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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인플루엔자 대학살’說

속속 드러나는 ‘대재앙’ 조짐 “숨을 곳이 없다”

  • 최영철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ftdog@donga.com

2008년 ‘인플루엔자 대학살’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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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인플루엔자 대학살’說

1918년 스페인독감 대유행 당시의 광경. 지나 콜라타의 ‘독감’ 중에서. (사이언스북스 제공)

미국은 이미 지난 1월 유럽연합(EU)에 프리 팬데믹 백신 개발 허가를 신청한 다국적 제약사 GSK에 개발비 명목으로 6330만달러를 지원했고, 타미플루 외에 또 다른 팬데믹 치료제로 인정된 ‘리렌자’ 구입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미국 보건부는 자체 프리 팬데믹 백신 개발을 위해 H5N1형 바이러스 희석액 4000만달러어치를 GSK에 주문한 상태다.

미국은 비상시 군 동원 계획까지 세웠다. 부시 대통령은 특정지역에 팬데믹이 발생하면 지방정부가 이를 통제할 수 없다며 자신에게 군 소집권을 부여해줄 것을 의회에 요청했다. 군대를 동원한 강제 검역과 발병지역에 대한 전면 봉쇄를 예상케 하는 초강경책이다.

“최소 5000만 사망할 수도”

미국의 이런 행보는 팬데믹의 도래를 확신하고 또 그것이 오래지 않아 닥칠 재앙이라 결론짓지 않고는 이해하기 어렵다. 미국의 이런 대응은 각국의 지표가 되고 있다. 영국(30%), 프랑스(23%), 뉴질랜드(21%), 일본(20.6%), 호주(28%), 캐나다(16.7%), 홍콩(26%), 싱가포르(25%) 등 여러 나라가 자국 인구의 20% 이상이 먹을 수 있도록 항바이러스 제제 대량 비축에 나섰다. 이들 중 홍콩을 제외하곤 모두 AI로 인한 감염자가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 중국은 난징의 심세레 제약그룹이 인플루엔자 치료제 제조 및 판매권한에 대한 계약을 GSK와 체결했고, 인도네시아·태국·베트남 등은 판매권 계약을 맺었다. 계약국에 한국은 들어 있지 않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3년부터 팬데믹에 대해 경고하기 시작해 2005년 10월에는 팬데믹의 도래를 기정사실화하기에 이른다. WHO의 조류독감 방역담당관인 나바로 박사는 2003년 9월28일 “AI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을 경우 조류독감이 전세계적인 역병으로 번져 적게는 500만명, 많게는 1억5000만명이 사망할지도 모른다”고 말해 충격을 안겼다. 문제가 커지자 WHO는 공식적으로 인명피해 예상치를 ‘200만명에서 740만명 수준’으로 수정했지만, 예상 사망자 수치는 2005년과 2006년을 거치면서 5000만명 규모로 늘어났다. WHO대변인은 “WHO가 공식적인 인명 피해 예상치를 제시한 것은 각국이 백신과 치료제를 비축하고 비상방역 대책을 마련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WHO 사무총장이던 고(故) 이종욱 박사도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팬데믹은 반드시 온다. 시기가 문제일 따름이다”고 잘라 말한 바 있다.



2006년 들어 WHO의 태도는 더욱 강경해졌다. WHO에서 ‘세계 인플루엔자 프로그램’을 이끄는 후쿠다 게이지 박사는 “1918년 스페인독감 때보다 작은 규모의 인명피해가 발생한다 해도 이로 인해 전세계가 받는 충격은 막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고는 각국에 자국의 대비계획을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팬데믹은 어느 한 나라만 제대로 준비한다고 막을 수 있는 전염병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WHO에 팬데믹 대비계획을 제출했다.

지난해 12월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은 “독감 바이러스가 세계적으로 유행할 경우 최소 5001만명에서 최대 8100만명이 사망할 것이라는 예측결과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의학전문학술지 ‘랜싯(Lancet)’에 게재될 예정인 이 연구논문에 따르면 “이전 연구에서 5000만명이 사망할 것으로 내다본 것이 과장돼 있다는 판단에 따라 연구를 진행했지만 결과는 우리가 틀렸음을 보여줬다”는 것. 하버드대 크리스 머레이 교수팀은 스페인독감이 유행한 1914~23년 미국 24개 주와 인도 9개 주 등 전세계 27개 국가에서 독감 바이러스 사망률을 계산해 2004년 인구 규모에 대입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팬데믹 홍보는 양계업자 죽이기?

국내 전문가들의 시각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해 7월 국내 감역역학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팬데믹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답한 사람이 50%였고, 그중 65%의 전문가가 팬데믹이 5년 안에 일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항바이러스제 비축 필요성에 대해서는 95%가 공감했으며, 80%의 전문가가 적어도 인구의 10% 이상이 복용할 분량의 항바이러스 제제를 비축해야 한다고 봤다. 이 가운데 30%의 전문가가 인구 20% 이상이 복용할 양을 비축해야 한다고 답했다. 현재 한국의 항바이러스제제 비축량은 인구 대비 2%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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