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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통합 50년의 현주소

연방국가 꿈꾸는 EU, 갈 길은 멀고 비는 내리고…

  • 안병억 anpye@hanmail.net 파이낸셜뉴스 국제부 차장

유럽통합 50년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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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 3월로 유럽연합(EU)이 창설 50주년을 맞는다. 세계 총생산의 21%를 차지하는 경제블록으로 성장한 거대공룡 EU의 어제, 오늘, 내일을 조명해본다. 과연 EU는 미래 동북아 공동체의 ‘살아 있는 실험실’이 될 수 있을까.
유럽통합 50년의 현주소
오는 3월25일은 유럽통합의 출발점이 된 ‘로마조약’이 체결된 지 50주년이 되는 날이다. 유럽이사회(회원국 정부와 국가수반의 모임)와 각료이사회(회원국 장관들의 모임), 순회의장국 독일은 이날 베를린에서 대규모 축하행사를 마련한다. 각 회원국에서도 다양한 행사가 이미 치러졌거나 연중 열릴 계획이다.

1957년의 로마조약을 출발점으로 삼아 회원국들은 경제통합을 매개로 정치, 외교, 안보 등 각 분야에서 밀접한 협력관계를 맺어왔다. 새해 1월1일 발칸반도의 루마니아와 불가리아가 신규 회원국이 됨으로써 EU는 현재 27개국 4억8800만명을 거느리고 세계 총생산의 21%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의 경제블록으로 성장했다.

통합의 출발점 ‘관세동맹’

로마를 방문해본 사람이라면 카피톨 언덕을 기억할 것이다. 관광객들은 로마시대 중심가였던 포럼과 그 맞은편에 몰려 있는 신전을 지난 뒤 계단을 올라 이 언덕을 구경한다. 현재 카피톨 언덕의 한편에는 로마시청이, 다른 한편에는 박물관이 위치해 있다. 그곳에선 로마의 현제(賢帝)로 알려진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기마상이 관광객을 맞는다. 로마조약은 꼭 50년 전인 1957년 이곳 로마시청에서 체결됐다.

당시 6개국(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베네룩스 3국)은 회원국 간 경제통합을 목표로 하는 유럽경제공동체(EEC)와 원자력 협력을 위한 유럽원자력공동체(EAEC)를 설립하는 조약에 서명했다. 서유럽은 제1, 2차 세계대전이라는 ‘내전’을 치른 후 세계의 중심무대에서 멀찌감치 변방으로 밀려나 있었다. 이들은 이 조약을 통해 ‘전쟁의 참화를 디디고 일어서 경제를 통해 재도약할 것’을 다짐했다.

우선 경제공동체는 회원국 간 관세동맹 결성을 목표로 했다. 이를 위해 6개국은 1970년까지 12년(로마조약이 비준된 1958년을 기준으로) 동안 3단계에 걸쳐 관세와 비관세 장벽을 철폐하기로 합의했다. 상품과 서비스, 노동과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자는 게 주 내용. 주목할 점은 관세동맹이 자유무역협상을 포함했다는 사실이다. 이들의 관세동맹은 비회원국으로부터 수입되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회원국이 합의한 단일의 관세를 매김으로써(공동대외관세) 자유무역협상보다 한 단계 발전한 통합 형태를 유지했다.

또 경제공동체를 결성한 데는 무역자유화를 통해 경제성장을 이룩하자는 경제적 목적 이외에 국제무대에서 서유럽의 위상을 회복하자는 정치적 목적도 다분히 깔려 있었다. 회원국 간에 경제교류를 강화하고 시민의 왕래가 잦아지면 전쟁을 상상할 수도 없는 공동체(community)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었다. 이런 의도는 1952년 출범한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European Coal and Steel Community)에서 벌써 분명하게 드러난다.

석탄과 철은 전쟁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전략물자이다. 독일의 루르 공업지대는 이런 자원을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었다. 2차대전 종결 이후 프랑스는 독일의 호전적인 민족주의를 제어할 방법을 ECSC에서 찾았다. 1차대전 후 독일에 대한 강력한 보복에 나섰다 실패하고 또 한 번의 침략을 받은 프랑스는 독일에 대해 한 국가로서의 동등한 자격을 주면서 전쟁의 수단이 되는 석탄과 철강을 공동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다. 석탄철강공동체 6개국(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베네룩스 3국)은 석탄과 철강, 고철 등을 공동으로 생산하고 관리하며 이 부문에서 각종 관세와 비관세를 철폐하는 정책을 취했다. 그러나 전략산업인 석탄과 철강 부문의 자유무역은 다른 경제부문과 상당한 연관이 있었다. 석탄과 철강의 생산량 조절에 따라 실업이 발생하기도 했고 회원국의 경제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들은 석탄과 철강분야에서 경험한 자유무역 관행을 경제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고 공감하게 됐는데 그 결과물이 유럽경제공동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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