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3월호

‘강신호와 박카스 X-파일’

사생활, 불법 무자료 거래, 회사재산 전용 의혹…

  •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7-03-08 11: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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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신호와  박카스 X-파일’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

    지난 1월 중순, 두꺼운 서류 봉투 하나가 ‘신동아’에 건네졌다. 강신호(姜信浩·80)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이혼 소송 내막과 그가 운영하는 동아제약과 관련된 경영비리 의혹이 수십 쪽에 걸쳐 한 묶음으로 자세히 정리된 자료였다.

    비리 의혹의 경우 알기 쉽게 ‘도표’까지 만들어져 있었다. 동아제약 내부의 기안서, 영수증, 가족 문제와 관련된 공식문서 등 증거자료들도 빼곡히 별첨되어 있었다. 심지어 경영·회계 자료의 의미를 친절하게 설명해줄 ‘익명의 도우미’의 휴대전화 연락처까지 수록돼 있었다.

    강신호 회장은 재벌기업 모임인 전경련 회장을 거듭 맡으며 한국 재계의 도덕성을 상징해온 인물이다. 또한 동아제약은 국내 1위 제약회사이며 ‘박카스’ 등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유명 상품들을 보유한 회사.

    이른바 ‘강신호와 박카스 X-파일’은 이렇게 그 실체를 드러냈다. ‘X-파일’을 제공한 취재원은 자료 제공 이유에 대해 “강신호씨가 더 이상 전경련 회장직을 맡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재계의 본산인 전경련은 한국을 도약시킬 ‘엔진’이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비전과 도덕성을 갖추고 국민의 존경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전경련은 ‘무기력증’에 빠져 있다. 전경련은 변화가 필요하다. 회장부터 바뀌어야 한다.”



    “갈 데까지 가보자”

    그는 “여러 사람이 자료 제작에 참여했다. 강 회장과 동아제약의 내부 사정을 종합적으로 담은 이 자료는 언론사 중 ‘신동아’에만 건네는 것”이라면서 “1월 중 반드시 기사화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강 회장에 대해 “갈 데까지 가보자”는 결의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 무렵 전경련은 1월말 회장단 회의, 2월9일 총회 등을 거쳐 차기 회장을 선임할 계획이었다. 전경련 내에선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강신호 현 회장을 만장일치 추대형식으로 연임(3연임)시키겠다는 분위기였다. ‘신동아’ 2월호 발행일은 1월17일. 취재원은 전경련의 차기 회장 선출을 앞둔 시점에 신동아 2월호 보도를 계기로 ‘강 회장의 연임은 안 된다’는 여론을 확산시킨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X-파일을 만들고 이를 언론사에 제보한 것이 단지 ‘전경련 개혁’이라는 공익적 목적 때문만이었을까. 1월 당시 강 회장과 동아제약은 세 가지 문제를 떠안고 있었다.

    첫째, 강 회장의 전경련 회장직 연임 여부다. 당시 강 회장은 전경련 회장직을 계속 수행하고 싶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었다.

    둘째, 동아제약 경영권을 둘러싼 강 회장과 차남 문석(文錫·46)씨 간의 경영권 분쟁이다. 문석씨는 동아제약 대표이사로 재직하다 2004년 12월 강 회장에 의해 쫓겨나 계열사인 수석무역 대표로 물러난 상태. 강 회장은 2006년 2월 ‘신동아’ 인터뷰를 통해 “자질 없는 자식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느니…”라며 문석씨를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강신호와  박카스 X-파일’

    강신호 회장과 동아제약 관련 의혹을 제기한 X파일 문건.

    반면 문석씨의 이복동생인 정석(廷錫·43)씨는 전무(영업본부장)로서 동아제약 경영 일선에 배치됐다. 아버지와 차남 간의 경영권 분쟁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최근 문석씨는 강 회장의 경영권을 위협할 정도로 우호지분을 확보해 더욱 이목을 끌었다. 금융감독원 공시 등에 따르면 문석씨의 우호지분율은 10.93%, 강 회장의 본인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9.54%. 이에 따라 미래에셋자산운용(8.42%), KB자산운용(4.78%), 한미약품(6.2%) 및 다수 소액주주의 결정이 경영권의 분수령이 되는 구도가 되었다. 경영구도를 결정할 주주총회는 3월16일로 예정돼 있다. X-파일에 담긴 동아제약 경영비리 의혹은 1차적으로 현 경영진에게 상당한 부담이 되는 내용이다.

    셋째는 강 회장과 동아제약이 지난해 11월부터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점이다. 세무조사는 2월12일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재계에선 세무조사가 통상 2개월을 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동아제약의 장기 세무조사와 관련해 갖가지 의혹이 나오고 있다. 동아제약은 2006년 제약업계의 치열한 경쟁구도 속에서 괄목할 만한 실적을 거뒀다. 2006년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460억원, 224억원을 기록했다. 2006년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3% 상승했다. 최근 5년간 최고 수준이었다. 그러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지배구조의 불확실성과 세무조사 때문에 이 같은 경영성과에도 불구하고 “동아제약의 미래는 불확실하다”고 평가한다. X-파일은 결과적으로 ‘1위 제약업체’ 동아제약의 내우외환을 증폭시키는 효과가 있는 셈이다.

    전경련 회장 낙마의 결정타

    X-파일은 이처럼 전경련 회장 연임 여부, 경영권 구도, 회사 차원 위기의 향배 라는 세 가지 타깃을 동시에 겨냥하는 성격을 지녔다. 그래서 취재원이 주장하는 ‘전경련 개혁’이라는 명분만을 순순히 받아들여 선뜻 보도하기엔 어려운 점이 있었다.

    이에 따라 취재원 측 의도와 달리 ‘신동아’는 지난 2월호에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 대신 한 달여의 시간을 두고 X-파일의 사실관계를 규명했다. 이와 함께 당사자인 강 회장과 동아제약 측의 반론을 충분히 청취해 반영하기로 했다. 가족 사생활 문제의 경우 강 회장이 재계 수장으로서 평소 재계의 도덕성을 강조해온 공인(公人) 중의 공인이며 동아제약도 ‘박카스’ 이미지 광고 등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대중에게 어필하여 성장한 기업인 만큼, 일부 내용을 공개하기로 했다. 동아제약 측도 강 회장의 사생활 문제에 대해 기사화를 전제로 공식적인 답변을 해왔다.

    그러나 ‘신동아’가 X-파일을 보도하지 않았음에도 X-파일은 강 회장의 전경련 회장 연임 무산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신동아’가 강 회장의 반론을 듣기 위해 X-파일의 존재 사실 및 일부 내용을 강 회장 측에 질의한 것만으로도 강 회장 에게는 대외직을 수행하기 힘들 정도의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강 회장은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전경련 부회장직 사퇴(2월2일)를 계기로 전경련 회장직 연임을 포기했다. 전경련은 2월27일 차기 회장선출을 위한 총회를 개최한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신동아’에 건네진 문건에는 사실인 내용도 있고 과장 또는 허위의 내용도 있다. 그러나 회사는 문건의 심각성을 인식하면서 점점 곤혹스러운 상황이 되어갔다. 회장님께서 전경련 회장 연임을 포기한 데는 문건의 존재가 상당히 큰 요인이 됐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X-파일 제작자들은 그들이 내세운 목표를 성취한 셈이다. 그러나 X-파일은 제작자의 의도대로만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이 문건의 파장이 전경련 회장 연임 좌초로만 그칠지, 아니면 강 회장과 동아제약에 대한 동정론 같은 ‘역풍’을 불러올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동아제약 측은 “회사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 여러 언론사가 인터뷰를 요청해왔으나 응하지 않았다. 그러나 ‘신동아’의 질의에는 적극 응하겠다”며 X-파일의 내용에 대한 반론과 해명을 내놨다.

    〈 강신호 회장 부부의 이혼소송 내막 〉

    강신호 회장은 2006년 7월 부인 박모씨와 이혼했다. 법원은 “강 회장은 박씨에게 2009년까지 53억원을 분할 지급하라”고 조정했다. 강 회장은 79세, 박씨는 80세였다. 강 회장의 이혼 사실은 3개월 뒤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재벌가의 이혼’ ‘황혼 이혼’이라는 점에서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 그러나 이혼 사유는 ‘강 회장의 사생활 문제’정도로만 외부에 알려졌다.

    X-파일은 강 회장 부부의 결혼생활 및 1년여를 끌어온 이혼 재판 공방 내용을 상세히 담고 있었다. 이 문건에 따르면 부인 박씨는 1944년 경기여고를 졸업하고 1948년 고려대 의대의 전신인 경성여자의학전문학교를 마친 뒤 세브란스병원 소아과 의사로 근무했다.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자 박씨(당시 24세)는 대전으로 피난해 대전도립병원 소아과과장으로 재직하다 강 회장을 만났다. 강 회장은 당시 서울대 의대 졸업반이었다. 두 사람은 1952년 5월 결혼했다.

    이후 박씨는 부산에 있는 시댁에서 강 회장의 부모를 모시다 1953년 큰아들을 낳은 직후 서울로 올라와 의원을 경영했다. 강 회장은 1952년 서울대 의대 학사, 1955년 서울대 의대 석사학위를 취득한 뒤 유학길에 올라 1958년 독일 프라이부르크대 의과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강 회장은 부친이 설립한 동아제약을 경영했다. 박씨는 1988년까지 의사로 일하며 강 회장을 내조했다고 한다.

    X-파일에 첨부된 박씨 측의 이혼청구소장에는 “강 회장이 외도를 했다”는 주장이 A4지 4쪽에 걸쳐 상세히 기록돼 있다. 요약하면 “강 회장이 결혼 후 독일 여성 등 몇몇 여성과 동거를 하여 이들 여성과의 사이에서 각각 자식들을 두었으며, 이들 자식 중 일부를 호적에 올렸다”는 것이다.

    박씨 측은 소장에서 “피고(강신호 회장)는 원고(박씨)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혼외동거로 낳은 자식들을 호적에 등재시켰다”며 “원고는 나중에야 이런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이미 자포자기의 심정에서 행복한 결혼생활을 거의 포기한 채로 살고 있었고, 피고와의 잦은 싸움 속에서 큰아들이 이상증세를 보여 아들을 돌보느라 이혼할 생각을 하지도 못했다… 1950년대 남편이 독일 유학 당시 독일 여성과 동거를 하여 아이를 낳은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이혼하려 했으나 친정 부모님과 시부모님이 애원하며 만류하여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남편의 계속된 외도로 인해) 깊은 충격에 빠져 정상적 사회생활을 거의 포기하다시피 하며 지낼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소장에 따르면 강 회장은 1961년경부터는 대부분의 시간을 또 다른 동거녀인 최모씨 집에 머물렀으며 부인 박씨가 기거하는 집에선 일주일에 한두 번 잠을 자고 갔다고 한다. 전경련 만찬이나 대통령과의 부부모임 등 대외적 공식행사에만 부인 박씨를 대동해 참석할 뿐이었다는 것이다.

    박씨 측은 “피고(강 회장)는 동거녀 최씨와 함께 고아원을 방문하고 불우이웃돕기행사를 하는 사진을 찍어 올렸다. 원고(박씨)가 의사직을 그만둔 1990년경 이후에는 피고가 합당한 생활비를 주지 않아 체면유지조차 힘들었다”고 주장했다. 박씨 측은 강 회장이 차남 문석씨를 동아제약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게 한 것에 대해서도 서운함을 나타냈다. 박씨 측은 80세에 이르러 이혼을 청구한 것에 대해 “한 여자이자 당당한 사람으로서 이제라도 그 존엄성과 가치를 되찾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한 개인과 가족의 아픔”

    이에 대해 동아제약 측은 “회장님 본인께는 의견을 여쭈지 못해 회장님의 아드님인 강정석 전무로부터 설명을 들어 전하는 것”이라면서 견해를 밝혀왔다. 강 회장은 박씨와의 사이에 문석씨 등 2명, 동거녀 최씨와의 사이에 정석씨 등 2명의 아들을 두고 있다. 동아제약 측은 강 회장과 박씨의 이혼이 결정된 이후엔 최씨를 ‘현 사모님’이라고 호칭한다. ‘신동아’가 질의서를 보낸 뒤 동아제약 측은 한 달여의 숙의 끝에 답변을 해왔다. 다음은 동아제약 측과의 일문일답이다.

    ▼ 박 여사 측은 강 회장이 유학 때 독일 여성과 동거를 해 아이를 낳았다고 주장하는데.

    “틀린 얘기는 아니다. 사실관계는 틀리지 않다.”

    ▼ 박 여사 측은 귀국 이후에도 강 회장이 다른 여성과 동거를 했다고 주장한다.

    “현 사모님이신 최 여사님 부분은 맞다. 한 개인과 가족의 아픈 경험이다.”

    ▼ 강 회장이 혼외의 자식들을 부인인 박 여사에게 알리지 않고 입적시켰다는 것도 사실인가.

    “호적에 올리지 않았으면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성장시킬 수 없었을 것이다. 박 여사님에게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는 부분은 확인이 안 된다.”

    ▼ 강 회장은 1961년경 이후엔 부인 박 여사의 집에 일주일에 한두 번 들어왔다고 한다.

    “현 사모님(최씨) 집에도 가셨지만 박 여사님 집에서도 자주 계셨다. 병행했더라도 박 여사님 처지에서는 그렇게 말씀하실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회장님은 큰아드님의 지병에 대해서 매우 가슴 아프게 생각하셨다. 공식행사에 박 여사님을 대동한 것은 맞다.”

    ‘강신호와  박카스 X-파일’

    2006년 2월 17일 열린 전경련 정기총회.

    ▼ 박 여사 측은 강 회장이 최 여사와 함께 불우이웃돕기 행사에 참석하고 사진을 올렸다고 하는데.

    “2∼3년 전의 일인 듯하다. 회장님이 광주광역시의 한 행사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개인 일정도 있어 최 여사님도 함께 내려가셨다. 그 지역 모 일간지가 두 분을 (부부인 줄로 알고) 촬영해 게재한 것으로 안다. 회장님의 의사와 무관한 일이었으며 회장님도 당시 당황스러워하셨다.”

    ▼ 박 여사 측은 합당한 생활비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회장님께선 워낙 근검절약이 몸에 배어 있어 소비를 검소하게 하시는 편이다. 그래서 그렇게 비쳐졌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박 여사님께는 적절한 생활비를 드렸다. 그렇지 않았다면 집과 (운전)기사를 유지할 수 있었겠는가. 그간 회장님의 이혼 문제에 대해 여러 언론에서 문의했지만 일절 대응하지 않았다. 회사 사원들도 대부분 모르는 일이어서 우려스럽다. 그러나 동아제약이 가족의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회사라는 점은 변함없다. 이런 문건을 만들어 언론사에 제공한 의도가 대단히 의심스럽다.”

    〈 동아제약 경영관련 의혹 〉

    X-파일은 경영비리 의혹과 관련, “동아제약은 2005년 1300억원의 매출을 올린 ‘박카스’의 절반가량을 불법 무자료 거래했다. 세금계산서도 허위로 작성됐다. 이에 따라 거액을 탈세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고 주장했다.

    이 문건은 “2006년 11월부터 시작된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길어지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불법 무자료 거래가 새로 포착되어 탈세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서다. 국세청은 박카스 지원팀, 관제팀 등 동아제약 부서의 관련 자료를 모두 압수해갔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건은 “박카스는 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있어 약국에서만 판매되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동아제약의 전략에 의해 슈퍼마켓 등 식품업체에서도 광범위하게 불법 유통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박카스는 지난 40년간 드링크류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상품. 그러나 최근엔 2위권 드링크 제품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동아제약 측은 박카스의 불법 무자료 거래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탈세는 없었다”고 밝혔다. 다음은 동아제약 측과의 일문일답이다.

    ▼ 2005년 박카스 매출이 1300억원 정도라는데.

    “정확히는 1254억원이다.”

    ▼ 박카스의 무자료 거래가 사실인가.

    “박카스는 의약품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무자료 거래를 통해 유통된 사실이 있다. 일종의 세금계산서 없이 거래된 것들이다.”

    ▼ 그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문건에는 전체 매출의 절반인 700억원대에 이른다고 돼 있다.

    “정확한 규모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정도는 아니다. 10%선으로 알고 있다.”

    ▼ 10%면 금액으로는 130억원 정도다. 무자료 거래가 불법인가.

    “예를 들어 약국이 아닌 슈퍼마켓 등에서 유통됐다면 약사법 위반이 된다.”

    ▼ 도매상이나 약국이 무자료 거래에 가담한 것으로 안다. 동아제약 직원도 불법 무자료 거래에 관여했나.

    “회사 영업사원을 통해서도 나간 게 있다.”

    ▼ 동아제약 측의 귀책사유는 무엇인가.

    “일종의 ‘고의적 허위계산서 매입’이라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강신호와  박카스 X-파일’

    1월25일 동아제약 본사에서 강신호 회장이 차남 강문석 수석무역 대표와 부자간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회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문건, 검찰·국세청 조사 꿰뚫어

    ▼ 이를 통해 거액을 탈세했다는 의혹은 어떻게 보나.

    “투명한 상거래는 아니지만 세금 문제와는 무관하다. 회사 측은 세금을 포탈한 사실이 없다. 국세청이 허위계산서 부분을 조사 중이니 결과가 나올 것이다.”

    ▼ 허위계산서 문제와 관련해 동아제약 박카스 관련 팀의 자료가 국세청에 압수됐다는 것이 사실인가.

    “그런 것으로 알고 있다.”

    X-파일은 박카스와 관련, “박카스 병을 통한 부당한 거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박카스 병 공급회사인 J기업에 병당 2원 정도 단가를 높게 책정한 것이 의혹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동아제약 측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박카스 병은 D와 J기업을 통해 공급받았다. 연간 5억병 정도가 필요했는데 D사 측이 J기업보다 조금 더 생산했다. 박카스 병의 입고가격은 50~100원인데 J기업이 D사보다 병당 2원 정도를 더 받아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J기업 인수합병을 염두에 두고 J기업을 보존해줄 정책적 필요성에 따른 것이다. 의혹과는 무관하다.”

    문건은 “연간 400억원 정도이던 동아제약의 판촉비가 최근 800억원으로 불어났다. 동아제약이 병원과 의사를 상대로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있다. 검찰이 내사를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동아제약 측은 “판촉비 증가 규모는 대충 맞다. 그러나 부당한 사용은 없었다”고 밝혔다.

    “최근 회사 매출이 크게 상승했다. 예를 들어 2003년 1200억원이던 전문의약품 매출은 2006년 3300억원으로 늘었다. 매출이 증가한 만큼 판촉비가 오른 것이다. 부산지검이 회사의 판촉비 문제에 대해 내사한 사실이 있다. 현재 조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 판촉은 제약업계 전체의 일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약업계의 병원영업 거래 관행에 대해 조사를 벌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문건은 “동아제약은 K건설사를 통해 원주지점, 천안공장, 신갈공장을 건축하면서 공사대금을 부풀렸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동아제약 측은 “공사대금의 문제는 통상의 범위를 넘지 않는 부분이다. 과다계상했다는 것은 일방적 주장이다.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신하지만 구체적 액수는 밝히지 않겠다. 현재 국세청이 이 세 곳 사업체의 공사대금 문제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사정기관의 비공개 조사 내용을 꿰뚫고 있다는 것은 문건 내용이 전혀 근거 없는 뜬소문만은 아니라는 의미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문건 제작자들은 ‘프로’급이다. 제시된 증거자료도 회사 내부 서류들이다. 문건은 사실관계를 교묘하게 과장하여 동아제약에 불리한 방향으로 상황을 몰아가고 있다. 문건은 특히 회사의 ‘현 경영진’을 겨냥한 음모”라고 말했다.

    〈 사주 일가의 회사재산 전용 의혹 〉

    X-파일은 “동아제약의 회사 재산(부동산, 회사 공금 등)이 강신호 회장 및 최씨(‘현 사모님’) 측 사주 일가에게 증여되거나 전용되는 일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명의신탁’ 등 불법적 방법이 동원됐다”고 주장했다. 우선 거론된 것은 경기도 이천시 사음면 소재 이천공장 부지 2953㎡(894평, 239번지 등 7개 번지). 문건은 “동아제약 법인 소유인 이 땅은 강신호 회장과 최씨 사이의 아들인 강정석 전무에게 증여됐다”고 밝혔다.

    문건 내용을 동아제약 측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 땅 중 일부는 동아제약 계열사인 라미화장품이 소속 직원인 정모씨 이름으로 소유하고 있다(명의자인 정씨에게 라미화장품 측이 근저당을 설정해두는 방식의 명의신탁).

    잦은 법 위반…논란 불가피

    2001년 7월 정씨는 매매 형식으로 이 땅의 소유권을 동아제약의 당시 임원인 강모씨에게 넘겼다. 이 땅의 소유권은 2006년 5월 강모씨가 강정석 전무에게 매매한 형식으로 강 전무에게 넘어왔다. 그런데 한 달 뒤인 6월 매매계약은 해제됐다. 이어 같은 달 강모씨가 강정석 전무에게 ‘증여’하는 형식으로 이 땅의 소유권이 강 전무에게로 왔다.

    ‘강신호와  박카스 X-파일’

    ① 동아제약 측이 강신호 회장의 ‘현 사모님’인 최모씨의 이자 등을 납부했음을 보여주는 내부 문서.<br>② 동아제약 측은 회사 부동산을 직원명의로 등기할 땐 근저당을 잡아뒀지만 이 땅을 강 회장 아들에게 증여한 뒤에는 근저당을 설정하지 않았다.<br>③ 동아제약 측이 회사자금으로 강 회장 일가의 자택 조경 및 묘소 정비를 했음을 보여주는 문서들.

    문건에 따르면 이 땅(6필지)의 공시지가는 2억7000여만원. 이 지역 한 관계자는 “시세는 6억~7억원 이라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문건은 “명의권자는 회사 직원인 정씨, 강씨로 되어 있었지만 실제 소유자는 동아제약이었다. 동아제약 측은 회사 재산을 ‘매매’도 아닌 ‘증여’로 사주 일가인 강정석 전무 개인에게 거저 준 것이다. 이는 법적으로 회사에 큰 손해를 끼친 것이다. 횡령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이에 대한 동아제약 측과의 일문일답이다.

    ▼ 이천공장 부지 894평의 실제 소유주는 누구였나.

    “동아제약이 실소유주다.”

    ▼ 회사 직원인 정모씨, 강모씨 명의로 한 것은 명의신탁인가.

    “그렇게 보면 된다. 정모씨는 라미화장품의 총무팀장이었고 강모씨는 동아제약 임원이었다.”

    ▼ 명의신탁은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등기에 관한 법률’(부동산실명제법)에 저촉되는 불법행위다. 굳이 명의신탁을 동원한 이유는 무엇인가.

    “명의신탁이 불법인 것은 맞다. 이천공장을 지으려는데 부지에 이 땅이 포함됐다. 이 땅은 농지였는데, 농지는 법인이 소유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직원 명의로 했다. 다만 소유권을 확보하기 위해 회사 측이 땅에 대해 근저당을 설정한 것이다.”

    ▼ 실질적인 회사재산인 이 땅 894평을 사주 일가인 강정석 전무에게 증여한 이유는 무엇인가.

    “서류상으로 증여하여 등기부상의 소유주가 강정석 전무인 것일 뿐 여전히 실질 소유주는 동아제약으로 보면 된다. 직원이나 임원의 명의를 빌려 써보니 이들이 퇴직한 이후에 소유권 분쟁의 소지가 있을 수 있어 회장님 아드님인 강 전무 명의로 해둔 것이다. 이 땅의 시가가 6억~7억원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없는 얘기다.”

    ▼ 강씨에게서 강 전무에게로 소유권이 이전될 때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가 해지하고 증여 형식으로 바꾼 이유는 무엇인가.

    “세금 문제 등이 복잡하고 번거로워 그런 것으로 알고 있다.”

    ▼ 어쨌든 법률적으로는 회사재산의 소유권이 사주 일가에게 증여된 것으로 보인다. ‘회사 재산을 사주 측에 거저 준 것 아니냐’는 의문도 생길 수 있을 것 같은데.

    “굳이 회장님 아드님 명의로 하다보니 그런 오해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 땅은 공장과 분리하여 처분할 수 없다. 실질 소유주는 여전히 동아제약이다.”

    동아제약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거래에서 잦은 법 위반, 회사 재산과 사주 일가 재산을 엄격히 구분하지 않은 점 등은 비판의 소지가 있어 보였다. 더욱이 ‘신동아’가 등기부를 확인해본 결과, 이들 땅의 2007년 2월 현재 소유주는 강정석 전무로 되어 있으며 동아제약은 이 지번에 대해 근저당을 설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에 직원(정모씨) 명의로 명의신탁할 때 동아제약 측은 땅값에 해당하는 액수만큼 근저당을 설정해뒀다. 동아제약 측은 “회사의 소유권 확보를 위해 꼭 필요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땅의 소유권이 사주 아들인 강 전무에게 넘어간 뒤에는 동아제약이 이러한 권리 확보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다. 이는 회사 땅 894평의 사주 일가 증여를 둘러싼 논란을 증폭시킬 수 있는 정황이다.

    또한 X-파일은 “동아제약 회사 자금이 강 회장과 최씨 측 일가의 ‘사적인 일’에 사용된 사례가 30건에 이른다”고 주장하면서 그 명세를 담은 동아제약 내부 기안서류, 동아제약 발행 영수증 등을 첨부했다. 이에 따르면 동아제약 측은 ‘현 사모님’ 최씨가 거주하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 등 사주 일가 자택의 조경 및 자택에 들여놓을 화분 구입에 회사자금을 사용한 것으로 돼 있다. 문건에 첨부된 동아제약 내부 서류에는 “삼성동(최씨 자택을 의미) 조경작업(소나무 전정, 단풍나무 식재, 방재 등) 1회에 490만원이 투입됐다”고 기록돼 있었다.

    “재벌家, 과거 돌아보게 될 것”

    또한 경북 상주 무릉리 소재 강신호 회장의 선친 묘소의 조경, 법면(깎아낸 땅의 경사면)보완 공사 등도 회사자금으로 시행했다고 한다. 동아제약의 2006년 6월1일자 ‘출장보고서’는 “상주 무릉리 묘소 앞 잔디조성지역 하단 유실부분을 현장 점검한 결과 강수량이 많을 경우 지대가 낮은 곳으로 물이 몰리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면서 ‘처리방안’으로 “잔디 수로를 인공적으로 유도하여 물줄기를 만들어주면 해결”이라고 기록했다. 이어 보고서는 “공사예상금액은 400만원”이라면서 “묘소 보완 작업은 조속 시행 요망”이라고 썼다.

    동아제약 내부 서류에 따르면 이 회사는 여러 차례에 걸쳐 강 회장 선친 묘역 단장에 각별히 신경을 써온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제약 측은 “회사 자금 사용에 있어 일부 오해의 소지는 있다”고 밝혔다.

    X-파일은 “‘현 사모님’인 최씨의 임대차 보증금 및 지연이자도 회사가 댔다”고 주장했다. ‘동해 임대보증금 선지급 검토’라는 제목의 동아제약 보고서는 “처리방안-회사에서 보증금 선지급(4580만원). 진행사항-보증금에 대한 지연이자 및 소송비용 지급”이라고 기록돼 있었다. 이 보고서엔 담당 간부의 결재도장이 찍혀 있었다. 이어서 ‘현 사모님’ 최씨가 임대차 계약 당사자에게 지연이자 70만원을 납부했다는 영수증이 첨부돼 있었다.

    ▼ 회사 자금이 여러 차례 현 사모님 자택 등에 투입된 것이 사실인가.

    “확인해보니 그런 경우가 있었던 것 같다. 예를 들어 화분 구입의 경우 회사가 사용할 것과 사모님 자택에서 사용할 것을 분리하여 계산 처리했어야 하는데 같이 처리되어 있었다. 회사의 방침과 달리, 구매 담당자가 최고경영자 가족에 대해 과잉충성을 한 것 같다. 이 담당자는 현재 퇴사한 상태다.”

    ▼ 강 회장의 선친 묘역을 회사자금으로 단장해왔는데, 이것은 어떻게 보나.

    “강 회장님의 선친은 동아제약의 창업주다. 우리로선 회사 차원에서 자금을 투입하여 창업주의 묘역을 관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왔다. 직원들은 창립기념일에 창업주에 대해 묵념하며 창업정신을 기리고 있다. 국가가 정부 예산으로 국가유공자 묘역인 국립묘지를 관리하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 회사 내 묘역 관리 담당자가 따로 있나.

    “주로 천안공장에서 조경업체와 함께 묘역을 관리하고 있다.”

    ▼ ‘부모 묘의 관리는 가족이 맡아서 해야 할 일’이라는 시각도 있다. 창업주가 세상을 떠난 다른 대다수 대기업에서도 회사 자금과 인력으로 창업주의 묘를 관리하는가.

    “이 부분에 대해 문제가 제기된다면 관리 주체를 다르게 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 최 여사의 임차보증금 및 지연이자를 동아제약 측이 납부했다는 내용도 있다.

    “관제팀에서 지연이자 70만원을 냈다고 한다. 보증금 지급은 확인이 안 된다.”

    ‘강신호-박카스 X-파일’ 문건은 회장의 ‘여자 문제’와 회사경영 문제에 이르기까지 한 대기업과 그 일가의 은밀한 내면을 속속들이 파헤친 보기 드문 자료다. 그런데 문건에 폭로된 의혹의 유형들이 비단 강 회장과 동아제약에만 국한된 일일까. 문건을 제공한 취재원은 “X-파일이 보도되면 상당수 재벌 사주는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게 될 것이다.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말했다.

    강 회장과 동아제약은 피해자?

    자신들만 집중적으로 ‘까발려지는’ 것이 강신호 회장과 동아제약으로선 억울한 일일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국세청, 검찰의 조사 결과 및 혹시 있을 수도 있는 재판 결과에 따라 이런 의혹들은 ‘약간의 사실을 기초로 한 거대한 과장’으로 드러날 가능성도 있다. 진실이 확인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그런데 동아제약의 경영권 향배를 결정할 주주총회는 불과 한 달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강 회장 등 현 경영진과 동아제약이 X-파일로 인해 오히려 억울한 피해를 볼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경우는 다르지만 타이밍을 절묘하게 맞춘 김대업의 폭로가 2002년 대통령선거 결과를 바꿔놓은 일이 떠올려질 수도 있다. 실제로 X-파일이 제작, 제공된 시점이 절묘한 것은 사실이다.

    동아제약의 주주와 소비자는 이 문건 내용을 냉정하게 판단해 동아제약을 평가하는 여러 기준의 하나로 삼아야 할 것이다. 특히 기업에 있어 최고의 선(善)은 ‘이윤창출’이다. 이 점에서 최근 한국 경제의 전반적 불황에도 불구하고 동아제약이 급성장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또한 이 문건에도 불구하고 강신호 회장에게는 “동아제약을 국내 최대 제약회사로 성장시킨 기업가정신, 지난 40여 년간 정경유착·탈세·횡령 등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회사로 만든 윤리의식, 국내 최고 수준의 와인 애호가라는 낭만적 면모, 전경련 회장으로서 노무현 대통령과 검찰을 향해 고언(苦言)을 아끼지 않은 리더십을 두루 갖춘 재계의 어른”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신동아’는 시점이 시점이니만큼 X-파일의 악용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문건 내용의 검증 및 당사자 반론 청취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을 다시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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