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3월호

화병(火病)은 없다, 혈관과 정신에 병이 있을 뿐…

  • 김영우 홍익병원 순환기내과 과장

    입력2007-03-12 11:21: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화병(火病)은 없다, 혈관과 정신에 병이 있을 뿐…
    각종 검사를 해도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 가슴 통증 환자들이 있다. 이들은 자신의 병을 스스로 ‘화병(火病)’이라고 진단한 후 이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러나 화병은 사실상 의학적으로 정립된 용어가 아니다. 최근 한의학계와 일부 의학계에서 스트레스로 인한 흉통을 통칭해 화병이라고 이름붙였을 따름이다.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은 후 흉통이 발생했다면 중증 심혈관 질환이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뚜렷한 심혈관 질환이 없는 상황에서도 흉통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런 가운데 스트레스로 인한 흉통이 혈관내피세포의 기능장애와 관상동맥의 일시적 경련(연축)에 의해 일어날 수 있음이 최근 학자들에 의해 증명됐다. 혈관내피세포가 제 기능을 못하면 내피세포에는 염증이 생기고 이는 혈관벽에 섬유화된 딱딱한 덩어리(죽상반)를 쌓이게 하며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계속 혈관은 좁아진다. 이런 상태에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운동을 하면 혈액의 공급이 늘어나면서 흉통이 발생하는데 이를 협심증이라 한다.

    협심증 환자들의 혈관을 방사선으로 찍어보면 심하게 좁아진(협착) 경우도 있고 좁아짐 없이 내피세포의 기능에 문제가 생긴 경우도 있다. 후자를 미세혈관 협심증(신드롬X)이라 하는데 40∼50대 여성에서 주로 나타나며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등 성인병을 가진 경우가 많다. 고혈압은 관상동맥이 딱딱해지는 증상과 합쳐지면 협심증 발생을 앞당길 수 있다. 그 외에 흉통을 불러오는 원인으로는 불안장애, 공황상태 등이 있는데, 관상동맥 질환이 뚜렷하게 없어도 불안장애만으로 흉통이 오는 경우도 많다.

    최근의 노화 연구에 따르면 정신적, 신체적 스트레스에 노출될 경우 처음에는 이를 극복하려는 양상을 보이다가 시간이 오래 경과되면 이러한 힘이 고갈되어 아주 작은 자극에도 통증을 크게 느끼고 이에 따른 불안감이 상상을 통해서 더욱 증폭된다고 한다. 고부간의 갈등이 그 좋은 사례인데 처음에는 시어머니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이겨내려고 참고 노력하다가 시간이 갈수록 사소한 자극에도 상처와 좌절감을 느끼게 된다. 실제로 여성들에게 우울증은 심혈관 질환의 중요한 위험인자 중 하나이다.

    화병(火病)은 없다, 혈관과 정신에 병이 있을 뿐…
    결론적으로 ‘화병’이라는 용어는 의학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화병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에는 소수의 중증 관상동맥질환(협심증)부터 스트레스성 정신과적 질환을 앓는 경우가 다양하게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흉통이 있다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 반드시 의사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 또한 화병을 다스리려면 화를 억눌러 참을 것이 아니라 마음에 생기는 화를 적절하게 표현, 발산하고 본래 마음의 흐름 즉 평상심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