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3월호

국내 최대 ‘아산 신도시’ 정밀분석

‘한국판 홍콩’ 꿈꾸는 광역 수도권 입성의 마지막 비상구

  • 조인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ij1999@donga.com

    입력2007-03-08 13: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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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당보다 큰 최대 규모 ‘자족형 신도시’
    • “연결로 뚫리면 서울에서 철도, 육로로 40분 이내”
    • 코엑스몰 버금가는 ‘펜타포트’ 복합단지, 66층 주상복합 조성
    • 탕정은 ‘삼성市’…협력업체 등 10만 인구 유입 예상
    • 충남외고, 순천향대 의대·부속병원, 신설·이전, 경찰대도 눈독
    • 장재천은 ‘아산의 청계천’, 매곡천은 여흥공간으로
    • 주공 아파트, 중소 평형 많아 시세상승 이어질지는 의문
    국내 최대 ‘아산 신도시’ 정밀분석
    요즘 서울 강남권 부동산시장의 화두는 ‘평당 1000만원대’가 얼마나 더 지속될 것인가다. 신년 들어서도 어김없이 쏟아진 각종 정책으로 부동산 경기가 횡보를 거듭하곤 있으나 봄 이사철을 앞둔 상황에서 신규공급 물량이 많지 않아 가격압박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기 때문이다. 삼성동 아이파크 같은 고급 아파트 단지는 이미 평당 2000만원대를 넘어섰다.

    물론 전세시장 이야기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2월 현재 강남권 아파트의 매매가 평균은 평당 3500만원선이며 가끔 5000만원대 아파트도 눈에 띈다.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에서도 특히 신규분양 아파트라면 매매가가 평당 1000만원대를 밑도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얼마 전 분양된 경기 용인시 흥덕지구 아파트 값이 평당 900만원대에 근근이 맞춰지기는 했다. 건설업체들이 토지공사를 통해 싼 값에 토지를 불하받은 데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기 때문. 그나마 업체에서 발코니 확장 등을 앞세운 ‘각종 옵션’을 끼워 넣은 바람에 사실상 분양가는 11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이와 비슷한 입지조건을 갖춘 지역에서 민간업체가 분양하는 아파트 값은 이보다 20~30% 비쌀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비록 정부가 투기과열지구 내에서 민간건설사들이 아파트를 분양할 때 원가를 공개하기로 방침을 굳혔지만, 토지수용단계부터 높은 땅값이 반영되기 때문에 가격을 낮추는 데도 한계가 있다.

    실제로 상반기에 용인 수지지역에서 분양을 계획 중인 현대건설, 삼성건설 등은 주변 아파트 시세를 고려해 평당 분양가를 1500만원대로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닥터아파트가 지난 1월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김포, 파주 등 이미 분양이 진행 중인 ‘2기 신도시’ 지역 아파트 역시 평균 평당가가 1000만원을 돌파했다.

    고속철도 천안아산역 주변에 조성되는 아산 신도시는 그런 면에서 보면 아직은 신선하다. 지난해 말 분양된 첫 사업장(29, 33평형 1102가구)에서 평당가 670만~680만원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해 주공에서 분양한 물량이라는 점, 수도권도 아니고 광역시도 아닌 충남의 인구 20만 규모 도시라는 조건 등을 따지면 ‘놀랄 일이 아니지 않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당장 천안아산역 천안쪽 방향에 조성된 천안시 불당, 쌍용지구 아파트 단지들을 살펴보자. 입주 3년차를 맞았지만 아이파크나 동일하이빌 등 인기 단지의 중대형 평형은 평당 900만~1000만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10년 전부터 개발 추진

    아산 신도시는 규모나 발전 가능성에 비해 부동산시장에는 덜 알려져 있다. 행정구역상 충청권으로 분류되기에 ‘수도권과는 상관없는 곳’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는 데다, 그나마도 행정도시 이슈에 묻혀 ‘아산 신도시’ 자체 브랜드에 대해 목소리를 낼 기회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행정도시 개발계획이 없던 1994년 건설교통부가 “아산군 일부를 현대적 택지지구로 만들고 건교부 등 일부 정부부처와 산하 공공기관의 이전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국내 최대 ‘아산 신도시’ 정밀분석

    아산 신도시와 사실상 한 권역으로 인식되는 탕정 LCD단지. 올해 상반기 중 첨단 8세대라인 LCD공장(왼쪽)이 가동된다.

    아산 신도시는 ‘국내 최대 규모 신도시’로 조성된다. 1단계 배방지구 110만평과 2단계 탕정지구 510만평을 합쳐 621만평 규모로 조성되는데, 이는 지금까지의 최대 규모 신도시인 경기 분당(594만평)보다 크다. 탕정지구는 서쪽으로 삼성 LCD단지가 들어선 탕정지방산업단지 140만평과 곧바로 연결돼 있다. 이것까지 포함하면 실제 규모는 760만평에 달하는 셈. 계획대로 신도시가 조성되면 아산시 인구는 현재 20만에서 2020년에는 80만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아산시측은 올해 대선 결과에 따라 행정도시 규모가 일부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보며, 이렇게 되면 아산 신도시로의 공공기관 이전 확대 및 이에 따른 추가 인구유입 여지도 생기지 않겠냐고 기대한다.

    아산 신도시에는 1단계 8000가구, 2단계 4만8000가구 등 2012년까지 총 5만6000가구의 아파트가 건립된다. 예상 주거인구는 17만여 명. 지난해 말 1102가구 분양을 시작으로 올 상반기에는 ‘명품 주상복합아파트’ 793가구가 공급되며, 연말에는 40~50평형대 국민임대 아파트 1671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역시 ‘명품 주택’으로 관심을 모으는 100, 150평형 타운하우스(184가구)는 2008년경 분양예정이다.

    1990년대부터 세 번째 아산시장(관선군수 포함)을 맡고 있는 강희복 시장은 “정부 부처이전 계획은 행정도시 설립으로 인해 무산됐지만, 신도시 개발 플랜은 10여 년 전부터 큰 그림이 나온 상태여서 그만큼 완성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 시장은 “현재는 철도로 서울까지 30분대지만 각종 연결 고속도로가 신설되는 4, 5년 뒤에는 육로로도 서울 도심에서 30~40분대에 주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거점도시인 홍콩이나 두바이처럼 아산이 행정도시와 서울의 중간교량 기능을 본격적으로 맡게 될 공산이 크다”고 강조했다.

    주택공사 양지수 아산신도시사업본부장은 “행정도시에는 공공기관만 있어 역동성이 다소 떨어지는 데 비해 아산 신도시는 대규모 상업·편의시설을 갖췄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실제 정부와 기업, 외교가 교직되는 굵직한 비즈니스의 무대로는 아산 신도시가 행정도시보다 효용성이 더 클 듯하다”고 내다봤다.

    ‘서울시 아산구’ 가능할까?

    아산 신도시를 광역 수도권, 혹은 수도권의 마지막 주자라고 일컫는다면 그건 교통 여건 때문이다. ‘서울역 34분’ ‘광명, 대전 20분.’ 고속철도역에 붙어 있는 표어들을 보노라면 정말 수도권 언저리 같다는 느낌이다. ‘서울시 아산구’가 좀 과하다면 ‘경기도 아산구’로 불리기에는 손색이 없을 듯하다. 서울역에서 천안아산역까지 철도노선 길이는 96km. 신칸센, 테제베 등을 이용해 도쿄, 파리시내에서 100~200km 외곽까지 고속통근열차편을 운행하는 일본이나 프랑스의 경우와 비교할 때 그리 먼 거리는 아니다.

    다만 살펴볼 점은 역과 신도시의 접근성. 이미 천안아산역 천안쪽 택지지구에도 많은 아파트가 들어서 있지만 ‘역까지 환승 교통편이 원활하지 않고 차도가 많은 까닭에 보행자 동선이 깔끔하게 나오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지적돼왔다.

    이에 대해 아산시의 구자군 신도시조성과장은 “신도시 내부에 인도와 자전거 도로를 확충하고 신호등 있는 길은 대폭 줄였으며, 어디서든 물길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주민이 그야말로 산책 삼아 역까지 빠르고 쾌적하게 오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안아산역 주변 호수공원을 가로질러 설치될 180m짜리 인도교(자전거도로 포함)는 국내에서 가장 긴 인도 전용 교량이다.

    아산 신도시를 중심으로 해서 동서남북으로 소통될 고속도로 역시 현재 공사 중이거나 막바지 계획수립단계에 있다. 아산 신도시 2단계 계획안에는 경부고속도로에서 아산 신도시 전용출구인 북천안 IC 및 그곳에서 신도시로 이어지는 전용도로 설치에 대한 예산이 이미 반영돼 있다. 북천안 IC는 현재의 천안 IC보다 서울쪽에 가까운 북단에 뚫릴 계획. 서울 서초동 기점부터 아산 신도시까지의 총 연장은 75km 남짓해 정체시간대가 아니면 자동차로도 강남에서 40분대에 이동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제2경부고속도로 수도권 노선’이라 불리는 서수원-오산-평택 고속도로(38.5km)는 이미 지난해 착공돼 2009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산시는 평택에서 아산 신도시를 가로질러 충남 연기군 일대까지 이어지는 소정-배방 고속국도(42.4km)를 2012년 완공 예정으로 추진 중이다. 아직 실시설계 중인 영인-청북 구간 13.1km를 제외하고는 공사가 시작됐다. 서수원-오산-평택 고속도로는 북쪽으로 서울(양재)-용인(영덕) 고속도로(22.9km) 및 영덕-동탄-오산 도로와(13.6km) 이어진다.

    국내 최대 ‘아산 신도시’ 정밀분석

    천안아산역 역세권에 조성될 ‘펜타포트’ 복합단지 조감도. 충청권 최고층(66층) 주상복합을 포함, 초고층 건물들이 주로 들어서게 된다.

    쉽게 말해 서울 강남에서 용인 수지지구, 수원 광교 신도시, 화성 동탄 신도시, 평택 ‘평화 신도시’(가칭), 오산 세교지구를 거쳐 아산 신도시, 탕정 LCD단지까지 한번에 이어지는 고속도로가 하나 더 생기는 셈이다. 게다가 현재의 경부고속도로와 교통량을 분담하게 되므로 지금보다 빠른 시간 안에 도로교통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서수원-오산-평택 도로는 이미 개통된 과천-의왕-고색 도로를 타고 과천까지 연결될 예정이다. 서울 경기 서부권 지역에서 과천을 거치면 곧바로 고속도로와 연결된다는 얘기다. 아산시 관계자는 “기존에 천안이 수행하던 고속도로 분기점 기능을 아산 신도시가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울 지하철 1호선도 2008년이면 현재의 천안역에서 아산신도시역을 거쳐 온양온천역까지 이어진다. 용산역에서 아산신도시역까지 급행전철을 이용하면 1시간30분정도 소요될 예정.

    중부권 최고층 ‘펜타포트’ 단지

    아산 신도시의 랜드마크는 천안아산역사 바로 전면에 들어서는 ‘펜타포트’ 복합단지다. 1만7642평에 SK건설, 대림산업, 계룡건설 등 14개사 컨소시엄이 2010년까지 1조2000억원을 들여 개발하는 곳이다. 펜타포트 컨소시엄은 최근 충남도에 주상복합아파트, 오피스빌딩, 백화점 등의 건축계획을 제출해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아산시는 부지 인근 장재천 주변 조경 계획 일부만 보완하면 곧 최종승인을 내줄 방침이다.

    아산 신도시는 아산쪽 부지가 85%, 천안쪽이 15%가량 들어가는데, 펜타포트는 아산과 천안의 경계에 있다. 천안쪽에는 충청권에서 최고층인 66층(235m) 1개동을 포함, 43·45층을 합쳐 총 3개동 793가구로 이뤄진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선다. 고속철 역사까지 지상과 지하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 모두 대형 평수(43~105평형)로 조성되는 데다 ‘아산의 청계천’으로 불리는 장재천을 바로 옆에 끼고 있어 신도시 내에서도 ‘핵심 블루칩’으로 꼽힌다.

    아산쪽에는 충청권 최고높이인 251m(51층)짜리 오피스빌딩 ‘싸이클론 타워’와 8층 규모의 백화점이 들어선다. 오피스빌딩에는 복합영화관, 대형 피트니스센터 등이 입점할 계획. 백화점 빌딩에는 현대백화점이 들어올 예정이다.

    아산시에서는 싸이클론 타워가 ‘중부권 코엑스몰’ 기능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 우선 이곳이 행정도시, 서울, 청주공항에서 모두 30분대에 닿을 수 있어 기동성을 요하는 정부행사나 국제회의를 전담할 컨벤션센터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

    아산시측은 또 쇼핑타운이 아산 신도시 주민 수요, 문화여흥시설은 천안 아산 소재 10여 개 대학의 학생 수요만으로도 충분히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산시 구자군 과장은 “단지가 조성되면 주말이나 휴일에는 서울 대전에서 원정고객이 더 많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상복합아파트는 올해 4~5월경 475가구가 먼저 분양되고, 이어 하반기에 318가구가 추가 분양된다. 펜타포트 컨소시엄측은 입지조건을 이유로 평당 분양가로 최저 1000만원대를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주공에서 분양한 아파트에 비하면 평당 350만원가량 비싸지만, 다른 지역에 비교하면 여전히 매력적인 가격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 4월 포스코건설에서 경기 화성 동탄 신도시에 짓는 주상복합 메타폴리스의 평당 분양가는 1400만~1500만원대로 예상되고 있다. 서울에서의 절대 거리는 동탄이 가깝지만 고속철을 이용한 서울 접근성은 펜타포트가 오히려 낫다는 점에서 펜타포트의 가격경쟁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 뜨면서 자족도시로?

    아산 신도시는 기존의 신도시들과 달리 베드타운에 머물지 않고 자족도시가 될 것이란 게 일반적인 평가다. 140만평 규모로 조성되는 탕정산업단지가 사실상 ‘삼성기업도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첫째 이유다. 탕정산업단지는 아산 신도시에 속하지는 않지만 아산 신도시와 경계 없이 붙어 있어 사실상 ‘한 권역’으로 간주된다.

    국내 최대 ‘아산 신도시’ 정밀분석

    탕정 LCD단지에는 삼성과 소니의 합작법인인 ‘S-LCD’ 공장도 가동된다.

    현재 삼성전자와 소니가 약 20조원을 투자해 이곳에 8세대라인 LCD공장을 짓고 있다. 예전에는 ‘탕정 크리스털밸리’라고 부르다가 요즘에는 세계 1위 전자업체 간 결합이라는 이미지를 내보이기 위해 두 회사의 이니셜을 따 ‘S-LCD단지’라고도 부른다. 8세대라인은 50인치 이상의 중대형 LCD패널을 제작하는 라인인데, 이미 공장건립이 거의 끝나 상반기 중에는 본격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40인치대를 주로 생산하는 삼성의 7세대라인 공장은 이미 가동 중이다.

    S-LCD단지를 합친 아산 신도시권(圈)을 ‘자족도시’로 보는 이유는 우선 삼성전자 삼성코닝 삼성정밀유리 등 삼성계열사와 소니를 비롯해 예상대로 최대 300여 협력·파생업체가 S-LCD단지에 들어올 경우 여기서만 10만여 명의 신규 인구가 유입되기 때문. 아산 신도시는 2010년까지 이곳에서 지방세만 1090억원 정도가 걷힐 것으로 내다본다.

    배후지역에는 다른 대기업도 많다. 34번 국도로 이어진 아산만에는 현대자동차·모비스 및 협력업체, 만도기계 등의 사업본부 및 공장이 있다. 최근에는 현대제철 사업장 신설로 인해 1만여 명의 신규인력이 창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천안세관, 천안교육청 등 10여 개 공공기관도 사실상 이전을 확정한 상태다.

    아산시 윤병일 신도시정책팀장은 “현재 주변의 대기업 임직원 대부분이 서울, 경기지역에 가정을 두고 ‘기러기’ 생활을 하고 있거나, 상대적으로 학군이 좋다는 이유로 멀리 천안에서 통근하고 있다”며 “자체 분석 결과 이들의 수요가 아산 신도시로 상당부분 흡수될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런 분석에는 아산 신도시 내에 10여 개 초·중·고교가 생기는 것 외에도 충남지역에서 처음으로 신설되는 외국어고인 충남외고가 S-LCD단지 안에 자리잡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 2008년 3월 개교할 충남외고는 18개학급(학년당 영어 3, 중국어 2, 일본어 1학급)으로 구성된다. 삼성전자가 총 예산 372억원 중 244억원을 기부했을 만큼 학교 신설에 깊이 관여했다. 인근 중개업소들은 이를 삼성이 아산에 뿌리내리려는 ‘시그널’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 1월 중순 기자가 둘러본 S-LCD단지 내 중개업소 중 상당수는 이미 ‘삼성기업도시 전문취급’이라는 간판을 걸어놓고 있었다. 주변 토지를 매매하는 중개업자들도 ‘삼성맨’을 자처하는 듯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파주에 있는 LG필립스 LCD공장이 지난해 1조원의 적자를 냈고 필립스도 지분을 올해 중 매각한다고 한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그만큼 S-LCD단지의 비중이 더 높아지지 않겠냐”라고 말하는 등 업계 내부 사정까지 줄줄 꿰고 있었다.

    삼성은 이례적으로 ‘명품 사원 아파트’라 할 만한 아산탕정 트라팰리스를 이곳 산업단지에 건설하며 아산시와 다시 보조를 맞추고 있다. 5만8000여 평 부지에 3781가구로 이뤄진 대단지여서 ‘삼성타운’으로 불리기도 한다. 삼성은 이미 2006년 말 사원들을 대상으로 2225가구 분양을 마쳤다. 평당 분양가 690만원으로 5년 임대 후 분양전환하는 조건. 입주는 2009년 2월부터 시작된다.

    33, 42, 48, 56, 64평형 등 중대형으로 이뤄져 있어 중간관리자에서 임원급까지를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다. 최고층이 32~39층으로, 일부 가구에서는 멀리 아산만 바다가 눈에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특기할 것은 용적률(대지면적에 대한 연면적 비율)이 280%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 서울에서 이 정도 층수를 지으려면 주상복합으로 용적률 600~900%는 돼야 채산성이 있다. 즉 면적이 좁은 대신 층수를 높인다는 얘기인데, 이곳은 일반 아파트단지처럼 동간 거리를 유지한 채 층수만 높인다는 점에서 차별된다. 이곳 중개업자들은 이렇듯 주거 쾌적성을 강화한 ‘웰빙 설계’가 아산 신도시권 전체 브랜드의 부가가치를 높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산 신도시 인구밀도는 1ha당 82명 수준으로 분당(198명/1ha)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대신 녹지공간은 30%선으로 분당, 일산에 비해 5~10% 높다. 주공 양지수 아산신도시사업본부장은 “매우 쾌적하기 때문에 사실 2단계부터는 인구밀도를 1ha당 100명대로 올려 효율성을 높일까 하는 생각도 있다”고 했다.

    아산 신도시에는 장재천이 신도시를 양분하듯 남북으로 가로질러 흐르고, 신도시 왼쪽 경계로는 매곡천이 닿아 있다. 주공과 아산시는 이 두 개 하천을 ‘전략적 생태하천’으로 정비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물길을 다듬고 컬러풀한 경관조명등을 사용해 주야로 아파트 고층에서 조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물론, 주민휴식 및 여흥공간이라는 측면에서도 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는 게 골자.

    환경도시, 교육도시의 꿈

    장재천은 현재 폭이 5~30m이지만 15~30m로 조정해 물길을 좀더 균형감 있게 만든다. 하이라이트는 천안아산역 주변에 조성되는 호수공원. 장재천의 일부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며 지난해 말 착공, 2008년 말 완공할 예정이다. 크기는 1만평(가로 130m, 세로 300m)으로 서울 석촌호수의 절반 정도지만 신도시 한복판에 설치한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고속철도역에서 육교를 통해 호수공원 산책로로 바로 들어갈 수 있다는 점 또한 통근 인구에게 ‘상설 휴식처’를 제공한다는 면에서 효용가치가 높다. 호수공원 안에는 다양한 수생식물이 사는 습지가 조성되고 음악분수, 전망테라스, 생태관찰용 데크 등도 설치돼 운치를 더하게 된다.

    매곡천은 현재 30~70m인 폭이 45~70m로 넓어진다. 아산시 윤병일 팀장은 “매곡천은 미국 샌앤토니오시가 시내 지류에 형성한 ‘리버워크’를 모델로 삼아 정비할 계획”이라며 “천 양안에 수상쇼핑 및 요식공간들을 들여놓으면 신도시권 주민의 대표적 여흥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산 신도시는 교육도시로도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이미 순천향대는 7만여 평 부지에 의과대학과 부속병원을 신도시 내에 신축하기로 했다. 신도시 내 20만평 부지에 자리잡은 선문대는 4만여 평을 더 확충한다. 양해각서를 체결한 홍익대는 18만평 부지에 영상 및 디스플레이 관련 학과를 설치해 S-LCD단지와의 산학연계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한국과학기술대 등도 별도 캠퍼스나 연구단지 신설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건설교통부는 지난해 10월 신도시 내 충남외고 신설을 발표하면서 용인에 있는 경찰대학 이전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강희복 아산시장은 “특목고는 물론, 학업수준이 높은 의과대학이나 특성화 대학이 들어오면 아산 신도시가 서울 강남이나 경기 분당권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교육 신도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타임 플랜’ 따져봐야

    수도권 실수요자가 아산 신도시를 택하는 데 있어 가장 망설여지는 부분은 역시 ‘절대 거리’다. 제아무리 고속철로 30분대라지만 유사시 100km 가까운 거리를 ‘택시’로 통근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분양가 상한제에 따라 주공에서 분양하는 물량은 평당 670만원대까지 분양가가 낮춰졌으나 분양 시점부터 중소 평형은 최대 10년, 중대 평형은 5년에 걸친 전매제한 조건이 있다는 점도 새겨봐야 한다. 지난해 말 분양된 1단계 물량 29, 33평형 1102가구의 경우 당초에는 순조롭게 분양이 마무리되리라는 전망이 많았으나 결국은 2월 중순 현재 미계약 가구 등을 포함해 10%가량인 110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은 상태다. 주공 아산신도시사업본부 김수환 차장은 “실거주 목적이 아닌 투자 목적으로 분양에 참가한 사람들 중 의무주거조건에 부담을 느껴 계약을 취소한 사례가 꽤 있다”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블루칩으로 꼽히는 역세권 주상복합 단지도 실수요 목적인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 주공은 올해 중으로 천안아산역 인근에 1290가구로 이뤄진 주상복합아파트 부지를 민간업체에 분양하기로 했다.

    일반 수요자에게는 내년쯤 분양될 것으로 보이지만 절반 이상이 24, 33평형 등 국민주택 규모(25.7평 미만)로 분양되도록 조정해놓은 상태. ‘펜타포트’ 복합단지와 달리 중소형이 많기 때문에 역세권이긴 해도 평당 900만~1000만원대로 예상되는 분양가를 감안할 때 큰 폭의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2009년 내 입주가 완료되는 1단계(110만평)의 경우 민간건설사 일반아파트 예정공급 물량이 470여 가구에 불과하다는 점도 약점으로 거론된다. 판교 신도시처럼 수도권 특A급 부지가 아닌 다음에는 삼성물산, 현대산업개발 등 1군 브랜드 건설사의 진출 여부가 택지지구 전체 이미지를 좌우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주상복합 분양을 합쳐도 1단계 물량 8000여 가구 중 민간업체 물량은 3000가구 수준에 머물 전망이다. 이 때문에 수요자 관점에서는 당분간 ‘주공 타운’이 될 가능성도 감안해야 한다.

    물론 1단계 부지의 인구밀도가 분당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해 시간이 흐르면 추가개발 여지가 많다는 점, 주공 아파트의 마감재를 역대 최고급인 ‘판교 수준’으로 맞췄다는 주공의 발표 등은 그 반대 관점에서 사안을 바라볼 소재들이기도 하다.

    또한 S-LCD단지에 ‘트라팰리스’를 위시한 삼성사원아파트들이 건립되며 브랜드를 높이고 있긴 하지만 역으로 아산신도시 내 아파트들은 그만큼 물량해소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대부분 구도심권이긴 하지만 현재에도 천안, 아산지역에 5000여 가구의 미분양 물량이 남아 있다는 점도 신경 쓰이는 대목.

    ‘소신 투자’를 결심한 수요자라면 최소한 ‘천안·아산 지역에서 1년 거주’조항을 충족시켜야 주상복합을 포함해 아파트 청약 1순위 자격을 얻을 수 있다는 점도 미리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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