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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극본, 수히닌 연출’ 러시아 주도 남북 정상회담 추진설

  • 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푸틴 극본, 수히닌 연출’ 러시아 주도 남북 정상회담 추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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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극본,  수히닌 연출’ 러시아 주도 남북 정상회담 추진설

남북한과 러시아를 잇기 위한 방안을 내놓은 발레리 수히닌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 그는 남북한 양쪽에 인맥을 갖고 있으며, ‘삼국사기’와 ‘춘향전’을 독파할 정도로 한반도 역사와 문화에도 정통하다. 뒤의 붓글씨는 2006년 주한 러시아 부대사로 재직할 때 그가 직접 쓴 것이다.

수히닌 대사의 활약

수히닌 대사는 2003년부터 2006년 말까지 한국 주재 러시아대사관으로 다시 나와 공사(부대사)로 활동했다. 이 시절 한국에서 중국의 ‘동북공정’이 사회 문제가 되자, 그는 한국 기자들과 가진 좌담회에서 중국 역사서인 ‘삼국지 위지 동이전’을 인용해가며 자신의 한반도 역사관(觀)을 피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런 그가 지난 1월부터는 북한 주재 러시아대사가 돼 평양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부임한 직후부터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기 시작했다.

요즘 한국은 명태와 대게 등 상당한 물량의 수산물을 극동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는데, 이 수산물에는 관세가 붙어 한국에서는 비싸게 팔린다. 그러나 북한과 러시아 사이의 무역 거래에는 관세가 붙지 않는다. 이 사실에 주목한 수히닌은 러시아산 수산물을 개성공단으로 가져와 가공한 후 한국에 판매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한국은 개성에서 제조한 물품에는 관세를 매기지 않으므로, 러시아산 수산물이 싼값에 한국시장에서 판매될 수 있다.

현재 개성공단에는 한국 업체만 들어가 있으나, 북한을 개방으로 이끌려면 3국 업체도 진출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수히닌 대사는 이에 주목해 개성공단에 한-러 합작으로 수산물 가공공장을 설립하자는 아이디어를 한국 정부에 제시했다. 이어 그는 극동 러시아에서 많이 생산되는 목재를 같은 방식으로 개성공단에서 가공해 한국에 수출하는 방안도 제의했다.

극동 러시아는 건축자재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수히닌 대사는 개성공단에 조립식 주택 자재를 생산하는 공장을 한-러 합작으로 짓고, 여기서 생산된 자재를 러시아로 수출하자는 방안도 내놓았다. 또 같은 방법으로 개성공단에 재생 타이어 공장을 짓고 그 생산물을 연해주로 실어 나르자는 사업안도 내놓았다. 이러한 물품은 덩치가 커서 트럭으로는 수송하기 어려운 만큼 철도로 날라야 하는데, 이는 노무현 정부가 ‘목 터져라’ 외쳐온, ‘북한을 관통하는 철도망’을 잇는 것이니, 정부의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극동 러시아와 연결되는 한국 종단 철도가 개통되면 러시아는 연해주에서 재배한 농산물과 시베리아·사할린에 매장된 석유와 천연가스를 한국에 수출할 수 있다(2005년 터져나온 철도청이 연루된 전대월씨의 ‘유전 게이트’도 이러한 가능성으로 인해 불거졌다). 극동 러시아는 SOC(사회간접자본)가 절대적으로 부족한데 SOC 산업은 중후장대한 데다 공해를 유발한다. 따라서 한국은 공해 문제에 대한 시비가 적은 개성공단에서 이를 제작해 철도로 극동 러시아에 수출하자는 방안에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다. 북한은 양국으로부터 철도 이용세를 받고, 일부 물품은 수입할 수도 있으니 적잖은 이득을 보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의 노후 철도 개량사업부터 펼쳐야 하는데, 러시아는 이미 북한에 레일을 제공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남은 것은 ‘누가 사업비를 댈 것이냐’와 ‘누가 개량 공사를 할 것이냐’인데, 러시아측은 “레일은 러시아가 댈 터이니 사업비는 한국이 대고, 개량공사는 북한군이 맡게 하자(북한에는 철도성이 있지만 철도 관리는 군이 더 잘한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 아이디어에 동의한다면 남북한과 러시아는 마주앉아 협상해야 하는데, 이 협상을 원활히 하려면 3자 정상회담을 열어 큰 테두리를 정하는 것이 좋다는 얘기다.

미끼로 던진 ‘대북차관 탕감’

러시아 문제에 밝은 소식통들은 6자회담이 타결되면 바로 러시아를 무대로 한 3자 정상회담이 개최될 것을 필지의 사실로 보고 있다. 2008년에는 한국과 미국, 러시아에서 모두 새 대통령이 취임한다. 그로 인해 2007년 한국과 미국에서는 심각한 레임덕 현상이 일어나고 있으나, 푸틴 대통령만은 경제를 살려낸 공로 덕분에 ‘3연임’을 위한 개헌이 거론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레임덕을 의식하지 않는 푸틴은 한반도 문제에 적극 관여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들은 지난해 12월17일부터 22일 사이 세르게이 스토르차크 러시아 재무차관과 김영길 북한 재무성 부상의 회담에 주목한다. 이 협상은 ‘1960년대 이후 북한이 구 소련으로부터 빌려간 38억루블(러시아측은 미화로 환산하면 80억달러가 된다고 주장)을 어떻게 할 것이냐’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과거 러시아는 북한에 대해 “‘채무를 갚지 않으면 북한에 대한 경협은 더 이상 없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 회담에서 러시아는 뜻밖에도 “총 부채의 80%(30억4000만루블)를 탕감하겠다”고 제의해 북한측과 원칙적인 합의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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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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