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6월호

탈무드 외

  • 담당·구미화 기자

    입력2007-06-04 11: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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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무드 외
    탈무드 마빈 토카이어 지음, 현용수 편역

    교육열이 높기로 세계 으뜸인 유대인은 자녀에게 “연구의 중단은 성장의 멈춤이며, 죽음이다”라고 가르친다. 유대인들은 9세부터 평생을 매일같이 ‘탈무드’를 연구한다. ‘위대한 연구’란 뜻의 ‘탈무드(Talmud)’는 유대민족을 5000년간 지탱해온 생활 규범이다. 그간 ‘탈무드’라는 제목의 책이 국내에 수없이 많이 소개됐다. 그 책 대부분이 랍비 토카이어나 랍비 솔로몬(‘옷을 팔아 책을 사라’의 저자)이 쓴 것이다. 그러나 랍비 토카이어가 한국과 정식 판권 계약을 한 건 이번이 처음. 저자는 이방인을 위해 총 20권의 방대한 분량인 ‘탈무드’를 간결하게 요약해 담았다. 미국에서 유대주의 연구를 오랫동안 해온 편역자의 보충 설명도 유익하다. 동아일보사/448쪽/1만원

    아니온 듯 다녀가소서 안재인 글·사진

    한 작가가 너와지붕으로 유명한 오대산 염불암을 이태 동안 2주에 한 번씩 오르내리며 얻은 깨달음과 감상을 사진과 글로 담은 책. 80여 장의 흑백사진과 글엔, 40여 차례 산을 오르내리며 경험한 자연, 그 속에서 발견한 세세한 변화, 그리고 늘 똑같던 일상의 풍경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 소중한 깨달음이 펼쳐져 있다. 염불암은 강원도 오대산 상원사에서 산길을 따라 40여 분쯤 올라가야 닿는 작은 암자다. 차가 다닐 수 없어 걸어가야 하고, 아직까지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며 스님 한 분이 수행 정진하는 곳이다. 저자가 집에서 200km 떨어진 염불암을 2주에 한 번씩 오른 건, 무엇을 하고 사는지 모를 정도로 시간에 이끌려 살면서 잠시 멈추고 사색할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고 한다. 호미/236쪽/1만원

    들어라! 미국이여 카스트로 지음, 강문구 옮김, 이창우 일러스트



    48년간 쿠바를 이끌어온 피델 카스트로의 연설 모음집. 2000년 유엔에서 개최된 밀레니엄 정상회담, 2001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인종차별주의 관련 회의에서 발표한 연설 등 2000년 1월부터 2001년 11월까지 베네수엘라 파나마 쿠바 미국 등지에서 행한 카스트로의 연설과 대담이 실려 있다. 카스트로는 유네스코 전 총재인 페데리코 마요르와의 대담에서 “당신은 죽은 후에도 계속 신화로 남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나는 신화가 아니다 . 미국 정부가 나를 신화로 만들었을 뿐이다. 미국의 무수한 암살 시도가 실패하는 바람에 나는 신화가 됐다”고 답한다. 엘리트 변호사 출신으로,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몇 안 되는 국가 지도자 중 한 명인 그는 특유의 명료한 문장으로 지구촌을 향해 이야기한다. 산지니/317쪽/1만3000원

    비와 바람의 都市日誌 출판도시문화재단 편

    출판도시 2007 겨울-모더니즘의 섬에 바람이 분다 글·이기웅 배문성, 사진·장수희

    의리를 지킨 소 이야기 이기웅 엮음

    파주출판도시는 경기도 파주를 서울 근거리로 옮겨놓았다. 물론 파주는 원래 그 자리에 그대로 있지만, 출판도시가 제법 모양을 갖춘 뒤로 서울과 파주를 오가는 사람 규모나 횟수, 모든 면에서 파주는 확실히 서울과 가까워졌다. 갑작스럽게 그리 된 것 같지만 허허벌판에 하나의 도시가 자리잡기까지 꼬박 20년이 걸렸다. 도시 건설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파주출판도시 20년 역사를 담은 책이 한꺼번에 3권이나 출간됐다. 먼저 몇몇 출판인이 출판도시를 구상한 1998년부터 올해까지 출판도시 건설과정에 있었던 모임, 세미나, 회의 기록과 관련 문서를 연대순으로 정리한 일지가 단행본으로 나왔다. ‘비와 바람의 도시일지’다. 출판도시의 겨울 풍경을 찍은 사진작가 장수희씨의 사진과 시인 배문성씨의 글을 엮은 ‘출판도시 2007 겨울-모더니즘의 섬에 바람이 분다’도 출간됐다. 하나 더, ‘북시티에서 엮는 이야기’ 시리즈 첫 권이 선을 보였다. ‘의리를 지킨 소 이야기’라는 제목의 이 책은 조선 시대에 주인을 지킨 의리 있는 소를 그린 ‘의우도(義牛圖)’를 우리말과 영어로 옮긴 것이다. 국역(國譯)은 명지대 안대회 교수가, 영역(英譯)은 미국 톨리도 대학 김건일 교수가 맡았다. 출판도시문화재단(이사장·이기웅)은 앞으로 출판도시의 정체성과 도시 이념을 ‘북시티에서 엮는 이야기’ 시리즈를 통해 지속적으로 풀어낸다는 계획이다. 열화당/324쪽/7000원, 201쪽/1만8000원, 48쪽/2만8000원

    남한산성 김훈 지음

    작가 김훈이 3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1636년 12월14일부터 이듬해 1월30일까지 47일 동안, 진격해오는 청의 대군에 쫓겨 남한산성으로 숨어든 무기력한 왕 인조와 그 앞에서 치명적인 ‘말싸움’을 벌이는 주전파와 주화파, 그리고 그 아수라로 인해 고통 받는 백성의 삶이 아프게 엮여 있다.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머리를 땅에 찧는 삼배구고두(三拜九叩頭)의 치욕을 정교하게 복원해낸 작가는 주화, 주전 그 어느 쪽을 비난하지도, 편들지도 않는다. “죽어서 살 것인가, 살아서 죽을 것인가? 죽어서 아름다울 것인가, 살아서 더러울 것인가?” 하는 질문은 370년이 지난 지금도 정답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가는 다만 ‘치욕을 기억하라’고 말한다. 학고재/384쪽/1만1000원

    탈무드 외
    한국과 이혼하라 테드 게일런 카펜터·더그 밴도 지음, 유종근 옮김

    자주국방론 김재엽 지음

    한국의 ‘자주국방’과 관련한 책 두 권이 나란히 출간됐다. 한 권은 미국인이, 다른 한 권은 한국인이 썼다는 점에서 두 시각을 비교해 읽어볼 만하다.

    먼저 ‘한국과 이혼하라’는 도발적인 제목을 단 이 책의 원제는 ‘The Korean Conundrum(한국의 수수께끼)’. 공동저자인 미국 카토(CATO)연구소 테드 카펜터 부소장과 더그 밴도 선임연구원은 한미동맹에 대한 한국인의 이중적 의식에 주목한다. 그러나 저자들은 이런 상황이 오히려 미국의 과잉보호심리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한다. 한미동맹의 성공으로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낮다고 분석하며, 주한미군 철수로 한국의 안보 부담이 늘겠지만 ‘자주국방’의 꿈을 이룰 수 있고 미국은 북핵 위협에 대응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한미 간 달라진 안보 이익 때문에 한미동맹은 이제 우호적인 결별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대한민국 해병대’를 펴냈던 김재엽씨는 “6·25전쟁 이후 최대의 안보위기라고 우려되는 현재의 상황이 오히려 숙원이던 자주국방의 성패를 결정짓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국가안보와 자주국방의 정의에서부터 국익의 우선순위 규정, 북한과 주변 강대국 등 한국 안보에 대한 위협, 한미동맹의 한계, 자주국방을 위한 군사전략과 군사적 능력을 살펴보고, 나름의 정책 제언도 내놓았다. 창해/374쪽/1만5000원, 선학사/527쪽/2만원

    마케팅 2.0 iWOM 구자룡 지음

    광고를 통해 문화와 트렌드를 습득하는 시대, 가장 효과적인 광고채널은 무엇일까? TV? 인터넷? 놀랍게도 공식 데이터들은 ‘1등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친구나 동료 그리고 가족의 추천’임을 확인시켜준다. 오늘날의 소비자는 더 이상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의 대상이 아니다. 그들은 제품 개발부터 사용 후 체험과 브랜드의 확산까지 모든 과정에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따라서 마케팅에도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며, 제품에 열광한 소비자가 기꺼이 ‘기업의 카나리아’가 되도록 만드는 새로운 마케팅 패러다임이 ‘마케팅 2.0’이다. ‘마케팅 2.0’을 위해 기존의 입소문을 한 차원 더 발전시킨 iWOM, 즉 통합입소문마케팅(Integrated Word of Mouth) 전략을 풍부한 사례와 함께 소개하고 있다. 동아일보사/320쪽/1만4000원

    창조경영 신순철·김동준 지음

    창조경영에 성공한 국내외 기업과 CEO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경영 사례를 분석한 책. 최근 우리 사회에서 창조경영이 화두가 된 배경을 살펴보고,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 이건희 삼성 회장, 애플사의 스티브 잡스 회장 등 불가능을 현실로 만들고, 세계 시장의 판도를 바꾼 창조경영 실천가들의 일화를 소개한다. 최근 국내에도 자주 소개되는 ‘중동 사막의 기적’ 두바이의 셰이크 모하메드 왕의 도전적인 발상과 획기적인 정책도 관심을 끈다. 기업 및 각종 CEO 모임에서 ‘전략적 사고능력 개발’ ‘혁신’ 등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는 저자들은 지금 리더에게 창의성과 혁신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고, 창조경영을 조직 안에 시스템으로 정착시킬 수 있도록 안내한다. 이코북/268쪽/1만3000원

    17대 대선, 새로운 세력과 노선의 대충돌 한국사회여론연구소 기획, 김헌태 외 지음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서 2003~2006년 여론조사 자료를 토대로 2007년 대선의 향방을 전망했다. 여론조사에 따른 판세 정리부터 정책적 쟁점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후보별 장단점 분석에 이르기까지 17대 대통령 선거를 둘러싼 다양한 요인을 분석했다. 저자들은 현재 이명박 대세론이 큰 흐름을 형성하고 있으나 ‘3김(金)시대’ 이후 한국 유권자의 유동성은 매우 크다고 진단한다. 이 때문에 지난 두 차례 대선 때와 달리 서부연합 결성이 불확실하며 호남권을 중심으로 서부연합이 복원된다 해도 충청권을 끌어들일 수 있을지엔 의문을 제기한다. 북한 이슈는 대선의 흐름을 뒤바꿀 수 있지만 후보별 손익계산서를 작성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u-북/246쪽/1만3500원

    거침없이 영어로 쓴다!(전 4권) 김지완·김영욱 지음

    중·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영어권 국가에서 나온 두 저자가 내놓은 ‘영어 쓰기’ 시리즈 4권. 일기, 편지·토막소설, 영문 이력서, TOEFL 에세이 쓰기에 도전할 것을 권하고 있다. 한국에서 학생들을 직접 가르쳐보고 영어 시험점수와 실제 글쓰기 실력 간의 간극을 확인한 두 저자는 ‘알고 있는 단어와 문법 지식을 최대한 밖으로 끄집어내는 자극과 환경을 제공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도록 소재와 단어를 제시하고 그것을 요리해보도록 유도한다. ‘언어술사는 문법과 어휘에 박식한 사람이 아니라 누구나 아는 단어를 창의적으로 잘 요리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게 저자들의 생각이다. 김영사/각 200쪽 내외/각 8000원

    탈무드 외
    글로벌 시대의 부동산 투자전략 도널드 트럼프 지음, 안진환·김유리나 옮김

    세계적인 부동산재벌 도널드 트럼프는 자신이 부동산으로 큰돈을 번 과정에서 모든 것을 혼자 힘으로 해냈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는 늘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부동산 고수들에게 자문해 정보와 지혜를 얻었다고 고백한다. 이 책은 트럼프가 신뢰하는 ‘부동산 친구’ 90명이 그에게 들려준 ‘인생과 부동산 투자 원칙, 그리고 전략’이다. “부동산을 매입할 때 가장 중요한 규칙 세 가지, 첫째도 위치, 둘째도 위치, 셋째도 위치다.” “부동산시장의 강세가 꺾이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최고의 신호는 TV에 출연한 부동산 컨설턴트가 ‘바로 지금’이 부동산 투자의 적기라고 말할 때다” “처음 제시된 가격이 가장 좋은 가격이다”는 책에 담긴 부동산 고수들의 ‘힌트’다. 동아일보사/284쪽/1만3000원

    교양있는 엔지니어 새뮤얼 C. 플러먼 지음, 문은실 옮김

    엔지니어 출신 건설회사 경영자인 저자는 다트머스대에서 공학을 전공하고, 컬럼비아대에서 영문학 석사를 마쳤다. 그는 “너무나 많은 엔지니어가 세상이 권하는 많은 것을 경험하지 못한 채 직업의 문에 다다르는 현실이 유감스럽다”며 이렇게 전망한다. “오늘날 우리 회사에 들어오는 엔지니어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 우수하다. 그러나 머지않아 ‘명확히 말할 수 있는 엔지니어, 간결하고 효율적이며 설득력 있게 쓰고 말할 수 있는 엔지니어, 중동이나 동유럽 국가, 심지어 중국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더라도 문화적 충격에 빠지지 않을 엔지니어’를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저자는 엔지니어의 기원과 역사, 공학과 위대한 사회의 연관성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생각의나무/372쪽/1만6천원

    우리 역사를 바꾼 귀화 성씨 박기현 지음

    대중역사서 작가가 시대별 귀화 성씨의 역사를 훑었다. 파란 눈의 박씨 벨테브레, 조선으로 귀화해 일본군과 싸운 왜장 사야가, 가야로 건너와 수로대왕과 혼인한 아유타국 허황옥, 이성계의 오른팔 이지란 등 낯선 이들의 흥미로운 삶과 이들이 우리 역사에 뿌리내린 당시의 정황을 살펴본다. 귀화인 대다수는 정치·사회·문화·경제적 이유로 중국·일본·베트남·인도·몽골·여진·거란에서 들어왔으며, 외국 사정에 밝아 외교 사절로 기용되거나 왕의 측근에서 중요한 정책을 결정한 이도 있었다. 저자는 “단일 민족 운운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다민족 국가임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국민적 합의와 수용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 됐다”고 말한다. 역사의 아침/248쪽/1만2000원

    수술, 마지막 선택 강구정 지음

    잊을 수 없는 환자들 록산느 K. 영 엮음, 유자화 옮김

    연일 의료사고로 인한 희생자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의사와 환자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 잇따라 출간됐다.

    ‘수술, 마지막 선택’은 중견 외과의사인 계명대 강구정 교수가 한국인이 많이 받는 수술 30여 가지를 비의료인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했다. 흔히 맹장염이라 하는 충수염, 치질, 탈장, 디스크 등 으레 수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질환의 증상과 수술법에서부터 제왕절개, 자궁 절제 수술, 포경 수술, 편도선 절제 수술, 인공관절 치환 수술 등 별 ‘부담 없이’ 결정하는 수술들이 꼭 필요한 것인지, 위험도는 얼마나 되는지 살펴본다. 암을 치료하는 데 전략적으로 이용되는 수술에 대해서도 알아보고, 암에 대한 잘못된 상식도 바로잡아준다. 저자의 다양한 임상사례가 곁들여져 의학을 주제로 하고 있음에도 읽는 데 어려움은 없다. 저자는 “의사에게는 수술하지 않아도 될 환자를 감별해내는 것도 중요한 의료 행위”이며 “환자(또는 보호자)는 수술을 선택할 때 의사에게 내맡겨서는 안 되고 필요한 기본 지식을 습득해 어느 정도 주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잊을 수 없는 환자들’은 25년간 ‘미국의사협회지’에 실린 800편의 에세이 중 100편을 간추려 모은 책이다. ‘미국의사협회’ 회원들이 직접 쓴 잊을 수 없는 임상경험은 죽음과 질병의 최전선에서 싸우는 환자와 그들을 돌보는 의사가 빚어낸 아슬아슬하면서도 감동적인 드라마다. 지제근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 최진호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가 감수했다. 공존/412쪽/1만6000원, 대학서원/560쪽/1만9800원

    쌀과 소금의 시대(전 2권) 킴 스탠리 로빈슨 지음, 박종윤 옮김

    쌀과 소금은 동양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물품이다. 따라서 ‘쌀과 소금의 시대’란 동양이 주도권을 잡은 시대다. 이 책은 14세기 유럽을 휩쓴 흑사병이 인구의 3분의 1이 아닌 99%의 목숨을 앗아가 중국과 이슬람이 세계의 패권을 차지한다는 가정 아래 이후 700여 년 역사를 가공한 소설이다. 중국 선단(船團)과 이슬람 세력이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뒤 오랜 시간 전쟁을 하고, 이슬람 여성과학자가 원자력을 발견하고, 중국과 이슬람에 대항하는 저항연합체가 탄생하는 과정은 실제 역사의 잃어버린 쌍둥이 같다. 작가는 인물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통해 국가권력과 종교, 일상과 역사, 불평등의 기원, 그리고 역사의 반복성을 이야기한다. 열림원/각 704쪽, 676쪽/각 1만4500원

    탈무드 외
    순교자의 나라(전4권) 박도원 지음

    소설 김삿갓 이청 지음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 잇따라 출간됐다.

    ‘순교자의 나라’는 우리나라에 가톨릭 신앙의 씨앗을 뿌리기 위해 피 흘린 조선 순교자들의 삶과 희생을 따라가는 역사소설로 1801년 신유박해와 1839년의 기해박해를 관통한다. 참혹한 종교 박해 속에서도 신앙에 의지해 삶을 꾸려갔던 사람들의 이야기와 더불어 ‘서학’으로 불리던 근대 문명이 조선 사회의 높은 벽 앞에서 산산이 부서지고 마는 현장을 보여준다.

    ‘소설 김삿갓-바람처럼 흐르는 구름처럼’은 ‘월간조선’에 ‘방랑(放浪) 김삿갓-이 멋진 세상’이란 제목으로 연재됐던 걸 단행본으로 엮은 것이다. 1807년 안동 김씨 자손으로 태어난 김삿갓(김병연)은 스무 살에 영월 관아 백일장에서 장원에 뽑힌다. 그날의 시제는 ‘정시의 충절을 현양하고 김익순의 죄를 규탄하라’였다. 그러나 집에 돌아온 병연은 ‘홍경래의 난’ 당시 홍경래군에 협조했다나 나중에 반도들에게 투항한 역적으로 몰려 참수당한 김익순이 자신의 할아버지임을 알게 된다. 충격에 자살을 기도했다가 실패한 병연은 서당과 암자를 유랑하며 즉흥시를 남기고, 사람들은 그를 김삿갓으로 부른다. 평생을 풍찬노숙(風餐露宿)한 김삿갓에게 ‘풍자의 효시’란 수식어가 덧붙여지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예담/각 300쪽 내외/각 9500원, 경덕출판사/317쪽/1만2000원

    카바레 리사 아피냐내사 지음, 강수정 옮김

    19세기 말 프랑스에서 싹튼 카바레는 1930년대 초까지 유럽의 예술가와 시인, 음악가, 연극 연출가들이 과감하고 도전적인 정신을 분출해내는 실험 무대였다. 이 책은 아방가르드와 비주류들이 자욱한 담배 연기 속에 모여 앉은 유럽 카바레의 흥미로운 역사를 풀어내고 있다. 최초의 예술 카바레는 시인 로돌프 살리가 1881년 프랑스 몽마르트르에 문 연 ‘샤 누아르’(검은 고양이). ‘검은 고양이’의 문을 나선 저자는 풍자와 냉소로 시대의 폭력에 저항했던 독일 바이마르 시대를 중심으로 유럽 전역의 카바레를 거쳐, 미국의 카바레까지 돌아본다. 세계 곳곳의 카바레를 두루 순례하며 그 안에서 시대정신을 고취했던 예술가들도 불러낸다. 에코리브르/408쪽/1만8000원

    도대체 청와대에선 무슨 일이? 송국건 지음

    어느 자리에서건 청와대에 관한 추측이 난무한다. 그만큼 청와대는 잘 드러나지 않은 곳이고, 사람들은 청와대에 관심이 많다는 얘기다. 이 책은 우리 헌정사의 고비마다 청와대가 대통령을 중심으로 어떻게 움직였는지 되돌아본다. “무리하게 권력의 이면을 파헤쳐 비사를 발굴하기보다 국민이 궁금해 하는 청와대의 이모저모를 소개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는 게 저자의 변. 저자는 현재 ‘영남일보’ 서울정치부 부장으로 재직 중이며 6공화국 때 간간이 취재 지원을 나간 것을 시작으로, 문민정부(8개월), 국민의 정부(3년6개월), 참여정부(4년)에 이르기까지 8년여 동안 권력 심장부의 박동을 근거리에서 지켜봤다. 네모북스/424쪽/1만3000원

    노름마치 진옥섭 지음

    노름마치란 ‘놀다’의 놀음(노름)과 ‘마치다’의 마침(마치)이 결합된 말로 최고의 명인을 뜻하는 남사당패 은어다. 그가 나와 한판 놀면 뒤에 누가 나서는 것이 무의미해 결국 판을 맺어야 하는 사정이 담긴 말이다. 이 책은 그러한 ‘고수 중의 고수’ 18명의 곡절 많은 사연을 담고 있다. 전통예술 연출가인 저자가 무대로 이끌어내기 전까지 이들 대부분은 화려했던 젊은 시절을 뒤로하고 세월 따라 저물어가는 노인이었다. 민살풀이춤의 대가 장금도씨는 공연 갈 때마다 며느리에게 ‘온천 간다’ 했던 ‘종기네 할머니’였고, 구성진 노랫가락이 일품인 무당 한부전씨는 평생을 굿방에서 산 할머니다. 지난해 ‘풍물명무전’으로 ‘올해의 예술상’을 수상한 저자는 예인의 질긴 삶을 유려한 문체로 풀어냈다. 생각의 나무/235쪽/1만원

    여자전 김서령 지음

    ‘신동아’에 ‘이 사람의 삶’을 연재하고 있는 인터뷰 전문 칼럼니스트 김서령씨의 신간. ‘人터뷰’라고 할 만큼 상대에게 완벽하게 밀착해 살아온 이야기를 온전히 끌어내 다시 흡입력 있는 문체에 녹여내는 저자가 한국 현대사를 온몸으로 헤쳐온 여덟 여인을 만났다. 피난길에 아버지와 오빠를 찾아 산에 올랐다가 빨치산이 된 여자, 남편이 ‘사상’을 가졌다는 이유로 50년 넘게 남편과 생이별해야 했던 종가 며느리, 배고픔을 면하기 위해 만주에 갔다가 중국팔로군에서 생사를 넘나들어야 했던 여전사, 가족의 생계를 위해 기차에 올랐다가 끝도 없이 밀려오는 일본군을 맞아야 했던 위안부 등 한국 현대사의 진창을 건너온 여인들의 애절한 삶이 펼쳐진다. 푸른역사/272쪽/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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