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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인플루엔자 대학살’說

속속 드러나는 ‘대재앙’ 조짐 “숨을 곳이 없다”

  • 최영철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ftdog@donga.com

2008년 ‘인플루엔자 대학살’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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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인플루엔자 대학살’說

2005년 미국 학자들에 의해 밝혀진 스페인독감 바이러스.

그러나 이 바이러스에 대변이가 일어나면 인체가 보유하고 있던 방어면역 체계와는 완전히 다른 바이러스가 되는데, 만일 이런 신종 바이러스가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파되는 능력을 갖게 되면 전체 인구의 20~50% 이상이 감염되고 사망률은 예측 불가능하게 수직상승한다. 바로 이런 바이러스 대변이가 전세계적으로 퍼져 나가는 양상을 팬데믹이라고 부른다. 이런 대변이는 바이러스 A형에서만 일어나며, 대략 10~40년 간격으로 세계적인 대유행을 일으키는 특성이 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A의 대변이는 바이러스가 자연숙주인 조류로부터 직접 인체로 침입해 적응한 후 변이를 일으키거나 돼지와 같은 제3의 숙주를 통해 유전자 재배열과정을 거쳐 일어난다.

국내외 감염 전문가들이 2008~2010년을 팬데믹 도래 시기로 내다보는 첫째 근거도 팬데믹의 10~40년 주기설이다. 역사적으로 인플루엔자 대유행은 158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1900년까지 28회의 대유행 기록이 남아 있다. 1900년 이후 현재까지는 1918년 스페인독감(2000만~8000만명 사망), 1957년 아시아독감(100만~200만명 사망), 그리고 1968년 홍콩독감(100만명 사망) 등 최소한 3번의 팬데믹이 있었다. 따라서 1918년으로부터 40년 후인 1957년과 1968년까지의 중간기 10년을 거쳐 2008년이 정확하게 40년이 되는 해다.

두 번째 근거로 1997년 홍콩에서 발생한 AI가 사람에게 전염된 후 2003년 말 이런 현상이 동남아시아와 중동, 유럽, 아프리카로 유행지역이 확대되고 환자와 사망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데다 지난해에는 베트남과 태국, 인도네시아에서 가족 간에 인체 대 인체 감염된 사례를 들 수 있다. 이는 비록 AI가 폭발인적 전파력을 얻지는 못했지만 유전자형이 인간 전염병으로 이전했음을 증명한다. 고려대 의대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이를 ‘프리 팬데믹’이라 하는데, 가족 간의 전염은 곧 대변이(팬데믹)가 멀지 않았음을 경고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 번째 근거는 현재 프리 팬데믹 상태까지 변이한 AI 바이러스(H5N1)가 1918년 전세계에서 5000만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가며 대재앙을 일으킨 스페인독감 때의 바이러스(H1N1)와 형태는 다르지만 그 특성이 똑같다는 점이다. 우선 돼지와 같은 중간 감염체(숙주) 없이 조류를 죽이는 점과 인간에게도 감염을 일으킨다는 점, 그리고 가족간 감염이 있었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지금껏 중간 숙주 없이 조류가 인간에게 직접 감염시킨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스페인독감 바이러스와 AI 바이러스가 유일하다. 스페인독감의 경우 발생 전에 조류가 집단 폐사하고 가금류를 접촉한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일을 겪었다.

미국의 발 빠른 대응



마지막으로 가장 우려스러운 증거는 미국의 발 빠른 대응이다. 미국은 군사정보력뿐만 아니라 전염병에 있어서도 ‘생물 제국주의’라는 말을 들을 만큼 정확하고 빠른 정보력과 분석력을 보유하고 있다. 거의 90년간 땅에 묻혀 있던 스페인독감 바이러스를 찾아내 그 정체를 밝힌 나라도 미국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산하 미군병리학연구소의 연구원인 제프리 토벤버거 박사는 1998년 지난 60년간 스페인독감을 연구한 요한 V 훌틴 박사로부터 스페인독감 바이러스를 구하게 된다. 훌틴 박사는 알래스카 동토(凍土)에 묻혀 있던 에스키모 여인의 허파꽈리에서 조직을 떼어내 그에게 전달했고, 토벤버거 박사는 얼어 있던 바이러스에서 스페인독감 바이러스의 8개 유전자 배열을 재구성하는 데 성공한다. 미국 국무부는 이 소식을 듣고 ‘바이러스 연구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뉴욕 마운트시나이 대학 의대 피터 팔레스 박사팀과 CDC의 연구진을 총동원해 이 바이러스의 정체를 밝히는 데 매달렸다.

2005년 10월에야 밝혀진 실험 결과는 충격, 그 이상이었다. 스페인독감 바이러스가 닭도 죽이고 인간도 죽이는 인수(人獸)공통 전염 바이러스이며, AI 바이러스와 모든 특성이 거의 유사하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 87년 동안 동토에 묻혀 있다 살아난 스페인독감 바이러스는 4일 만에 3만9000배로 늘어나 실험쥐들을 몰살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가장 먼저 움직인 곳은 백악관이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전국민의 30%가 먹을 수 있는 양의 항바이러스 제제 ‘타미플루’ 구입과 AI 바이러스의 사전 백신(프리 팬데믹 백신) 개발, 고도의 격리시설 설치 등을 위해 5억달러를 2006년 예산에 포함시켜달라고 의회에 신청했다. 당시 부시 대통령은 “테러와의 전쟁보다 팬데믹을 대비하는 게 대통령의 의무로서 더 중요하고, 우리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가장 현실적인 테러는 팬데믹”이라고 말했다. 미 행정부는 의회와의 승강이 끝에 1억1000만달러를 삭감당한 3억9000만달러를 확보했지만 전국민의 25%(7500만명분)가 타미플루를 먹을 수 있게 됐고, 다국적 제약사에 투자한 결과, 프리 팬데믹 백신 개발도 완성을 코앞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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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철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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