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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극본, 수히닌 연출’ 러시아 주도 남북 정상회담 추진설

  • 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푸틴 극본, 수히닌 연출’ 러시아 주도 남북 정상회담 추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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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북한이 강행한 핵실험은 2005년 6자회담에서 타결된 9·19 공동성명을 전면 위배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도 할 말은 있다. 9·19 성명의 핵심 내용은 ‘북한은 모든 핵을 포기하고 IAEA(국제원자력기구)와 NPT(핵확산금지조약)의 안전조치에 복귀하는 대신 미국은 북한에 대해서는 어떠한 공격도 하지 않으며 북한에 대한 경수로 제공 문제를 논의하고, 미국 등 다섯 나라는 북한에 에너지를 제공할 용의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후 ‘북한에 대한 경수로 제공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고 다섯 나라는 에너지 공급 용의를 보이지 않았다.

북한은 이 점을 핑계 삼아 핵실험을 강행한 것 같다. 이로써 6자회담 참여국이 모두 약속을 지키지 않은 셈이 됐으므로 다시 시작한 6자회담은 9·19 공동성명 복귀 쪽으로 결론지어질 수밖에 없다. 이때 문제는 이미 핵실험까지 한 북한이 과연 핵을 포기하겠느냐는 것이다. 이 문제는 풀기가 매우 어려울 것 같지만, 북한 핵실험이 실패했다는 사실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지난해 7월5일 발사한 북한의 대포동 2호 또한 발사 직후 부러져버림으로써 실패한 바 있다.

따라서 6자회담 참가 5개국은 북한에 핵 개발을 포기하고 비핵화를 위한 핵사찰을 수용하라고 압박할 여지를 갖게 됐다. 대신 5개국은 공동성명에서 약속한 대북 경제지원을 이행하는 것이다(북한을 의심하는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고의로 대포동 2호와 핵실험을 실패하게 해 5개국의 지원을 유도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미국은 북한 핵실험 후 유엔 결의를 도출했으나 이라크 사태에 발목이 잡혔고, 여당인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패배했으며, 임기 말의 부시 대통령은 레임덕 상황에 직면해 있어 북한에 대해 공격적인 자세를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여기에다 한국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둔 중국이 북한에 대한 무력제재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북한에 경제적인 대가를 제공해 북핵을 폐기시키고, 북한을 IAEA와 NPT의 안전조치를 받게 하는 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결론은 북한도 바라던 바이지만 양자간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북한은 9·19 공동성명은 1994년 제네바 합의를 이은 것이므로 ‘핵 동결’을 주장하나, 미국은 9·19 성명대로 ‘핵 폐기’를 주장하는 것이다. ‘폐기와 동결’이 문제가 된다는 것은, 북핵 문제는 대화로 결론지을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6자회담 참여국들은 이러한 결론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합의 후 각자의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찾게 되는데, 여기서 국가별로 큰 차이가 난다. 북한은 외부의 경제 지원을 극대화해서 받으려고 할 것이다. 과거 중국은 ‘한국과 경쟁 관계에 있다’고 할 정도로 대북 경제지원에 적극적이었으나 북한 핵실험 이후로는 태도가 바뀌었다. 중국은 북한에 의해 베이징올림픽이 방해받지 않을 정도로만 대북 경제지원을 할 것으로 보인다.

6자회담은 9·19 공동성명 복귀

일본은 북한과 수교할 경우 가장 많은 금액을 청구권 자금 형태로 지급할 수 있는 나라다. 하지만 일본은 국민 정서상 대북 경각심이 매우 높아 “납북자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핑계로 대북 수교 협상을 끌면서 지원을 최소화하려 할 것이다. 미국이 필요로 하는 것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세계경찰’로서의 임무를 완수했다는 ‘명분’이다. 이 명분만 얻으면 ‘ 골치 아픈 일이 많은’ 미국은 한반도 문제에서 발을 빼려 할 것이므로, 미국도 약속 이행 차원에서 생색내기 정도의 지원만 할 것이다.

17대 대통령선거를 앞둔 한국의 참여정부는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는 만큼 대북 지원을 강화하려 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무분별한 지원은 17대 대선에서 역효과를 낼 수 있으므로 묘수를 찾아야 한다. 노무현 정부의 이러한 사정을 꿰뚫고 있는 것이 러시아다. 러시아는 극동지역을 개발할 방법을 찾지 못해 오랫동안 고민해왔는데, 이를 ‘한반도 카드’로 일거에 해결하자는 의지를 갖고 있다.

요즘 대북 정보라인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관심은 북한 주재 러시아대사인 발레리 수히닌(57)의 일거수일투족에 쏠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히닌 대사는 1967년 김일성대학 조선어학과에 입학해 1973년 졸업했다. 그리고 소련 외무성 조선과에 들어가 12년 동안 평양 주재 소련대사관에서 근무했다. ‘북한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막강한 북한 인맥을 갖고 있는 그는, 1988년 북한 건국 40주년 행사 당시 평양을 방문한 소련 대표단이 김정일 위원장과 만났을 때 통역을 담당함으로써 정보기관의 주목을 받았다.

러시아에 근무하던 때 그는 고려인 출신으로는 최초로 모스크바 대학에서 한국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1949년), 러시아고려인연합회 초대 회장과 모스크바대 한국학센터장을 지낸 미하일 박 모스크바대 명예교수로부터 한국사를 공부해 ‘삼국사기’와 ‘춘향전’을 읽게 됐다고 한다. 러시아가 출범한 다음인 1995년부터 2000년까지 그는 서울 주재 러시아대사관에서 참사관으로 근무하며 ‘한국어’를 익히고 한국 인맥을 구축했다. 2000년 러시아로 돌아가서는 아시아1국의 한국과장이 돼 6자회담의 실무대표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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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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