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2월호

엄종희 대한한의사협회 회장

“미국 침술사에게 한의사 자격 주라니… 국민 건강권이 ‘끼워팔기’ 물건입니까?”

  • 최영철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7-02-07 14: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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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한의대 졸업자는 진료·처방권 없는 침술사
    • 미 한의대 수업시간은 한국 한의대 3분의 1
    • 미 한의대생 상당수는 국내 대학 진학 못한 한국 유학생
    • 한미 한의사 자격 상호인정은 면허 편법취득 지름길
    • 시장개방 논의 계속되면 불법 투쟁도 각오
    • 한약에 독이 있다고? 그렇다면 양약의 부작용은 암인가?
    엄종희 대한한의사협회 회장
    한의사들이 또 한번 뭉쳤다. 이번 싸움의 상대는 의사나 약사가 아니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고 정부다. 사태는 한미 FTA 5차 협상(2006. 12.4∼7)에서 미국 협상단이 전문직 자격 상호인정 논의 대상에 한의학 분야를 넣어줄 것을 요구하면서 불거졌다. 이에 대해 한국측 협상단은 6차 협상에서 논의하자고 통보한 뒤 5차 협상을 마무리했다. 지금까지는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는 상황.

    그러나 한의사들은 우리 정부가 한의사 자격 상호인정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기로 한 것 자체에 분노하고 있다. 미국이 그런 요구를 하더라도 우리 협상단이 그 자리에서 ‘그 문제는 논의 자체가 불가하다’고 싹을 잘랐어야 한다는 것이다.

    분노한 한의사들은 집단행동에 나섰다. 1월10일 7000여 명의 한의사가 과천 정부청사 앞에 모여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7000명이면 전국 개업 한의사의 절반 규모로, 한의사가 이런 규모로 집단파업에 나선 것은 근래 들어 보기 드문 일이다. 대한한의사협회는 “한미 FTA 협상에서 이런 논의가 진행된 것은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한의학을 뿌리째 뒤흔드는 것”이라며 “한의사 시장 개방 논의가 계속된다면 무기한 투쟁과 전면 파업도 불사하겠다”고 반발했다. 전국 한의과대학 학생들도 지난해 12월말부터 집회와 천막농성을 벌이며 학기말 시험도 거부하고 있다.

    언뜻 보면 동양의학의 맹주를 자처하는 우리 한의학계가 뭐가 두려워 그토록 완강히 시장개방을 반대하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미국 한의사들이 한국에 들어와봐야 고사(枯死)할 것이 뻔하고, 반대로 우리 한의사들이 미국에 나가 의사자격을 받으면 여러모로 유리할 것 같지 않은가.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1월5일 대정부 투쟁의 선봉에 선 대한한의사협회 엄종희(嚴宗熙·53) 회장을 만났다.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 자리잡은 한의사협회 건물은 규모면에서 의·약사 관련단체 가운데 최대를 자랑한다. 허준 박물관도 함께 있다. 엄 회장은 다리를 심하게 절고 있었다.



    “등산을 갔다가 이렇게 됐는데, 생각보다 빨리 낫지 않네요. 침을 놓았으니 곧 좋아지겠지요.”

    엄 회장은 지리산 종주를 10회 이상 한 등산 마니아다. 그의 자연사랑은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인천환경운동연합 조직위원장과 푸른생활협동조합 이사장을 지냈다. 한의사협회장이 되기 전, 인천시 한의사회장을 맡고 있을 때까지는 20여 년 동안 개량한복 차림에 머리를 뒤로 묶고 수염을 길렀지만, 2005년 7월 제36대 대한한의사협회 회장이 되면서 머리와 수염을 깎고 양복을 입었다. 원광대 한의대를 나온 엄 회장은 경희대 한의대 출신이 아닌 한의사로는 처음으로 한의사협회장에 당선됐다.

    “한의학 자존심 무너졌다”

    ▼ 전문직 상호인정을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전문직을 상호인정하려면 미국에도 한의사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미국에는 한의사가 없어요. 미국의 한의과대학이라는 곳을 졸업한 사람들에겐 의사 자격이 주어지지 않죠. 미국에서 대학을 나오면 의사(physician)가 아니라 침술사(acupuncturist·물리요법사)가 됩니다. 침술사에겐 진료·처방권이 없어요. 한마디로 비정규 의료인인 셈이죠. 한국의 한의사는 미국 의사면허시험에 응시할 자격이 있지만, 미국의 침술사는 응시자격조차 주어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미국의 주장대로라면 자국의 비정규 인력에게 어떤 검증장치도 없이 한국의 의료면허를 주라는 얘기 아닙니까. ‘우리집이 부자이니 초등학생인 내 아들을 대학에 넣어달라’고 떼를 쓰는 것과 다를 바 없어요. 정말 자존심 상하고 모멸감까지 생깁니다.”

    엄종희 대한한의사협회 회장

    1월10일 과천종합청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대한한의사협회 소속 한의사들.

    ▼ 미국에서 한의과대학을 나오면 왜 의사자격을 안 줍니까.

    “미국에 있는 한의과대학은 종합대학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학원 수준인 단과대학입니다. 그것도 한국 사람이 가서 만들거나 중국 사람이 만든 게 대부분이죠. 미국 전역에 50개쯤 됩니다. 그런데 거기에 입학하는 학생이 대부분 외국 유학생이고 그중 많은 수가 한국 학생이에요. 종합대학이 아닌 이런 칼리지들은 각 주에서 주세(州稅) 수입을 올리기 위해 강의실만 있으면 대부분 인가를 내줍니다. 한국 학생들은 그곳을 나오면 한의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입학하지만 결국 자격을 얻지 못하죠. 특히 캘리포니아주의 한국계 대학이 욕을 많이 먹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미국의사협회(AAA)의 항의가 있자 2004년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그들로부터 침술사 단독 개원권조차 박탈해버렸어요. ‘너희들은 물리치료사이니 의사의 오더를 받아서 물리치료만 하라’는 것이지요.”

    ▼ 결국 미국에서 의사자격을 안 주니까 한국을 파고든다는 얘기네요.

    “그렇지요. 국내에서 한의대 들어갈 실력은 안 되니까 미국 한의대로 갔는데, 졸업해도 의사자격을 주지 않으니 오갈 데가 없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미국 정부에다 불만을 쏟아냈겠죠. 이는 시장을 미국에 개방하는 게 아니라 미국에 유학 갔던 한국인들이 되돌아오는 것입니다. 편법으로 한의사가 되는 길을 열어달라는 요구나 다를 바 없어요. 그렇게 되면 우리 보건의료 시스템은 왜곡되고 시장이 과열되면서 그 피해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갑니다. 국민건강보험과 공공의료의 틀도 완전히 깨질 겁니다.

    세계 각국은 수요에 따라 보건인력의 공급 규모를 조절하고 있습니다. 보건인력의 공급과잉은 과잉진료로 이어집니다. 환자들은 의사수가 늘어나면 선택의 폭이 넓어져 좋을 것 같지만, 한의사가 아닌 침술사로부터 진료를 받게 되는 것이니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건 아니죠. 오히려 환자의 건강권이 침해되지요. 의료 서비스는 사고파는 물건이 아닙니다. 생명을 다루는 직업을 거래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한의사는 1만6400명 정도이고, 매년 850명의 한의사가 배출되고 있다. 다른 전문 의료인에 비해 이직률도 낮은 편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은 현재 국내 한의사 시장이 4000명 정도 공급과잉이라고 추산한다. 엄 회장은 “정부가 의료인력 수급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한의대 인가를 남발한 폐해”라고 지적한다.

    “미국 한의대는 ‘학원’ 수준”

    ▼ 미국 한의대도 배우는 과목은 우리 한의대와 비슷할 것 아닙니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국내 한의과대학은 6년제이고 총 교육시간은 6000시간에서 7000시간에 이릅니다. 이에 비해 미국의 한의과대학은 4년제이고 총 수업시간이 2000시간에 불과하죠. 현장실습 형태로 침 시범을 보이고 따라 하게 하는 정도인데, 심지어 통신강의를 하는 곳도 적지 않습니다. 교육제도와 방법 자체가 달라요. 교수들이나 배우는 학생들의 질적 수준이 현격하게 떨어집니다.”

    ▼ 사정이 그렇다면 미국 한의대 출신이 국내에 들어와도 우리 한의사들과 경쟁이 되지 않을 것 같은데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요. 하지만 미국의 4년제 한의대에 들어가도 한의사 자격을 딸 수 있다면 누가 국내 한의과 대학에 들어가려 하겠습니까. 미국쪽이 더 빠르고 쉬운데 말입니다. 이건 편법이지요. 국내 한의과대학의 몰락을 가져올 뿐 아니라 한의학의 질적 하락이 불을 보듯 뻔합니다.

    우리 한의학이 어떻게 보존하고 살려낸 학문입니까. 식민지 시대와 제국주의 시대를 꿋꿋이 견뎌내고 살아남아 이제 서양의학, 중의학과 쌍벽을 이룰 만큼 성장하지 않았습니까. 지금 한국 한의학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나라마다 전통의학은 있었지만 제대로 살려낸 곳이 얼마나 됩니까.”

    엄종희 대한한의사협회 회장
    ▼ 전문직 상호인정이 FTA의 협상 대상이 된 계기가 있었습니까.

    “2006년 4월에 몇 개 단체가 요구한 것으로 압니다. 당시 치과의사협회와 우리는 반대했습니다. 의료, 수의사, 엔지니어링, 건축 4가지 분야인데 의료는 양의사와 간호사를 포함해 207개 직종이 대상입니다. 그런데 지금도 미국의 정규 의대를 나온 사람은 한국에서 의사, 간호사 시험을 칠 수 있어요. 또 한국에서 의대와 간호대를 나온 사람도 미국 의사, 간호사 시험을 칠 수 있습니다. 한의사들도 시험 자격이 있고요. 이미 이렇게 개방되어 있는데 무엇을 더 개방하자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의료도 국방과 마찬가지로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합니다. 미국의 대규모 의료자본이 들어올 경우 서민은 저급 의료 서비스를 받게 될 것인데, 결국 의료 양극화 현상을 부채질할 겁니다.”

    ▼ 결국 미국과의 한의사 상호인정은 절대 불가하다는 말씀이군요.

    “글로벌 시대인데 교류야 할 수 있겠죠. 물론 의료인으로서의 법적 지위가 한국에서와 같이 업그레이드되고, 교육과 학문의 질이 우리와 같은 수준이 되었을 때 학문적 교류를 시작해야 합니다. 그런 후에 뭔가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하면 그때 가서 시장을 개방하든 상호인정을 하든 고려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금은 너무 편차가 심해요. 이런데도 굳이 한의사 자격 상호인정 논의를 한다는 것은 국민의 건강권을 담보로 ‘끼워팔기’를 하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 우리측 협상단에게 왜 그랬느냐고 물어봤습니까.

    “만나서 물어봤습니다. 우리측이 11개 사안에 대해 요구를 했는데, 저쪽 요구도 들어봐야 하지 않겠냐, 미국 대표의 입을 꿰맬 수는 없지 않냐 뭐 이런 식이죠. 우리를 앞에 두고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겠습니까. 최대한 노력하겠다, 당신들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하는 게 전부죠.”

    ▼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는데 한의사들이 과잉반응을 보인다”고 합니다.

    “논리의 비약이나 기우(杞憂)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세상 일이 어디 다 그렇게 말대로만 됩니까. 정부가 한의사 자격 상호인정을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일이 실제로 생기면 누가 책임을 집니까. 우리나라에선 기우 같던 일이 현실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너무나 많았습니다.”

    ▼ 만일 한미 FTA 6차 협상에서 한의사 시장 개방 문제를 의제로 삼는다면 어떻게 할 겁니까.

    “좀더 강력하게 저항해야겠지요. 합법적, 비합법적으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싸우겠습니다.”

    ▼ 한의대생들도 시험을 거부하고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는데요.

    “불안하겠지만 한의사 선배들을 믿고 학업에 충실했으면 좋겠습니다. 학생들이 이 문제를 거론하면 할수록 한의학계를 곤혹스럽게 하고 정부에 빌미를 주게 됩니다.”

    한의학은 以毒制毒의 학문

    ▼ 최근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이 무면허 의료행위라는 판결이 나왔지요.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법적 정의를 내린 재판이 아니고, CT를 사용한 한의사에게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느냐 없느냐는 재판이었죠. 1심 재판부는 ‘양의만 현대의료기기를 쓰라는 규정이 어디에 있는가. 현대과학의 산물인 의료기기는 의료인이라면 모두 써도 된다’고 판결했습니다. 2심은 비록 현대의료기기 사용자격을 양의사로 한정했지만, 결과적으로 그 한의사에게 행정처분을 내리지 못했으므로 사실상 진 재판은 아니지요.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법 해석은 정식 재판을 통해 새롭게 이뤄져야 합니다. 사실 양방에서 쓰는 청진기도 원래는 와인 감별사가 쓰던 것이었고, 초음파도 어군탐지기에서 발전한 것 아닙니까. 현대의료기기를 양방 의사만 쓸 수 있다며 한의사를 고발한 것은 양방 의사들의 오만과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봐야죠.”

    ▼ 지난해에 장동익 대한의사협회회장이 “한약에 중금속이 들어 있고, 임산부에게 한약을 먹이면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어디서 구입한 것인지 확인이 안 되는 약재를 자신이 아는 교수를 동원해 검사하고는 그런 말을 하니 어이가 없었습니다. 고발을 하려고 근거자료를 내놓으라고 했더니 주지도 않아요. 검사를 했다는 교수도 자신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하고요. 그런 미확인 자료를 국회의원이 받아서 국감장에서 발표까지 하니 코미디가 따로 없지요. 한약재의 안전성은 정부에서 공인한 것인데도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입을 다물고 있는 게 더 문제이지요. 한약재가 안전하니까 건강보험도 적용되는 것 아닙니까.

    세상에 독(毒)이 없는 약은 없습니다. 한방에서는 예부터 ‘명의는 독을 가장 잘 다스리는 의사’라고 했어요. 약에 부작용이 없다면 왜 전문가가 필요합니까. 한의사들은 기본적으로 ‘본초강목’을 공부하면 약재의 맹독성, 유독성에 대해 배웁니다. 그래도 한의학의 독은 얼굴에 여드름 나는 데 그치지만 양약의 독은 암덩어리를 키웁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요.”

    ▼ 한의사도 양방처럼 전문의 제도를 실시한다고 들었습니다.

    “전문의 제도를 시행하는 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전공에 따라 전문의 자격을 따려면 4년을 더 공부해야 합니다. 지난해에는 한의대생들이 한의사협회장실을 점거하기도 했어요. 세상에 공부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없죠. 하지만 글로벌 시대,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시대에 한의학이 살아남으려면 반드시 전문의 제도를 실시해야 합니다. 정부에서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고요. 이제 한의사들도 거시적으로 생각할 때가 됐습니다.”

    ▼ 그렇게 되면 한의사도 인기과 쏠림현상이 생겨날 것 같은데요.

    “부인과 소아과 사상의학과 재활의학과 내과 안·이비인후과 침구과 정신과 의 8개 과에 대해 전문의 제도가 시작됩니다. 전국 11개 한의과대학이 사립대학이라 재정이 아주 열악하죠. 사실 그래서 걱정도 됩니다. 돈 잘 버는 과만 만들까봐요. 이들 8개과 외에 노인의학과 한방산업의학과도 필요한데 돈 되는 과만 만들면 한의학이 발전할 수 없습니다. 한의대들이 철학을 가지고 잘 하기를 바라야죠.”

    ▼ 부산대에 양방처럼 한의학전문대학원이 설립된다고 하더군요.

    “4+4 시스템입니다. 4년제 대학을 나오고 학부 때 특정 과목을 이수하면 시험자격이 주어지고 대학원을 졸업하면 한의사 자격이 부여되죠. 지금도 사회생활을 하다 중간에 한의대에 들어와 6년 공부를 새로 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제는 4년만 하년 되는 거죠. 대학 다닐 때 이수한 학점을 인정해주니까.”

    21세기는 발효음식의 시대

    ▼ 중국 한약재의 농약 성분 검출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한약재에 대한 수요는 많고 노동력은 부족하니 중국 약재를 수입해 쓸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한약재 520종을 모두 직접 재배해서 쓴다는 것은 말도 안 되고요. 요즘 중국산 약재를 탕재로 끓여서 검사해보면 농약 성분은 아주 미미하게 나옵니다. 식약청에서 검사를 거친 합격품만 쓰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봐야죠. 문제는 보따리 장사들이 중국에서 들여오는 농산물이죠. 이것들은 식품이라 한약재 검사 항목에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일단 국내에 들어오면 의약품으로 둔갑하는 겁니다. 식약청이 지난해 한약관리평가팀을 만들었으니 이런 문제도 많이 개선될 것입니다.”

    ▼ 최근 방송에 보도된 녹용 불법유통 사건은 어떻습니까.

    “표현이 잘못됐죠. ‘불법유통’이 아니라 원산지 표기가 잘못된 것입니다. 오래 전부터 한의사들은 시베리아산 녹용을 ‘원용’이라 부르며 그 효능을 최고로 쳤습니다. 그래서 업자에게 원용으로 알고 샀는데 유전자 검사를 해보니 중국산이나 캐나다산이라고 나오는 거예요. ‘원용’이니 ‘깔깔이’니 하는 장사꾼 용어를 그대로 쓰는 데서 비롯된 해프닝입니다. 원산지명으로 쓰면 되는데 말이지요. 원용이라고 하면 모두 시베리아산이라고 생각하는 게 잘못이죠. 워낙 교잡종이 많아서 이제 캐나다 엘크나 시베리아산은 사라졌다고 보면 됩니다.”

    ▼ 한의사로서 겨울철에 가장 좋은 음식을 권한다면.

    “21세기는 발효음식의 시대입니다. 김치와 된장을 가장 권하고 싶군요. 발효도 사실은 한방의 이독제독(以毒制毒·독으로써 독을 제압한다) 요법을 이용한 음식이지요. 면역력 향상에 이 두 음식보다 좋은 게 어디 있겠습니까. 단연 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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