구역, 금호동 두산아파트 16개동 1267가구를 시작으로 금호동 재개발 아파트가 쏟아져 나왔다. 금호 1-1, 1-2, 1-3, 1-6, 6, 7, 8, 12구역이 입주를 마쳤다. 현재 재개발 절차를 진행중인 구역도 10곳이 넘는다. 산동네 움막집들은 아파트로 속속 새로 태어나는 중이다.

    금호동 1433번지 산꼭대기의 15층, 323가구로 이뤄진 7구역의 한신휴. 이 아파트는 금호동 재개발 지역 중에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강도 보이고 배후에 근린공원도 지닌 특별한 아파트다. 2002년 7월, 46평형 분양가가 3억7700만원이었다. 2004년 입주시점엔 5억원, 2006년 말에는 7억5000만원이 됐다. 강남의 무차별 상승은 순환매로 돌아와 금호동 산꼭대기에 놓인 전망탑 같은 아파트에도 상당한 프리미엄을 선사했다.

    동호정보고, 덕수정보산업고, 성수공고, 한양대 부속여고, 무학여고, 경일고, 한국예술고…. 성동구에 있는 고등학교들이다. 서울의 29개 자치구 중에서 서울대 입학생을 1명도 못낸 고교가 소재한 구(區)에 성동구도 이름이 몇 번 올랐다.

    아파트 바로 앞에 있는 좋은 고등학교로 통학하는 강남이나 신도시 학생들에 비해서 성동의 학생들은 하루가 고되다. 학교가 부족해 남자 고등학생들은 중구의 성동고로 배정받기도 한다. 요즘 세상에 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타고 학교를 가기도 해야 하는 지역이 바로 성동구다.

    교육환경 리모델링 뒤따라야

    뉴타운 지정과 함께 약간의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우선 1910년 설립된 명문실업계 고교인 행당동 덕수정보산업고는 2007년부터 학교명을 덕수고로 바꾸고 인문계 신입생을 뽑기로 했다. 덕수상고로 유명했던 동문 많고 야구 잘하는 이 학교는 1978년, 현재의 동대문 두산타워 자리에서 옮겨왔다. 이제 세 번째 교명 변경으로 시대의 흐름과 지역 상황에 맞는 전환을 모색하게 됐다. 한양여고라 불리던 성동구 사근동 한양대 사대 부속고교도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06년는 남녀공학으로 전환했다.

    대학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나. 한양대는 왕십리의 상징이자 성동의 맹주다. 성동구는 한양대 인근 4만5000평에 환경 정비형 지구단위 계획을 수립하고 제2 대학로를 조성할 계획이다. 학교 위상에 맞지 않게 슬럼지역인 한양대 정문 맞은편과 주변지역이 정비되면 학교의 가치도 지금보다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성동
    봉준호

    1962년 출생

    홍익대 건축학과 및 동 대학 건축도시대학원 졸업(건축사), 동 대학 국제경영대학원 졸업

    현대건설 근무, 네이버·조인스랜드·머니투데이 재테크 칼럼니스트

    現 결혼정보회사 닥스클럽, 부동산컨설팅사 닥스플랜 대표

    저서 : ‘월세 단칸방에서 삼성동 아이파크로’ ‘닥터봉의 부동산 쇼’ 등


    서울시가 추진하는 강북 유턴 프로젝트의 성공은 결국 어떤 학교를 들여놓느냐가 핵심이다. 꼭 필요한 것이 이미 논의 중인 자립형 사립고다. 명문고의 신설이나 이전 없이 강북이 강남을 앞지르는 주거지역이 된다는 것은, 현재 기준으로는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워 보인다.

    성동을 둘러싼 대(大)개발은 현재진행 형이다. 현대차그룹은 뚝섬 삼표레미콘 부지에 110층 상업용 빌딩 신축을 추진 중이다. ‘원판’이 좋은, 그렇지만 막 시골에서 올라온 처녀의 촌티를 벗겨 꽃단장을 하고 명동에 내놓으려 하는 과정에 지금의 성동이 있다고 하면 비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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