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6월호

‘식품업계 삼성전자’ SPC그룹 성공학

파리크라상, 던킨도너츠, 배스킨라빈스, 파스쿠찌…

  • 조인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ij1999@donga.com

    입력2007-06-05 14: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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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피&도너츠’ 앞세워 4년간 연 30% 성장
    • 배스킨라빈스·던킨도너츠, 미국 빼면 세계 최대
    • 강남 등 주요 매장 ‘물 관리’…빵집에서 발레파킹도
    • 미국 제빵학교 출신 허영인 회장의 ‘쟁이 근성’
    • 사무직도 ‘맛 면접’ 거쳐 입사
    • 인성검사 통과해야 가맹점 자격
    ‘식품업계 삼성전자’ SPC그룹 성공학
    압구정역, 타워팰리스 앞, 강남역·종각역 대로변, 청계천, 이촌동 상가골목, KTX 서울역, 분당 서현역…. 수도권의 중심 상업지역, 요충지 혹은 최고급 주거지역으로 분류되는 곳들이다. 그런데 그 근처에서 고개를 몇 번 돌려보면 낯익은 업소들이 눈에 띈다. 파리크라상, 던킨도너츠, 파스쿠찌, 배스킨라빈스의 ‘모둠’이다. 이 업소들은 꼭 근거리에 붙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은 SPC그룹이라는 같은 회사 소속이다.

    월요일 아침 출근길, 우성아파트 사거리에서 버스를 내려 강남역 지하보도까지 200m 남짓, 통칭 ‘강남역 일대’를 걷다보면 이 매장들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먼저 우성아파트 사거리에 도착하면 ‘신분당선 지하철 공사 중’ 간판 다음으로 ‘파스쿠찌 6월 입점’이라고 적힌 대형 입간판이 눈길을 끈다. 가로 세로 족히 3m씩은 돼 보인다. 그 바로 옆 배스킨라빈스가 한 달 전 문을 열었다. 시선을 돌리면 파리바게뜨와 던킨도너츠 상호를 확인할 수 있다.

    한남대교 방향으로 첫 번째 사거리를 건넌 뒤 건너편 메리츠 빌딩 옆을 보면 또 하나의 던킨도너츠가 있다. 오전 8시인데도 빈 자리가 없다. 고객의 70% 정도는 여성이다. 카운터에는 마치 주유소에서 OK캐시백 카드 내밀 듯 현금과 함께 멤버십 카드를 내고 5% 적립금을 받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달착지근한 가루 범벅 도너츠도 많이 팔리지만, ‘건강 메뉴’라는 베이글+크림치즈+커피 세트도 꾸준히 팔려 나간다.

    다시 사거리를 건너면 파스쿠찌가 보인다. 아침 메뉴가 6000원에 육박해서인지 사람이 그다지 많지는 않다. 몇몇 50~60대 신사, 부인들이 그 시간에 커피 한 잔 앞에 놓고 우아한 자세로 신문을 읽는 광경은 다소 이국적이다.



    파스쿠찌 바로 옆은 파리크라상이다. 파리바게뜨와 비슷하지만 좀더 고급 브랜드빵을 파는 카페형 매장이다. 여기도 1인용 테이블은 만석이다. 일본어도 들리고, 간혹 혼자 온 백인, 흑인도 눈에 띈다. 북적이긴 해도 그리 어수선하지 않다 싶었는데, 그러고 보니 이곳엔 10, 20대가 몇 명 되지 않았다. 이 시간, 건너편 패스트푸드점에선 으레 아침 영어학원 시간에 맞춰 숙제하는 학생들로 북적인다.

    최소한 세미 정장을 갖춰 입은 30대들이 파리크라상에서 주로 먹고 있는 음식은 5500원 짜리 프렌치토스트 세트였다. 유기농 식빵을 바나나와 허니소스에 푹 적셔놓고 토마토와 양상추를 올리브소스에다 버무려 내놓은 상품. 가공식품류인 햄이나 참치, 치즈를 전혀 가미하지 않은 게 인상적이다. 대신 갓 구운 베이컨 한 조각을 길게 늘어뜨렸다. 대로변 건너편에는 분홍색과 파란색이 섞인 배스킨라빈스 상호가 눈에 띈다.

    삼립과 SPC

    SPC라는 이름은 낯설다. 외국계 금융회사나 컨설팅 업체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실상은 62년이나 된 토종기업이다. SPC그룹은 1945년 창업한 모(母)기업 격인 삼립과 1972년 창립한 샤니를 비롯해 파리크라상, 비알코리아 등의 소계열로 이뤄진다. 상위 브랜드인 파리크라상은 1500개의 매장이 있는 대중 브랜드 파리바게뜨와 이탈리아풍 고급 카페 파스쿠찌를 포괄하고 있다. 비알코리아는 배스킨라빈스와 던킨도너츠가 주축이다. 파리바게뜨와 파리크라상·파스쿠찌는 자체 브랜드이고, 배스킨라빈스와 던킨도너츠는 SPC측이 기술제휴나 지분투자 방식으로 참여한 외국 브랜드다.

    창립자인 허창성(許昌成·2003년 작고) 회장이 초기 브랜드인 상미당, 삼립 등을 만들었고, 1970년대부터는 장남인 허영선(許英善)씨가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하며 ‘삼립 크림빵’ ‘삼립 호빵’ 등 히트상품을 개발해냈다. 당시 100대 기업 순위에 꼬박꼬박 오를 정도로 삼립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콘도, 개발사업으로 무리하게 확장하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됐다. 다행히 1970년대에 선친으로부터 계열사 ‘태인 샤니’를 물려받은 2남 허영인(許英寅)씨는 경영에 뛰어난 수완을 보였다. 1986년 설립한 파리바게뜨가 고속성장을 거듭했고, 배스킨라빈스와 던킨도너츠마저 대박을 터뜨린 덕분에 가업(家業)의 상징과도 같았던 삼립을 2002년에 인수할 수 있었다.

    ‘식품업계 삼성전자’ SPC그룹 성공학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하지 못한 전통의 제과·제빵업체들이 속속 정리되면서 내실을 다져 경영혁신에 나선 SPC는 동종업계에서 독보적으로 견고한 성장을 거듭했다. 2000년 매출 4810억원에서 2006년 1조2500억원으로, 연 평균 9%의 매출 신장세를 기록했고 순이익도 꼬박꼬박 매출의 10% 이상을 유지했다.

    시대를 잘 만난 일부 정보통신업체에 비하면 평범한 수준이지만, 산업 자체의 성격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과다. 대형 할인마트 식품매장들이 수많은 ‘동네 빵집’을 접수하고, 값싸고 질 좋은 외국산 브랜드들이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은 사실을 돌이켜보면 더욱 그렇다. ‘○○당’ ‘○○제과’ 등 한 시대를 풍미한 동종업체들의 존재가치도 최근 들어 점점 희미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나마 경쟁구도를 형성한 기업으로는 크라운베이커리, 뚜레쥬르 등을 꼽을 수 있으나 아직 외형 차이가 크다. 2006년의 경우 크라운베이커리는 730여 개 매장에 매출 1600억원대, 뚜레쥬르는 400여 개 매장에 매출 1150억원대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SPC의 파리바게뜨는 1500여 개 매장에 매출이 5000억원에 달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파리크라상의 성공은 무엇보다 빵맛의 ‘업그레이드’에 기인했다는 게 정설이다. CEO인 허영인 회장이 빵에 대해 ‘기술자적 관심’ ‘쟁이 근성’을 갖고 있는 게 기업의 진보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경희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허 회장은 다른 기업체 오너들에게 흔한 MBA 타이틀 하나 없지만 미국 제빵학교(America Institute of Baking) 정규과정을 정식으로 이수했다. 1919년 개교한 이 학교는 북미지역에서 활동하는 빵 제조 및 유통 분야 전문가들의 본산으로 불린다.

    제빵업무를 담당하는 SPC 관계자는 “허 회장은 ‘맛이 느끼하다’ ‘딱딱하다’ 같은 일반인 수준의 인상비평은 하지 않는다. ‘크림이 부족하다’ ‘오븐에서 굽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 ‘발효가 약하다’ ‘반죽에서 물이 부족했다’는 식으로 체크하기 때문에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1980~90년대 파리크라상의 1차 고속성장을 이끈 주요인도 허 회장의 지시로 개발한 ‘생지(반죽을 냉동 숙성시킨 반제품)’였다. 빵을 매장에서 직접 굽는 효과를 낼 뿐 아니라 일정 규모 양산도 가능케 해 기업과 매장, 고객에 모두 이로운 ‘윈-윈’구도를 만들 수 있었기 때문.

    허 회장은 대기업 CEO로는 드물게 1종 대형차 운전면허를 소지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대학 시절 삼립식품에서 제조한 빵을 배송하는 아르바이트 업무를 담당했는데, 배송차량인 삼륜차를 운전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허 회장의 지시에 따라 파리크라상 부문으로 입사하는 신입사원은 2년 전부터 ‘맛 면접’을 따로 본다. 식품회사 사원이라면 아무리 사무직이라도 소비자 기대수준에 맞는 최소한의 미각은 갖춰야 한다는 판단에서 취해진 조치다.

    ‘미국산 韓流 브랜드’

    던킨도너츠와 배스킨라빈스의 성공 스토리를 들어보면 분야는 전혀 다르지만 본사보다 활발한 영업실적을 바탕으로 마침내 본사까지 인수해버린 ‘휠라 코리아’의 궤적이 떠오른다.

    배스킨라빈스는 1986년, 던킨도너츠는 1994년에 처음 들여왔다. 2006년말 기준으로 배스킨라빈스는 750여 매장에서 1180억원, 던킨도너츠는 420여 매장에서 11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배스킨라빈스는 미국에 2700개의 매장이 있고 그 외 지역에 2800여 개가 있는데, 이 중 4분의 1이 한국에 있는 셈이다. 던킨도너츠 역시 미국을 제외한 4500여 세계 점포 중 10분의 1이 한국에 있다.

    SPC측은 “북미지역을 제외하고 점포의 숫자와 매출, 증가율에서 아시아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한국이 단연 최고”라고 밝혔다. 또 “미국 배스킨라빈스와는 합작투자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던킨도너츠에도 일부 지분을 확보하고 기술제휴를 하고 있다. 마케팅이나 신제품 개발 때도 한국 시장을 먼저 고려하는 사례가 많아 어떤 해외 외식 브랜드보다도 한국화가 진행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소장은 “요즘은 ‘들어갈 자리’가 없어 예전보단 주춤하지만, 아직도 가맹업소를 차리려 컨설팅을 의뢰하는 사람들의 70%는 1순위로 던킨도너츠나 배스킨라빈스를 꼽는다”고 했다. 그는 “매장이 주로 중산층 아파트촌에 생기는 것은 본사의 전략도 요인이겠지만,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드는 만큼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 중에도 여유자금이 많은 대기업과 전문직 은퇴자들이 두 업종을 찾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부분 자기가 살던 동네에서 매장을 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식품업계 삼성전자’ SPC그룹 성공학

    SPC는 통합적립카드인 ‘해피포인트 카드’를 만들어 500만명이 넘는 회원을 확보했다.

    일반 음식점 체인 창업비가 대개 1억원 안팎이지만, 배스킨라빈스와 던킨도너츠는 수도권 대로변 입지를 기준으로 3억원은 기본이다. 매장 인테리어가 더 까다로운 카페형 매장을 운영하려면 5억원 가까이 든다. 이경희 소장은 “업주들의 주된 불만은 본사에서 많이 떼어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큰 브랜드에 묻어가면서 편한 것도 많다. 세련된 분위기 때문인지 ‘알바’생들도 이곳을 선호하고, 본사에서 알아서 교육도 잘 시켜준다. 고객도 화이트칼라층이 많은 편이라 대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고 부연했다.

    배스킨라빈스는 1980년대 후반부터 계속돼온 아파트 및 신도시 건설 붐 덕분에 반사이익을 봤다고 한다. 5000가구가 넘는 중산층 아파트 단지 상가에서는 편의점, 빵집 다음으로 입점 수요가 많았던 데다, 필적할 만한 경쟁 브랜드도 없었기 때문.

    이에 비해 던킨도너츠는 2000년대 초반 한 차례 위기를 맞을 뻔했다. 도너츠가 햄버거 못지않은 ‘트랜스 지방의 주범’으로 묘사되면서 미국, 유럽에서 매출 감소가 두드러졌다. 이때 발 빠르게 패스트푸드와의 애매한 경계를 탈피하고 ‘카페형 도너츠점’을 표방한 것이 지속성장의 발판이 됐다는 게 SPC측의 분석이다.

    던킨도너츠는 매장 리뉴얼을 통해 도너츠 외에도 베이글과 샌드위치 등 베이커리 제품을 절반가량 진열하기 시작했고, 베이글을 직접 매장에서 구워주는 방법을 통해 ‘웰빙 마케팅’에 나섰다. 무엇보다 효자 상품은 커피. 도너츠의 마진율은 37~50%지만 커피의 마진율은 75%에 달하기 때문에 매출구조를 바꾸는 데 주력했고, 결과는 성공으로 나타났다. 도너츠 판매율은 몇 해 동안 계속 비슷한 수준인데 커피의 점유율이 2002년 15%에서 2006년 35%로 올랐다. 스타벅스보다 1000원가량 싼 커피 가격(3000~3800원)도 유인책이 됐다. 던킨도너츠 전체로 보면 2002년부터 해마다 30%가량씩 매출이 성장하고 있다.

    현재 외식·요식업체를 망라한 식품기업 중 연 1조원 이상의 매출실적을 올리는 기업은 2조6000억원대의 CJ를 비롯해 농심 대상 롯데제과 오뚜기 등 10여 개뿐이다. 그런데 매출 1조3000억원대인 SPC의 경우 다루는 상품들이 넓은 의미의 베이커리류로 한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좀더 의미가 있다.

    ‘관리’의 노하우

    SPC 본사 직원, SPC와 계약을 맺고 점포를 운영 중인 가맹업주, 창업 컨설팅사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모기업의 철저한 관리를 ‘SPC가 잘나가는 이유’ 1순위로 꼽았다.

    우선 브랜드 관리다. SPC 브랜드 중에서도 ‘고급’ 분위기를 만들어내야 하는 파스쿠찌, 파리크라상은 모두 직영으로 운영하며, 점포 수 확대도 철저히 제어한다. 파리크라상에는 웬만해선 1500원 이하의 빵이 없고, 샌드위치도 2000원대가 즐비한 여타 빵집과 달리 5000원대가 주종이다. 파스타 같은 주방요리는 1만원대다. 파스쿠찌 역시 커피와 샌드위치를 함께 먹으면 대개 1만원이 넘게 나온다. 10, 20대라 해도 구매력이 어느 정도는 되는 집단이 타깃이다.

    이 두 브랜드 점포는 55개 중 52개를 서울, 경기의 중산층 거주지에 몰아놨다. 파스쿠찌는 강남지역 지하철 역세권과 오피스타운에 몰려 있고, 파리크라상은 반포, 이촌동, 도곡동 등 고급 아파트촌에만 배치했다. 도곡동 타워팰리스 맞은편 파리크라상은 발레파킹까지 해주기로 유명하다. 랜드마크 점포들의 ‘물 관리’는 브랜드 전체의 부가가치를 높여준다.

    두 번째는 브랜드에 대한 고객의 충성도를 강화하는 마케팅 전략이다. SPC 소속사 통합 적립카드인 ‘해피포인트카드’ 고객은 5월 현재 500만명을 돌파했다. 가입자 수만 보면 2500만명을 확보한 OK캐시백카드에 이어 2위다. 신용카드 연계전략 없이 순수히 식품 소매로만 일군 결과라는 점이 돋보인다. 고객 마일리지가 회사의 당초 추산보다 많이 쌓이자 지난해 SPC는 약관을 변경, 2년이 지나도록 쓰지 않은 마일리지는 소멸하기로 했다.

    세 번째는 재고 관리를 철저히 한다는 것이다. SPC그룹뿐 아니라 요즘은 거의 모든 베이커리 카페에서 보존제를 쓰지 않기 때문에 하루가 지나면 팔 수가 없다. 이 때문에 개별매장에서 일단 주문한 물량을 팔고 남은 재고는 모두 떠안아야 하는데, SPC는 이에 대비할 수 있는 ERP(실시간 정보 전산공개 시스템)를 잘 갖춰놓았다. 비 오는 날이나 졸업식이 있는 날처럼 날씨나 외부 요인에 의해 수요가 늘고 주는 것도 예측해 프로그램을 돌린다.

    네 번째는 인적관리다. 이 회사가 ‘식품업계의 삼성전자’로 불리는 이유 중 하나다. 여론과 구전홍보가 어느 업종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이미지 관리를 중시한다. 던킨도너츠의 경우 가맹점주를 뽑을 때 인성검사까지 실시하는데, 이 때문에 가맹사업 희망자들로부터는 “특별한 기준도 없이 사람을 가린다”는 볼멘소리를 듣기도 한다. 또 여느 가맹업체들과 달리 매장을 타인에게 양도, 양수하는 것도 금지돼 있다. 이 때문에 점주의 개인사정이 생기거나 장사가 잘 안 될 때는 ‘폐점’ 밖에는 대안이 없다.

    연간 1200회 이상 실시하는 암행감사도 정평이 나 있다. 고객을 가장해 업소의 고객 응대 태도를 파악한 뒤 추후에 매장에 피드백을 주거나 심하면 영업권까지 빼앗는다. SPC가 특히나 공을 들인다는 주요 카페형 매장들을 살펴보니 직원들이 그다지 친절하지도 않고 불친절하지도 않아 좀 싱거운 느낌이 들었다. 한 매장 운영자는 이에 대해 색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본사에서 내려온 매뉴얼을 의식하다보니 고객응대 방식이 창의적이라기보다는 약간 소극적이면서 기계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말로만 유난 떠는 패밀리 레스토랑류의 과잉친절보다 오히려 이런 적당한 수준의 친절이 더 편하다는 고객도 많다.”

    인적관리에는 독특한 홍보전략도 포함된다. SPC에서 평소 신경 쓰는 것 중 하나가 ‘인터넷 블로거’들에 의한 여론 전파다. SPC 홍보팀 정덕수 차장은 “‘가지 많은 나무’이기 때문에 가맹점주이건 고객이건 클레임이 없을 수는 없다. 영향력 있는 커뮤니티 사이트나 블로그에 떠 있는 불평 글들 중 2, 3차 전파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글을 발견하면 최대한 빨리 사이트 운영자나 블로거들에게 회사의 처지를 해명해 글을 내리도록 설득한다”고 말했다.

    ‘식품 대기업’ 가능할까

    지금 추세대로라면 2010년에 매장 5000개, 매출 2조원을 이룬다는 SPC의 목표는 불가능할 것 같지 않다. 여세를 모아 SPC는 최근 들어 ‘식품 대기업’ 탄생에 온갖 정성을 쏟는 모양새다. 기업 브랜드 통합작업(CI)을 통해 SPC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 회사의 최근 행보도 이런 전략과 무관하지 않다.

    해외 진출은 이미 시작됐다. 2005년 중국 상하이와 베이징에 현지법인을 세우고 파리바게뜨 15개 매장을 중심부에 오픈했다. 미국에도 같은 해 LA에 1호점을 오픈한 데 이어 내년에는 중국, 베트남, 인도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백설기, 절편 등을 파는 떡 카페 ‘빚은’을 지난해 서울 대치동에 선보였다. 5년 안에 매장을 500개로 늘린다는 목표다. 이 밖에 매출액 5000억원 규모의 코카콜라 보틀링 인수전에도 뛰어들었고, 연 500억원 규모의 인천공항 2기 식음료 사업장 입찰에도 도전장을 냈다.

    지난 3월에는 프랜차이즈 가맹점 개설 희망자들에게 재정지원을 해주는 금융계열사 SPC캐피탈을 설립, 자체 물류회사인 SPC로지스틱스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회사측은 기대하고 있다.

    SPC는 또 중견 식품기업으로는 이례적으로 한두 해 전부터 산하 식품안전센터, 중앙연구소, 그룹디자인실 등을 신설하고 있다. 4월에는 서울대에 45억원을 기부, 공동 산학협력관을 유치하기로 협정을 맺었다. 식품, 환경, 웰빙에 국한된 대학 연구소로는 처음 시도되는 분야다.

    SPC 허영인 회장은 “국제 제빵 특허권을 가질 정도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직원들을 글로벌 인재로 육성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강조한다. 어느 정도의 ‘원천기술’은 보유하고 있고, 연구개발(R·D) 분야 투자도 강화되는 등 분위기는 무르익고 있다. 전자나 자동차처럼 식품업계에서도 세계적인 ‘메이드 인 코리아’ 기업이 탄생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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