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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 시나리오

“대선후보 등록 6일 후 한나라당 후보를 암살하라”

한나라당 집권 막을 조선노동당의 비책?

  • 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대선후보 등록 6일 후 한나라당 후보를 암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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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레이스 6일 후에는 후보교체 불가

이런 상상을 해보자. 현직 대통령을 배출한 A당에 대한 국민 지지도는 10% 내외일 정도로 형편없고, 야당인 B당은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의 열망 덕분에 그 지지도가 50%를 넘었다.

그로 인해 유능한 재사(才士)가 몰려들어, B당은 대통령후보를 확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B당에서 대통령후보자를 결정하는 경선은 대통령선거를 방불케 할 정도로 치열했다. 이 경선에서 B당은 1위를 한 B-1씨를 대통령후보로 확정했다. 그때부터 B-1씨를 포함한 B당 수뇌부는 2등을 한 B-2씨가 탈당해 다른 당의 후보나 무소속 후보로 출마하는 것을 염려한다.

B-2씨가 탈당해 대통령후보로 출마하면 그의 표는 B-1씨의 표를 갉아먹을 것이 분명하다. 그로 인해 A당의 후보인 A-1씨가 어부지리로 당선된다면 B당은 그야말로 ‘닭 쫓던 개’ 신세가 된다. 그리고 B-2씨가 B-1씨를 꺾고 대통령이 되는 역전극이 일어난다면, B당은 B-2씨를 향해 ‘헤쳐모여’를 할 것이므로 B당은 존폐의 위기를 맞게 된다. 이러한 혼란을 두려워한 B-1씨와 B당 수뇌부는 B-2씨의 탈당을 막는 데 전력을 기울인다.

그 결과 B-2씨는 경선 패배를 인정하고 B당에 남아 B-1씨의 당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선언을 한다. 이로써 B당이 17대 대통령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11월25일이 되자 B당의 B-1씨는 대통령후보로 등록하고 다음날 본격적인 유세에 들어갔다. 전국을 돌며 ‘유권자 속으로’ 들어가는 대장정에 돌입한 것.



경호 측면에서 봤을 때 후보자는 이때 가장 위험한 상태에 놓인다. 선관위에 대통령후보로 등록하면 그날부터 경찰 경호팀이 출동해 후보자를 근접 경호한다. 그러나 유세기간에는 후보자가 ‘마구잡이’로 유권자를 만나는지라, 완벽한 경호가 이뤄질 수가 없다.

유세 시작 엿새째 되는 날, 경천동지할 사건이 일어난다. 당선이 유력하던 B-1 후보가 유세 도중 폭탄 테러를 당해 곁에 있던 측근들과 함께 사망한 것이다. 순식간에 정국은 혼란에 빠져든다.

하지만 유력한 후보자가 사망했다고 해서 예정된 선거를 치르지 않을 수는 없는 법. 암살범에 대한 수사는 검찰과 경찰에 맡기고 선거는 절차대로 치러진다. 후보를 잃은 B당은 즉각 B-2를 새 후보로 내세우려 한다. 그런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공직선거법을 거론하며 B-2씨를 B당의 후보로 등록해주지 않는다.

결국 B당은 후보를 내지 못해 대선에 참여하지 못한다. 12월19일 투표가 끝나고 개표 작업에 들어가자 많은 유권자가 B-1씨를 지지한 사실이 확인된다. 그러나 B-1씨는 사망했으므로 그에게 기표한 표는 전부 무효처리된다. 그리고 유효표 중에서 최다 득표를 한 A당의 A-1 후보가 17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발표가 나온다.

집권에 실패한 B당은 그제서야 공직선거법을 살펴본다. 그리고 이 법 51조 때문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B당의 대통령후보자 교체를 허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가슴을 친다. B당을 울린 공직선거법 제51조는 다음과 같다.

‘대통령선거에 있어서 정당 추천 후보자가 후보자 등록기간 중 또는 후보자 등록기간이 지난 후 사망한 때에는 후보자 등록 마감일 후 5일까지 제47조(정당의 후보자 추천) 및 제 49조(후보자 등록 등)의 규정에 의하여 후보자 등록을 신청할 수 있다.’

신익희 급서의 전례

B-1씨가 후보자 등록 마감 후 5일 이내에 사망했다면 B당은 이 법 제47조에서 규정한 정당 후보자 추천에 필요한 절차를 거쳐 바로 B-2씨를 새 후보로 등록할 수 있었다. 그러나 B-1씨는 후보자 등록 마감 엿새째 되는 날 암살됐기에 B당은 교체 후보를 내세울 수 없었던 것이다. 공직선거법 제51조는 후보자 교체는 후보자 등록 마감 5일 후까지만 가능하다고 못박고 있다.

이 가정을 소설 같은 이야기로 치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60년밖에 되지 않는 대한민국 헌정사는, 선거기간 중 당선이 유력한 후보가 사망해 국민적 지지도가 낮은 다른 당 후보가 어부지리로 대권을 잡은 사실이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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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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