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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지식의 불확실성’

역사적 선택에 대한 과학적 분석이 가능한가

  • 강문구 경남대 교수·정치외교학 kang77@kyungnam.ac.kr

‘지식의 불확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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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기술적 인문학과 법칙 정립적 자연과학 ‘사이에 낀’ 그리고 ‘두 문화’ 사이에서 심각하게 분열된 지식 영역으로서의 사회과학, 그 분과학문들의 경향은 6등급의 분리에서 노정된다. 즉 과거의 역사학과 현재의 경제학 정치학 사회학(사회과학)의 분리, 서구 문명사회에 관한 이 4학문과 나머지 세계(‘미개한’ 민족을 연구하는 인류학과 비(非)서구 ‘고도문명들’을 연구하는 동양학)의 분리, 시장의 경제학, 국가의 정치학, 시민사회의 사회학 분리 등이 그것이다.

월러스틴의 세계체제 분석과 새로운 사회과학 패러다임 추구의 연계성은 세계체제라는 현실에서 발생하는 사건들과 사회과학 간의 관계 때문일 것이다. 사회과학은 사회현실을 반영하는 동시에 그 해석을 재구성하고, 권력자들의 도구이자 억압당하는 이들의 도구가 된다.

그래서 월러스틴에게 세계체제 분석은 이론의 영역을 포함해 사회과학이 행해지는 방식에 대한 문제제기로 받아들여진다. 현실이 불확실하면 선택은 불가피하며, 그 선택에는 가치에 대한 동의 혹은 선호가 전제되게 마련이다. 선(善)이나 미(美)와 무관한 진리탐구는 존재할 수 없으며, 욕망에서 앎을 분리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수용할 때 우리는 더 잘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언명은 반복된다.

새 패러다임의 실마리

월러스틴은 자연과학에서 연유한 ‘복잡성 연구’와 인문학에서 기원한 ‘문화연구’에서 새 패러다임의 실마리를 찾는다. 복잡성 연구는 ‘시간의 화살’과 ‘확실성의 종말’을 주장하는 방향에서, 문화연구는 심미적 판단이란 보편적이지 않고 특수한 것이며, 사회에 뿌리를 두고 권력투쟁을 계속하면서 끊임없이 진화하므로 역사화와 상대화를 추구한다는 방향에서 실마리를 찾으려고 한다.



그리고 지속(특히 장기지속)을 무시한 역사학의 지배적인 관점과 싸워야 했던 브로델, 시간을 무시한 물리학의 지배적인 관점과 싸우면서 ‘시간의 화살’을 강조한 프리고진은 그가 수시로 의존하는 버팀목이다.

복잡한 현실에 대한 타당한 해석을 지향하면서 지적·도덕적·정치적 문제를 동시에, 분리할 수 없는 방식으로 제기하는 사회과학은 그 불확실한 가장자리를 영원히 방황할지라도 진· 선·미 그 어느 것도 포기할 수 없다는 고백은 진지하지만 여전히 불확실한 메아리로 계속 울린다.

월러스틴의 이 대단해 보이는 지적 프로젝트가 앞으로 얼마나 더 견실하고 더 총체적이고 더 종합적인 패러다임 구축에 기여하고 소중한 결실로 이어질지 자못 궁금하다.

스스로 밝히듯이, 예전에 비판받은 ‘반증 불가능한’ 성격의 세계체제 분석이 여러 비판을 극복하고, 그가 지향하는 ‘역사적 총체적 사회과학’의 굳건한 토대가 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그런데도 일부 최근 저작들은 예전 연구의 재정리에만 머무는 것 같아 아쉽다. 그래서 반복되는 그의 선언적 언명들 역시 진보의 구체적 성과나 단계라기보다 이 불확실한 현실 속에서 불확실한 지식체계를 향한 안타까운 질타로만 제자리걸음하는 것 아닌지 하는 기우도 든다.

하지만 이 불확실한 시대에 그런 자극마저 없다면 우린 분명 더 난감할 것이다.

신동아 2007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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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구 경남대 교수·정치외교학 kang77@kyungna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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