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2월호

캐비닛 외

  • 담당·구미화 기자

    입력2007-02-12 10: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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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비닛 외
    캐비닛 김언수 지음

    172일을 잠만 자는 토포러(toporer), 잃어버린 손가락 대신 만들어 넣은 나무손가락에 살이 붙고 피가 돌아 육질화(肉質化)하는 피노키오 아저씨, 남녀 성기가 한 몸에 있어 자신의 정액을 자신의 질 속에 넣어 스스로 임신이 가능한 네오헤르마프로디토스, 인생에서 몇시간씩, 며칠씩 시간을 잃어버리는 타임스키퍼(time skipper)…. 제12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인 이 작품은 평범하기 그지없는 30대 공기업 직원이 회사의 캐비닛 속 파일을 정리하다 발견한 375명의 변종 인간, ‘심토머(symtomer)’의 이야기다. 언뜻 엽기 소설 같아 보이나 읽어보면 전적으로 허무맹랑한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갖가지 에피소드와 캐릭터를 묘사한 내용 중엔 내 이웃을 연상시키는 대목들이 있다. 문학동네/392쪽/9800원

    대인관계의 심리학, 자기주장의 심리학, 의사소통의 심리학 홍경자 지음

    전남대 명예교수 홍경자 박사의 ‘대화의 심리학 시리즈’ 세 권이 출간됐다. 저자는 지난 30여 년간 전남대 사범대 교육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상담심리 등을 강의하고 연구한 것을 토대로 한국인의 문화와 정서에 맞는 대화의 심리와 기술을 정리해 책으로 펴냈다. 대개 처음에는 자기를 잘 드러내지 않다가, 뒤늦게 공격적으로 폭발하고 마는 자신의 혹은 상대의 감정을 어떻게 통제하고 관리해 대화의 물꼬를 틀 것인지 갖가지 사례를 바탕으로 소개하고 있다. ‘확신과 배짱을 가지고 자기표현하기’ ‘품위 있게 자기 주장하는 기술’ ‘세련된 방식으로 부탁하고 거절하며, 칭찬하고, 비평하기’ 같은 일상생활에서 대인관계에 도움을 주는 유용한 내용들이 두루 담겨 있다. 이너북스/각 232, 212, 208쪽/각 8900원

    바보배 제바스티안 브란트 지음, 노성두 옮김



    1494년 스위스 바젤에서 출간되어 라틴어와 유럽 여러 나라 말로 번역돼 대중적 인기를 끌었던 고전. 저자는 뛰어난 관찰력을 바탕으로 바보의 유형 100가지 이상과 그들의 다양한 행위를 진지하면서도 재치 있게 풍자시로 묘사하고 있다. 권력의 종말을 모르는 바보, 운명의 장난에 놀아나는 바보, 남을 조롱하는 바보 등 온갖 형태의 타락과 어리석음이 비판의 대상이 되는데, 특히 성경을 무시하고, 신성을 모독하는 등 기독교 신앙의 퇴락현상에 비난의 강도를 높인다. 시대 불평, 계급 풍자, 교훈 문학, 사육제 습속 등 중세말의 전통 요소도 작품 속에 잘 녹아 있다. 글을 읽지 못하는 이도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각 장의 목판화도 인상적이다. 안티쿠스/420쪽/2만8000원

    상하이런 베이징런 루쉰 외 지음, 지세화 옮김

    ‘상하이런 베이징런(上海人 北京人)’은 루쉰, 린위탕, 저우쭤런, 양둥핑 등 시대를 넘나드는 중국의 문학가 16인이 각각 남방문화와 북방문화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상하이 사람들과 베이징 사람들의 각기 다른 기질에 대해 풀어 쓴 것이다. 린위탕은 “남방과 북방 중국인의 성격이나 생김새, 생각, 생활 습성의 차이는 지중해와 북유럽 사람들만큼이나 크다”고 했다. 도시의 형성 과정과 역사부터 확연히 다른 두 도시. 오늘날 개혁 개방의 상징 상하이와 정치적이고 전통적인 문화의 상징 베이징에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다를까?

    책에 소개된 내용을 일부 살펴보면, 한 베이징 교사가 상하이에서 길을 묻다가 크게 감동한 적이 있다. 그가 가려는 곳이 A와 B의 중간 지점인데 상하이 사람이 “A에서 내리건 B에서 내리건 거리는 같지만, A에서 내리면 차비가 0.5위안이고, B에서 내리면 1위안이니까 A에서 내리는 게 더 유리하다”고 알려주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합리적이고 실리적인 상하이 사람들 이면에는 상대를 쉽게 믿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일단 친구가 되면 죽을 때까지 신의를 지킨다고 한다.

    베이징 사람들의 호방함은 손님 접대에서 드러난다. 응접실이 좁으면 손님을 침실로 데려가 침대 위에서 함께 술을 마신다. 손님이 마시다 취하면 그대로 침대에 엎어져 잠을 자라는 것. 베이징 사람들은 손님이 자기 집인 것처럼 굴어야 오히려 편안해한다. 사생활을 중시하는 상하이에선 상상도 못할 일이다. 일빛/460쪽/1만8000원

    야쿠자와 요코즈나 조헌주 지음

    1970년 스물일곱의 나이로 일본 스모의 최고봉 ‘요코즈나’에 등극했으나 그 이듬해 사망한 다마노우미. 지금껏 일본인으로만 알려졌던 그는 조선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재일 한국인 2세로, 일본 스모계를 제패하고도 ‘조센징’이라는 출생의 비밀이 밝혀질까 전전긍긍하다 요절했다. 그리고 그의 형은 ‘조센징’의 멍에를 벗고자 야쿠자의 길로 들어섰다. 형제는 ‘조선’이 무엇인지 모른 채 태어났으나 곧 ‘조선’은 도박을 업으로 삼으며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아버지의 야만과 폭력의 다른 이름이 되었고, 형제의 가슴은 조선에 대한 원망과 조센징이라는 수치심으로 채워졌다. ‘동아일보’ 도쿄특파원을 지낸 저자가 발굴한 드라마 같은 실화다. 나남출판/416쪽/1만4000원

    한국의 예언 문화사 / 정감록 역모사건의 진실게임 백승종 지음

    캐비닛 외
    독일과 프랑스에서 미시사를 공부한 국내 미시사 연구 1세대 백승종씨가 한국의 예언서와 관련해 두 권의 책을 한꺼번에 냈다.

    ‘한국의 예언 문화사’는 고대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에서 유행한 정치적 예언서의 내용과 사상적 특징을 살펴보고 있다. 특히 정감록이 기존의 예언서를 어떤 식으로 계승, 발전시켰는지에 초점을 맞추는데, 18세기에 발생한 정감록 역모사건의 전모에 대해 기존에 알려진 것과 다른 주장을 펼친다. 역모사건이 양반들에 의한 무모하고 어리석은 반란이 아니라 성리학으로 대표되는 조선의 지배 이데올로기에 불만을 품은 평민 지식인들의 저항이었다는 것. 저자는 역모사건을 19세기 말부터 전개되는 신종교 운동의 모태로 이해한다.

    ‘정감록 역모사건의 진실게임’은 ‘한국의 예언 문화사’에도 서술되어 있는 영·정조 시대에 발생한 세 건의 역모사건에 돋보기를 들이대고 파헤친 팩션이다. 소설과 같은 서사적이며 극적인 묘사, 가담자와의 가상 대화, 추리기법 등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조선왕조실록’의 저자인 박시백 화백의 인물 스케치는 읽는 이로 하여금 역모사건의 중심으로 빨려들게 한다.

    저자는 사회사 연구의 한 방편으로 한국의 예언 문화에 관심을 가졌는데, 역사의 중요한 길목마다 예언의 세계가 기다리고 있어 결국 예언 문화라는 코드로 한국사를 보게 됐다고 한다. 푸른역사/각 388쪽, 380쪽/각 1만6500원, 1만4500원

    서른, 진실하게 아름답게 정용실 지음

    KBS TV 프로그램 ‘주부, 세상을 말하자’를 진행하는 중견 아나운서 정용실씨의 에세이집. 지난 10여 년간 꾸준한 책읽기를 통해 자신이 얼마나 변화했는지를 진솔하게 담아내고 있다. 부부간의 정, 첫사랑의 추억, 오래전 영면한 외조모와 대학시절 은사에 대한 기억 등 책장을 넘기다 반추하게 된 삶의 단상들을 하나 둘 꺼내놓는다. ‘참 어려운 자리, 엄마’라는 제목의 세 편의 글에서는 일하는 엄마의 고민이 묻어난다. 정호승과 기형도의 시, 김영하와 카트린 아를레의 소설에 대한 감상은 자신의 영혼과 욕망에 대한 성찰로 이어진다. 아나운서와 글쓰기에 대한 글도 눈길을 끈다. 27세에 결혼한 그가 겪어야 했던 좌절과 출산 후 재기해 확실히 자리매김하기까지의 과정이 담백하게 그려져 있다. 좋은생각/276쪽/9500원

    꿈을 빌려드립니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송병선 옮김

    198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소설집. 라틴아메리카 민중의 사랑을 받는 ‘행동하는 이야기꾼’인 마르케스의 중·단편소설 9편과 에세이 9편을 담고 있다. 1997년에 국내에 번역 소개된 초판을 개정한 것. 스페인 시사지 ‘캄비오 16’에 실렸던 인터뷰 및 작가의 정치적 망명 관련 기사들을 곁들였다. 표제작 ‘꿈을 빌려드립니다’를 비롯해 ‘물에 빠져 죽은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남자’ ‘눈 속에 흘린 피의 흔적’ ‘로마에서의 기적’ 등의 소설은 유럽권 문명세계의 허와 실을 풍자한 것으로 ‘어른을 위한 우화’ 성격이 강하다. 마르케스의 동료들은 그의 작품을 ‘아이들도 만지고 젊은이들도 읽으며 어른은 회심의 미소를 짓고 노인은 극구 칭찬하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하늘연못/320쪽/9500원

    TV는 나의 천사, 나의 악마 박기성·조갑제·최수경 책임편집

    ‘좋은 방송은 좋은 비평을, 좋은 비평은 좋은 방송을 낳는다’고 주장했던 방송비평가 전재수씨 유고 11주년을 기리는 추모집. ‘국제신문’에 수석 입사해 사회부 기자로 활약하던 중 척추수술 후유증으로 몸 오른쪽 부위가 마비된 고인은 투병생활 중 TV를 시청하며 방송비평을 썼다. 그의 방송비평은 큰 반향을 일으켰고 결국 여러 신문이 ‘방송비평란’을 신설하기에 이르렀다. 1980, 90년대 많은 시청자와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왔던 그의 예리한 방송비평들과 함께 54년이라는 짧은 생을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던 고인에 대한 지인들의 회고가 ‘다시 읽는 방송평’ ‘내가 만난 전재수’ ‘방송비평가 전재수 평전’ 등으로 엮어졌다. 글마당/360쪽/1만3000원

    석유, 욕망의 샘 김재명 지음

    오랫동안 국제분쟁지역을 취재해온 저자는 ‘현대 문명의 젖줄’ 석유를 두고 20세기에 벌어진 갖가지 분쟁과 갈등을 되돌아보며 석유가 온갖 재앙의 근원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세계의 화약고’ 페르시아만 일대 국가들의 주요 수입원은 석유이고, 이 지역의 석유를 사들이는 미국과 유럽은 이들 나라에 무기를 공급해왔다. 결과적으로 페르시아만 일대는 석유 팔아 번 막대한 돈으로 무기를 사들여 군사력이 강화되었다. 저자는 최근 유전 개발에 해외 투자가 몰리고 있는 아프리카도 머지않아 세계의 화약고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석유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도 이 재앙에서 결코 안전하지 않다. 저자는 “한정된 자원에 매달리기보다 창조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프로네시스/195쪽/9000원

    캐비닛 외
    유럽문화 속의 독일인과 유대인, 그 비극적 이중주 오한진 지음

    오한진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가 독일인과 유대인 지식인 간의 애증관계를 분석함으로써 독일 민족의 특성을 구명한 책. 저자는 먼저 독일문화권에 유입된 유대인이 독일인과 공생하며 동화되는 생활상의 변이과정을 살펴본다. 이를 위해 중세 독일 문헌에 투영된 유대인의 모습과 고전주의시대와 낭만주의시대, 그리고 19세기 문학에 묘사된 독일인과 유대인의 애증관계를 비교한다. 독일인과 유대인 지성인이 동화되는 데 기여한 살롱문화에도 주목한다. 그러나 유대인이 독일사회에 동화되는 동안 반유대주의가 생겨났고, 이는 제2차 세계대전시 유대인 대량학살로 이어졌다. 저자는 독일 민족을 유럽의 다른 민족과 비교하며 독일인이 유대인에게 가혹했던 이유를 들여다본다. 한울림/ 384쪽/ 2만원

    10년 후,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 가재산 지음

    10년 전 이건희 회장이 ‘2기 암 환자’라는 중병 선고를 내린 삼성이 지난해 브랜드 가치면에서나 이익 규모면에서 소니를 크게 앞질렀다. 저자는 삼성의 이 같은 비약적인 성공 비결이 단연 ‘인재경영’에 있다고 주장한다. 그간 삼성의 성공과 인재경영에 관한 책이 여러 권 나왔다. 이 책이 기존의 책들과 구별되는 점은 저자가 25년간 삼성의 울타리 안에서 요직을 두루 거치며 경영혁신과 인재 관리 및 개발 업무를 맡았던 전직 ‘삼성맨’이라는 사실이다. 저자는 회장 비서실 인사팀에서 재직하는 동안 이건희 회장의 경영철학을 전파하고, 경영혁신을 주도한 삼성 변혁의 산 증인임을 자부한다. 삼성은 핵심 인재를 어떻게 뽑고 가르치는지 설명하고 있다. 쌤앤파커스/272쪽/1만3000원

    5계절 5체질 건강법 김봉규 지음

    “입추(양력 8월8일경)에서 입동(양력 11월6,7일경) 사이에 태어난 ‘금(金) 체질(가을 체질)’은 폐와 대장이 허하다. 자기주장이 강하지만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고, 카리스마가 있다. 피부가 쉽게 건조해지고 피부가 겹쳐지는 부위에 껍질이 잘 벗겨지거나 염증이 생기기 쉽다. 코나 기관지가 약하고 잇몸에 피가 잘 난다. …체질에 맞는 식품은 표고버섯, 알로에, 선인장.” ‘출생일로 쉽고 간단하게 판단하는 太陽運氣 체질’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양력 생일에 따라 체질을 여름, 늦여름, 봄, 가을, 겨울로 나누고 그에 맞는 음식과 보석, 향기, 운동을 알려준다. 저자는 17년간 전국 각지와 인도·미국·중국에서 수행법과 탄드라 요가 등을 익혔고, 중국 하얼빈대 중의학 과정을 수료했다. 동아일보사/320쪽/1만2000원

    관자 관중 지음, 김필수 외 옮김

    우리는 중국 고대사상을 흔히 유가, 도가, 법가로 구별할 뿐, ‘관자학파’가 있다는 것은 잘 알지 못한다. 관자학파는 제(齊)나라 환공을 보필한 경세가 관중, 친구 사이의 돈독한 우정을 일컫는 고사성어 ‘관포지교(管鮑之交)’의 주인공으로 더 잘 알려진 그를 추종하고, 그의 사상을 계승한 학자들을 일컫는다. 기원전 685년부터 645년까지 40여 년간 제나라 재상을 지낸 관중은 경제를 중시해 나라를 부강하게 하고, 국제외교에서도 주도권을 장악해 중국을 이민족의 침략에서 구해냈다. ‘질서’와 ‘부강’을 중시한 관중은 실용주의자였다. 그러나 유교적인 가치관에 따라 관중은 세속적 공명에 기울어진 인물로 폄훼됐다. 이 때문에 성리학에 심취한 조선시대 유학자들에게서 높이 평가받기 어려웠고, ‘논어’ ‘맹자’ 등에 가려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실학자들은 관중의 사상이 담긴 ‘관자’에 주목했다. 정약용의 ‘목민심서’의 ‘목민’이란 말도 ‘관자’에서 나온 것이다. ‘목민’의 핵심은 이렇다. ‘창고가 가득 차면 예절을 알고, 입을 옷과 먹을 양식이 풍족하면 영광과 치욕을 안다.’

    ‘관자’는 관중이 직접 쓴 것이 아니라 그의 언행과 사상을 뼈대로 삼아 후대의 관자학파 학자들이 저술한 것이다. 한(漢)대의 저술까지 들어가 있다고 하니 근 700년이 걸려 완성된 셈이다. 정치·행정·군사 등 나라를 다스리는 데 필요한 춘추전국시대의 실제적 지식을 광범위하게 포괄하고 있다. 특히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한 대목이 눈에 띈다. ‘천하에 신하가 없음을 걱정하지 말고, 신하를 적절히 쓰는 군주가 없는 것을 걱정해야 한다’, ‘천하에 재물이 모자람을 걱정하지 말고 재물을 분배할 인물이 없음을 걱정해야 한다’. 소나무/1064쪽/3만8000원(보급판), 5만원(양장본)

    단순함의 법칙 존 마에다 지음, 윤송이 옮김

    21세기 디지털과 디자인 산업의 화두는 단순함이다. 애플사의 MP3 ‘아이팟’과 검색엔진 구글의 성공이 이미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이 책은 세계적인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비주얼 아티스트인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존 마에다 교수가 디자인과 기술, 비즈니스, 그리고 인생 전반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단순함의 법칙을 축소, 조직, 시간, 학습, 차이, 문맥, 감성, 신뢰, 실패, 하나라는 10가지 키워드로 정리한 것이다. 그렇다고 저자가 축소지향주의자이거나 복잡함을 거부하는 사람은 아니다. 단순함이란 기본에 충실하고 복잡함과 조화될 때 비로소 빛을 발한다고 설명한다. 마에다 교수의 제자인 윤송이 SK텔레콤 상무가 번역했다. 럭스미디어/162쪽/9800원

    한국야담연구 이강옥 지음 어우야담 유몽인 지음, 신익철 외 옮김

    캐비닛 외
    ‘야담(野談)’은 주로 한문으로 기록된, 비교적 짧은 길이의 잡다한 이야기를 가리킨다. 정사(正史)에 대응되는 외사(外史)로, 민간에 떠도는 궁중 비화나 정치 뒷이야기에서, 넓게는 구전되던 전설이나 민담까지 아우른다. 우리 민족의 생활사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박물관이나 다름없음에도 그동안 평가 절하됐던 야담의 가치와 본질에 대해 진지하게 살펴본 2권의 책이 나란히 출간됐다.

    먼저 ‘한국야담연구’는 영남대 이강옥 교수가 25년에 걸쳐 연구한 결실이다. 이 교수는 아직까지 야담의 유형 분류며 성격에 대한 규명조차 되지 않은 현실을 반성하고, 17세기부터 20세기에 이르기까지 그 시대의 대표적인 야담집을 두루 살피며 개별 작품의 성격과 의의를 해명한다. 또한 야담의 일화를 한국 소설 원형의 하나로 본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신익철·조융희 교수와 이형대 고려대 교수, 노영미 서울여대 강사 등 4명의 학자가 공동 작업한 ‘어우야담’은 본격 야담문학의 효시라 할 수 있는 유몽인의 ‘어우야담’을 유실된 정본에 가장 가깝게 편집하고 완역했다. 모두 558화를 수록했는데, 재치 만점의 이항복, 동방 제일의 부자로 불렸던 정사룡, 천문에 능했던 이번신과 남사고 같은 역사적 인물 외에 역관, 왈짜, 기생, 승려, 종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의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겨 있다. 돌베개/각 635쪽, 860쪽/각 3만원, 4만원

    자크 아탈리의 미테랑 평전 자크 아탈리 지음, 김용채 옮김

    1996년 타계한 프랑스 최초의 사회당 출신 대통령 프랑수아 미테랑 평전. 1981년부터 10년간 그의 특별보좌관을 지낸 자크 아탈리가 썼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활동한 레지스탕스 출신으로 프랑스 좌파 집권을 이뤄낸 미테랑 전 대통령은 좌우연정으로 국내외 위기를 순조롭게 헤쳐 나가고, 유럽통합을 주도했다. 이 책은 미테랑 전 대통령의 통치 행위에 대한 목격담이자 당시 대통령궁 내부에서 통치에 깊숙이 관여했던 자크 아탈리 자신의 경험에 대한 이야기다. 미테랑 전 대통령이 비시 정부에 참여했던 이력에 대해선 거리를 두고 있는 점이 껄끄럽지만, 남은 판공비를 반납하고, 퇴임 당시 소형차로 신호등을 지키며 물러났다는 대목은 우리의 지도자들이 꼭 읽어봤으면 한다. 뷰스/542쪽/2만3000원

    아부의 기술 리처드 스텐걸 지음, 임정근 옮김

    아부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제3자의 시각은 이중적이다. 치사하고 비열하다고 손가락질하면서 마음 한편으로 그 ‘기술’을 부러워한다. 최근 들어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고 ‘긍정의 힘’이 막강하다고 하니 ‘아부’와 ‘칭찬’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그 ‘기술’이 더욱 아쉬워지는 게 사실이다. ‘타임’지 수석 편집장을 지낸 저자는 아부를 ‘전략적인 칭찬, 즉 특별한 목적을 추구하는 수단으로서의 칭찬’이라고 정의한다.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행하는 의도적인 거래라는 것이다. 이 책은 어원과 인물, 시대를 넘나들며 아부의 역사와 메커니즘을 살펴봄으로써 자연스럽게 ‘품격 있는 아부’ 기술을 터득하도록 돕는다. 참솔/448쪽/1만9700원

    타샤의 집 토바 마틴·타샤 튜더 지음, 리처드 브라운 사진, 공경희 옮김

    미국의 그림책 작가 타샤 튜더는 100세를 바라보는 고령이지만 한시도 쉬지 않고 분주하게 움직인다. 나무를 적당히 말려 불을 지피고, 허브를 따다 차를 만들고, 베틀로 천을 짜서 손바느질로 옷을 지어 입고, 염소젖으로 버터를 만들고, 밀랍으로 양초를 만들어 집안을 밝히려면 그러지 않을 수 없다. 미국 버몬트 주 시골에서 19세기 의식주 생활을 고집하는 그의 삶 자체가 한 편의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동화다. 타샤와 그의 이웃이며 정원 가꾸기에 일가견 있는 토바 마틴이 함께 쓴 잔재주 부리지 않은 글과 타샤의 집안 곳곳을 촬영한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따뜻해진다. 타샤의 삶은 지난해 출간된 ‘타샤의 정원’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에도 잘 묘사되어 있다. 월북/230쪽/1만2000원

    논술이 마냥 즐거워지는 영화 속 논술(전 2권) 윤문원 지음

    논술의 중요성은 날로 높아지는데, 마땅한 공부법을 찾지 못해 고민하는 학생과 부모를 적잖게 볼 수 있다. 논술은 단순한 글쓰기가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풀어쓰기라는데 어떻게 생각하고, 그 생각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 딱딱한 철학 서적 대신 재미와 감동이 있는 영화를 통해 생각의 물꼬를 터보면 어떨까. 이 책은 지난해 월간 ‘신동아’에 ‘영화 속 논술’을 연재한 저자가 51편의 영화를 통해 논술 주제를 명확하고 체계적으로 이해하도록 쓴 책이다. 영화 ‘웰컴 투 동막골’로 ‘언어’라는 주제를 고민해보고, ‘퐁네프의 연인들’로 ‘소외’에 대해 생각해본다. 그밖에 각 대학의 논술 기출문제를 정리해 논술에 흥미를 붙이며 실전 대비까지 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세종서적/각 468쪽, 540쪽/각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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