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2월호

황상민 교수가 심리학적으로 분석한 ‘주수도 강연’

“영웅 꿈꾸는 ‘확신범’들의 사기 행렬”

  • 황상민 연세대 교수·심리학 swhang@yonsei.ac.kr

    입력2007-02-06 10: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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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수도씨의 ‘일요특강’은 영웅신화의 공식을 재현한다. 비슷한 시기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가 ‘만병통치 줄기세포’를 내세워 영웅담을 만들었던 것과 놀라울 정도로 닮았다. 영웅은 상황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이지만 자신은 일관된 행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것을 우리는 ‘사기’라 한다. 하지만 그는 결코 자신의 행위를 사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는 사기범이 아닌 ‘확신범’이기 때문이다. 이런 영웅담에 빠져든 사람은 쉽게 속고 또 잘 속이기도 한다.
    황상민 교수가 심리학적으로 분석한 ‘주수도 강연’
    주수도 제이유그룹 회장의 강연 내용은 사실 어느 다단계판매 교육장에서나 쉽게 들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조금 다르다. 특히 주 회장의 경우 강의 내용을 논리적으로 따지고 분석하면 할수록 이야기 자체에서 오류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즉각 이해되는데다 나름대로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내용의 타당성이나 논리적인 연결에 문제가 없을 때 사람들은 그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믿는다. 그렇게 믿고 돈을 투자한 사람이 전국에서 35만명 이상이다.

    영웅을 꿈꾸는 사회

    검찰총장은 이 사건에 대해 “사상 최대의 사기사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도 피해자나 관련자들은 책임을 다른 데로 돌리고 있다. 위베스트, 디케이 등 공유마케팅 피해자 3개 모임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다단계업체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 소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제이유그룹 전국사업자협회도 “공정위, 국세청, 국정원, 검찰 등 국가기관과 언론이 경쟁 관계에 있는 외국 다단계 회사들의 기획 아래 진행하는 ‘제이유 죽이기’”라고 주장한다.

    일부 피해자들은 심지어 사건 수습을 위해 주 회장을 몇 달간 풀어달라는 탄원서까지 제출했다. 공판과정에서 주 회장은 증인으로 참석한 피해자들에게 “내가 언제 빚 얻어서 투자하라고 했나, 빚은 지지 말라고 했지 않나”라며 훈계까지 했다고 한다.

    분명 수만명의 피해자가 있는데, 누가 잘못한 것인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지를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수조원의 돈을 투자받은 제이유의 주 회장, 국가기관, 아니면 빚까지 얻어 투자한 사람들, 도대체 누가 잘못한 것일까. 이런 모든 사건의 단초는 놀라운 화술과 흡인력, 또는 허장성세(虛張聲勢)로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고 투자자를 끌어모은 한 인간이 제공했다. 그런데 부유한 사람과 사회지도층 인사까지 몰려 있다는 것은 이 사건이 단순한 사기 사건 이상임을 시사한다. 어떻게 ‘잘난 그들’까지 걸려들었을까.



    이 사건은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줄기세포 사기사건과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 아니, 요즘 온 국민의 속을 뒤집어놓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과도 일면 겹친다. 많은 사람이 이들에게 마치 신흥 종교 교주와 같은 구원의 복음을 기대했다. 하지만 결국엔 하나같이 가해자가 분명치 않은 피해자의 심정이 됐다. 뭔가에 홀린 것 같은데, 그것이 무엇인지 분명치 않다.

    주수도 회장의 강의에선 영웅의 신화가 부활한다. 억만장자라는 현대의 영웅이다. 그 영웅은 앞에서 목이 터져라 강의하는 사람이다. 천재적인 사업수완을 발휘하고 또 월화수목금금금, 잠시도 쉬지 않고 열심히 일했다는 바로 그 사람이다.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인물로 포장된다. 이것이 강의를 듣는 청중의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만들어지는 영웅의 이미지다. 왜냐하면 강의 내용은 영웅신화의 공식을 그대로 따르기 때문이다. 황우석의 경우에도 이런 영웅신화가 동일하게 적용됐다.

    영웅신화는 항상 어려운 환경에서 태어나고 고향을 떠나 세상으로 나온 어린 소년으로 시작한다. 눈물겨운 어려움과 뜻밖의 행운이 찾아온다. 초기에 약간 성공을 맛보기도 한다. 하지만 또 다른 좌절의 연속이다. 모두 배움의 과정이다. 영웅이 겪어야 하는 자기수련 과정이다.

    마지막으로 영웅은 자신을 구원하고 또 많은 사람에게 희망의 복음을 전파하게 된다. 그 영웅이 바로 당신 앞에 있는 사람이다. 영웅의 복음은 인간 삶의 이유이자 분명한 삶의 목표다.

    “사업에 함부로 들어오지 말라”

    주수도 회장의 ‘일요강좌’는 이런 영웅신화의 공식을 그대로 재현한다. 같은 시기 황우석씨가 과학을 빙자해 비슷한 영웅담을 만들었던 것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국익을 앞세우고, 난치병 환자 치료와 같은 사명감, 그리고 하늘을 감동시키는 정성과 같은 단어들은 마치 녹음테이프 같다. 심지어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죽자사자 연구한다는 ‘뻥’이나 4년 동안 휴일도 없이 일했다는 고생담까지 유사하다. 영웅의 신화구조를 답습하는 사기이니 유사한 결론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대한민국 사람들은 이 영웅의 서사구조를 끊임없이 찾는다. 내일 또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면, 바로 그 영웅적 이야기의 틀을 덧씌울 것이다.

    많은 사람이 이런 영웅신화의 내용을 따지고 분석하려 한다. 사실을 확인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영웅신화는 사실을 확인하려고 하면 할수록 신화 자체의 진실성을 확신하게 된다. 신화는 믿는 것이지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주 회장의 강의 내용을 분석하고 논리적인 모순을 따지려고 하면 개별 내용이 사실적이고 타당성이 있다는 점에 놀라게 될 것이다. 적어도 간간이 언급한 사례라는 것이 과연 실제로 있었던 일인지 아닌지는 주 회장 개인만이 알 뿐이라는 분명한 사실을 확인할 때까지 말이다. 범인의 자백 이외에는 아무런 증거를 갖지 못한 수사관의 심정처럼.

    주 회장의 ‘이야기 구조’는 역설적 화법으로 이루어져 신화의 내용을 논리적으로 분석하려는 사람을 혼란스럽게 한다. 때로는 역설에 의한 정서적 감동을 유발하기도 한다. 나름대로 똑똑하다는 사람들이 그의 강의내용에 쉽게 빠져들고 현혹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들에게 이 신화의 논리구조는 내용으로만 판단했을 때는 어느 정도 타당하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공부를 많이 했고 똑똑하다는 사람들의 특성은 어떤 내용이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과 연결되면, 그리고 어느 정도 논리성이 있으면 그것이 사실이라고 판단한다는 점이다. 사실이라고 생각하면 쉽게 믿는다.

    주 회장의 강의 내용은 몇 가지 사례나 개념, 또는 이론으로 ‘알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효과가 있다. 그들이 혹한 것이 겉보기엔 TNM 또는 공유마케팅 같은 개념이나 이론 같지만, 실제로는 영웅신화이기 때문이다. 머리로 이해할 뿐 아니라, 무엇보다 확실한 증거나 사례가 바로 자기 눈앞의 사람, 즉 영웅임을 확인했다고 믿는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저 사람도 했는데 내가 못할 리가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주수도의 영웅신화에는 먼저 자신이 얼마나 많이 공부하고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지에 대한 언급이 있다. 영웅신화의 첫째 조건인 ‘초인적인 노력’이다. 여기에 가장 혹하는 사람이 바로 전문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이들은 책을 통해 공부했고, 또 열심히 하면 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굳게 믿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주 회장의 강의 내용은 이들에 대한 정면돌파다.

    주 회장은 처음부터 네트워크 사업에 대한 일반인의 의심과 논리를 제기한다. 그리고 문제점을 까발린다. 절대 실패라고 하면서. 물론 자신이 하는 일은 네트워크 사업이 아니라고 한다. 자신이 네트워크 사업의 문제점을 누구보다 많이 연구했고, 또 실패도 해보았기에 자신은 이런 난관을 해결하는 비책을 갖고 있다는 암시를 준다. ‘10개의 관문 중에서 9개의 관문을 통과했다’ 또는 ‘곧 획기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다’라는 황우석씨의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

    여기에 또 다른 역설의 화법이 등장한다. “성공해야 한다” “돈 많이 벌어라”가 아니다. “왜, 당신이 망했는지” “왜 이런 사업을 하면 안 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 사업에 들어오라”가 아니라 “사업에 함부로 들어오지 말라”고 한다. 그러면서 네트워크 마케팅이 아닌 ‘소비=판매’ 또는 ‘공유마케팅’이라는 새로운 단어를 사용한다. 왜냐하면 네트워크 마케팅이 아니니까.

    제이유에서 물건을 사고 또 물건을 팔아주기만 하면 돈이 통장에 쌓인다는 이야기를 사람들이 쉽게 믿었다는 것이 놀라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논리는 ‘유통이 많은 이윤을 남긴다’는 생각을 믿으면 바로 타당한 이야기가 된다. 구체적으로 ‘3만원짜리가 12만원으로 팔린다’는 것을 믿으면 말이 된다. 마치 아파트 원가가 공개되면 부동산 값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것과 같은 심리다.

    대한민국에서 이것을 믿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 사고방식의 허점을 간파하려면, ‘내용이 타당하다고 해서 그것이 사실이라고 판단할 수 없다’는 추론 능력이 있어야 한다.

    황상민 교수가 심리학적으로 분석한 ‘주수도 강연’

    2006년 12월11일, 재판받기 위해 법원에 출두하는 주수도 회장을 향해 지지자들이 손을 흔들며 “회장님, 힘내세요”를 외치고 있다.

    3만원짜리가 늘 12만원에 팔린다?

    3만원짜리가 항상 12만원에 팔리지는 않으며, 아파트 원가를 공개하는 것과 부동산 값이 떨어지는 것은 별개의 것일 수도 있다. 사람들은 3만원짜리를 3만원 이하로 팔기도 한다. 원가공개가 아파트값 하락과 별 관계가 없다는 사실은 상상하기 쉽지 않다.

    어떤 사실의 진위(眞僞) 판단은 때로 그 사실의 내용이 아니라 내용의 근거가 되는 ‘대전제’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똑똑하다는 인간들은 스스로 내용을 이해하면 그 내용의 전제나 가정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내용이 이해되면 그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하고 사실이라고 믿는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3만원짜리가 12만원에 팔린다”와 “나도 이 사람처럼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전제들이다. 이것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상당수 사람이 내용이 타당하다고 판단하면, 내용의 기본 전제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제이유사업과 같은 다단계 판매교육이 효과를 발휘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엽적인 내용의 타당성에 동의하는 순간 당신은 엮이게 된다. 전제가 무엇인지, 그것이 타당한지를 판단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반복 세뇌교육이 효과를 발휘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이런 ‘내용 타당성에 의한 판단 오류’에 빠지는 건 아니다. 그들은 자아가 강한 사람, 자기의 삶의 방식을 찾거나 자신의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다. 이들은 영웅을 찾지도 않고 또 영웅처럼 되려고 하지도 않는다. 이들은 영웅의 논리가 아닌 자신의 삶의 논리를 찾고 싶어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이른바 ‘노빠’나 ‘황빠’, 또 다른 집단규범에 쉽게 빠져들지 않을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문간에 발 들여놓기’ 기법이 있다. 별 부담 없이 쉽게 해줄 수 있는 일을 해준 사람에게 더 어려운 것을 요청해도 도와주는 심리현상에 관한 이야기다. 주수도 회장의 일요강의는 바로 이 문간에 발 들여놓기의 ‘교육 버전’이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이 가진 영웅신화의 미신은 강의를 들으면서 막연한 기대 수준에서 분명한 믿음으로 바뀐다. 일상 소비가 바로 행복 또는 대박의 비법이라는 사실을 믿게 된다. 여기서 주의 깊게 살펴야 할 것이 한국 사회에서 사람들이 자신이 믿는 것과 자신이 믿고 싶어하는 것을 얼마나 분명히 인식하고 구분하느냐다. 여기에 자기 설득의 심리기제가 작동한다.

    욕망과 사명을 동시에 충족

    제이유 주수도 회장의 네트워크 마케팅 강의는 한국 사회의 많은 사람이 가진 두 가지 문제에 대한 해답을 준다. 바로 돈과 삶의 문제다. 어떻게 하면 돈을 벌 것이며,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특히 자신이 현대판 영웅이 되지 못했다는 것을 막연히 불만스러워하는 사람이라면 걸려들 준비가 충분히 돼 있다.

    여기에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것이 가족의 가치다. 가족 중심주의를 주장하는 한국 사람의 일반적 관념과도 일치한다. 근면, 절약, 가족, 최고, 최초를 숭배하는 코드가 맞춰지는 과정이다.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를 고민하기보다는 가족과 국가를 위해 살아야 한다고 믿었던 사람에게 이 코드는 그 자체의 정당성을 가진다. 부유한 사람이든, 똑똑한 사람이든, 잘난 사람이든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에게는 이 강의가 바로 복음이 된다. 욕망을 채움과 동시에 내가 추구하고 싶은 사명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구조가 된다.

    누가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를 설득한다. 그 자신을 대신하는 사람이 바로 영웅의 모습으로 나타난 그 사람이다. 이 설득의 일차적 조건은 대부분의 사람이 정말 하루 16시간 이상, 일요일도 없이 몇 년 동안 미친 듯이 일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열심히 살지 않은 당신, 부끄러워해라!’ ‘아직 부자가 될 수 없어!’

    하지만 영웅은 구원의 복음을 던진다. 이제 이 사업을 하면 된다. 열심히 살지 않았다는 자책감에서 해방된다. 왜 진작 몰랐을까 하는 한탄이 그냥 나온다.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욕망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하지만 모두 다 돈을 많이 벌 수는 없다. 이 사회에서 많은 사람이 충분히 돈을 벌지 못했다는 좌절감을 겪는다. 가진 돈이 충분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자신이 충분한 돈을 벌지 못했다는 것이 더 문제다. 돈의 절대적 액수가 아닌 상대적 액수가 상실감과 불안을 증폭시킨다. 돈을 벌 수 있는 이야기라면, 특히 불법이 아니고 새로운 방법이라면 쉽게 혹한다.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이 아닌 자신의 좌절감을 회복하고 상실감을 채우는 방안이 된다.

    이런 상황은 어이없게도 많은 협력자를 필요로 한다. 왜냐하면 이런 사람들일수록 혼자 하기 힘들어한다. 이것을 같이 잘살아야 한다는 당위성으로 포장한다. 나 혼자만 잘되자고 하는 일이 아니어야 한다는 규범이 작동한다. 가족과 친구 또는 주위 사람을 끌어들이게 된다.

    주 회장의 강의에는 수천억, 몇십%의 배당, 몇백만명, 몇 시간 같은 많은 숫자가 언급된다. 이것은 미신이나 신화를 마치 ‘전설 따라 삼천리’처럼 그럴듯하게 보이게 만드는 장치다.

    이런 것이 단지 자신을 미화하는 ‘뻥’임을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상황에서만 진실처럼 느껴지는 착시(錯視)가 작동할 뿐이다. 중간 중간에 언급되는 성공 사례가 더욱 극적이기에 바로 미래의 내 이야기처럼 들린다. 몇 년 전, 아니 지난해까지 제대로 된 옷도 못 입고, 라면 한 끼 먹을 돈도 없던 사람이 지금 매달 수억원의 수당을 받는다는 이야기는 내가 간절히 듣고 싶은 이야기다.

    주 회장의 강의에 깔려 있는 모든 가치의 핵심은 돈이다. 이 강의에 공감하는 사람은 이 가치를 상호 공유한다. 하지만 강의 속에 ‘핵심가치=돈’이라는 언급은 전혀 없다. 심지어 자식을 위한 떳떳하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까지 이야기한다. 돈을 많이 번 영웅의 신화, 그리고 인간적인 영웅의 사례들은 역설적으로 사람들에게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는 절박한 결론을 내리게 만든다.

    돈 대신 가족, 국가, 기업 강조

    네트워크 사업, 아니 소비생활 공유마케팅은 이제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내 인생의 문제를 해결하는 비법이 된다. 자신이 무엇 때문에 사는지에 대한 가치가 부재한 사회에서, 자신이 살아갈 바와 돈의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 되는 것이다. 복음이다. 여기에는 다국적기업에 맞서 우리 것을 지켜야 하는 국가를 위한 사명감도 언급된다.

    똑똑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할 논리를 원한다. 그리고 그 논리를 제공하는 사람이 바로 나의 구세주다. 스스로를 합리화하기 힘든 세상에 그 논리는 구원의 복음이 되기 때문이다. 제이유 주수도 회장은 ‘돈’이라는 복음을 찾던 사람들에게 자신의 인생을 합리화할 수 있는 논리를 제공했다. 스스로 삶의 가치는 그냥 멋진 무엇이면 되고, 확실한 것은 돈이라고 믿는 사람들이다. 가족과 국가는 이들에게 약방의 감초와 같은 멋진 무엇이다.

    ‘누구처럼 돼야 한다’ ‘누구처럼 살아야 한다’ 또는 ‘이렇게 살아야 한다’라는 믿음이 충만한 사회는 사람들이 영웅을, 아니 영웅의 신화를 개개인의 삶의 표본으로 삼는 사회다. ‘누가 어떻게 살았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라고 묻는 것과 전혀 다르다. 영웅의 교본을 찾고 영웅이 되고 싶은 사람, 하지만 영웅이 되지 못하고 패배자의 삶을 산다고 믿는 사람이 많은 사회다.

    이런 사회에서 각 개인은 자신의 문제는 영웅적인 카리스마를 가진 영웅의 신화를 쓸 수 있는 사람에 의해 해결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것이 파쇼적인 사고든 독재든 일단 영웅을 간절히 바란다. 영웅이 가진 가치와 규범이 바로 개인의 가치와 규범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자연스럽게 믿는다. 노짱, 황빠, 그리고 주 회장에 대한 광신(狂信)이 그렇다.

    주 회장에게 삶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돈이다. 하지만 이 사람은 결코 이것을 중요한 가치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대신 가족, 기업, 국가를 언급하고 사명감과 문화, 복지 등을 이야기한다. 전혀 다른 가치들이 자신을 나타낸다고 이야기하면서, 실제로는 숨겨둔 또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방식이다.

    이런 현상은 대부분의 다단계판매사업에서 엿볼 수 있다. 그들은 돈을 벌려고 한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대신 ‘꿈을 판다’고 하고, 미래의 행복을 찾거나 만든다고 한다. 분명 자신의 절대적인 가치가 돈이지만 겉으로 내세우는 것은 전혀 다른 가치다. 이것은 분명 심리적인 사기지만, 이들의 삶 자체는 항상 이렇게 이중적이다.

    혹시 우리 사회 지도층이 겉으로는 정의나 봉사와 같은 우아한 가치를 내세우지만 결과적으로 권력이나 돈을 추구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가.

    만일 있다면, 그들도 이와 같은 심리구조를 가진 사람들이다. 행동의 분명한 목적은 성공이나 권력, 돈이면서 말로는 헌신, 윤리, 신뢰, 봉사라고 하는 사람들이다. ‘검은콩’을 ‘검은콩’이라고 이야기할 수 없는 사람이다. 상황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이지만 자신은 일관된 행동을 하고 있다고 끊임없이 주장하는 사람이다.

    쉽게 속고, 잘 속이고

    이것을 우리는 ‘사기’라고 한다. 하지만 그들은 결코 자신의 행위를 사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은 사기범이 아닌 확신범이기 때문이다. 단지 자신이 확신하고 추구하는 가치를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르게 이야기할 뿐이다.

    확신범은 대부분의 경우 나름의 신화를 만드는 사람이다. 그를 영웅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그의 영웅신화를 들으면서 또 다른 영웅이 되기를 꿈꾼다.

    이런 사람에게 편지는 마지막 복음일까? 주 회장은 옥중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편지를 제이유 회원들에게 보냈다고 한다. 피해자들은 더욱 속이 쓰릴 것이다. 왜냐하면 자아상실의 시대에 희망과 영웅을 찾는 사람들에게 자신들이 ‘용’이라고 믿었던 그 영웅이 실은 이무기라는 것을 다시 확인시켜주기 때문이다.

    황상민 교수가 심리학적으로 분석한 ‘주수도 강연’
    황상민

    1962년 서울 출생

    서울대 심리학과 졸업, 미국 하버드대 석·박사(심리학)

    現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저서: ‘대한민국 사람들이 진짜 원하는 대통령’ ‘사이버 공간에 또다른 내가 있다’ ‘대한민국 사이버 신인류’ ‘너 지금 컴퓨터로 뭐하니’


    “엄청난 변화와 수많은 사람의 재산과 목숨이 걸려 있는 위기 앞에서 기존의 고정된 생각을 바꿔야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음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주수도 옥중 편지)

    추구하는 가치인 ‘돈’을 감추어놓고 다른 가치를 이야기하는 경우는 사기다. 심리적인 사기꾼은 ‘상반되는 속성의 가치’를 자기 삶에 포섭한 사람이다. 이들은 쉽게 무너진다. 아니, 쉽게 속고 또 잘 속이기도 한다.

    속이든 당하든 모두 유사한 심리적 속성을 가진 사람들이다. 자신은 성공과 돈을 중시하면서 남에게는 번듯한 삶을 가장 중요하게 말한다. 그리고 스스로에게는 결코 사기꾼이 아닌 확신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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