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38선 획정에서 남북정상회담까지 21

김일성-김정일 유일체제 구축에 희생된 북한 경제

  • 고유환 동국대 교수·북한학 yhkoh@dongguk.edu

김일성-김정일 유일체제 구축에 희생된 북한 경제

3/5
북한은 소련과 중국에서 불거진 ‘수령의 후계자 문제’와 관련한 진통을 교훈 삼아 1970년대 초부터 김일성 후계 문제를 서둘렀는데, 김정일 이후의 후계 문제를 추론하기 위해서도 김일성에서 김정일로 권력승계가 이뤄진 과정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정일 후계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제시된 후계자론은 다음과 같다.

혁명계승론과 혈통계승론

첫째, 혁명계승론이다. 수령의 혁명위업은 혁명의 간고성(艱苦性)이나 복잡성 때문에 장기간 투쟁해야 하는 사업이므로 수령의 대(代)에 완수될 수 없다는 전제하에 수령의 후계자가 수령의 혁명위업을 계승해 대를 이어 계속 수행해야 한다는 논리다.

둘째, 혈통계승론이다. 수령의 후계자는 수령의 핏줄을 이어받은 자가 돼야 한다는 동양의 가부장적 정서를 은연중에 내세움으로써 권력세습을 정당화하는 논리다.

셋째, 세대교체론이다. 후계자는 수령의 혁명위업을 계승해 완성해야 하기 때문에 수령과 함께 혁명활동을 해온 같은 세대에서 나올 수 없다. 따라서 수령의 위업을 대를 이어 계승할 후계자는 수령의 다음 세대, 즉 새 세대에 속하는 인물이 바람직하다는 논리다.



넷째, 준비단계론이다. 후계자는 수령의 혁명위업을 계승해 완성해야 하기 때문에 수령 생존시 결정돼 수령이 일정 기간 육성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 이유는 ①준비기간을 통해 후계자가 수령을 직접 보좌함으로써 수령의 혁명위업을 체득해 이를 성공적으로 실현할 수 있으며 ②수령의 갑작스러운 유고시 수령의 영도가 일시적으로나마 중단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으며 ③후계체제가 굳어지지 않음에 따라 권력쟁탈을 노리는 야심가가 준동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 등이다.

다섯째, 김일성 화신론이다. 수령의 후계자는 수령의 모든 것을 체현하고 있어야 할 뿐 아니라 김일성에게 충실한 자라야 한다는 논리다. 북한은 후계자가 지녀야 할 제일의 덕목으로 지도자로서의 일반적인 자질보다 수령, 즉 김일성의 혁명사상과 이론을 체득하는 것과 김일성에 대한 충실성을 제시한 바 있다.

이러한 후계자론에 따라 1970년대 북한은 김정일 후계체제를 본격적으로 구축했다. 김정일은 대학을 졸업한 직후인 1964년 6월19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 지도원이 되면서부터 당활동을 시작해 1973년 9월17일 당중앙위원회 비서, 1974년 2월13일 당중앙위원회 제5기 제8차 전원회의에서 정치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되면서 당내에서 김일성의 유일한 후계자로 추대됐다.

이어 1980년 10월14일 제6차 당대회에서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당중앙군사위원회 위원, 당중앙위원회 비서로 선출됨으로써 후계자의 위치를 공식화했다. 그리고 1991년 12월24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6기 제19차 전원회의에서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추대, 1992년 4월20일 원수 칭호 부여, 1993년 4월9일 국방위원회 위원장 추대 등을 통해 김일성 생전에 이미 군사부문에서 제도적인 권력승계를 완료했다.

김정일의 후계 준비 작업은 비밀리에 진행됐다. 그가 처음 당에서 일할 때는 문화예술 부문에서 유일사상체계를 잘 이해하고 능력이 있으며 후계자로서 자질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으나, 후계자 준비작업으로 떠맡은 공식 당 사업, 즉 3대혁명소조운동에는 실패했다. 그의 이런 실책을 바로잡은 사람은 김일성이었고, 김일성이 일단 결심하고 후계자 확립을 추진한 다음에는 아무도 김정일을 그 위치에서 물러나게 할 수 없었다.

김일성·김정일에 이어 권력서열 제3위에 있던 김동규는 김정일의 당 사업에 불만을 품고 그를 비판하려 했다. 그러나 김동규는 제거됐고, 김정일은 후계자 지위를 더욱 확고히 했다(서대숙, ‘현대 북한의 지도자: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일 후계체제 구축과정이 평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후계자로 결정되고 당·정·군을 장악한 후에도 김정일 체제를 공고히 다지기 위한 진통을 치러야 했다. 1976년 6월 초에 열린 정치위원회 회의에서 국가 부주석 김동규는 김정일의 간부정책과 계급정책·후계체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김동규는 “혁명열사 가족만 지나치게 내세우지 말라. 노동계급 가족의 불만이 크다”며 빨치산 2세들에 대한 특별대우를 비판하고 ‘노동계급 우선’을 주장했다. 그것은 항일열사 가족들을 우대하면서 이들과 한 덩어리가 돼 당 규율과 질서를 무시한 데 대한 반발이었다.

3/5
고유환 동국대 교수·북한학 yhkoh@dongguk.edu
목록 닫기

김일성-김정일 유일체제 구축에 희생된 북한 경제

댓글 창 닫기

2019/07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