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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권 전설적 이론가 김정강의 ‘4·19에서 6·3까지’

잔디밭에 널브러진 매혈자들… 청년 사회주의자, 피가 솟다

  • 김정강 이데올로기 비평가

운동권 전설적 이론가 김정강의 ‘4·19에서 6·3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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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권 전설적 이론가 김정강의 ‘4·19에서 6·3까지’

1960년 4월19일, 경무대로 향하는 군중과 시위대를 향해 발포하는 경관.

그러자 대령은 어조를 부드럽게 바꾸며 “자네가 그런 각오라면 육군 규정의 예외를 적용해야 하는데, 교장 각하라면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한림(李翰林) 교장 각하는 지금 미국에 가셨다. 교장 각하가 오시면 말씀드리겠다. 그러니 회답이 갈 때까지 기다려라”고 했다.

진주로 귀가한 후 오로지 육사에서 편지가 오기만을 기다리며 그해 일반 대학의 입학시험은 응시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나 1958년 5월이 지나도 회답은 없었다. 나는 육사 진학의 희망을 접고 다음해에 서울대 문리대 정치학과에 응시하기로 생각을 바꾸었다.

실존주의에서 마르크스주의로

1959년 서울대 문리대 정치학과에 합격한 나는, 자취방을 얻고 입학식을 마치자, 곧바로 수련할 공수도(空手道) 도장을 정했다. 비록 육사에는 못 가고, 민간의 평복을 입고 살지만, 삶의 자세와 정신의 본원은 무사로 지낼 생각이었다. 문리대 입학 당시 공수도는 초단이었고, 검도는 죽도(竹刀)를 몇 번 잡아본 정도였다. 유도도 초단이었다. 그때가 빌미가 돼 간헐적으로 수련한 결과, 현재 나는 태권도 4단, 검도 2단이다.

정치학의 핵은 정치철학인데, 그 기초인 철학과 중요한 관련이 있었다. 원래 정치학은 철학에서 분과된 학문이다. 그런데 당시 문리대 철학과를 중심으로 한국 철학계를 풍미하던 철학 조류는 무신론적 실존주의였다. 따라서 회자되던 사상가는 장 폴 사르트르, 메를로 퐁티 등이었다.



나도 사르트르, 퐁티, 야스퍼스, 하이데거, 카뮈, 말로 등에 빠져들었는데, 그중에서도 사르트르, 퐁티, 말로의 저술에 크게 감명을 받았다. 사르트르는 그의 저서 ‘정치에 관한 대담’에서 “나의 근본 전제는 공산당이 제시하는 근본 전제와 같다. 공산주의자와 마찬가지로 나도 자본주의에 반대하며, 파시즘에 반대하며, 오늘날에는 프랑스 극우파에 반대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퐁티는 ‘의미와 무의미’에서 “자세히 고찰하면 마르크스주의는 내일이 되면 다른 것으로 교체될 가설(假說)과 같은 것이 아니다. 그것은, 그것이 없이는, 인간 상호 간의 관계라는 의미에서, 인간성도 없고 역사에서 합리성도 없게 될 모든 조건의 단순한 표명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그것은 역사철학의 하나가 아니라 역사철학 그 자체이며, 이를 포기하는 것은 역사 이성을 말살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말로의 소설로는 ‘인간조건’ ‘정복자’가 감명 깊었다. 모두 실존적 휴머니즘의 시각에서 중국 혁명을 그린 것이었다.

당시 정치학과의 주임교수는 민병태(閔丙台) 교수였는데, 그는 페이비언 사회주의 이론가 해럴드 라스키를 중점적으로 강의했다. 민 교수는 라스키의 주저 ‘정치학 요강(A Grammer of Politics)’을 꼭 원서로 읽어볼 것을 우리에게 권했다.

나는 사르트르, 퐁티, 라스키를 읽다가 그들이 인용한 마르크스주의 문헌을 구해 그 원문을 읽게 됐는데, 그 과정에서 의식전이가 일어나면서 점차 마르크스주의에 경도됐다. 마르크스주의로 의식이 경도되기 시작하자 원전 탐독에 매달렸다. 가와카미 하지메(河上肇)의 ‘경제학 대강’ ‘경제 학설사’, 마르크스·엥겔스의 ‘공산당 선언’ ‘자본론’ 레닌의 ‘국가와 혁명’ ‘제국주의론’ ‘무엇을 할 것인가’ ‘일보전진 이보후퇴’ ‘유물론과 경험비판론’, 부하린의 ‘공산주의 입문’, 스탈린의 ‘레닌주의의 기초’ ‘마르크스주의와 민족문제’, 소련과학아카데미의 ‘철학 교정’ ‘세계철학사’ ‘세계사 교정’, 소련공산당의 ‘볼셰비키 당사’, 마오쩌둥(毛澤東)의 ‘모순론’ ‘실천론’ ‘신민주주의론’, 류사오치(劉少奇)의 ‘공산주의자의 수양을 논함’ ‘당내 투쟁을 논함’ ‘白區에서의 군중공작을 논함’등을 읽은 기억이 새롭다.

마르크스주의에 침잠하면서 공수도, 검도를 비롯한 무도는 ‘아시아적 신비주의’의 일종으로 비쳤기에 수련을 유보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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