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월호

단풍

  • 일러스트·박진영

    입력2007-01-08 18: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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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풍
    무덤에 서 있는

    한 그루 나무.

    바람과 서리에

    속을 다 내주고

    물들 대로 물들어 있다.



    추석에 돌보지 못하고

    다 저문 가을 내려와

    고향 밭둑,

    아버지 무덤에 선다.

    모두들 고향을 떠났지만

    사시사철

    무덤을 지키고 선

    나무 한 그루.

    저녁 햇살에 빛나며,

    무덤에 단풍잎을 떨어뜨린다.

    자식도 덮어주지 못한

    이불을,

    속엣것 다 비워 덮어드린다.

    아버지 무덤

    맞은편,

    아무도 돌보는 이 없는데

    저 혼자 자라 시퍼렇게 빛나는

    고향 밭

    무 잎사귀.

    단풍
    박형준

    1966년 전북 정읍 출생

    명지대 대학원 문예창작과 박사과정 수료

    199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저서 : 시집 ‘나는 이제 소멸에 대해서 이야기하련다’ ‘빵냄새를 풍기는 거울’, 산문집 ‘저녁의 무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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